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부터 그린라이트 인가요-
88***
"더 자지, 왜 이렇게 빨리 나왔어"
"그냥, 구준회랑 아는 사이였어?"
"아, 어. 한 번 다같이 모이려 했지. 깜빡했네
인사는 했어?"
"아니, 어.. 앞에 친구?"
"어, 김지원"
먼저 인사를 건네는 지원에게 고갤 숙여 보이곤 _ _은 한빈의 곁에 앉았다.
구준회랑 아는 사이였으면 아는 사이라 말이라도 해주지, 잠시 한빈을 흘겨보다가
그가 내미는 생수를 받아 들었다.
"오늘 장사 대박 안 됐는데 우리 복덩이가 계약을 마무리해왔네?
술은 안되니까 생수로라도 건배 해야지?"
장난스러운 그의 목소리에 그녀는 생수를 그의 잔에 부딪혔다. 오늘은 딱 소주타임인데..
지원과 말문을 트고 조용한 바 안에서 조금 수다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던 한빈과 지원 사이로
머리가 아픈 모양인지 머리칼을 헤집으며 준회가 앉아 바 위로 엎어졌다.
"이 새끼는 왜 여기와서 눕냐"
"구준회 쳐 일어나. 너 내일도 라디오야 임마"
정말 취한 준회가 걱정이 돼서 그를 흔드는 건지 아니면 그를 깨운다는 친절한 이유를
빌미로 약간의 폭행을 가미시킨 건지 모르게 격한 손길들에 준회는 아주 아주 작게
육두문자를 읇조리며 몸을 일으켰다. 엄청 취한 건 아닌 것 같은데, 둘은 아무래도 준회에게
쌓인 게 많았나 보다.
그가 일어났으니 이제 됐다며 슬금슬금 자리를 뜨려는 지원을 보며 한빈이 한 소리했지만
그는 술에 강한지 쌩 쌩한 모습으로 가게를 뛰쳐나가 버렸다.
짧은 시간 일어난 상황을 보며 웃고만 있던 그녀는 가게 정리를 시작했다.
준회는 여전히 표정 없이 바에 앉아 휴대폰을 만졌고 한빈은 _ _을 거들다 차를 빼오겠다며
마무리하곤 주차장으로 향했다.
"밖에 추울 것 같은데"
막 제 가방을 들고 일어서려는 그녀에게 낮게 잠긴 휴게실에서와 같은 목소리가 들렸다.
구준회 그의 목소리.
"괜찮아요"
"한빈이형이랑 같이 가죠"
"택시 타면 금방인데 뭐, 어.. 이거 마실래요?"
그녀가 건넨 건 숙취해소음료였다. 아무래도 내일 출근이라는 말이 연속 마음에 걸린 건지
그녀가 건넨 음료를 받으며 준회의 온기 가득한 손이 스쳐지나갔다. 순간 움찔했던
그녀의 기척을 느낀 건지 그가 라디오에서 자주 들려주었던 특유의 바람 빠지듯한 웃음을 뱉었다.
"손, 되게 차갑네"
***
"_ _이랑 무슨 말은 했고?"
"그 여자? 형 친구야?"
"어, 걔가 한 마디도 못해? 너 엄청 좋아하는 것 같던데
자주 라디오 챙겨듣는 거 보니까"
"형"
"어"
"그 사람 아까부터 내가 차에 타고 여기까지 자꾸 생각나네"
***
(준회 시점)
대체 회의를 어떻게 끝낸 건지도 모르게 정신이 없었다.
방송국에 지각을 했고 콘티회의 때 내내 어젯 밤 그 여자만 생각이 났으니 뭐,
오늘 내 태도는 반성 좀 해야 겠네. 다시 집으로 돌아가려 차에 타자마자 시끄럽게
울리는 전화벨에 휴대폰을 드니 한빈이였다. 저 안 바쁘다고 매일 불러내는 거 보소 허 참.
"왜"
"밥 먹었냐?"
"생각 없어"
"커피하자"
가게 열기 전 농땡이 치러 나왔다며 미리 카페에 앉아 기다리는 그가 보였다.
별 영양가 없는 대화들이 줄을 이루던 찰나, 바로 옆 창문이 쿵쿵쿵 소리와 흔들리곤
반대편 _ _이 보였다. 머리를 쓸어올리곤 한빈을 매섭게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에
이유없이 또 웃음이 터졌다.
"넌 내가 곧 쟤한테 끌려가 죽을 것 같은데 지금 이 상황이 웃겨?"
"어, 좀"
"너 내가 재고 체크 할 때 도망가지 말라고 누누히 얘기했지. 진짜 죽을래?"
"어젯 밤 열심히 일한 나에게 주는 작은 휴식이라고 생각하지?"
"닥쳐"
_ _은 생각보다 무뚝뚝했다. 한참의 실랑이 끝에 내가 있다는 것을 알아챘는지
금방 그녀는 말이 없어졌다. _ _의 몫을 사오겠다며 한빈이 자리를 뜨고 그녀의 얼굴에는
줄곧 어색함이 서려있었다. 꽤 귀여운 사람이네.
"너 오늘 우리 가게와라, 저녁 먹고가"
"어"
"_ _ 너도 이따가 준회랑 같이 먹자, 또 거르지 말고"
"어"
"둘이 인사는 했고?'
"아니"
"구준회 25살이고, 라디오 DJ이고 누나죠? 말 놔도 돼요"
"..아, 어"
눈도 잘 못 마주치는 게 왠지 모르게 동생인가 싶었다. 자꾸 _ _에게 집중되는
내 시선에 그녀는 나를 힐끔힐끔 바라보았다.
"그냥 대 놓고 봐도 돼는데"
그냥 쭉 보고 있어도 되는 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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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리]
너무 늦게 와 죄송합니다ㅠ 먼저 새해 복 많이 많이 받으시구요!!
글이 총 3번이나 날라가는 사상 최고의 멘붕을 제 컴퓨터가 선사해주는 바람에
늦었네요ㅠ 기다리셨을 분들 다시 한 번 사과 드리구요.
눈길 가는 남자 주네와 여주가 아직 진도가 팍팍 안 나가서 답답하시죠?
조금만 참으세요, 선물을 안겨 드릴테니..♡ (음흉음흉)
오늘도 이프 온리 읽어주신 독자님들께 감사인사 올리며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그리고
주네 넌!!!!! the 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