객관적으로 봐주세요 지난 주말에 남친 본가에 갔어요 남친은 자취하거든요 어머님이 저 꼭 보고싶다고 하셨다고 생일 선물도 직접 주고싶고 (제 생일이 얼마 안 남았음) 밥도 직접 먹이고 싶다고 하셔서 부담스러웠지만 갔어요 그냥 평범한 아파트였거든요 정말 지극히 평범한 아파트 근데 집이 진짜.. 진짜 너무 더러운거에요 집 딱 들어서자마자 그..... 환기 안 시킨 냄새? 아 묘사가 안돼요.... 좀 탁한 냄새? 하여튼 그런 냄새가 났어요 현관에는 신발이 막 이리저리 놓여있고 제가 플랫슈즈를 신고 가서 맨발이었는데 발 딱 딛자마자 바닥은 끈적 끈적하고.. 몇 발자국 걸었는데 뭐 뾰족한게 있어서 보니까 치킨 껍데기.. 지난주에 드셨다고..... 바닥에 머리카락 진짜 장난 아니었구요 소라색 와이드 슬랙스 입고 갔는데 바짓단에 머리카락이 쓸려 나올 정도였어요 거기에 냄새가 너무 거슬려서 밥도 먹는둥 마는둥 하고 먹고 물 좀 마시려고 부엌에 갔는데 부엌 옆에 작게 다용도실 있잖아요 그 다용도실에 택배 상자가 진짜 어마어마하게 쌓여있는거에요 비닐이랑 이런 것도 같이요ㅠ 제가 놀라서 보니까 어머님이 재활용 버리는 날짜를 자꾸 까먹어서 모아놨다고 하시는데 한 세 달 정도 까먹으시면 저렇게 되나 싶을 정도로... 그리고 부엌 개수대에서도 막 이상한 냄새가 올라와요 음식물 쓰레기 냄새 같은거ㅠㅠ 쬐만한 벌레도 겁나 많고ㅠㅠ 설거지도 대충 대충 그냥 석석 하고 대충 헹구시고.. 분명히 방금 꺼낸 컵인데 뭐가 막 묻어있고 티비장 위에 액자 놓여있는데 거기에 먼지가 허옇게 앉아있구요 화장실 변기는 누렇고 이것저것 끼어있고 세면대가 노란 건 진짜 처음 봤어요 저 진짜 너무 경악스러웠어요 진짜 보는데 한숨이 다 나오는거에요 대충 밥 먹고 딱 나왔는데 서울 공기 진짜 좋다고 느낄 정도였어요 진짜 그럴 정도로 집이 너무.. 너무 더러워요 근데 남친한테 오빠네 집 너무 더러워 이럴 수도 없고ㅠ 사실 남친 자취방은 오히려 너무 휑하거든요 사람이 이렇게 뭐가 없을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뭘 안 놓고 살아요 그냥 갈 때마다 옷을 좀 널어놓네 싶은 정도였구요 근데 본가가 이럴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너무 심해요 본가를 보니까 남친한테도 정이 떨어져요 저런데서 살아온 남자니까 본인도 그러지 않을까 지금 사는 데는 이사한 지 얼마 안 된 집이라 아직 더럽게 만들기에 돌입하기 전인걸까 이런 생각이 들어요 분명히 좋아했는데..... 이런 걸로 정 떨어지는 게 웃기기도 하고 헤어지자고 해야되나 말아야되나 고민되고 어차피 결혼 안 할거면 지금 헤어지는 게 맞지 않나 싶고ㅠㅠ 아 내일 휴무인데 지금 새벽 내내 고민 중이에요 며칠 답도 제대로 안 하니까 남친은 무슨 일 있냐고 묻는데 죽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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