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잊어야 함을 깨달았다.
떠나기 전에 내 새끼손가락에 걸어오던 너의 손가락의 꺼끌하면서도 부드러운 감촉이 생생한데, 나는 널 잊어야한다.
"기다려, 꼭 다시올게."
네가 떠나기 전날 밤, 날 끌어안으며 속삭였던 말이 바람이 되어 내 귓가에 맴돈다. 너는 꼭 성공하겠다며 내게 웃으며 말했었고,그 말처럼 넌 보란듯이 성공했다. 네가 그리울 때마다 너와 주고받았던 문자, 네가 떠난 뒤 간간히 주고받았던, 물론 지금은 끊겨버린 메일을 다시 보며 가슴속에 널 그리곤 했다. 그리고 지금은 매스컴에 뜨겁게 오르내리는 널 내 가슴에 담는다. 네가 그렇게 웃는 모습을 여기선 못 봤던거 같아.
더 이상은 나의 연인이 아니다. 아니 어쩌면, 네가 떠났던 그 날부터 너와 나는 이미 끝난 인연이었는지도 모른다. 너는 이미 떠났지만 내가 놓고있지 않았던 걸수도 있어.
이 낯선 외지의 땅에서 넌 나에게 꽃과 같았다. 메마르고 삭막한 사막에 피어난 한송이의 꽃. 하지만 그만큼 너는 나에게 어울리지 않았던 건지도 모르겠다. 뭣도 모르는 유학생인 나와 이곳에서 줄곧 생활하며 가수를 준비하던 너는 생활이나 마인드에서도 큰 차이가 있었다. 우리는 사랑이라는 한 단어로 그 틈을 어떻게든 메꾸려 했지만 생각보다 잘 되지 않았다. 어쩌면 그 사랑이라는 감정이 같은 고국의 바람을 쐬었다는 동질감이나 낯선 타지에서 힘들게 생활하고있는 서로를 바라보며 생긴 연민에 불과했을 수도 있겠다.
이제는 널 놓으려 한다.
"Hi James"
평소보다 더 진한 화장을 하고 다른 남자와 만난다. 한때 너하고도 친구였던 남자. 너와 가까운 사이였던만큼, 그는 너와 비슷한 점이 많았다.
한잔 두잔.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르며 후끈, 열이오른다. 그는 내 어깨에 팔을 둘러오고 나는 그 팔을 내치지 않는다. 그는 너와의 지난 시간들이 무색하게 내게 다가왔고, 나는 너를 잊기 위해서라면 그 다가옴에 뒷걸음쳐서는 안됬다.
널 잊기 위한 몸부림이 이렇게 처절할 줄이야.
내가 상당히 취했는지, 허공에 네 얼굴이 그려진다.
"Bo..Bobby"
꿈인가, 네가 나를 향해 손을 뻗는다. 따뜻하고 부드럽지만 조금은 거칠거칠한 감촉이 내 뺨을 감는다. 나는 너를 잊을수가 없나보다. 잊으려 하면 꿈에 네가 나오니.
괜한 헛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너의 손을 떼어내고 두 손으로 마른세수를 했다. 고개를 들면 네가 사라지겠지. 괜히 무서워서, 또다시 너를 잃기가 싫어서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나 왔는데, 안볼거야?"
너의 목소리가 내 귀를 울려 심장까지 파고든다. 너무나도 생생하게.
아직 꿈인가, 고개를 들면
"Long time no see. 보고싶었어, 많이."
놀라 너를 계속 바라봤다. 믿을수가 없어, 하며 제임스를 바라보자 그는 그저 옅게 웃어보인다. 그리고 너는 나를 보며 개구쟁이같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Oh God, 못 본 새 많이 예뻐졌네."
너는 나를 꼭 안아왔다. 너의 품은 여전히 따뜻했고, 부드러웠다.
메말랐던 사막에 생기가 돌았다.
핳핳 예전에 독방에 쪼끔 싸질렀던 글인데 요기 써봐요 그래서 구독료는 엄씀.
기억하는 콘들 없을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