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가 우리형 소개받았냐?"
참으로 이 상황이 얼척없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저 후드입은놈이 여자라면
조금이나마 이해가 가는 상황인데
기집애마냥 '너가 그년이야?' 의 뉘앙스는 뭐람..?
조금은 당황한 목소리로 어, 난데 라고 말하자
엄청나게 실망한 표정을 하고는 그대로
터벅터벅 걸어가는게 아닌가.
"쟤 왜저러냐?"
그러게,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다 지민아..
"너 쟤랑 친구였어?"
"어 쟤 석진이형 동생이거든, 김태형"
한바탕 이상한 일이 훅훅 지나고 난 후에
선배와 약속했던 시간이 되었다.
평소 화장을 하고다니지 않아서 친구들한테
화장품을 빌려 대충 찍어바르고
계속 머리 빗질을하자 옆에 앉아있던 박지민이
한심하다는 듯 궁시렁 댄다
"뭘 그렇게 호들갑이야..? 안받는다고 할 땐 언제고"
그거야 선배니까 말이 달라지는거 아니겠니?
라고 말하고 싶지만 꾹꾹 참았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수신거부를 누르려는데
"야 석진이형이잖아 멍청아"
라는 소리에 흠칫 놀라 넙죽 전화를받았다
"여보세요?"
-어 ㅇㅇ아 선배야. 지금 나올수 있어?
"네! 어디로 나가면 되요?"
-아니다. 내가 너네반으로 갈께 좀만 기달려.
내 의사는 전혀 묻지도 않고 뚝 끊겨버린 전화가
왠지모르게 기분이 좋다. 좀 변태같나?
오히려 나한테 '내가 글로 갈까?' 하고 물어봤다면
우물쭈물 대다가 시간만 버렸을거다.
어쩌면 선배도 그걸 알고 먼저 와주는 거 일수도있고.
"ㅇㅇ아 너 집 안가냐?"
"나 기달리는 사람있어서! 너 먼저가!"
그게 누구냐며 추궁하는 친구들도 다 보내고
박지민은 내가 손수 떠밀어 보내버리고
기다리는데 어쩐지 선배가 너무 안온다.
시계를 확인해보니 적어도 20분은 지난 것 같은데
왠지 섭섭해진다. 아 벌써 이러면 안되는데
혼자 앉아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깜빡 잠든것 같다.
너무 오래 잔것같아 깜짝놀라서 확 깨니
선배가 실실 웃으며 나를 보고있다.
"잘 잤어?"
"아..언제 왔어요?"
"한 30분 전에? 너 진짜 잘잔다. 최고야 최고"
놀리는 듯한 말투에 약이올라 째진눈으로 쏘아보니
호탕하게 웃으며 볼을 아프지 않게 꼬집는다.
.
"귀여워"
뭐라 반응해야 할지 몰라 대충 알아요, 라고 받아치자
너 진짜 재밌다. 란다
어색해지는 분위기가 싫었던걸까
선배는 날 끌고 좀 유명한 돈까스집으로 향했다.
겉으론 빕스가서 고기썰게 생겼는데
보기보다 털털하구나 싶다.
"어서오세..."
"야 맛있는걸로 얼른 갖다줘"
자꾸 마주치는 느낌인데 기분탓인가....?
하필 왜 여기 알바지 쟤는
"아 쟤 내 동생이야. 잘생겼지?"
와 순간 '선배도요' 라고 할 뻔...
주둥이 간수 잘해야겠어
"이름 김태형 맞죠?"
"어? 어떻게 알아? 둘이 아는사이야?"
"아뇨... 박지민이랑 친하잖아요"
"아 그렇지-"
혹시 화장이 번졌을까 손닦고 온다고 핑계대며
화장실로 향하는데 되게 선해보이시는 아주머니가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신다.
괜히 민망해져서 급히 눈을 피하고 가려는데
학생! 이라며 말을 걸어오신다.
"네? 저요?"
"학생 정말 참하게 생겼네-"
"아.. 감사합니다"
민망스러워서 어찌할바를 몰라하는 찰나에
아주머니 어깨너머로 김태형과 눈이 딱 마주쳐버렸다.
"학생 우리 가게에서 알바할래?"
"제가요? 저 알바 경력도 없는데요.."
"우리가게 일 진짜 쉬워~ 쟤도 은근히 허당인데 실수한번 안해!"
어지저찌 연락처를 따였다. 용돈도 벌 겸 잘됐다 싶어
어느정도 수긍을 하자,
건네주시는 명함과 함께 '내일 이시간쯤에 가게한번 들렸다가-'
라는 당부를 받았다.
"뭐야? 아는 분이셔?"
쭉 지켜봤는지 자리에 앉자마자
물어오는 선배다
"아뇨, 저 여기서 알바하기로 했어요"
"보는눈 있으시네- 여긴 알바생 얼굴보고 뽑나보다!"
"아 왜그래요-"
민망해서 눈도 못마주치고 있는데
"아- 딴데보지마, 나 봐"
"네?"
"자꾸 나랑 눈도 안마주칠라하고.. 왜그래 섭섭하게"
"아니....그게요.."
"좋아서 저러지, 깨 그만 볶고 이거나 드세요"
또 내 주둥이가 나댔나 싶어 입을 틀어 막으려는데
음식을 탁 내려놓고 가버리는 김태형 뒷모습이 보였다.
"너.. 혹시 태형이랑 싸웠어?"
"아뇨.. 쟤가 저 싫어하는거 같은데여..."
내가 쟤한테 뭘 잘못했나 곰곰히 생각보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없다.
동아리때 내 옆에 엎어져 잔 건 쟤가 먼저였고..
먼저 째려본것도 쟨데? 뭐지...?
"오늘 기분이 안좋나봐 표정도 계속 안좋네 뭐"
아 그렇구나-
선배의 명쾌한 결론에 맘 놓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
다 먹고 계산을 하려고 하는데
자꾸 더치페이를 거절하는 선배 덕에 얻어먹는 꼴이 되버렸다.
"내가 다 사서 미안하지?"
"당연한걸 물어요?"
"미안하면 내가 하자는대로 하자"
"뭔데요..?"
"나 너 집데려다줄래"
정말 선배가 내 남자친구라도 된 것마냥
어둑어둑한 시간에 나란히 우리동네를 걷고있자니
너무 좋아서 눈물이 다 날것같다.
엄마.. 엄마딸 성공한 인생이야..
낳아줘서 고마워 엄마...
"다 왔다- 얼른 들어가봐!"
"아.. 오늘 진짜 감사했어요"
"내가 더"
내 뒷통수를 슥-슥- 애다루듯 쓰다듬더니 볼을 탱탱 두번 찔르곤
잘 자! 한마디 남기고는 나를 엘리베이터로 넣어버린다.
"선배 조심해서 가요!"
용기내서 크게 말하고는 얼른 문을 닫아버렸다.
그리고나서 모르는 연락처로 문자가 왔는데,
-아구 그런말도 할줄아네
오늘 이불킥 예약이요 ㅠㅅㅠ....
일주일만에 왔네여...☆ 절 매우 쳐주세요...
(두손을 든다)
곧 축제라 너무 바쁘네여 ㅜㅜㅜㅜㅜㅜㅜㅜ엉엉 ㅜ
폭연약속드리며 저는 이만 물러갑니다~~~
분랭이 점점 늘어나는게 느껴..지시나요?
노력중이이여 ㅜㅜㅜ 제 글 찾아주시는 모든분들
행복파실꺼에요~!
사랑랍니다☺
암호닉
권지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