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 역사학자 그레이엄 핸콕은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된 <신의 지문>에서 기자의 피라미드 세 개의 배열이 오리온좌의 삼태성과 동일하며, 이는 배열이 가장 완벽하게 일치했던 1만2500년 전의 초고대문명에 대한 증거라고 주장한 바 있다.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역시 1만2500년 전 용자리 배열과 동일하기에 이 역시 초고대문명에 대한 증거라고 본다. 그의 별자리 이론은 건축물 중 임의로 고른 것을 가장 비슷하게 생긴 아무 별자리에 대응하면 대충 들어맞지만, 어떻게 해서든 지상에 새겨진 ‘신의 지문’을 찾으려던 노력과 집념은 치하할 만하다. 그런 면에서 최근 편의점 GS25의 캠핑 관련 이벤트 포스터에서 이젠 사라지고 없는 여성주의 사이트인 메갈리아의 지문을 찾기 위한 일부 남성들의 추론은 가히 핸콕의 그것에 비견될 만하다. 그들의 해석에 따르면 해당 포스터에서 소시지를 집는 엄지와 검지의 모양은 메갈리아의 로고와 유사하며, 여기서 소시지는 남성의 작은 성기를 은유한다. 물론 이것은 최근 네이버 웹툰 <바른 연애 길잡이>에서 비슷한 손 모양을 이유로 악플을 달던 것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들의 해석이 빛을 발하는 건 그다음이다. 그들에 따르면 행사 기간에 대한 ‘05.01~05.31’이란 표기는 요즘 남성 혐오 단어로 낙인찍힌(근거는 없지만) ‘5조 5억’을 형상화한 것이다. 또 포스터 문구인 ‘Emotional Camping Must-have item’의 각 단어 마지막 알파벳을 역순으로 조합하면 ‘megl’, 즉 메갈리아의 약칭인 ‘메갈(megal)’을 연상시키는 단어가 된다. 통상적인 머리글자 조합이 아닌 꼬리글자로, 그것도 제대로 다 완성되지 않는 단어 조합으로 메갈리아의 지문을 찾아내는 그들의 노력을 보면 개인적으로 얼굴이 붉어질 정도다. 나는 과연 그동안 비평을 하며 저토록 열심히 텍스트 안에 숨은 기호학적 흔적들을 추론하기 위해 애쓴 적이 있었는가. 하여 그들이 준 자극에 힘입어 나 역시 과감하게 현재 사랑받고 있는 방송 프로그램으로부터 ‘메갈의 지문’을 추출해보려 한다. 해당 방송은 MBC <놀면 뭐 하니?>의 최근 에피소드인 ‘MSG 워너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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