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알바를 시작하고 얼마 안 됐을 때의 얘기를 들려줄게!!
Bar.EXO는 생긴지 얼마 안된 가게 치곤 장사가 잘되는 편이였어.
손님이 끊임없이는 아니지만 20분에 한 팀씩은 오는 거 같았고, 가게 테이블에는
빈자리를 거의 찾을 수 없었어.
확실히 칵테일바라 그런지 남자 손님보단 여자 손님의 비율이 더 높았고,
단골 손님도 몇 명 생겨나고 있었지.
하루하루 지날 수록 입소문을 타는건지 손님은 늘어갔고,
손님이 늘어갈 수록 사장님과 매니저님, 나는 쉬는 시간도 없이
일만 해야만 했어.
힘들어도 나름 버틸 만 했어ㅋㅋㅋㅋ
막 그렇게 죽을만큼 힘든 것도 아니였고
시급 7천원이나 주는데 힘들어도 벼텨야지. 그럼그럼
암튼ㅋㅋㅋㅋㅋㅋ
알바에 익숙해져 가는 어느날이였어.
그 날도 다른날과 마찬가지로 서빙과 주방 일로 바쁘게 흘러가고 있었지
"사장님 2번 테이블에 피치크러쉬랑 깔루아밀크 1잔씩이요!"
"안주는?"
"과일안주요! 지금 깎으러 갈려구요!"
여기서 알바한지도 1주일 가량 흘렀고,
이제 과일안주정도는 내가 혼자 준비할 수 있게 됐어.
과일안주는 안주중에서 제일 만들기 쉬워ㅋㅋ
그냥 손님이 먹기 좋게 한입 크기로 과일을 깎고,
그릇에다 예쁘게 진열만 하면 되니까.
난 주방으로 들어가 싱크대 옆에 상자에 있는 과일들을
꺼내 흐르는 물에 닦은 뒤 서랍을 열어 칼을 꺼내 과일을 깎기 시작했어
"어? 사장님 왜 들어오세요?"
"주문 들어와서 알려주려고요"
주방문이 열리길래 누군가 보니 한손엔 주문서, 한손엔 쉐이커를 들고있는
사장님이였어.
원래 주문은 알바생인 내가 다 받고 사장님은 바에서 칵테일만 만들거든?
근데 오늘따라 손님이 너무 많아서 사장님도 주문받고 서빙하고..
내가 알바 시작한 이래 가장 바쁜 날이였엌ㅋㅋㅋㅋ
"뭐 들어왔는데요??"
"과일안주요. 아직 앞 주문꺼 안 나갔죠?
한 그릇 더 준비해야겠네"
"아.. 네! 알겠습니다"
사장님은 싱크대 위에 테이프로 주문서를 붙인 뒤
'수고해요'라며 내 어깨를 두어번 두드리고 쉐이커를 흔들며
주방을 나갔어.
아직 첫번째 그릇도 완성 못했는데..
빨리 준비해야겠다 싶어서 과일깎는 속도를 올렸어.
원래 매니저님이 옆에서 도와줬었거든?
근데 오늘 매니저님도 카운터에서 되게 바쁜 거 같았어.
손님맞는걸 매니저님이 하는데 오늘 같은 날은 손님맞이만 해도 진짜 바쁘지.
우리 셋이 오늘 진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어 정말ㅋㅋㅋㅋㅋ
불같은 속도로 첫번째 그릇을 완성하고 칵테일과 함께
부리나케 서빙을 한 뒤 다시 주방에 들어와 두번째 그릇을 만들기 시작했어
"아야!"
그리고 사건은 터졌지..
칼을 다루고 있어서 조심했어야 됐는데 너무 급하게 깎았던 탓에
과일을 들고있던 왼손 엄지손가락이 칼에 베어버리고 만거야.
깜짝놀라서 들고있던 사과도 놓쳐버리고
칼도 바닥에 떨어뜨렸어
왜 하필 이렇게 바쁠때 다치고 난리냐고ㅠㅠㅠㅠㅠㅠ
베인 데를 보니까 그렇게 깊게는 베이지 않은 거 같았는데
계속 피가 멈추지 않고 뚝뚝 떨어지는거야.
일단 급하게 휴지로 지혈 하고,
떨어뜨린 칼을 주워서 닦고 사과는 새로운걸 하나 꺼내서
다시 깎기 시작했어
어쨌든 안주는 완성해야되니까ㅠㅠㅠ
어찌어찌 안주를 완성하고 쟁반에 올려 주방 밖으로 나가 주문서에 써있던 테이블로
서빙을 했어.
다친 손은 못 쓰니까 한 손으로만 서빙을 했는데
손님이 그걸 보고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눈빛이였어..
아무튼 맛있게 드시라고 하고 쟁반을 들고 나왔어ㅠㅠㅠ
그리고 주방에 들어가 새로운 휴지로 다시 지혈을 했어...
피가 진짜 멈추질 않더라고ㅠㅠㅠㅠㅠ
내 인생에 이렇게 많은 피가 내 몸에서 나오는건 처음이라서
놀랐어 좀.... 헌혈도 한번 해본적 없었는데..
그래도 계속 손가락을 휴지로 누르면서 지혈하니까
조금 멈추는 거 같긴 하더라고..
하지만 계속 이렇게 앉아서 손가락만 누르고 있을 순 없잖아ㅠㅠ
일 해야되는데... 오늘 사람도 많은데..
밴드라도 사서 붙여야 겠다는 생각에 난 주방에서 나와 바 쪽으로 다가갔어.
사장님은 여전히 칵테일 만드느라 바쁘더라고...
말해야 되는데.. 잠깐 나갔다 오겠다고....
근데 너무 바쁘셔서 말할 타이밍을 못 찾겠는거야ㅠㅠ
그렇게 계속 눈치만 보고있는데....
"뭐 할 말 있어요?"
사장님이 먼저 날 발견하고 말 걸어주셨어.
난 이때다 싶어 얼른 얘기했어. 방해 안되게ㅠㅠㅠ
"아 저 사장님, 잠깐 밖에 나갔다 와도 될까요?"
"밖에요? 왜요?"
"갑자기 무슨 일이 생겨서....."
"무슨 일? 급한 일이예요?"
"급하다고 하면 급한 일이긴 한데..."
"무슨 일인데요?"
"아...저.... 그게..."
난 뒤로 감췄던 손을 앞으로 내밀었어
"사실 아까 과일안주 만들다가 손가락을 베여서요ㅠㅠㅠㅠ
피가 멈추질 않아서 밴드좀 사다 붙이려구요ㅠㅠ...."
"......"
"5분만! 진짜 딱 5분 안에 갔다올게요!
죄송해요.. 오늘같이 바쁜날에ㅠㅠㅠ 조심했어야 됐는데ㅠㅠㅠㅠ 바보같이ㅠㅠ"
사장님이 내 말을 듣더니 흔들던 쉐이커를 멈추고 날 바라봤어.
칠칠치 못하다고 생각하시겠지ㅠㅠㅠ
그것도 조심 안하고 뭐했냐고 뭐라고 하시는거 아냐ㅠㅠㅠㅠㅠ
괜히 쫄아서 눈도 못 마주치고 있었는데,
"..많이 다쳤어요?"
"..네?"
"봐봐요. 여기에요? 휴지로 감싼 곳?"
"어, 어... 네."
쫄아있던 내가 무색할만큼 다정한 목소리가 들리는거얔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들고있던 쉐이커를 내려놓더니 내 쪽으로 다가와서
다친데 보자며 손을 잡는데,
뭐..지 사장님이 원래 이렇게 다정한 분이셨나? 싶었엌ㅋㅋㅋㅋㅋㅋ
"그, 그렇게 많이 다친건 아니예요! 그냥 밴드 사서 붙이면 되요"
"..피가 계속 나네요"
"어.. 그게.. 아까부터 멈추질 않아서..."
"잠시만 있어봐요."
내 손을 보던 사장님이 갑자기 바 밖으로 나가더니 카운터로
가는거야.
그리곤 카운터에 있던 매니저님하고 뭐라뭐라 얘기하더니
다시 바로 와서는 갑자기 자기가 입고있던 유니폼을 벗기 시작하는거야
(유니폼이라고 해봤자 앞치마랑 조끼야ㅋㅋ이상한 상상 금짘ㅋㅋㅋㅋㅋ)
"......?"
"밴드 편의점에 팔죠?"
"어.. 네.."
"그럼 잠깐이면 되겠네. 가요."
하면서 내 손목을 잡고 가게 문쪽으로 걸어가는거야.
??????
지금 이게 뭔 상황....?
내가 언제 사장님하고 같이 가달라고 말했었니..?
아니 내가 미치지 않는 이상 그런 말을 할리가 없지????? 음..??????
"저, 저 혼자가도 되요! 사장님 바쁜데 왜 굳이...."
"바 오래 못 비워요. 종인이가 잠깐 봐준다고 한거라서.
얼른 가요"
이러면서 막무가내로 걍 데려감....
아니 그러니까 바쁘신데 왜 굳이 같이 가는 거냐니까요?????????
편의점이 먼 것도 아니고, 지금이 혹시 밤이라 위험해서 그런가 싶어도
여기 상가밀집지역이라 사람도 많아서 별로 위험하지도 않는데????
하지만 결국....
사장님과 나는 편의점에 도착하고야 말았어...
"약은? 필요 없어요?"
"약국 지금 문 다 닫았을 거예요.."
"아 그렇지.. 그럼 일단 밴드라도 붙여요."
"아..저.....네...."
"병원에 안 가봐도 되겠어요?"
"아 아뇨! 뭐 이런걸로 병원을.. 약 바르고 밴드붙이면
금방 나아요"
사장님이 빨리 붙이라는 눈빛으로 쳐다보길래 난 밴드를 까서
다친 손가락에다 붙였어. 피는 거의 다 멈춘 거 같더라고.
다 붙이고 사장님 쳐다보니까 그제서야 내 손목 놓아주더랔ㅋㅋㅋㅋㅋㅋ
"저...사장님"
"네"
"감사합니다... 걱정해주셔서..."
손 베인걸로 이렇게 유난떨기도 처음이라섴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나 걱정해서 바쁜데도 나와서 밴드도 사주시고..
고맙다고 하니까 살짝 미소지으시더라.
그때 사장님 웃는거 처음봤어
사장님이 그렇게 살가운 분도 아니셔서 나 일하는 1주일동안 웃는 거
한번도 본 적 없거든.
원래 웃음이 없는 사람인가 했는데 저렇게 웃으니까 의외였어ㅋㅋㅋㅋㅋㅋㅋ
"들어가요. 김종인 화나겠어"
"..네!"
뭔가 가까워 진 듯한 느낌?
나만 느낀건진 모르겠는데 그런 느낌이 들었어.
우리 둘은 편의점을 나와 다시 가게로 들어갔고,
매니저님이 우리 둘을 보더니 빨리 주문부터 받으라면서 아주 닥달을 하셨어ㅋㅋㅋㅋㅋ
"ㅇㅇ씨, 다쳤다면서? 괜찮아요?"
"네. 괜찮아요."
"어디 많이 다친거야?"
"아니.. 그건 아니구요.. 그냥 손 살짝 베였어요"
"아 그래? 난 또 어디 심하게 다친 건줄 알았네"
"아니예요. 걱정 안 하셔도 되요"
"아니 오세훈 저 자식이 하도 정색을 하고 말하길래. 아니라면 됐지 뭐.
주문 밀렸어. 얼른 가 봐"
별 것도 아니였는데 뭘 정색까지 해가면서 말했대..
알았다고 하고 난 주문을 받으러 테이블로 갔어.
그렇게 밀린 주문을 받고, 한바탕 몰려오던 손님들이 나가고 나니까
벌써 퇴근할 시간이더라.
사장님이랑 매니저님이랑 나랑 셋이 마무리 정리를 하고 있는데
매니저님이 청소하다 나한테 뭘 물어왔어.
"ㅇㅇ씨는 집에 뭐 타고 가요?"
"저요? 저 그냥 걸어가요"
"집이 어딘데?"
"한 10분? 15분만 걸어가면 바로예요."
"그래요? 근데 퇴근하면 4신데 걸어가는거 안 무서워요?
어둡잖아"
"뭐 딱히 무섭다고 느껴본 적은 없는데.."
"그래도 조심해요. 여자 혼자 다니는게 얼마나 위험한데"
"그런데 4시에는 버스도 안 다닐 때라서..
택시 타기엔 돈이 많이 들고..."
"집이 정확히 어딘데?"
"저 인티아파트요."
"인티아파트면... 야 오세훈!! 너네집 가는 길 아니냐??"
바에서 정리하고 있던 사장님이 매니저님의 말에 고개를 들었어.
"그런가"
"너 가는길에 ㅇㅇ씨 내려주면 되겠네. ㅇㅇ씨 인티아파트 산대"
"네? 아니예요!"
"뭐 어때요. 어차피 가는 길이고. 중간에 내려다 주기만 하면 되는데."
"아니예요! 괜찮아요!"
"왜. 나 같으면 태워다달라고 하겠다."
"여태까지 잘 걸어다녔는데요 뭐.. 괜찮아요."
원래 남에게 폐끼치는걸 가장 싫어한단 말이야 내가..
절대 극구 사양했어.
시급도 많이 주시는데 태워다 달라고 까지 하기엔 내가 너무 염치없어 보이잖아ㅠㅠ
10분이면 걸어갈 거리를 태워다 주는 것도 좀 그렇고...
여태까지 잘만 걸어다녔는데..
"그래 뭐... 야 나 먼저 퇴근한다!!
ㅇㅇ씨, 저 먼저 갈게요."
"네. 안녕히가세요"
"가라"
"그래, 이따 봐 다들"
매니저님은 카운터 정리까지 마저 하시더니 먼저 가겠다고 하셨어.
시간을 보니 4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였어.
오늘 하루도 이렇게 갔구나...
사장님을 보니까 아직 정리가 안 끝난 듯 싶더라고.
나도 정리가 대충 끝난 거 같아서 사장님한테 다가가서 말했어.
"사장님 저도 먼저 퇴근할게요.
아직 정리할거 많이 남으셨어요? 도와드릴까요?"
"아니예요. 거의 다 끝났어요.
먼저 퇴근 하세요."
"네... 아, 저..."
"?"
"아까 감사했어요. 이 밴드요."
손가락에 감겨있는 깜찍한 캐릭터가 그려져있는 밴드를 보며 말했어.
아까 편의점에선 정신없어서 몰랐는데 가게에 와서 보니까
요즘 어린이 사이에서 유행하는 그 캐릭터가 내 손에 감겨져 있었었던거 있지ㅋㅋ
사장님도 아무거나 집으신 거 같은데 하필 이 밴드일 줄이야.
설거지 하다 나 혼자 피식 웃었었었어ㅋㅋㅋ
"그럼 먼저 퇴근하겠습니다. 오늘 수고하셨어요!"
카운터에 있던 내 가방을 들고 사장님에게 꾸벅 인사를 한 뒤
가게 문을 나섰어.
"ㅇㅇ씨!"
"..네?"
계단을 내려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가게 문이 벌컥 열리더니
사장님이 나와 날 불러세웠어.
왜 그러시지? 할 말이 남았나?
"제 차 타고 가요."
"...."
"위험하잖아요. 어둡고."
"...."
"..가는 길이고."
그리고 후에 물어봤는데
이때 사장님이 되게 떨었었다는건 안비밀><
안녕하세요 초코링입니다ㅎㅎㅎ
다음화는 차안에서의 얘기와 또 다른 얘기를 들고올게욯ㅎㅎ
암호닉 분들 - [도라에몽] [기화] [요맘떼] [칵테일]
어제 올리겠다고 굳게 다짐했지만 이렇게 오늘에야 올리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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