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삐잉이 댄스동아리 홍일점인 썰 01
오늘은 너 삐잉이 댄스동아리에 들어오게 된 썰을 풀까 함. 일단 너 삐잉이 한빈이랑 소꿉친구라는 건 (프롤로그를 봤다면) 당연히 알고 있을 거임. 원래 너 삐잉은 독서동아리였는데, 김한빈은 그걸 탐탁치 않게 여기고 있었음. 어울리지도 않는 동아리는 왜 들어갔냐며, 우리 동아리에 들어올 생각은 없냐며 1년을 넘게 너 삐잉을 괴롭힘. 처음에는 짜증도 내고 정색도 해봤는데 김한빈한테 그런게 통할리가 있을까. 시도때도 없이 동아리를 옮기라는 김한빈의 말에 너 삐잉은 귀를 닫기로 함. 그렇게 의미 없는 1년이 지나고, 학기초 동아리 신입생을 받을 무렵에 김한빈이 또 다시 너 삐잉을 떠보기 시작함.
" 야, 너 진짜 우리 동아리 들어올 생각 없어? "
" 없다고 없다고. 그러니까 좀 비켜, 책 꽂아야해! "
" 아 이거 꽂는 게 중요한 게 아니야. 1년동안 매달렸으면 이제 좀 와야지, 어떻게 단 한번도 고민을 안 해보냐. "
" 하, 정말 널 어떡하면 좋을까 한빈아. "
" 어떡하긴, 우리 동아리 들어와야지. "
능청스런 김한빈의 말에 너 삐잉은 한숨을 푹 내쉼. 그래, 이제 너한테 이런 말 듣는 것도 귀찮고 지치니까 어디 한번 내가 그 동아리에 들어가야하는 이유나 좀 들어보자. 꽂으려던 책들을 도서실 책상 위에 던지듯 올려놓은 너 삐잉이 고개를 까딱이며 얼른 설명해보라하니, 김한빈은 불안한 미소를 씨익 지으며 주절주절 얘기를 늘어놓기 시작함.
" 자, 일단 첫번째 이유를 대자면 넌 춤을 잘 춰. "
" ..............? "
" 두번째 이유는 우리 동아리 애들이랑 형들이 너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어. "
" .............. "
" 그리고 마지막 세번째는, 파릇파릇한 신입생들이 어제 막 들어왔단 말이지. "
김한빈의 이야기를 듣던 너 삐잉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임. 그리고 김한빈은 너 삐잉 모르게 승리의 미소를 지음. 다 넘어왔네 저거. 사실 한빈이의 말 중에 틀린 건 없었음. 너 삐잉은 중학교 때 댄스동아리 부원이었고, 어렸을 때 부터 춤을 잘 춘다는 말을 종종 들어왔었기 때문임. 김한빈을 비롯한 동아리 부원들이 너 삐잉을 기다리고 있다는 이유도 맞는 이유였던 게, 김한빈이 하도 너 삐잉에 대한 칭찬을 해놔서 기대가 클 수 밖에 없었음. 동아리 시간이나 연습 시간이면 삐잉이는 언제 오냐는 부원들의 말에 김한빈도 슬슬 지쳐가고 있을 쯤이었는데, 아마 오늘이 아니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나봄. 그리고 어제 갓 들어온 따끈따끈한 신입생들이 너 삐잉이 동아리에 들어와야만 하는 이유가 되기에 충분했음. 집에서 동생 없이 막내로 자라온 너 삐잉이었기 때문에 평소에도 누나, 언니라는 말을 듣기 좋아했는데 김한빈은 얍삽하게도 그 이유를 써먹었던 거임.
" 이래도 안들어올거야? "
" ...........몰라. "
" 사실 보여주긴 싫은데, 그래도 네가 우리 동아리를 들어와야 하니까 인심 좀 쓴다. 지금 아마 연습하고 있을 테니까 나랑 연습실 가자. 애들이랑 형들 보여줄게. "
" ...지금? 나 이거 정리해야하는ㄷ.. "
" 그게 문제냐. 일단 따라 와. "
ㅇ, 야 김한빈! 애타게 부르는 너 삐잉의 외침에도 김한빈은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너 삐잉을 연습실로 무작정 데려갔음. 연습실 앞에 여유롭게 도착한 김한빈과는 다르게 너 삐잉은 빠른 김한빈의 발걸음을 따라가지 못해서 격하게 숨을 고르고 있었음. 뒷통수를 때리는 너 삐잉의 행동에 비명을 지르며 그제야 뒤를 돌아본 김한빈은 주먹을 들어올리는 너 삐잉을 간신히 붙잡고 미안하다며 아픈 뒷머리를 긁적거림.
" 이렇게 마구잡이로 데려오면 어떡해! 진짜 쳐맞고 싶어서 작정했냐?! "
" 아아 미안하다니까. 내가 기분이 존나 좋았나보지 뭐. "
" 아오 진짜..됐으니까 들어갈거면 문이나 열어. "
오케이. 턱으로 문을 가리키는 너 삐잉에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 한빈이는 시끄러운 음악소리가 들리는 연습실 문을 드르륵 열어버림. 그리고 연습하던 동아리원들의 눈이 모두 한빈이와 너 삐잉에게로 꽂힘. 그리곤 3초간 정적. 1,2,3..우와악!!!!!!!!!! 정확히 3초 후에 들려오는 우악스런 비명소리에 너 삐잉이 흠칫 놀라며 눈을 동그랗게 뜸. 음악 소리가 이렇게나 시끄러운데 저 비명소리가 사람들이 놀랄 정도의 크기였다면, 자신을 향해 돌진하는 저 남자는 분명 외계인이 틀림없다고 생각한 너 삐잉임. 눈을 한번 깜빡이고 나니 방금 그 외계인이 너 삐잉의 손을 잡고 방방 뛰고 있었음. 뭐지 이 사람..?
" 우와, 네가 삐잉이구나!!!!! "
" 으어어..아흐니까 조 나여(아프니까 좀 놔요) "
" 와 진짜 귀엽다. 어떻게 이렇게 생겼지? 난 왜 1년동안 얘를 한번도 못 ㅂ.. "
" 안녕, 김진환이야. 이 동아리 회장이고, 3학년. "
" ............아 "
" 얘는 김지원인데, 성격이 원래 좀 이래. 네가 이해 해주라. 초면인데 이렇게 막 대한 거 내가 사과할게. "
ㅇ, 아니예요! 미안한듯 눈꼬리를 살짝 접으며 웃는 진환이 모습에 너 삐잉은 괜히 자기가 미안해져서 손사래를 침. 진환이 손에 강제로 떼어진 김지원은 옆에서 시무룩한 표정으로 너 삐잉을 쳐다보고 있었는데 그 눈빛을 눈치챈 너 삐잉이 조심스레 고개를 돌려 김지원을 바라봄. 하하, 멋쩍은 웃음을 지어보이니까 그제야 마음이 조금 놓였는지 다시 비글처럼 연습실 안을 뛰어다는 김지원임. 와아악!!!!!!! 삐잉이가 웃어줬어!!!!!!!!!! 역시 희대의 병신이 틀림없음.
" 김밥 조용히 해!!! 시끄러워 죽겠네 진짜. "
" 근데, 삐잉이 너 우리 동아리 들어오기로 한 거야? "
" ..네? 아, 그건 아니고..김한빈이 무작정 데려와서.. "
" 무슨 소리야, 네가 들어온다고 해서 데려온 거 잖아. "
" ..? 야 김한빈 죽고싶냐. "
장난 반, 진심 반으로 한 얘기였는데 너 삐잉이 정색하며 답하니까 살짝 쫄아서는 미안하다며 손바닥을 내보이는 김한빈임. 익숙하게 주먹으로 한빈이의 손바닥을 콩 때린 너 삐잉은 연습실에 오게 된 자초지종을 설명함. 그러니까 말이죠, 제가 오고 싶어서 온 건 아닌데..김한빈이 1년 정도 했으면 이제 좀 넘어올 때가 되지 않았냐며..그래서 잠시 고민하던 찰나에 이렇게 끌려온 거..예요.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 진환이가 부담스러웠는지 너 삐잉은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며 횡설수설함. 그러다가 너 삐잉의 말이 끝나고 아무런 대답이 없는 진환이 때문에 엥? 하면서 고개를 들어올린 너 삐잉은 또 다른 얼굴을 마주하게 됨. 안녕! 난 송윤형, 3학년이야.
" 아..네, 안녕하세요.. "
" 그렇게 긴장할 건 없고, 일단 들어 와! "
" ................ "
" 안들어 올 거야? 아무리 3월이라지만 그래도 좀 쌀쌀한데. "
" 그럼..실례하겠습니다. "
실례는 마음 껏 해도 돼! 그러니까 우리 동아리 들어와라 삐잉아, 어? 연습실 안으로 쭈뼛쭈뼛 들어오니 언제 온건지 연습실을 날아다니던 김지원이 너 삐잉의 손을 맞잡으며 애처로운 눈빛을 보냄. 별 생각 없었는데, 정말 들어오기 싫다.. 사실 이 때 너 삐잉은 들어오고 싶지 않다고 어떻게 말해야할까, 하는 고민을 심각하게 하고 있었음. 김지원만 없었다면 ㅂㄷㅂㄷ.. 아무튼 연습실로 들어오니 생각보다 넓고 포근한 내부에 너 삐잉은 조금 놀람. 그리고 새롭게 보이는 몇몇 인물들에 두번 놀람. 다 귀엽고 잘생겨서 마지막으로 세번 놀람.
" 야, 김삐잉. 너 나랑 딜 하나 하자. "
" ㅇ, 어? "
" 우리 지금 춤 추는 거 보여줄게. 그거 보고 결정해, 들어올지 안들어올지. "
멍을 때리고 있던 너 삐잉을 툭툭 친 한빈이가 한가지 제안을 하나 해옴. 춤을 보고 판단하라는 한빈이 말에 너 삐잉은 잠시 고민을 하더니 그래, 하며 고개를 끄덕임. 뭐, 잘해봐야 얼마나 잘하겠어. 신입생들도 어제 막 들어왔다던데. 라는 장담 못할 엄청난 생각을 하면서. 한빈이는 너 삐잉의 대답에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이미 대충 준비되어있는 대형에 합류함. 다들 자리잡고 서 있으니 시작도 안했는데 뭔가 멋있어 보이는 게, 슬슬 불안해지는 너 삐잉임. 얘네 춤 보고 반하면 어떡해..? 아까처럼 눈알을 또르르 굴리면서 오만 생각을 다하고 있을 때쯤, 쿵쾅거리는 비트에 깜짝 놀란 너 삐잉은 고개를 들고 이미 시작된 춤을 감상하기 시작함. 방금까지 해맑게 웃던 김진환도, 다정했던 송윤형도, 외계인 마냥 뛰어다니던 김지원도, 10년지기 김한빈도, 이름 모를 다른 세명의 남정네들까지. 모두가 oh낫닝겐oh. 망했다 미친. 한참을 넋을 놓고 보고 있는데, 너 삐잉은 일곱 남정네들을 마주보고 있는? 그런 상태였음. 근 to the 데!!!!!!!!! 방금 지나간 저 남정네는 누구..? 왜 여자인 나보다 더 예쁘고 난..리....?
" .................. "
아니 너 뭔데 친구야.. 너 삐잉을 보며 씩 웃어주더니 다시 대형으로 들어가서 가볍게 몸을 스웨그하는 한 남정네를 본 너 삐잉은 그제야 결심을 함. 그래, 난 이 동아리에 오늘부터 합류하겠어. 아니 어떻게 저렇게 춤을 추지. 저 웃음은 뭐지. 정말 애기애기하다....... 침을 안흘린 것만으로도 다행임. 아무튼 끝날 때까지 저 남정네만 쳐다보던 너 삐잉은 끝이 나자 아쉬운 듯 입을 삐쭉거림. 그걸 놓칠리 없는 김한빈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너 삐잉을 은근 슬쩍 떠 봄. 야, 어때. 이래도 안들어오고 싶으면 ㅁ..
" 아니, 들어올래. "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그래서 언제부터 나오면 되는데요? 뭐더라..아, 진환오빠. 진환..선배...? "
" ㅋㅋㅋㅋㅋㅋㅋ오빠라고 불러. 그래서, 그럼 이제 우리 동아리 들어오는 거야? "
" 그렇고 말고요. 그래서 언제 나오면 되냐니까요? 오늘? 지금 당장? "
너 삐잉의 다급한 말에 모든 동아리원들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피식피식 웃기 시작함. 그것은 곧 박장대소가 되긴 했지만.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어떤 표정으로 말했는지도 모르고 있던 너 삐잉은 웃음소리가 복도로 나갈만큼의 크기까지 커지자 그제야 아차함. 도대체 내가 무슨........
" 아 진짜 귀엽다. "
" 지구의 생물체가 맞긴 한 거야? 뭔데 이렇게 귀엽지? 뭐지? 얘 뭔데!!!!!!!!!!!!! "
" 김밥 닥치라고 좀!!!!!!!!!! "
정말 비글 집합소구나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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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많은 사랑을 주셔서 정말 놀랬어요ㅠㅠㅠ 저번 주에 오겠다고 했었는데 이제야 와서 죄송합니다ㅠㅠㅠ 다음편부터는 더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찾아올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