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많이 이해안가셨던 지난날을 위해서 과거편을 준비했습니다!
암호닉 : [뿌요] [바나나킥] [주네짱] [깜백]+새로운 암호닉! [구준회] 님!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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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태어났을때부터 혼자는 아니었다. 그냥.. 자연스럽게 혼자가 되어있었다.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모아 학교를 차렸다고했다.
사람을 둥둥 띄워서 하늘을 날게 만들수도 있고, 번개를 내리치거나 나처럼 불을 쏘기도했다. 지원은 태어날때부터 타고나게 열을 가지고 태어났었다.
지원의 부모님은 그를 자랑스럽게 여겼지만, 대도시의 사람들은 그런아이를 종종 데려가곤했다. 이사를 다니며 간신히 그들을 따돌렸을때 지원은 작은시골마을에 거주하고있었다.
함부로 밖을 나가지도못했다. 여느 애들처럼 모래성을 쌓지도, 가위바위보를 할줄도 몰랐다. 엄마가 깍아주는 사과를 먹으며 바깥세상에대한 얘기를 들을뿐.
그래서 내가 가지고있는 능력이 좋기는 커녕 저주스러웠다. 불을 피워내는 작은 손을 몇번이고 내리쳤다. 저주받은 내게 신이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했었다.
"야!"
그날도 창문밖으로 손에 불을 놓고 장난을 치고있었는데 여자애의 목소리가 들려 얼른 불을 껐다.
애도 내가 가지고있는 불이 신기한건가. 내 손에 따라 커지는 눈이 예쁘다. 불을 가지고 집에서 장난치던걸 몇번 해줬더니 우와,하면서 바라본다.
이게 그렇게 신기한가. 처음으로 내 능력에 웃어주며 한시도 눈을 떼지못하는 여자아이의 모습이 그날 밤 몽글몽글 부드러운 솜사탕이 뱃속에서 통통 튀는것같은 느낌에 잊혀지지않았다.
지원의 얼굴에 제 나이에 걸맞는 예쁜미소가 걸쳐진건 그날밤이 처음이었을것이다.
"야!"
오늘도 날 보러온 여자아이. 들뜨는 마음에 창문밖으로 몸을 좀 더 빼다가 사고가 날뻔했지만, 실실 웃어댔다.
걱정스러운 눈으로 날 바라보는 그 눈이 또 너무 예뻤다. 더 가까이서 보고싶었다.
오늘도 내일도 항상 와서 날 창문너머로만 바라봤다.
그러다가 하루는 용기를 내서 물어봤다.
"나 내려가도되?"
"어,..아니"
금새 어두운 표정을 하곤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그리고는 내 시야를 피해 도망가버렸다. 마음에 먹구름이 잔뜩 꼈다. 서운해서 그날밤은 엉엉 울었다.
그치지않는 울음에 입안에서 불을 토해냈다. 입천장이 다 헐고 손도 까맣게 그을렸다. 엄마말론 어리기때문에 능력을 컨트롤 하지 못하는거라했다.
그래서 더욱더 조심해야한다고, 함부로 불을 사용해선 안된다고 명심에 또 명심을 했다. 울먹이면서 끄덕이던 내 머리를 쓰다듬어준 엄마의 미소는 따뜻했다.
앞으로 함부로 불을 사용해선 안되겠다. 꼭 그래야지. 엄마와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했다. 꼭 꼭 약속해.
그 아이가 미워서 다신 보고싶지않았는데, 아침에 일어나서도 제일 먼저 창문으로 시선이 갔다. 오랜만에 창문밖을 쳐다보니까 그 아이가 미안한지 손장난을 하며 서있었다.
아무말도 하지않고 그냥 가만히 쳐다보니까 시선이 맞물렸다. 그리곤 그 아이가 나한테 물어왔다. 이름이 뭐냐고
"김지원
넌?"
"난 ㅁㅁㅁ..
너 아팠다며..?"
"응."
"많이 아팠어?
치과 가는거보다 아파?"
고개를 살짝 저었다. 그을려진 손을 슬쩍 숨겼다.
더 걱정시키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눈에 방울방울 눈물이 가득 차있어서.
"미안.. 난 아무거나 흡수해버린데
그래서 너같이 에스퍼인 앤 나랑 같이 있어선 안된데
그대신 이걸 줄게!"
"응?"
그녀의 작은손에 쥐어진 풀반지를 번쩍 들어 지원에게 보여줬다. 가까이보려고 몸을 좀 더 기울였을때
그녀는 바닥에 조심스럽게 풀반지를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다시 지원에게 외쳤다.
"내가 더 크면
그때 호 해줄게!
이건 약속의 선물!"
"응!"
허공에 새끼손가락을 내밀며 서로에게 약속했다.
꼭 꼭 약속해.
.
처음그날처럼
며칠전 몰래 밖에 나가 풀반지를 가지고왔다. 풀이 살랑 제 손가락을 간지럽힌다. 제 마음도 간지럽다.
"지원아!
여기 꼭 있어야한다?
엄마 잠깐 옆집에 갔다올게"
가만히 엄마가 깍아준 과일들을 먹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가 나가고 얼마안있어서 과일접시가 비었다.
재미없는 동화책을 덮고 창문으로 올라갔다. 오늘은 무슨 얘길할까. 하늘위에 올라간것처럼 붕붕뜬다. 너만 보면 민들레씨가 내 안에 와 간지럽히는것 같다고 해야할까.
지원에겐 이 창문이 천국으로 올라가는 문이었다. 하지만 오늘 동네 분위기는 좀 이상했다. 이상하게 조용하다. 무서워서 창문에서 내려와 엄마를 찾았다.
"우리엄마가 아파!
도와줘 지원아!"
숨이 찬듯 집에서 여기까지 달려온 그녀가 날 쳐다보면서 울고있다.
엄마가 아프다면서 얼굴을 잔뜩 찡그리곤 불안한지 손을 잡아 뜯는다.
"응?"
그 눈에서 눈물이 뚝 떨어졌다.
알수없는 감정이지만 왠지모르게 따라 울것같았다. 하지만 울지않고 문을 향해 달려나갔다.
"너네 엄마가 와서
도와주는데도 안나아.."
처음으로 엄마의 허락을 받지않고 밖으로 나왔다.
나와서 제일 먼저 그녀의 눈물을 닦아줬다. 그리고 고사리같은 손으로 토닥여줬다.
.
"엄마! 엄마!"
"이 악마의 딸년!!"
그곳엔 정말 제 엄마도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엄마는 정신을 놓은듯 그녀를 향해 소리쳤다. 저주받은 기집애가 우릴 삼킬것이다. 나의 신이 그렇게 말해줬다.
그녀를 내치고 짓밟고, 폭언을 했다. 알수없는 분노가 지원을 먼저 덮쳤다. 예쁜눈이 찡그려지고 눈물을 방울방울지어 쉴새없이 떨어진다. 작은악마가 제 귓가에 말한다. 그녀를 지켜줘야지.
화한 기운이 몸을 덮치더니 그을렸던 손에 다시 불이 피어오른다. 안되, 안된다. 엄마하고 약속했는데. 아무리 제손을 억눌러봐도 반항하듯 더욱 거세지는 불길에 당황하는 지원이다.
"지원아?"
끕끕거리면서 울기시작했을때 그녀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을때 지원 자신의 불길이 그녀에게로 향한다는것을 알았다.
아니 마치 아이의 능력이 빠르게 그의 능력을 흡수하는 것 같았다. 그녀의 행동과는 원치않게 빠르게 빠르게.
"미안.. 난 아무거나 흡수해버린데
그래서 너같이 에스퍼인 앤 나랑 같이 있어선 안된데"
아,안되...
손을 틀어막았다. 불길이 너무 뜨거워서 금방 떼버렸다. 내가 너무 아파서 떼버렸다.
불을 모두 흡수해버린 그녀는 무언가 이상했다. 불이 그녀를 집어삼키고 말았다. 그녀는 힘없이 죽은송장처럼 바닥에 떨궈졌다. 셍기있던 눈동자도 져버린지 오래다.
온 몸이 새까맣게 타버려서 표정도 눈빛도 알아볼수조차 없다. 다시 손을 뻗었을땐 엄마가 거칠게 내 손을 끌어잡곤 도망치듯 집으로 향했다.
저기에 풀반지가 떨어져 있는데, 어서와서 주워와야 하는데. 약속의 선물인데 꼭꼭 약속했는데. 지원의 마지막 외침이 그렇게 사라져갔다.
.
지원의 불길에 집 이곳저곳에 불이 붙었다. 언젠가 있을일이었다며 채념하는 아이의 아버지가 할수있는거라곤 사라져가는 제 몸뚱이와 보금자리에 실성한 아내를 붙잡는 일,
그리고 제 딸이 온전히 다시 태어날수있도록 도와주는 일뿐이다. 신의 저주받은 선물을 받은 아이는 예전부터 이래왔다.
몇번이나 크게 넘어져도 우는일은 없었다. 상처가 나면 그 상처를 메우기위해 다른 이들의 살을 흡수해왔으니까 아픔을 몰랐던게 당연하겠지.
"이 더러운 기집애!"
"여보!! 진정해!"
"내가..내가...!"
"평생을 죽지도못하고 사랑하는 사람의 뼈와 살을 갈라내서라도 살아.
네 스스로 몸을 해치면 해칠수록 다른사람의 살이 네 살이되는 저주받은 몸뚱이란걸 평생 저주하며 살아라!"
점점 몸이 사라진다. 몸이 너무 뜨겁다. 차라리 죽고싶었다. 이순간에도 잔인한 엄마의 외침은 또렷히 들린다. 아이는 어린몸이 감당해내긴 힘든 고통을 결국 견뎌내지 못하고 져버렸다.
평생을 살면서 한번도 이런 아픔은 겪어본적이 없었다. 더이상 생명이 없는 몸뚱아리가 바닥에 떨궈졌다. 그때 아이의 능력이 살아남기위해서 발버둥치기 시작한다.
불길이 분명히 자신을 덮쳤는데, 분명 몸엔 아무런 힘도 없는데 마치 악마가 다가와 제 몸에 영양분을 공급해주는것만 같이 점점 몸에 생기가 돌았다.
그 순간이었다. 제 엄마가 녹아내려 자신의 몸의 일부분을 만들어내기 시작한것은, 엄마의 왼쪽 다리는 자신의 두 팔을 만들어냈고, 오른쪽다리는 오밀조밀 손가락과 손톱들을 만들어냈다.
얼굴과 눈 코 입은 머리카락과 속눈썹을 만들어내고, 머리카락은 눈 코 입을 만들어냈다. 몸이 찢어지고 다시 합쳐진다. 또 부러지고 다시 붙는다. 아프다 너무 아파.
극심한 고통에 고통스러워 아무소리도 낼수가 없다. 이 고통은 뭘까, 저주받은 아이라며 엄마한테 뺨을 맞았을때? 아니다. 그 고통보다 더하다. 교통사고가 났을때? 아니면 치과에 갔을때?
그것도 아니면 지원이가 아팠던 만큼일까. 아니면 그 모든걸 합친걸까. 눈이 떠졌다. 다시 살아났다. 다시 태어난 기분은 끔찍하다. 무너진 집에 제 아버지는 깔려 숨을 잃어가고있었고,
무너지는 집에 파편들이 이상하리만큼 제 몸에 닿지않는다 그 어떤것도 없었다. 마치 이 과정을 방해하지말라는듯 저주를 내리고있는 악마가 저주받은 내 몸을 방어하는것 같다.
몇번의 과정을 통해 완전히 사라져 흔적도 안남은 집터엔 무섭도록 생생한 아이의 몸이 뉘여있었다. 숨도 붙어있었고, 살결들은 더욱 희고 탄력있는 모습으로.
하지만 아무것도 기억나질 않는다. 그저 가끔 악몽으로 그 날의 일을 꿀 뿐.
"내 위에서 좀 나올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