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휴가 (조각주의) |
계엄령이 내려졌다. 광주로 통하는 모든 도로를 차단하고, 보이는 사람은 닥치는 대로 곤봉으로 힘껏 내리쳤다. 피가 튀기고, 숨이 끊어져도 멈추지 않았다. 저 사람들은 폭도들이다. 어린 시절의 나는 그 말을 그대로 믿을 수 밖에 없었다. 잘못되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꼈음에도 불구하고 멈추지 않았다. 폭도들이니까. 잘못된 행동을 선동하는 폭도들이니까. 그렇게 나는 내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려 들었는지도 모른다.
5월 21일. 위에서 사격명령이 떨어졌다. 도청앞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우리를 죽여라. 싸우다 모두 죽자. 그들은 항상 이 말을 입에 달고 있었다. 뜨겁게 내리쬐는 햇살, 등을 흠뻑 적신 땀 때문에 온 몸이 찝찝했다. 우리는 그들의 외침을 들으며 땀을 닦아내렸다. 분대장님의 손이 올라갔다.무서운 기세로 몰아붙이는 사람들을 향해 총을 겨눴다. 그 순간, 애국가가 크게 울려퍼졌다. 그리고 사격이 시작되었다. 총에 맞은 사람들이 힘없이 쓰러졌다. 여전히 햇빛은 따사롭다 못해 뜨거웠고, 그들은 울부짖었다. 우리를 죽여라. 싸우다 모두 죽자.
그 날 새벽, 성열이는 아무도 모르게 모든 짐과 총을 내려놓고 이곳을 떠났다. 명수야, 세상이 참 더럽다. 나는 이제 떠날거야. 이 곳을 떠나서, 저 사람들을 돕고 싶어. 죽는다고 해도 상관없어. 내가 지은 죄가 있으니까. 너도 이게 잘한 일이 아니라는 거 알고 있잖아. 나는, 니가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했으면 좋겠어.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가 새하얗게 흐려졌다. 무언가 잘못되었다.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피가 묻은 군복을 멍하니 내려다보았다. 그제서야 느껴졌다. 나는 나의 죄를 숨기려 그들을 폭도라 일컫고 그들의 숨을 앗아갔다. 내가, 사람을 죽였다. 폭도가 아닌 무고한 시민을…, 죽였다.
며칠이 지나고, 성열이가 싸늘한 주검이 되어 발견되었다는 소리가 부대에 퍼졌다. 그들을 돕다가, 우리의 총에 맞아 죽었다. 겁이 났다. 나도 저렇게 될까봐. 무서웠다. 나도 여기서 나가 그들을 도왔다가 죽어버릴까봐. 나갈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가지 않았다. 차갑게 식어버린 시체를 부둥켜안고 울었다. 미안하다고, 너의 믿음을 저버린 나를 용서하라고.
피로 물든 태극기가 천천히 바닥으로 떨어졌다. 도청 안에 있던 사람들 대부분이 총 한 번 제대로 쏴보지도 못하고 죽었다. 눈도 제대로 감지 못하고, 그렇게 죽어갔다. 마주친 눈동자를 피할 수 없었다. 한참을 멍하니 서 있다가 옆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고개를 돌렸다. 교련복을 입고 있는 앳된 얼굴이 보였다. 소년의 손을 잡고 달리는 남자의 모습이 익숙했다.
" 김명수! 너 왜 이러고 있어! 당장 쏴! "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총을 들어올리려 애를 썼지만 팔에 힘이 풀려서 들어올릴 수가 없었다. 계단에 걸려 넘어진 소년을 향해 총구를 겨누는 걸 보면서도 나는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었다. 단발마의 총성이 울려퍼졌다. 눈을 감았다. 다시 한 번 더 총성이 울려퍼졌다. 바쁘게 뛰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조심스레 감았던 눈을 뜨니, 피투성이가 된 채 누워있는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천천히 다가가니, 소년이 의식을 잃은 채 남자의 품에 안겨있었다. 온 몸이 피에 젖었지만, 그건 소년의 피가 아니였다. 그의 얼굴 옆에 힘없이 떨어진 피에 젖은 손. 소년의 몸을 적신 건, 남자의 피였다.
손이 떨렸다. 모두 수고했다며 어깨를 토닥이는 손길에 차마 웃을 수가 없었다. 작전명, 화려한 휴가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
암호닉 '-'* |
안녕하세요, 라우입니다. 오늘은 5월 18일, 광주 민주화 운동이 일어난 날입니다. 사실은 3월 1일에 이미 5월의 꿈이라는 제목으로 광주 민주화 운동을 소재로 한 글을 쓴 적이 있었어요. 오늘은 어떻게 해야할까 한참동안 고민을 해 본 결과, 짧은 외전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이 스페셜 외전은 만화 26년을 모티브로 해서 최대한 비슷한 이야기로 갔어요. 당시 아무것도 모르고 총을 쏘신 분들도 계실거고 아직까지 죄책감 속에서 살고 계신 분도 계실거라는 생각에서요. 제 주위에도 그렇고, 오늘이 무슨 날인지 모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글이라도 써서 조금이나마 더 알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이 글이 조금이나마, 그대들에게 5.18 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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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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