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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카이는 한참동안 그 이름만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의 앞에는 백현의 신상정보가 프린트된 채로 책상에 올려져 있었다.

그리고 첸은 가만히 고개만 숙이고 카이의 말을 기다렸다.

너무 오랜시간 동안 목을 숙이고 있어서 목이 뻐근해졌지만 카이의 말이 있을 때까지 절대로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첸."

 

"네."

 

 

오랜 시간 끝에 드디어 카이가 첸을 불렀고 첸은 바로 고개를 들었다.

엌 내 목.

카이의 눈치를 보며 슬며시 뒷목을 만지던 첸이 카이가 자신을 쳐다보자 재빨리 손을 내렸다.

 

 

"디오가 돌아올까?"

 

"물론이죠. 돌아와요."

 

 

카이의 질문에 첸은 바로 대답했다.

당연히, 디오가 카이에게 안 돌아오면 누구한테 가?

디오하면 카이였고, 카이하면 디오가 자연스레 떠오르는데, 디오가 카이말고는 누가 있어?

물론 디오를 데려간 변백현이란 남자가 있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이다.

디오는, 카이에게 돌아온다.

이 때까지, 늘 그래왔으니까. 카이가 디오에게 어떤 짓을 해도, 디오는 카이 곁을 지켰으니까 이번에도 지킬 것이다, 돌아올 것이다.

 

 

"그래..."

 

 

카이가 낮게 중얼거렸다.

그러다가 옅은 미소를 띄며 첸에게 명령했다.

 

 

"지금 변백현이랑 도경수한테 감시 붙여."

 

 

그의 말에 첸은 고개를 숙이며 룸을 나갔고 김종인은 목을 뒤로 젖히며 중얼거렸다.

 

 

"그래, 도경수... 언제까지 그 놈에게 붙어있나 보자."

 

 

 

 

 

 

 

"야, 변백현! 핸드폰 챙겨가!"

 

"아, 맞다. 고마워!"

 

 

백현은 머쓱하게 웃으며 경수에게서 핸드폰을 받아 집을 나갔다.

그리고 백현이 완전히 나간 걸 확인한 경수는 천천히 부엌을 치우기 시작했다.

벌써 이런 생활이 몇 주째 반복되고 있었다.

하지만 지겹지 않고 오히려 행복했다.

 

그 곳보다 백현의 집이 더 좋았다. 몇 년간 산 그 곳보다 겨우 몇 주 지낸 이 곳이 너무 좋았다. 이제는 백현의 집이 경수에게 더 친근하고 익숙했다.

조금만 더 있다 가야지, 며칠 만 더 있다가 돌아가야지 했던 그 곳은 이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곳이 되었다.

 

그 곳은 백현의 집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같은 것 같아도 확연히 달랐다.

 

경수는 난생 처음으로 사람을 기다리는 게, 백현을 기다리는 게 너무 좋았다.

그 곳에서도 사람을 기다렸다. 자신을 살 사람을, 카이를 기다렸었다. 하지만, 기다렸다기 보다는, 경수는 가만히 있고 그들은 자신을 찾는다. 성욕 해소용으로.

하지만 백현은 경수를 정말 친구처럼, 또는 연인처럼 대해주었다.

관계를 요구하지도 않고 관심도 없어보였다.

그를 때리지도 않았고 폭언을 내뱉지도 않았다. 몇 주전까지만 해도 폭행과 폭언에 익숙했던 자신이 이제는 폭행과 폭언이 없는 백현의 집에 익숙해진 게 웃겨질 정도였다.

 

 

이렇게 사람 대접받아보는 건 인생에서 처음이었다.

자신이 누구인지 다 알면서, 아니, 다 아는게 아니라 가장 더러운 치부인 남창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평범한 사람 취급해주는 변백현이 좋았다.

그리고 자신을 위해 시간을 쪼개 집까지 와서 점심을 같이 먹고, 자신이 없는 동안 혹시라도 심심할까 집으로 전화를 걸어주는 백현이 좋았다.

싸울 때도 자신을 남창이라고 폄하하지 않는 그가, 결국에는 웃으며 사과를 요청하는 백현이 좋았다.

 

 

그 곳에서, 내가 이렇게 행복하게 웃은 적이 있었나.

 

 

카이와 사장이 자신을 찾지 않는 게 이상했지만 그저 넘겼다.

나에게 질렸거나, 나를 찾지 못 했거나.

경수는 최대한 전자 쪽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점점, 얼굴을 가리고 외출하는 것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나에게 질렸다면, 더 이상 숨어서 외출할 필요가 없을텐데.

 

 

경수는 부엌을 다 정리하고 화장실로 들어가 양치질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문득 고개를 들어 본, 거울에 비친 사내는 몇 주전과 다르게 얼굴에 미소를 가득 띄고 있었다.

 

 

 

 

 

첸은 핸드폰을 확인했다.

바탕 화면에 붉은 글씨로 떠 있는 글자.

D+25.

디오가 돌아오지 않은 지 25일째가 되는 날이었다.

 

첸은 복잡한 마음에 한숨을 쉬었다.

디오, 니가 진짜 미쳤구나. 정신이 나갔어.

 

첸은 진짜 중간에 끼여 죽을 맛이었다.

감시를 붙이길래 조만간 잡혀올거라고 생각했는데 카이는 여전히 감시만 붙이면서 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고 있었고 그의 행동에 유흥가의 모든 사람이 자신에게 질문 해댔다.

 

 

첸, 카이가 디오에게 질린거야?

디오는 언제 와?

디오 보고 싶어. 첸첸, 디오는 왜 안 와?

 

 

사람들은 아직 디오가 백현과 같이 동거하는 사실을 모르는 듯 했다.

알고 있는 사람은 카이와 첸, 그리고 그걸 목격한 창녀 몇 명과 카이의 부하들.

하지만 그들에게 입단속을 시켰으니 궁금할만도 했다.

 

 

첸은 담배를 꺼내물며 한숨을 내쉬었다.

불안해서 미칠 것 같다. 카이가 어떤 행동을 할 지 몰라서, 불안해 미칠 것 같았다.

그가 젊은 나이에 괜히 조폭 두목 자리에 올라 사람들을 휘두르고 다니는 게 아니었다.

그는 잔인하고 치밀하며, 집착이 강한 사람이었다.

카이는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다면 바로 행동으로 보여주었지만 아닐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 조용함이, 무관심한 행동이 더 무서웠다.

카이가 조용한 것이 더 무서운 이유는, 비유하자면 해일이 닥치기 전이 바다가 가장 고요할 때니까.

 

 

제발 디오가, 스스로 돌아오길 빌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카이가 디오에게 질려 디오를 버린 것이길 빌었다.

 

디오가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은, 아직도 살아있으면서 그 남자가 잡아두지 않는데 이 곳으로, 카이에게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은 백현이라는 남자와의 생활이 행복하다는 증거니까.

하긴, 사실 그럴만도 했다.

카이는 디오를 사랑하지만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으니까.

사랑한다는 말을 하면서 폭언을 내뱉고 폭행하고 남창 취급하고, 또 다른 남자에게 몸을 팔러가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정상적인 연인 관계가 아니었으니까, 백현이란 남자에게 빠질만도 했다.

 

 

첸은 디오가 카이에게 돌아오길 빌면서도 행복하기를 빌었다.

행복을 위해서는 카이를 떠나는 게 맞지만, 첸은 모순된 기원임을 알면서도 첸은 돌아와, 행복해를 반복해서 중얼거렸다.

 

 

 

 

 

퍼핀 빠이 짜이찌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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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 너무 재밌어요 진짜로요 헐 신알신 하규 가요ㅠㅠㅜㅜ?ㅠ
9년 전
레윤
홀 감사합니당ㅎㅎ
9년 전
독자2
신알신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흐어ㅠㅠㅠㅠ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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