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회야."
독주로 보이는 술잔을 천천히 기울이던 동작이 멈췄다. 이상하게 늘 무섭고 아팠던 시선이 오늘만큼은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차라리 다행이었을까.
우리가 지금이라도 끝을 낼 수 있다는게 너무 행복해서 그런걸지도 몰랐다.
"뭐가 그렇게 딱딱해."
"나 이제 너 싫어."
그의 손에 들려있던 술잔이 순식간에 튕겨져나가 반대현 벽에 부딪혀 산산조각 났다.
조각이 내 쪽으로도 튕긴 모양이었는지 손등이 살짝 따끔거렸다. 그래도 벌써 세번째인 이별고백인데, 구준회는 아직도 익숙치가 못한가보다.
"싫으면?"
비아냥거리는 말투가 죽도록 듣기 싫었다. 꼭 늘 헤어지자 해놓고 벗어나지 못하는 나를 조롱하는 것만 같았다.
근데 그럴만도 하지, 정말 나는 구준회의 손아귀에서 늘 놀아나기만 했으니.
"싫어서 어쩌려고. 넌 늘 싫다고 말하지만 변하는건 없어."
"평생."
"평생?"
"안 만나."
그제야 불안함을 느낀 구준회가 입술을 잘근잘근 물어뜯기 시작했다. 나는 거기서 묘한 희열을 느낄 수 있었다.
구준회가 나 때문에 괴롭고, 힘들어한다. 내가 구준회한테 저만큼의 가치를 지녔다.
그거면 됬다.
"우리 평생 만나지 말자."
"......"
"준회야."
하고 싶었던 말도 그의 이름을 부르면 머리가 온통 새하얘져 다시 생각해내야만 했다.
오늘도 여전히 내 머릿속은 새하얀 눈밭 위를 걸었지만, 다시 그 위에 뭔가를 써내려가고 싶진 않았다.
우리의 대화는 멈췄다. 구준회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난 네 이름 안불러."
"......"
"후회하면서 살아, 평생."
내 손등을 가격한 유리 조각처럼 아주 날카로운 말이었다. 그러나 구준회가 나를 알듯, 나도 구준회를 잘 알았다.
그는 지금 위태롭다.
독주라서 그랬는지 몇 잔 마시지도 않은 것 같은데 그는 휘청거렸다. 잡아줄 수도 없어서 나는 더 안타까웠다.
그는 내 옆에 섰다. 자기 보다 한참 작은 나를 가만히 내려다보던 그는, 그대로 나를 스쳐 지나갔다. 무슨 생각을 했을까.
너도 나처럼 시간을 되돌리고 싶을까.
나는 다시 내 머릿속 눈밭 위를 걸었다. 그 위엔 흐릿하게 무언가가 씌여져 있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보고 싶진 않았다. 이번 만큼은 그를 이겨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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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폐미 넘치는 준환 픽을 데려오고 싶었는데..............(오열)
아직 프롤르그 이기 때문에 줄거리를 알려드리기도 뭐하지만,
준회가 나쁜남자 스타일로 나온답니다.ㅎㅎㅎㅎㅎㅎ 진환이는 그런 준회에게 상처를 수도없이 받지만 헤어나오지를 모태........
그렇다고 이 장르가 후회공도 아니고 준회가 아예 나쁘게 나오는 것도아니에요. 되게 자상하게 잘 챙겨준답니다. 다만 방식이 조금 서투르죠.
둘의 과거는 전개가 되면서 알려지게 되구요, 쨌든쨌든 많이 사랑해주세용(하트)(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