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공지가 닫혀있습니다 l 열기
유난한도전ll조회 4036l 1

 

 

우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할 수 있는 건 무엇이든 했다 | 인스티즈

사랑에 아파 눈물을 흘리는 현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우정보다는 사랑이 우선이었던 현은, 나를 감정 쓰레기통쯤으로 여겼다. 쓰레기가 되어 돌아온 그녀의 감정을 분리수거하는 건 내 전문이었다.

우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할 수 있는 건 무엇이든 했다. 연애와 거리가 멀었던 나는 현을 통해 사랑을 배웠다. 만나는 사람마다 각각의 운명론을 만들어내는 그녀가 퍽 귀여워 웃음이 났다. 현은 자신의 사랑스러움을 알아줄 남자를 만나지 못한 것 같다. 아니면 현이 내 앞에서만 사랑스러운 짓을 하는 걸까.

우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할 수 있는 건 무엇이든 했다 | 인스티즈

나는 그녀가 좋아하는 사람과 있을 때 어떤 모습이 되는지 알지 못한다. 자신의 얼굴에서 가장 좋아하는 보조개를 보이며, 고개를 25도 기울인 채 예쁘게 웃어 보일 것이다. 현은 연애에 관해서는 의견이 확실한 사람이었다. 그중 하나는 커플 반지를 맞추지 않는다는 거였다. 하지만 나와의 우정반지는 변색이 될 때까지 끼고 다니는 모순적인 애였다.

나는 묻고 싶었다. 네가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는 범주에 내가 들어갈 수 있는지 말이다. 현을 짝사랑했을 당시에 구내염 때문에 고생한 날이 많았다.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해 생긴, 일시적인 현상이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우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할 수 있는 건 무엇이든 했다 | 인스티즈

지병을 앓던 할머니가 곧 돌아가실 것 같다며 엄마가 운다. 어린 아이처럼 우는 엄마를 달랬다. 내가 엄마의 엄마가 된 것 같은 기묘한 느낌이었다. 언젠가 엄마와 딸의 역할이 바뀌게 되는 시점이 온다. 그 시점을 경험하기엔 이른 시기였다. 그 뒤틀림은 남동생이 아닌 나만이 겪어야 하는 일이었다. 나는 친구 같은 엄마를 원했지, 자식 같은 엄마를 원한 건 아니었다.

엄마는 집안일에 손을 놓았고 밤마다 할머니를 찾다가 잠에 들었다. 그렇게 집안은 점점 기울어졌고 장녀답게 나는 가족의 장이 되었다. 남자가 가장이 되었을 때는 어느 부족의 우두머리가 된다. 그런데 왜 여자가 가장이 되면, 멸망한 도시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생존자가 되는 걸까.

나는 풋풋한 첫사랑을 하는 소녀가 되고 싶었다. 또래만큼 순진하고 대담한 학생이고 싶었지만, 우리 집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생존자는 나뿐이었다.





우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할 수 있는 건 무엇이든 했다 | 인스티즈

나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벌어야 했다. 현이 다니는 독서실과 가까운 편의점에서 일을 시작했다.현은 매일 같은 커피 두 개를 사갔다. 독서실에서 누군가와 썸을 타고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원 플러스 원이라고 거짓말을 하며 반값만 받았다. 이렇게라도 마음을 표현하지 않으면 숨이 멎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언젠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현과 누군가가 입 맞추는 걸 본 적이 있다. 나는 상대가 남자이길 바랐다. 우리가 이어질 수 없는 이유가 단지 성별이었으면 했다. 그들은 같은 패턴의 교복 치마를 입고 있었다.

'걔가 너 좋아하는 것 같아.' 상대의 말에 현은 알고 있다는 듯이 웃어 보인다. 나는 그녀의 마음이, 우정이 아니었다는 걸 안다. 비 오는 날 교복이 다 젖을 때까지 주차장 구석에서 서로를 안고 있던 게 꿈은 아니었으니까. 그녀는 무너져가는 내 세계의 첫 방문자가 되고 싶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우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할 수 있는 건 무엇이든 했다 | 인스티즈

"지하야. 이거 원 플러스 원 맞지?"
"어. 아직은."

우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할 수 있는 건 무엇이든 했다 | 인스티즈

추천  1

이런 글은 어떠세요?

 
무슨 책인가요?
28일 전
미치겠다
12일 전
로그인 후 댓글을 달아보세요
 
카테고리
  1 / 3   키보드
닉네임날짜조회
유머·감동 연예인 따라 바싹 말리는 거 = 대갈장군 당첨이라는 유튜버261 S.COUPS.9:1759818
유머·감동 [네이트판] 입양아라 양보하라는 오빠들(추가)149 멍ㅇ멍이 소리9:4643519 0
이슈·소식 현재 상간녀가 쓴 편지때문에 난리난 블라인드.JPG126 우우아아11:2633446 2
이슈·소식 더현대 서울 승강기에서 '심정지' 발생한 고객305 311328_return06.17 23:2286648
유머·감동 어제자 연대 에타에 등장한 쾌녀.jpg236 콩순이!인형9:5645926
122세 할머니의 장수 비결1 308624_return 06.17 00:27 2780 0
트위터 여자들이 마릴린 먼로 얘기하는데 맥락 못 읽고 끼어든 남자.twt 캐리와 장난감 06.17 00:22 2367 1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날 괴롭힌 학폭 가해자한테 복수하러 찾아갔는데, 얘 반응이 너.. 더보이즈 영 06.17 00:15 2646 0
그냥 해 안되면 울어. 그리고 다시 해.twt 한문철 06.17 00:15 1193 1
심즈) 사악한 남심과 우울한 여심이 만난다면.twt1 NUEST-W 06.17 00:10 1412 0
내 명품백에 커피 쏟은 동기...9 굿데이_희진 06.16 23:53 18700 0
도서관에서 ㅅㅅ하는거 본 에타인26 Tony Stark 06.16 23:44 30845 1
간만에 팝송해석 찾아듣다가 ajr한테 빠짐... 다들 가사 좀 봐줘 ㅠㅠㅠㅠ 스압 완판수제돈가 06.16 23:37 496 0
레딧에 올라온 한국 공포사진12 색지 06.16 23:36 25149 2
모닝빵의 충격적인 진실1 큐랑둥이 06.16 23:36 1943 0
우리 몸이 쉬라고 보내는 신호.jpg143 킹s맨 06.16 23:16 60882 19
코리안 헬창을 처음 본 LA 헬창12 sweetly 06.16 23:15 12095 2
살빠지면 머리 잘라야지, 더 젊을 때 여행 다녀볼걸 엔톤 06.16 23:14 1652 1
벌금 500만원짜리 보복운전.jpg2 비비의주인 06.16 23:13 1456 0
무릎은 아픈데 전신운동은 해야하고, 내장지방은 태워야하고..🤔 슬로우버피 하자1 無地태 06.16 23:13 1773 1
모 버튜버의 구글 검색 기록9 한문철 06.16 23:05 10877 0
독일이 국가를 부를 때 1, 2절이 아닌 3절을 부르는 이유2 오이카와 토비 06.16 22:50 7518 1
트위터(=X)에서 반응 난리난 탕웨이식 화법....jpg1 Tony Stark 06.16 22:48 2543 1
로판 빙의자들 신기한점..........................twt4 유난한도전 06.16 22:44 4930 3
아이돌 메이크업 받은 평범한 여학생.gif117 He 06.16 22:42 80211 14
전체 인기글 l 안내
6/18 16:56 ~ 6/18 16:58 기준
1 ~ 10위
11 ~ 20위
1 ~ 10위
11 ~ 20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