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갈까-
***
툭 툭 내뱉는 단어들이 아주 치명적이다 못해 유혹적으로 들린다.
_ _의 머릿 속에 짙게 남은 일명 '셔츠사건'은 삼 주씩이나 흐른 시간이 되었고, 연말도 지났다.
12월이 지나고 1월이 돌아왔고, 두 사람은 바빴다. 연초 부모님도 뵙고, 본가에 중요한 책들을 받으러
외국으로 떠난 _ _과 라디오 프로그램 시간대 때문에 머리 아픈 대화들만 오가는 방송국을 매일 출근한
준회. 짬짬히 연락은 있었지만 그들은 왠지 모르게 연락을 하고 끊는 그 순간 답답한 공허함에 연락도 점차
없어지는 터였다. 부모님의 곁이 좋았지만 타국은 역시나 오랜기간 살아도 적응이 완전히 되지 못하나보다,
생각하던 _ _은 다시 오겠다는 말과 함께 비행기에 올랐고 현재 그녀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안 들어왔나"
시계를 보니 열한시 오십분, 아직 방송국에서 돌아오지 않았나 짐을 거실에 내버려두고
창가를 보니 준회의 집은 어두컴컴하게 불이 꺼져 있었다. 전화기는 배터리가 닳아버렸는지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빈에게 한국에 왔다는 문자 하나 남기고 _ _은 하품을 하며 침실로 돌아섰다.
*
"으아.. 탔어?"
꽤 오래 잠들었다 일어나서 일까 몽롱한 정신에 구운 식빵은 바삭하다 못해
쓴 맛이였다. 한 입 물었던 식빵을 식탁에 내버려두고 우유 한 잔 들고 다시 선 테라스, 전화라도
다시 해볼 참으로 휴대전화를 들었건만 휴대전화는 무슨 일인지 먹통이였다. 아 설마, 아까
세수하다 아주아주 잠시 빠져서 그런가. 오 마이 갓, 바꾼 지 이제 겨우 삼개월 _ _은 진심으로
망했다 생각했다. 그리웠던 집으로 오자마자 사고라니, 그것도 이런 평화로운 주말에 말이다.
분명 주말에는 서비스센터가 문을 닫을 것을 예감한 그녀는 휴대전화를 소파에 집어 던지고 서재로
들어갔다. 월요일까지 내버려뒀다 한 대 때려볼까 생각을 잠시 하다가.
서재에 있는 시간도 지루하고, 한 것 없이 흐르는 시계를 보는 일도 지루했다.
휴대전화는 여전히 먹통이였고 나는 우울했다. 우울하다 못해 그 우울함이 힘겨웠다.
준회를 찾아갈까 하다 발걸음을 멈추고 혼자 온 영화관, 무슨 내용을 본 건지 돈 아까운 두 시간.
그렇게 다시 일월의 혼자, 잔잔하고 정말 느린 파도처럼 삼일이 지나갔다.
***
(준회 시점)
"_ _, 한국 왔다며. 연락이 안돼 혹시 같이 있어?"
"아니. 피곤해서 자나보지. 걔가 잠이 좀 많냐"
"...자나"
"그렇겠지"
한국 왔다는 말을 한빈에게 들었다, 부재중 전화가 찍혀 전화해보니
연락이 없었고 나는 이유도 모르고 서운했다. 하루는 눈 뜨자마자 방송국으로 출근했고
끝나지 않은 개편이야기로 바빴다. 사전 녹화를 두 번이나 뛰고 차차 마무리 되어가는 일들에
당분간은 방송국 출근이 없을 것 같다는 막내 송작가의 말에 전화도 하지 말라 으름장으로 놓고 퇴근했다.
운전대를 잡자마자 휴대전화를 확인 했다만 그녀는 연락이 없었고 전화도 받지 않았다.
아 진짜 무슨 일 있나, 한국을 나가 있을 때도 연락이 되던 애가 갑자기 전화도 문자도 심지어 카톡도
안 받는다. 조그만했던 걱정이 불어나 산만큼 커졌다. 아 진짜 보고 싶게.
이틀 째 되던 날 그녀를 찾아가 벨을 눌렀지만 집에 없는 지 문은 열리지 않았고
삼일 째 되던 날, 아마 난 그 날 그녀의 걱정이 최고조에 달해 있었다. 결국 문 앞에서 망설이다
비밀번호를 치고 들어간 그녀의 집. 반갑게도 _ _이 매일 신던 구두는 신발장에 흐트러져 놓여
있었다. 그때서야 느꼈다, 나는 _ _ _을 좋아하고 있음을. 그것도 엄청.
"..어, 구준회"
"너 전화 왜 안 받아, 한국 왔으면 연락을 해야지.
내가 걱정 얼마나 했는지 알어?"
"휴대폰 고장 났었어, 미안. 한국 오자마자 연락했는데 안 받길래
바쁜가 싶어서. 화났어?"
"어"
그녀가 온전히 집 안에 있었으니 안도감과 동시에 참았던 뭔가의 감정에
어조가 딱딱하게 굳어졌다. 미안하다며 흐트러진 앞머릴 정리해주려 뒷꿈치를 올리는
_ _의 손목을 강하게 쥐어 그녀를 끌어 당겼다. 돌발적인 행동을 하는 이유, 다 너 때문이야. _ _ _
넌 항상 나를 못 참게 만들거든, 어느 부분에서든.
"야 구준회!"
"어디 아팠던 건 아니고"
"...그냥 기분 안 좋았어"
"그럼 됐어"
어색하게 있던 _ _의 손을 잡아 내 허리에 두르자 그녀가 놀랐는 지 움찔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가만히 좀 있지 훅 들어가려 하면 꼭 어린 애가 되서 내가 뭘 못하겠네.
"기분 안 좋으면 우리 집 갈까."
"같이 있게"
***
(작가시점)
"옷 갈아입고 나올게, 있어"
"어"
_ _이 느낀 준회는 따뜻했다. 겉으로든 속으로든, 기분이 별로라는 _ _이 못내
신경 쓰이는지 방으로 들어간지 단 몇 초도 되지 않아 문을 벌컥 열고 얼굴만 내밀어
_ _의 표정을 살피는 것이 퍽 귀여웠다. 그는 내심 방안에서 심장이 터질 것 같은데 그녀는 야속하게도
아무렇지 않은 지 거실 한 켠 꽂혀진 책들을 구경 중이였다.
"제대로 얼굴 보는 거 엄청 오랜만이다, 살 좀 빠졌어"
"방송국에서 라디오 프로그램들을 다 갈궈서 미치는 줄 알았어"
"피곤했겠다, 제대로 쉬긴 했어?"
"대충, 커피?"
"주면 좋고"
커피를 내리려 주방으로 향한 그를 보다 _ _은 탁자에 올려진 작은 디카를
소리나지 않게 집어 들곤 조용히 그의 곁으로 달려갔다.
"구준회"
"왜"
"옆 좀 보지?"
준회가 고개를 돌리자마자 셔터를 누른 _ _은 사진이 잘 나왔다며 웃었다.
워낙 모델이 좋으니 사진이 괜찮네 나오네. 그는 당했다며 잠시 마른세수를 하다 빠르게
_ _이 들고 있는 카메라를 뺏으려 들었다.
"이거 나중에 핸드폰으로 찍어서 그대의 night 게시판에 올릴 거야, 아흨ㅋㅋ"
"아 좀ㅋㅋㅋ 내 흑역사 생성 시키지마!!!"
"생각보다 잘 나왔어. 어어어- 건들지마 건들지마"
이건 뭐 나 잡아보세요도 아니고 급 썸타는 전쟁터로 변한 주방에 작가는 한숨을 쉰다.
_ _이 아무리 빨라도 준회는 못 따라간다. 그는 _ _을 끌어당겨 한 팔로 그녀를 안아 가둔채
디카를 선반 위로 올렸다. 별로 뛴 것도 아닌데 힘든 건 가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 앉는 _ _와
같이 앉은 준회는 숨을 몰아쉬곤 안고 있어 흐트러진 _ _의 옷을 정리해 주었다.
"영화 보자, 커피 들고 갈게. 안방에서 이불 좀"
"응"
*
"뭐 볼래?"
"공포 빼고 다"
"밤을 샐까, 아주"
"아무거나 틀어줘"
그는 정말 아무거나, 추천영화를 틀었고 _ _은 준회에게 기대어 커피를 홀짝였다.
대부분 이런 상황, 대충 튼 영화는 로코고 키스씬이 나와야 하는데..
영화는 절정을 향해 갈수록 눈물샘 터지는 내용이였다. 본래 눈물이 없는 그녀였다만
자꾸 차는 감정에 결국 클라이막스,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흐르는 눈물에 제대로 영화를
보지도 못하고 준회는 리모콘을 들어 영화를 정지 시켰다.
"슬퍼?"
"어, 아주"
감정을 진정시키려 눈가를 닦으며 깊게 숨을 내쉬는 그녀의 팔에 잡아 제게
끌어당겨 준회는 다시 한 번 _ _을 안았다. 가끔 이런 슬픈 영화를 보고 개운치 않은 마음을
달랠 수 있는 건 여러 위로의 말이 아니라 따뜻한 품이라는 것을 아는 그였다.
제 옷에 젖어가도 신경 쓰지 않는 다는 듯 머리를 차분하게 쓸어내려 준 덕에 _ _은 울음은
금방 그쳤다.
"후으..."
_ _은 고개를 들었다, 울었고 준회에게 안겨있었으니 더워진 공기에 상체를 완전히
일으키자 준회는 저와 맞닿아있던 _ _의 손을 꽉 잡았다.
"누나"
"ㅇ.."
"놀랄까봐 미리 말하는데,
키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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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리]
전 글에 올려둔 투표는 다음 주 화요일까지
있을 예정인데 벌써부터 엎치락 뒤치락 (오홋?) 하네요. 아, 그리고 이프 온리의 시나리오 작업이
모두 끝났습니다! (와!! 자!축!) 이제 다음 연재글 작업이 들어갈 예정이구요, 저는 돌직구로코를
레알 사랑하기 때문에 장르는 로코로 정했습니다. 내용 틀도 어느정도 잡았으니 다음 주 투표로
남주가 결정되는 거 보고 성격 수정이 좀 있을 것 같습니다! (ㄱ, 기대해 주세요♥)
그리고 언제나 여러분의 댓글은 작가를 움직이는 원동력인 거 아시죠?
글을 볼 때는 몰랐는데 쓰다보니 작은 댓글 하나가 정말 큰 힘을 준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오늘도 이프 온리 읽어주신 독자님들 허리 90도로 숙여 너무 감사드리고, 저는 곧
열심히 알콩달콩 떡..으흐훔! 하는 주네 데리고 달려오겠습니다!
댓글 사랑 추천 사랑 독자님들 사랑!!!♥♥♥♥
(댓글로 드립치셔도 돼고 막 들이대셔도 되능데.. 난 준비 되어 있눈데..)
(목요일 or 금요일에 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