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그 다음날 일어났어
내가 운것도 아니고 평소보다 더 말끔한 모습이더라
내가 말했잖아, 돌이켜보기 싫었다고
돌이켜보면 내가 뱉은 말에 내가 후회하고 있을 거 같아서 그냥 아무 생각도 안했어
오빠 얼굴이 허공에 툭 떠오르고 하다가도, 내가 상처받았던 그 표정도 같이 떠오르니깐 다시 묵묵해지더라 마음도
나도 좀 놀랐어, 막 울고불고 하는 것 까진 아니더라도 내 모습이 이렇게까지 말끔할줄은 나 조차도 상상 못했거든
밖에 보니깐 눈은 오고 있고, 사람들은 행복해 보이는데
나만 이렇게 마음 한 구석이 텅- 비어서 공허하게 있구나 싶으면서도
오빠가 사무치게 그립거나 하지 않았어
그렇게 암묵적인 이별이 됐던 거 같아
오빠랑 나랑 싸운게 한 두번도 아닌데
한사람이 조금만 더 욕심 부리니깐 바로 틀어져버린 관계에 조금 허탈하기도 하더라..ㅎ
이때가 아마 10일? 쯤이였을거야
일부러 바쁘게 지내고, 수정이나 민석이한테도 티내지 않았어
우리는 워낙에 SNS도 잘 안하고, 그나마 하는거에도 커플 티를 많이 낸 적이 없어서 막 눈치채는 사람도 없었어.
그렇게 오빠랑 다투고 5일정도 지나니깐
그냥, 눈물이 그제서야 나오더라
그렇게 생각 안하려고 했는데, 결국은 생각나는 내가 뱉은 말들에 미안하고,
오빠도 여지껏 무수히 배려했을텐데 나 한번 그러는게 뭐 그렇게 힘들다고 그랬는지 싶고,
그래도 여전히 생각나는 그 표정엔 서운하고 밉고 화나고 그러더라
오빠랑 사실 크리스마스 이브에 겨울바다 보러가기로 했거든
어딜가도 사람이 몰릴테니깐 차라리 멀리 가자고,
오빠가 모는 차에 탈 생각에 신나고, 놀러 간다는거에 신나고, 같이 보는 겨울바다인거에 신나서 막 발 동동 굴렀었는데
그냥 한 여름, 아니 한 겨울밤의 꿈 처럼, 희미하더라
오빠가 너무 밉고, 나 스스로도 너무 미웠는데
술은 먹지 않았었거든
근데 사람이 술을 안마시고 스스로 그 슬픔을 삭히려니깐 그게 진짜 할 짓이 못되더라
이성적이게 행동하려고 참아내는 만큼 속이 삭아 가는 느낌이였어
그래서 그런지, 멀쩡한 정신에도 이상한 짓을 하고 있는거야 내가
나도 모르게 짐을 싸놓고, 다시 풀었다가, 다시 싸고
몇번을 반복했나 몰라..ㅋㅋㅋㅋㅋ좀 이상하다 이렇게 쓰니까
그래도 서로 연락 한 번 없었어 우린
그러다가 23일에서 24일로 넘어가는 자정이였어
나는 오히려 이브날에 오빠가 더 생각나고, 더 힘들거 같아서
그냥 쭉 자고 24일 오후에나 일어날 심산으로 일찍 잤거든
근데, 새벽에 갑자기 도어락 풀리는 소리가 들리는거야
우리 집 비밀번호 아는게 수정이랑 오빠밖에 없는데
오빠는 당연히 아니겠지 싶어서, 더 이불 속으로 파고 들면서 잠을 청했어
근데 막 진한 술냄새가 풍기는거야
내가 술을 일부러 더 멀리했다고 했잖아, 그래서 그런지 인상이 확 써지고
더 더 이불 속으로 파고 들었어
그렇게 한 참 아무 소리도 안나길래
막 잠에 들려고 하는데,
내 침대 맡에 앉는 순간 알았어
술 냄새 속에도 은은히 풍기는게, 아 우리오빠 향이다 하는걸.
".....00아,... 내 복덩이.."
오빠는 내가 자는 줄 알았는지 계속 '00아, 복덩아' 하면서 나 부르더라
여태 안 울고 버텼던게 다 한꺼번에 올라올 거 같아서 이불을 머리 끝까지 올렸어
"...나 좀 봐,.. 좀 봐주라.."
"...."
"오빠가,.. 내가 미안해..,"
오빠가 미안하다고 하는거에 딱 맞춰서 눈물이 떨어지더라
"나는,...후,.. 내가, 아,.."
"....."
"내가, 내가 미안해요,...근데,.."
나는 오빠가 하는 말 다 듣고 있었으니까,..
미안하다는 말 뒤에 뭔가 있을 줄 알았어, 미안하다, 그게 내 진심이 아니였다,.. 뭐 이런거
그래서 계속 기다리고 있었는데 '근데' 뒤로는 말이 없었어 오빠가
".......나는,....."
"...."
"후우,.... 내가 많이 아끼고 사랑해 너를,.. 그래서 네가 싫다고 하면,..내가 떠날 수 있을 줄 알았어,. 네가 원하는거니까.. 근데 안되겠어. 복덩아, 나,.. 나 한번만 봐주라.. 응?"
끝까지 그 얘긴 안 나왔어
그래도 오빠 진심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으니까
눈물이 흐르면서도 아닌척 꾹꾹 참으면서 일어났어
"...많이 취했어 오빠. 올라와서 자."
아직 마음이 완전히 풀리지가 않아서,
그래도 인사불성인 사람한테 화내고 할 순 없어서 그냥 일어나서 오빠보고 침대에서 자라고 하면서 비켜줬어
오빠랑 같은 침대에서 자면 내가 또 바보같이 마음 풀릴거 같아서,..
"..어, 어디가.."
오빠가 내가 방 나가려니깐 놀랐는지 눈 크게 뜨면서 내 손목 잡는거야
"거실에서 잘게 나는." 이러고 손 뿌리치려는데 오빠가 확 뒤로 잡아끄는 바람에 내가 오빠쪽으로 확 당겨졌어
오빠가 내 허리춤에 손 두르고 안으면서 "왜,... 같이 있어,...응?,..자기야.." 하는데
내가 오빠가 이렇게 불안해하고 칭얼거리는 모습 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그냥 그대로 가만히 있다가
오빠 누우라고 하고 말했어
"자요, 내일 얘기해. 나 여기 있을게."
".....어디 안갈거지..? 내일 꼭, 얘기해..."
오빠가 끝까지 내 손 잡으면서 눕더니 저렇게 말하고 몇번 내 눈 보면서 오빠 눈 깜빡이다가
점점 그게 느려지더니 잠들더라
잠들면서도 내 손은 꼭 잡고 있는데, 밖에서 얼마나 서성인건지 손은 다 터있고, 차고, 빨갛고,.. 마음 아팠어
좀 지나니깐 오빠 잠든거 같길래 살짝 손 놓고 나오려니깐
오빠가 막 잠결에 웅얼대는거야
"..우으,..가..같이,"
같이 뭐라고 하는거 같았는데 그냥 나는 거기서 나와서 쇼파에서 잠들었어
다음 날 나는 일찍 일어나서 일단 오빠 해장 해주려고 냉장고 뒤져서 국 끓이고 밥 하고 하는데
또 그날이 생각나는거야,.. 상황이 비슷하니까 또 반복되고 또 상처받을까봐
일단 오빠를 깨웠어
"오빠,.. 일어나요."
"...으,...ㅇ"
오빠가 몇번 뒤척이더니 내가 계속 깨우니깐 살며시 눈 뜨고는 나 보고 엄청 놀라더라
"어,.어?, 00아..."
"일어나서 밥 먹어. 손 안좋을거아냐."
저렇게 말하고 방에서 나오니깐 오빠도 어느순간 나와서 눈치보면서 식탁에 앉더라
"빨리 먹고 준비해요."
"어,..뭐를..?"
"오늘,. 이브잖아. 바다 안 갈거야?"
내가 아무렇지 않게 저렇게 말하니깐 오빠가 처음엔 무슨 일이지 싶다가도 바로 정신이 들었는지
아아! 하면서 "아,알겠어!" 이러고 막 밥 뚝딱- 해지우더라.
밤새 생각해봤어.
근데 그냥 결론은,...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지는거라더니, 내가 그렇구나 싶었어.
또, 한창 사귀기 시작할 때 내가 확신도 못 갖고, 불안해하고, 표현도 많이 안할때 오빠도 그랬겠지 싶으면서
내가 연애상대면 어때. 그냥 지금 연애에 집중하자. 였어
끝내는 내가 오빠를 많이 사랑하니까 못 놓겠었나봐.
♡Merry Christmas♡ |
여러분!!!!!! 메리크리스마스!!!!!!!!!!!!!!!!!!!!!!!!!!!!!!!!!!!!! 다들 어제 잘 보냈어요? 저는 홍대 가다가 가는길에 지하철에서 압사 당할뻔 했어요..ㅋㅋㅋㅋㅋㅋ 어제 놀고 와서 우리 독자님들께 뭔가 선물을 드리고 싶은데.. 생각하다가 얼른 댓글 달았죠!! 다들 그 마음 잘 전달 받으셨길!ㅎㅎ
오늘 오후나 내일 중으로 담편 써 올게요!! 너무 그렇게 답답해하지 마세요! 세훈이 시점도 올거니까~~
어제, 오늘, 모두에게 특별한 하루이길 바래요. 항상 우리 독자님들 가는길에 행복만 있길 내가 기도할게요. 다들 언제나 감사한거 아시죠? 오랜만에,..크흠!! 사랑합니다, 워 아이 니, 알라뷰, 아이시떼루, 폴라쿤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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