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아.
그날이였다.
무더운 여름날.
비가 질척하게 오던 날.
그래.
장마철였던걸로 기억한다.
어느날부터.
부모님은 내세상에서 사라지셨다.
그뒤로
내세상에는
좀 모자란 누나와 나.
많이 아픈 누나와 나.
둘뿐이였다.
내가 내 누이의 몫을 뺏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아직까지.
그래.
모자란데다 미련스러울정도로
착하기만 하던 내 누이가.
감쪽같이 사라지고
5개월.
그 어린 20살의 나이에
이미 불러버린 배를 가지고 내 앞에 나타났을때.
그 약했던 몸은
거의 죽어가고 있었다.
그 때 내게 검은손이 뻗어져왔다.
누이를 살려줄테니
나를 평생 지금 이곳에 바치라는.
그 날 밤.
잠든 누이의 방문을 살짝 열었을때
들려오는 잠꼬대소리.
아가야.
엄마가 꼭 살아서 우리아가
세상구경시켜줄께.
엄마는.
살고싶어.
그렇게 난 이곳에.
내 유일한 가족인 누이와
그 누이의 사랑스런 조카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