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말은 청산유수구나."
그는 내 말에 아무말 없이 씨익 웃었다.
"정말 보고 싶었어."
그가 나를 껴안았다.
그 특유의 상쾌한 향이 느껴졌다. 하지만 동시에 미약한 분 냄새도 같이 났다.
너무도 익숙한 향이라 이젠 화를 내는것도 지쳤어.
코 끝이 찡해졌다. 이게, 뭐가 이쁘다고.
나는 그를 더욱 꽉 껴안았다.
"넌 정말 나쁜새끼야."
"미안."
가슴께가 아릿했다.
"이 모든 말이 너무나 익숙해."
그는 말없이 나를 더욱 껴안았다.
"아마 난 집으로 돌아가면 엄청 울거야. 그런데도 정신못차리고 널 그리워하겠지.
세훈아. 나는 이게 익숙한 내가 싫어. 그래서 네가 너무 미워."
"미안. 미안해. 다신 안그럴게."
"넌 정말 나쁜 새낀데 난 아직도 널 사랑해."
그는 이제 슬슬 질린듯 한숨을 푹 내쉬었다.
"너 계속 이럴거야? 미안하다고 했잖아. 그만하자. 응? 우리 한달만에 만난거야."
"나 혼인해."
그의 움직임이 멈췄다.
"뭐?"
"왜 이렇게 놀라. 말했잖아. 난 영원히 내 옆에 있을 수 없다고."
"시발. 네가 원해서 하는 혼인이야?"
그가 내 팔을 움켜쥐었다. 아파.
근데 나는 어쩐지 이 모든 상황이 웃겼다.
짐짓 천진해 보이기 까지 하는 웃음소리에 그의 표정이 더욱 구겨졌다.
"말해봐! 진짜 네가 원해서 하는 혼인이야?"
"그럴리가. 난 널 사랑한다니까. 이렇게 혼인이라도 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널 기다릴 만큼."
"그렇담 상관없어. 네가 혼인해도 우리 사이는 변하지 않아. 언제나 처럼 우린 한달에 한번 이곳에서 만나는 거야."
"안돼."
"아니야. 돼. 네가 날 잊을 수 있을리 없잖아."
그의 자신만만한 말에 욕이 치밀었다.
넌 그 고운 얼굴로 언제나..
"세훈아. 난 궁궐로 들어가. 난 한달 뒤면 세자빈이 될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