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결, 줄리안과 로빈 연인이 되기까지
J
'연애' 라는 걸 상상조차 해 본 적 없었다.
그녀도 아닌 '그'와의 연애라니, 평소의 자신이었다면 말도 안 된다며 머리를 때렸을 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눈 앞의 그는, 마치 요정같았다. 그 누구보다 아름다운 나의 요정
어떻게 하면 그의 마음을 얻어낼 수 있을까 그 생각으로 하루를 보냈고, 그러다 보니 가까워졌다.
그도 나를 싫어하는 눈치는 아니어서 그래서 조금은 마음이 놓였던 건지도 모른다.
그렇게 일 년 가까이 쫓아다닐 무렵 그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나는 이런데, 당신은 어때요?
나는 당신을 이렇게나 생각하고 있는데, 당신은 어떤가요?
묻고 싶었던 것들이 많았지만 그 누구보다도 내가 그를 잘 알기에 선뜻 말을 꺼내지 못 했다.
7살이나 연상이고, 그만큼 생각도 깊은 그였으니 나를 받아주지 않을 것이 확실했기 때문이다.
내가 조금 더 멋진 사람이 된다면, 조금 더 생각할 줄 아는 나이가 된다면.
그 때는 나를 받아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기다려달라고 얘기를 건네고 싶었다. 그렇게 된다면 나를 철부지 어린애로만 보지는 않을 테니까.
조금 더 다가가고 싶었지만, 아직 일렀다. 그러니까. 나는 당신에게 도망칠 기회를 주는 거예요.
더 이상 나를 받아준다면 정말로 선을 넘어버릴지도 모르니까.
일 년 동안 좋아했으니까 어쩌면 진짜로 나를 받아줄지도 모른다는 상상으로 밤을 샜다.
나 때문에 밤 새운 적이 있을까요 당신은. 나는, 매일 당신이 떠올라서 잠을 못 이뤄요.
이런 내 마음을 알아준다면 좋을텐데.
오늘 그를 위해 마지막 선물을 가져다 놓았다. 이제 기다려달라고 이야기만 건네면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를 만나러 갔더니 내가 찾는 그의 모습은 어느 곳에서도 보이질 않았다.
비가, 내리는데.
그에게 마지막으로 하려했던 말을 전하기 위해 우산을 들고 내가 혼자 정해버린 그와의 첫 데이트 장소로 달려나갔다.
아. 그가 운다. 우는만큼 내 마음이 더 아팠다. 그의 눈물이 내 심장에 비수로 꽂혀 너무나도 힘들게 한 발씩 달렸다.
아무렇지 않은 듯 우산을 씌워주었다. 마지막이니까, 마지막으로 좀 챙길게요. 내 사랑이 이것 뿐이라 미안해요.
그를 향해 다그쳤다. 그는 울면서도 나를 향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자꾸 그렇게 바라보면, 결심이 무너지잖아요.
그 순간 그 아름다운 입에서 더 아름다운 말이 나왔다.
그가 나를 좋아한단 고백이었다. 순간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 앉을 뻔 했지만,
사랑스러운 말이 터져나온 그 입술을 탐하고 싶었다.
우산을 떨어뜨렸다, 그리고. 저질렀다.
매일 밤 상상했던 첫 키스의 순간이었다. 정말 미친 사람처럼 그를 탐하려고 드는 내 마음을 마구 눌러버렸다.
입술을 떼고 그를 향해 웃었다. 그도 나를 향해 웃었다.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코스모스향이 풍겨오는 것 같아 그와 다시 눈을 맞췄다.
예쁜 눈동자에 오롯이 비친 내 모습이 어딘지 조금은 어른이 된 것 같았다.
그 날 이후로 그와 나는, '연인'이 되었다. 그래, 연인. 수백 번을 되뇌어도 설렘이 가시질 않았다.
연인, 연인, 나의 연인 로빈. 당신을 사랑해요 어쩌면 내 마음보다도 더 많이.
당신에게는 좋은 것만 주고 싶은 내 마음을 아나요.
사랑합니다. 언제까지나, 내 마음속에 당신을 담아둘게요. 나의 연인.
R
처음에는 그냥 귀여운 학생,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좋아해요" 고백하는 아이들이 많았기에 그러려니 했다.
그래 알아. 라고 대답하면 다들 좋아서 웃고 돌아가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그 애는 달랐다. 좋아한다는 말 대신 웃음으로 마음을 전했고, 날 위한 거라며 정성들인 스승의 날 편지는 정말로 감동이었다.
가장 생각나는 분이 나여서 내게 썼다고, 너무나 좋아해서 그 커다란 마음을 다 전하지 못한다는 편지에 웃음이 나왔다.
어느 날은 내게 좋아하는 것이 있냐고 물어보기에 귀찮아서 눈에 띄는 커피라고 이야길 했다.
그랬더니 계속해서 아침에 내 책상으로 커피와 매일 고백하겠다며 편지까지 가져다 놓았다.
정성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서 그 애의 편지를 모아두었다.
어느 새 작은 통에 담아두었던 편지들이 넘쳐 더 큰 통으로 옮겨넣으며 다시 편지를 읽어 보았다.
내가 이렇게 매력적인 사람이었나. 한 마디마다 오롯이 나를 위한 편지라는 것이 드러났다.
그게 참 좋아서 편지를 꼼꼼히 더 읽게 되었다. 그러다가, 내가 사람을 좋아할 때 어떤지. 알게 되었다.
오지 않으면 불안했고, 다른 사람과 조금이라도 친한 것 같으면 마음이 아팠다.
나를 위한 커피가 없는 날엔 괜스레 서운했고 어느 날에는 평범하다 생각했던 금발이 눈 앞에 펼쳐진 햇살보다도 아름다웠다.
언제부터인지 정확히는 모르겠다. 자연스레 그 아이의 마음을 받아준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그 앨 좋아하고 있었다.
예쁜 금발머리도, 촉촉한 눈동자도, 애정이 가득한 말들도, 모두 다 나를 향한 행동들도.
다 나의 것이었다. 나를 위한 것, 아무도 가지려 들 수 없는.
내가 이렇게 집착이 심했나 할 정도로 몰래 집착하곤 했다.
그 애의 담임인 장위안이 점심을 먹으러 나간 뒤 몰래 전화번호를 알아냈고 문자를 보낼까, 전화를 해 볼까 몇 달 내내 고민했다.
부정하고 싶었다. 나는 25살이고, 아이는 나보다 7살이 어리다. 미래가 밝은 아이다.
공부에도 소질이 있고, 사람만나기를 좋아하는 아이라 어디에서도 밝은 분위기를 만드는 아이였다.
그 아이를 위해 내가 피해주어야 한다는 걸 나는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아직은 우리를 위한 시선보다 우리를 미워하는 시선이 더 많을 것을 알기에.
그 애를 놓아주어야 했다. 머리론 쉬웠는데 마음이 잘 되지 않았다.
어떻게 보자면 함께였던 그 일 년이 마음에서 떠나질 않았다.
사랑이구나, 사랑. 어쩔 수 없었다. 좋아하는 것을.
비가 오는 날이었다. 자꾸 멈췄다가 내렸다가 변덕이 많은 날씨였다.
그 날 따라 아이가 보이지 않았다. 신경이 쓰였다.
요즘 너를 멀리 하려는 나를 눈치 챈 것일까, 마음과의 이별을 택한 것 같았다.
그 애의 선택을 존중해야 했다. 줄리안, 너를 이만큼이나 좋아하고 있어. 보여주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다.
네 말마따나 마음이 너무 커서, 그리고 그만큼 너를 포기해야하는 현실도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
그 애의 마음이 진실로 나를 떠났다고 여겨졌다.
나는 눈물이 나는 걸 멈추기가 힘들어 마지막으로 함께였던 곳으로 자꾸만 발길을 돌렸다.
아, 괜히 온 것 같았다. 여태까지의 추억들이 나를 스쳐지났다.
자꾸만 눈물이 나왔다. 변덕스러운 날씨가 나를 더 괴롭게 하려는 듯 자꾸만 비를 퍼부었다.
우산, 없는데.
이럴 때 그 애가 와준다면, 좋을텐데.
어쩔 수 없이 빗속을 헤치고 뛰어가기로 결심했다. 일단 교무실에 가면 뭐가 어떻게든 되겠지.
흐르는 따뜻한 비와, 내리는 차가운 비가 만나 두 볼을 적셨다.
세찬 소나기에 몸이 아팠다. 그러다가, 정말 소설처럼 그 애가 내 앞에 섰다.
우산을 씌워주곤 나를 위해 걱정한 그 애의 말들을 듣고 쏟아져나오는 애정을 감출 수 없었다.
좋아해, 많이 좋아하고 있어. 그 애는 한동안 경직된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괜히 마음이 떠난 아이에게 혼란스러움을 준 건 아닐까 걱정했다.
나더러 눈을 감으라기에 감았다. 우산이 떨어지고, 다시 비가 내렸다.
내 차가운 입술 위로 온기가 따스히 감싸왔다.
말 하지 않아도 서로 마음이 전해졌다. 사랑해. 사랑해요.
오롯이 나를 담은 눈과, 그 예쁜 미소가, 나를 위한 그 모든 것이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우연히 만나 인연을 맺게 되고, 그 인연을 통한 애정으로 우리는 연인이 되었다.
내 마음에 언제까지나 너를 담을게 줄리안, 나의 연인. 나의 안식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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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완결임ㅁ니다!! ㅎㅎ 바로 번외 들고 올게요 기다리세요!! 오늘 밤을 불태우겠습니다!!!
독자님들 언제나 사랑하는 것 아시죠?
사랑합니닷ㅎㅎ
암호닉
마늘, 연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