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지금 평소 타의 모범이 되던 00기업의 자제인 윤별빛녀가 실종된 지 일주일이 됐는데요'
'경찰 쪽에서는 당시 cctv 미 설치인 구역으로 사라진 별빛 양의 모습을 끝으로 더 이상의 사건 진행이 안되고 있는데요'
'납치범의 소행으로 보이지만 일주일이 넘도록 아무런 행동이 없기 때문에 납치 사건이라고 단정 지을 수도 없는데요'
'무사히 별빛양이 돌아올 수 있도록 기도하며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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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유예(執行猶豫)
시간은 참 빠르다
유복했던 집안이 쉽게 몰락한 것도.
납치를 당했던 내가 이렇게 일상생활이 가능할 수 있게 된 것도
벌써 4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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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이 벗겨지고 녹이 슬어 더욱 푸른 대문이 괴상한 소리를 내며 열려졌다
분명 7월인데도 새벽의 아침 기온은 쌀쌀했다 아마 언덕을 끼고 있어 더욱 그런 것 같다고 너는 느꼈다
등교 시간이 아직 한 시간 반 정도 남았음에도 너는 긴장을 늧춰선 안됐다
구형의 작은 mp3를 손에 쥐고 이어폰을 꽂는 너는 참 이 시대와 어울리지 못 했다
남들이 보기에는 더욱 그러 하였다 그렇지만 너는 많은 사람과 어울리지 않기에 의식을 하지 않았다
너에게는 그런 사치를 부릴 재간이 없었기에 그러하였을지도 모르겠다
꽉 묶어 촌스럽게 빗어넘긴 머리가 하늘하늘 넘실거리며 뛰고 있는 네가 점점 이 언덕을 넘어서고 있을 즘 이였다
커다란 사람의 인영이 너의 눈앞에 버텨 서고 있었고 너는 당황하며 이어폰을 빼고 고개를 올려다보았다
'크다 이어폰 소리... 그러다 사고 나면 어쩌려고...'
'.. 아침 새벽부터 사고가 날까... 어쩐 일이야 오빠 학교는 어쩌고?'
'골목이 좁아서 차는 못 들어 가더라.. 그래서 기다렸어'
대뜸 차 문을 열어주는 택운의 행동의 너는 더욱 당황했어 늘 예기치 못한 행동과 말을 하는 택운의 행동이 익숙한 너였음에도
'오빠 지금 이 시간에 학교에 가 있어야 하는 거 아냐?'
'.. 상관없어 쌀쌀하다 빨리 가자...'
택운은 아까부터 자꾸 대화 문맥에 이어지지 않는 본인의 의사만을 말해
그렇지만 그게 다 너에 대한 걱정들로만 이루어진 말이라는 걸 알기에 너는 그저 택운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너는 그저 이 차가 30분 안에 학교에 도착하길 바라며 차에 탔어
그 옆에 자연스럽게 앉는 택운은 가방을 뒤적거려
'아침'
샌드위치와 우유를 건네
'.. 오빠...'
한숨을 작게 내쉬며 말하는 너를 뒤로하고 곧이어 하나 더 꺼내 먹어버리며 택운은 일종의 압박을 주었다
평소에는 늘 자신의 말을 들어주고 말을 그래도 길게 하려는 다정한 택운이지만
너에게 무언가를 해줄 때의 택운은 어설프고 약간은 강압적인 태도로 일괄시켜 절대 너의 사양을 용납지 않는 고집을 알기에 뒷말을 삼켜
먹는 소리만 들리는 차 안에서 이윽고 정적이 흐를 때쯤
'.. 늦어도 돼... 학교측에 말했어'
뒤늦게 너에게 걱정을 덜어주려 말하는 택운의 말에 너는 살짝의 웃음이 났어
'오빠 그런거 싫어 하잖아'
학교에서 택운은 늘 조용하고 성실한 학생에 속했다(성적은 좋지 못했지만) 주변의 시선은 택운에게 너그러웠지만
택운은 그 점을 이용하지 않았다 선생님이 자신에게 편애적인 태도를 보이면
늘 바로 찾아가 이러는 건 옳지 못하다고 말하는 사람이었다
'......'
'난 괜찮아 그러니까..'
'아침도 못 먹잖아.. 그렇다고 너한테 더 일찍 일어나라고 말할 수도 없고'
너와 눈을 맞추며 말하는 택운에게는 단호함이 서렸어
'... 챙겨 먹을 게'
'.. 별빛 아...'
'응 오빠'
'넌 오빠가 부담스러워...?'
직구였다 택운은 오랜 고민 끝에 말하는 말인듯했다 조금은 포장해서 말해도 될 말인데 택운은 그러질 못 했다
너는 그 점이 늘 좋았지만 이처럼 난감한 질문에는 너는 어쩔 줄 몰랐다
너는 그 말에 뭐라 답변도 못하고 차에는 정적이 또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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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보다 20분쯤 더 빨리 도착한 터라 교실에는 너 밖에 없었다
익숙하게 너의 자리에 앉아 이어폰을 꽂고 머리를 팔 위로 겹쳐 올렸다
마음이 답답했다 택운의 말에 아무런 말을 못하고 어영부영한 너의 잘못으로 상처를 준 것 같아
그렇지만 택운에게 짐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그것이 너에게 남은 마지막 자존심이었겠지
생각이 복잡해 눈을 감고 아침 공기를 들이 마시며 행복했던 유년시절을 생각한다 작은 회사의 사장님이었던 아빠, 단아하고 고왔던 엄마
그리고 아빠의 친구이자 부사장이었던 택운의 아버지, 다정했지만 몸이 아팠던 어머니 그리고 서툴렀지만 늘 친오빠처럼 대해준 택운
너는 기분이 좋아져 약간의 선잠을 자
그리고 웅성거리는 소리가 점차 커지자 너는 잠에서 깨
슬그머니 머리를 올리고 옷매무새를 만지고 정면을 보니 담임선생님과 그 옆에 멀끔하게 생긴 처음 보는 남자가 서있었다
얼굴이나 옷매무새를 봐선 전학생은 아닌 것 같았다
'자자, 주목 너희들도 보다시피 선생님이 출산날이 얼마 안 남아서 더 이상 학교에 오기는 무리일 것 같아'
부른 배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하는 선생님의 모습에 너는 왠지 모를 시큼함이 느껴져
'그래서 선생님 대신 멋지고 젊은 남자 선생님이 오셨어'
담임 선생님이 남자를 보며 웃으며 소개를 하라는 제스처를 취하자 남자가 말쑥하게 웃더니 칠판에 이름을 적기 시작해
'안녕 앞으로 1학년 3반의 담임 선생님이 된 이홍빈이라고 해 과목은 문학! 잘 부탁해'
한껏 웃으며 소개를 하는 홍빈의 목소리는 참 듣기 좋은 중저음의 목소리였어
너는 문득 저 목소리로 시를 읽으면 멋지겠다는 생각을 해
반 아이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는(여학생들의 환호가 더 컸다) 홍빈을 보고 담임선생님은 입을 삐죽 내밀어
'어휴 내가 잘생긴 남자 선생님으로 와주시라고 했지만... 섭섭하다 너희들!!'
반 전체가 뒤집어지며 모두가 웃고 있는 한때, 너는 그저 무심히 정면을 응시했어
그런데 홍빈과 눈이 마주치자 왠지 모를 기시감에 소름이 끼쳐서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리고
아무도 모르게 홍빈의 입꼬리가 샐쭉 올라갔다
별빛은 17살 택운은 19살 홍빈은 28살입니다
ㅠㅠㅠㅠ다쓰고 보니 문체가 별론것 같아요ㅠㅠㅠㅠ
별빛시점에서 쓰는게 나을듯 싶어요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