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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달ll조회 1428l 1











   미애와 희선이는 자그마치 십오 년 지기 친구 사이다. 요즘말로 베스트 쁘렌드.

   지리산 불곰으로 불린다는 걸 본인만 모르는 학주의 눈을 피해 야간 자율 학습을 째고 도망치는 게 삶의 유일한 낙이었고, 매번 간이 애매해 밍밍하기만 한 학교 급식 대신 먹는 분식집 케첩 떡볶이와 피카츄 돈가스가 세상 가장 맛있었던, 풋내 폴폴 풍기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두 사람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 모든 순간들을 함께 보냈다.

   철수와 영희, 스폰지밥과 뚱이. 아무래도 거기다 하나를 더 추가해야 할 판이었다. 미애와 희선이. 그들은 패트와 매트가 따로 없는 환상의 콤비였다.



   "미애야, 우리 약속 하나 해!"



   중학교 고등학교도 징하게 붙어 다닌 것도 모자라 새끼손가락을 펼쳐 들었다. '약속'이란 놈이 가진 그 묵직한 무게감에 대해 아직 다 알지 못했던 그때의 어린 날. 꾀병까지 부려가며 간신히 조퇴한 후 찾은 학교 근처 떡볶이집에서 그들은 서로에게 맹세 하나를 한다.



   "나중에 우리 자식들 서로 결혼 시키자, 어때?"
   "너랑 내가 사돈이 된다고? 어머, 그러자. 너무 좋다."
   "애들 자라는 거 보면서 옆집에서 같이 사는 거야. 너무 좋겠다, 그치."



   물론 한참 후에나 이 땅에 태어날 자식들의 의견은 세상 고사하고, 서로의 미래 남편이 어디서 뭐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조차도 전혀 알 수가 없을 때였지만, 어린 날의 두 사람은 그 누구보다 굳게 약속했다. 새끼손가락도 몇 번씩이나 걸었고 새끼손가락 풀고 난 손바닥을 다시 펼쳐 복사도 서너 번씩 했다. 잉크 찍어 종이 서류를 남기고 인주 묻힌 도장만 안 찍었다 뿐이지, 마음으로는 진작 결혼 시킨 데다 아주 혼인신고까지 마친 수준의 결심이었다.



   자. 여기서 미애는 다름 아닌 우리 엄마 최 여사님이었고, '희선'이 아줌마는 바로…,









[프로듀스/이진혁] 역전의 연하남 이진혁 01 | 인스티즈

[프로듀스/이진혁] 역전의 연하남 이진혁 01 | 인스티즈











   그러니까, 그때의 내 나이가 겨우 여섯. 이제야 겨우 손바닥 하나를 더 쓰는 나이. 물어 본 적도 한 번 없는 사람들을 굳이 붙잡아 세운 채로 나는 겁도 없이 외쳐댔었다.

   저 내년에 유치원 파랑 반으로 올라가요!
   내가 이제 유치원에서 나이 제일 많아요!

   대체 나이가 많은 게 무슨 자랑거리라고, 나는 그렇게 노래를 노래를 불렀다.



   아기 진혁이가 태어나 첫돌을 맞던 때도 아마 그때쯤이었을 거다. 내 여섯 살의 끝 무렵.

   그때 그날이 지금도 나는 기억나다 못해 사뭇 또렷하다. 지금껏 스쳐간 세월의 수많은 풍파 속에서 당연히 까무룩 잊었을 어린 날의 기억인데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도 그림처럼 선명하게 기억할 수 있는 건, 결국 또 이진혁 녀석이 내게 안겨준 잊으려야 잊을 수 없었던 에피소드 하나 때문이었다.



   "자, 드디어 오늘의 하이라이트!! 우리 진혁 친구의 돌잡이 이벤트를 시작하겠습니다!!"



   마이크를 손에 든 사회자가 외쳤다. 모두가 환호성을 질렀다. 도대체가 지금까지 건강하게 잘 자라준 진혁이 때문에 우는 건지 울 엄마 땜에 우는 건지 도통 알 수 없는 희선이 아줌마와 그런 아줌마의 손을 꼭 붙든 채 사연 있는 사람처럼 울어 재끼는 우리 엄마, 이렇게 두 사람만 빼고.

   나는 주책맞은 그 두 사람 옆에 서서 조용히 녀석의 돌잡이를 구경했다. 진혁아, 넌 뭘 잡을 거야? 울 엄마가 나는 실을 잡았다고 했는데.



   울 엄마와 아줌마가 함께 골랐다던 세상 귀염 뽀짝한 옥색 두루마기 차림에 깜장색 도령 모자를 눌러 쓴 진혁이는 돌잡이 상 한가운데에 얌전히 앉아 왕사탕이 따로 없는 두 눈만 꿈뻑거리고 있었다.

   난생처음 보는 광경에 놀라 커다란 두 눈망울을 그저 껌뻑껌뻑, 졸지도 않고 고개를 도리도리. 돌잡이 이벤트를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취해 얼굴이 시뻘건 아저씨들에, 뭐가 그리 슬픈지 친구 손잡고서 엉엉 오열 중인 제 엄마, 우루르르르 혀를 팽팽 굴려가며 바로 코앞에서 손뼉을 치고 있는 할머니들까지. 울진 않았어도, 아마 적잖이 놀랐을 거다. 자는 동안 경기는 안 했으려나 모르겠네.



   그러는 동안, 세상 웅장한 배경음악이 흘러나왔다. 둥둥둥, 음악방송 1위 발표할 때나 나올 법한 그런 음악. 사회자가 오색 비단천으로 곱게 쌓여있던 물건들을 하나둘씩 꺼내 진혁이 앞에다 나열하기 시작했다. 붓, 명주실, 책 그리고 초록색 지폐 등등. 나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녀석의 돌잡이만을 주시했다. 희선이 아줌마는 꺼이꺼이 울다 말고 붓을 잡으라 소리쳤고, 우리 엄마는 진혁이가 자기 아들도 아닌데 돈을 잡아야 한다고 열심히 응원했다.



   그리고, 그때였다.


   "우리 진혁이는 과연 어떤 물건을 집을까요? 돈? 붓? 과연!!!"



   사회자의 오버 잔뜩 섞인 구령에 맞춰 진혁이가 힘껏 손을 뻗었다. 녀석의 앙증맞은 손짓에 모두가 숨을 죽였다. 나도 그걸 조용히 지켜봤다. 누구는 돈을 잡으라고 소리를 질렀고 어떤 누군가는 보란 듯이 책을 잡을 거라며 내기를 걸었다.



   "어, 어! 진혁 군이 잡은 것은 바로!!"



   그때마침, 진혁이가 고민 끝에 덥석 뭔가를 잡았다.
   그래, 그때 니가 뭔가를 잡긴 잡았지.

   사이즈 큰 한복에 파묻혀 요만해진 손을 갖고 뭔가 좀 잡아 보겠다고 아등바등하던 그 순간, 사회자의 말문이 턱하고 막혔다. 오잉. 나와 진혁이를 뺀 몇 십 명의 사람들의 얼굴이 돌연 물음표 모양으로 변했다. 희선이 아줌마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어머, 지, 진혁아…이거 놔, 착하지."



   사실 그도 그럴게, 고사리라 말하기에도 애매한 작디작은 손을 뻗어 녀석이 처음 손에 쥔 건 놈의 이모부가 용돈 삼아 올려놓고 간 만 원짜리 초록색 지폐도, 백 년 전에나 썼을 법한 기다란 서예용 붓도 아닌 바로



   "…아야!"



   내 왼쪽 볼때기였으니까.








[프로듀스/이진혁] 역전의 연하남 이진혁 01 | 인스티즈


   역전의 연하남 이진혁

   01. 약속은 함부로 하는 거 아니라며










   진혁이에게 속수무책으로 꼬집힌 자리에 동그랗게 멍이 들었다. 나중에 엄마한테 들었는데, 왼쪽 볼에 생긴 멍은 생각보다 오래갔다 했다. 덥석 손에 쥔 내 볼을 얼마나 꽉 붙들고 있던지, 쥐고 흔들리기까지 해 시퍼렇던 멍이 핏빛 보라색이 되고 그게 노랗게 됐다가 이내 빠져 사라질 때까지 제법 걸렸단다.

   쪼끄만 게 아주 힘은 세 가지고, 내가 뭐라고 그렇게도 놓기 싫었던 건지.



   "누나~"



   지금 돌이켜 다시 생각해보면, 학교 갔다 집에 돌아오면 언제나 진혁이가 집에 있었다.

   나는 과일을 썩 좋아하지도 않는데 냉장고엔 항상 딸기나 키위가 아주 넘쳐 났다. 진한 초코 우유를 밥 먹듯이 먹던 진혁이를 위해 냉장고 한 칸을 전부 발로나 초코 우유 넣는 용도로 사용했고, 밥 안칠 때도 일부러 쌀 한 컵씩 더 했다. 뭐든 잘 먹는 우리 진혁이 먹으라고.

   아니, 가끔 희선이 이모랑 우리 엄마랑 바뀐 거 아닐까 하는 막장 드라마 같은 생각도 해봤다니까.



   "누나 진혁이 또 왔어~"



   파란색 탑블레이드 책가방을 등에 맨 초등학생 진혁이는 가지고 놀 것도 하나 없는 우리 집에 매일을 놀러 왔다. 거의 제 집처럼 드나들었다. 보니하니를 좋아하던 초딩 진혁인 방학 동안 잔뜩 밀린 숙제 벼락 치기를 해내느라 바쁜 내 옆에 얌전히 앉아 제 그림일기를 그리다 가기도 하고, 소파에 드러누워 TV를 보고 있으면 어느 순간 녀석도 졸졸 따라와 내 옆에 앉더니 덩달아 TV를 보다가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오늘도 잘 놀았습니다, 어머님."



   아니, 근데. 한 주먹 거리도 안 될 콩알만 한 요 녀석은 늘 우리 엄마더러 꼭 '어머님'이라고 불렀다. 그것도 하루도 빠짐없이 꼬박꼬박.

   잘 먹었습니다, 어머님.
   저 또 놀러 왔어요, 어머님.
   내일 또 올게요, 어머님.



   뭐야, 얘. 탑블레이드 책가방이 아이언맨 가방으로 업그레이드됐을 때도, 검은색 나이키 백팩을 한 쪽 어깨로만 껄렁하게 매는 중학생이 되어서도 우리 엄마를 녀석은 꼭 그렇게 불렀다. 처음엔 그저, 애늙은이 같은 구석이 있다고만 생각했다. 희선이 아줌마한테 가정 교육을 잘 받았네, 말끝마다 '님'자 소리 붙이고 말이지. 그것도 아니라면 드라마를 많이 봤나. 어린이 정서에 별로 안 좋을 텐데. 뭐 그런 시답잖은 생각들.



   "결혼할 사람 어머니한텐 어머님이라 부르는 거라던데."



   뭐라고?
   그건 전부 내 안일한 착각이었다.

   당황스러움 한가득인 내 말꼬리가 댕강 잘렸다.



   "뭐?! 아니, 야,"
   "우리 엄마가 여주 누나랑 나, 결혼할 거라 했단 말이야."



   그 내막에 그런 말도 안 되는 빅 픽처가 숨겨져 있던 건지는 세상 꿈에도 모르고. 대체 희선이 아줌마한테 얼마만큼 세뇌를 당한 거야, 얘는.



   "어휴, 야…그냥 울 엄마랑 너네 엄마랑 장난으로 한 말이야. 어릴 때 그냥 장난으로,"



"응? …나는 장난 아닌데."

"뭐!?"



   딸기 두 알을 볼에 한가득 집어넣고서 옴뇸뇸 진혁이는 말했다. 덕분에 나는 지금 두 귀가 제대로 잘 달려 있나, 의심해야 했다. 그러는 동안 진혁이가 초코 우유를 쪽 빨아 마셨다. 딸기랑 같이 먹으니까 맛이 없네. 맛있는 거랑 맛있는 건데.



   이진혁 군 중학교 생활기록부 마지막 장 발췌

행동 특성 및 종합 의견

뭐든 한다면 하고야 마는 강인한 의지력과 굳은 뚝심을 가히 높이 살만함. 타인에 모범이 될 만한 리더십과…



   "나는 누나랑 꼭 결혼할 거야."



   무쇠가 따로 없는 단단한 의지력과 어떤 바람이 불어도 결코 꺾이지 않는 강한 뚝심이 처음으로 뿌리를 내린 곳이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나'였다는 사실을 나는 바보처럼 간과했다. 이를 꽉 깨물고 덧붙인 '꼭'이란 글자도.



   "짜식,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게."
   "누나,"
   "너 대학만 가봐. 예쁘고 착한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
   "아, 누나!"



   아니지, 그다지 크게 생각한 적 없었다. 어린 애기가 하는 말이라 여긴 채로 넘긴 날이 더 많았다. 나에게 이진혁이란 녀석은 그저 나보다 다섯 살 어린 울 엄마 친구 아들, 마시멜로같이 통통한 두 볼이 마냥 귀여운 동생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으니까


"진짜 누나 짱 미워."



   굳이 세상 제일 가는 21세기 쿨녀에 빙의해 이진혁 녀석의 머리칼까지 쓰다듬어 주고는 내 나름의 거절을 빙빙 돌려 말했던 그날 저녁. 진혁이가 집으로 돌아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희선이 아줌마한테 전화 한 통이 왔다. 진혁이가 저녁부터 갑자기 열이 들끓고 많이 아파서 응급실에 갔다 왔다 하소연했다. 엄마가 덩달아 울듯이 그 전화를 받았다. 고약한 몸살이 아주 세게도 왔다고, 딱히 이유도 없는데 열이 도저히 내리지 않아서 사흘이 넘게 학교에도 못 갔다 했다.



   엄마도, 희선이 이모도 모를 이유를 왜 나는 꼭 알 것만 같지.

   나는 그날, '죄책감'이라는 단어의 원뜻을 처음 알았다. 우리 꼬꼬마 진혁이는 학교도 못 갈 정도로 몸 져 누웠다는데, 이 못난 누나는 그동안 신입생 환영회란 걸 다 갔다. 동기들을 만나고 과잠 입은 선배들께 자기소개를 했다. 이런 누나가 대체 왜 좋아, 진혁아. 영 기분이 찜찜했다. 술 게임은 세상 따분했고, 받아든 술은 맛이 없었다. 왜 또 하필 딸기 게임을 해가지구선.



   그날의 진혁인 나를 원망했을까. 나 같은 건 이제 꼴도 보기 싫다고, 어머님은 무슨 얼어 죽을 어머님이냐고 엉엉 울어댔겠지. 살 빠지면 안 되는데. 언제나 그 뒤를 따르는 통통한 두 볼이 너는 참 귀엽단 말이야.









[프로듀스/이진혁] 역전의 연하남 이진혁 01 | 인스티즈

[프로듀스/이진혁] 역전의 연하남 이진혁 01 | 인스티즈










   낫는데만 무려 사흘이 걸렸다던 열병을 간신히 털어낸 진혁이는 여전히,



   "누나 나 왔어."



   내게 찾아와 자기의 큰 포부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읊어댔다. 그렇게도 모질게 굴었는데 너는 자존심도 없는지 아니면 내게 쓸 자존심이 없는 건지. 밑도 끝도 없이 거리를 두려 했던 게 우스워졌다. 다섯 살이나 어린 동생이 어째 나보다 낫네. 녀석의 몸뚱이를 이루고 있는 건 아무래도 물이 아니라 강한 저놈의 의지일게 분명했다. 



   "내가 마냥 애 같아서 그러는 거지, 나는 다 알아."
   "…얘가 또 왜 이래."
   "진짜 내가 짱 멋있는 어른 돼서 나타나면 그땐 진지하게 고민해주기야. 나 공부 엄청 열심히 할게 누나."



   공부는 열심히 하는 게 아니야, '잘' 해야하는 거지.



   "애기야, 그런 약속 함부로 하는 거 아니다…,"
   "그러니까 하는 거 아냐."



   진혁이는 누나랑 결혼할래!!!! 할 거야!!! 으앙!!!

   앞뒤 다 잘라먹고, 부사어는 죄다 빠진 순수한 문장으로 떼를 쓰고 징징거리던 녀석은 어느새 콩나물처럼 무럭무럭 자랐다. 날이 갈수록 구체적이고 구색을 갖춰가는 저 문장들만 봐도 그랬고, 오동통했던 흔적만이 남은 젖살 빠진 저 얼굴만 봐도 그랬다.



   "그러든가 말든가."



   나는 이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저것도 아닌 밍밍한 대답만 던져 주곤 이내 화제를 돌렸다. 야, 너 딸기 먹을래? 엄마가 너 오면 꺼내 주랬는데. 초콜릿도 있어. 아니면 참치 김밥 사 올까? 할 말이 없는데, 오히려 뱉은 말은 많아졌다.



   "아니, 누나는 왜 매번 똑같아?"
   "뭐가."
   "내 말은 들은 척도 안 하고."
   "얼씨구. 야, 너 나중 되면 후회한다니까. 봐봐, 대학 들어가고 잠수나 안 타면 다행이겠다."



   설탕에 절인 딸기가 담긴 락앤락 통을 코앞에다 밀어주며 나는 말했다. 매번 딸기를 앞에다 꺼내놓으면 누가 뺐어 가는 것도 아닌데 양 볼에 한가득 집어넣고 오물거리던 진혁이는 오늘따라 딸기엔 하나도 손을 안 댔다. 그 좋아하던 달달한 초콜릿에도 물론.


[프로듀스/이진혁] 역전의 연하남 이진혁 01 | 인스티즈

"내가 누나를 두고 잠수를 왜 타."



   어휴, 우리 애기 이제 진짜 제법 많이 컸네. 인소에서나 들을 법한 얘기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누나는 나를 너무 몰라."
   "…,"
   "누나만 그래."



   나와 건 약속 때문에 밤새 공부를 하다 쏟는 코피가 늘어가고, 닳고 닳아 없앤 볼펜만 몇 십자루가 더 된다는 사실을 나만 미쳐 알지 못했다. 거기까지가 애석하게도 꼬꼬마 이진혁에 대한 내 기억의 전부였다. 떠올린 걸 안정적으로 문서화까지 가능한 기억은 거기까지였다.



   껌딱지처럼 찰싹 붙어서 죽을 때까지 함께 살 거라던 환상의 콤비 미애와 희선의 소망은 내가 스물하나 먹었을 때, 진혁이가 열여섯일 때 공기 중으로 흩어져 버렸다. 진혁이네 가족 모두가 외국에 가서 산다했다. 그것도 저기 저 멀리로. 



   멀리? 그럼 이제 못 만나는 거잖아.

   진혁이네가 이민을 결정하고 진짜 방을 전부 뺄 때까지, 엄마는 반쯤 정신을 놨다. 갑작스러운 생이별에 눈이 팅팅 붓도록 울고 또 울었다. 밥 먹으면서도 울고 한 잔 걸치면서도 울고. 흐어어, 희선아. 우리 희선이. 덩달아 눈물밥을 먹던 아빠도 질투할 지경이었다.



   그래, 조금 싱숭생숭할 각오는 했었다. 강아지 마냥 쫄쫄 따라와 내가 숙제하는 걸 신기한듯 뚫어져라 지켜보고, 통통한 두 볼에 딸기를 저장해가며 오물거리는 놈이 없어지면 시원섭섭하긴 하겠지. 내 예상은 딱 그 정도였다. 그러나 그다지 별 느낌 없을 줄 알았던 내 여유는 나를 배신했다. 나는 엄마 못지않게 왠지 슬펐다.



   "누나…나 안 잊어먹을 거지."



   당연히, 내 손을 꼭 붙들고 구슬 같은 눈물을 쏟고 있는 요 꼬맹이, 이진혁 녀석 때문이었다.



   "누나…나 가지 말까? 누나가 가지 말라고 하면 나 안 갈게."
   "진혁아."
   "응? 아빠한테 나는 두고 가라 그럴게."



   진혁이가 내 앞에서 엉엉 울었다. 그렇게 우는 걸 처음 봤다. 고등학교 간다고 이제 자기 다 컸다고 노래를 부르더니, 녀석은 아직 애기였다.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소리 나 하고.









[프로듀스/이진혁] 역전의 연하남 이진혁 01 | 인스티즈

[프로듀스/이진혁] 역전의 연하남 이진혁 01 | 인스티즈











   해가 바뀔수록 여름은 점점 더 더워지고, 겨울은 어째 춥지가 않았다. 광고에선 북극곰이 빙하를 잃고 울고 있었다. 안 하던 후원 전화를 처음 해봤다.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온몸으로 느꼈다. 4계절의 나라라고 이젠 감히 말하기가 어려워졌다.

   술병이 나도록 술 진탕 먹고 휴강을 자처해도 별 타격 없던 스물 하나를 보내고도 벌써 5년이 지났다. 긴 시간이었다. 그동안 정권도 한 번 바뀌었고, 졸업도 했고. 나는 스물여섯의 어엿한 직장인 보험 가입자가 되어 있었다. 고만고만한 회사에 들어가 하루하루 고만고만한 삶을 살았다. 평범하게 사는 게 세상에서 제일 어렵다던데, 이 정도면 꽤나 성공한 삶이라 자부할 수 있었다.



   "네네, 점심 먹고 올라가서 서류 드릴게요."



   아닌가 성공한 게. 개도 안 건드린다는 점심시간인 것도 까먹고 밤낮으로 귀찮게 구는 과장 놈을 생각하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거 같기도 하고. 신경질적으로 끊어 놓은 휴대폰을 바지춤에다 밀어 넣어버렸다. 혹시 속으로 욕한 게 들리기라도 했을까 봐 폰을 다시 꺼내 확인하는데 순간 왠지 모를 허망함이 밀려든다. 이런 걸 직장인의 비애라고 하는 건가. 답답한 속처럼 덩달아 뻑뻑해진 두 눈을 비비며 1층 편의점으로 왔다. 아무 김밥 한 줄과 함께 참깨 라면 하나를 골라 들곤 카운터로 향했다. 생각 없이 한 끼 때우기엔 편의점 음식만 한 게 없었다.



   "3300원입니다."



   적립이나 할인카드 있으세요. 귀찮아서 정중히 사양했다. 카드를 직접 꽂아 넣어 계산을 마쳤다. 알아서 척척, 젓가락 하나를 챙겨 뒤돌아섰다. 알바생이 나를 뚫어져라 본다. 아마 많이 와본 짬바가 느껴진다 했을 거다.



   "누나."



   주섬주섬 챙겨 들고 협탁으로 향하는데, 뒤에서 누군가 나를 불러 세운다.

   누나? 누나라고? 
   나를 누나라 부를 사람이 없는데. '어이!' 라든가 '김주임!'이면 또 몰라도.



   "여주 누나."



   연이은 목소리에 나는 단번에 행동을 멈췄다. 그럴 걸 알고 누군가가 한 번 더 나를 불렀다. 김여주. 그는 내 이름을 알고 있었다. 김밥에 컵라면에 손이 없어 어정쩡해진 몸뚱이때문에 나는 고개만 휙 돌았다. 음성의 근원지를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



   "…어?"



   그를 마주 본 순간, 온몸에 힘이 빠지는 기분에 사로잡혔다. 귀신을 본 것도 아닌데 하마터면 들고 있던 김밥을 떨어뜨릴 뻔했다. 봐도봐도 믿기지가 않아서 부러 눈을 몇 번은 더 깜빡거렸다.



   "점심, 먹는 거야?"



   수십번은 깜빡 감았다 뜬 눈에 맺힌 넌, 본드라도 발린 것처럼 우두커니 멈춰 선 나를 가만히 바라보고 서있는 넌 말이지,



"누나."
"…,"
"나야, 진혁이."



   나 기억해?
   니가 묻는다.

   그럼 내가 널 어떻게 잊겠어. 바쁜 현생에 중간중간 잊은 적은 있어도 지우진 않았다. 덮어 뒀던 기억이 한꺼번에 휘몰아친다. 



   내 왼쪽 볼에다 좀처럼 쉽게 빠지지 않는 멍을 새겨 놨던 한 살배기, 그 누가 뭐라해도 나랑 결혼하고 말 거라고 노래를 부르던 바로 그 꼬마 애.
   그리고 지금은 몰라보게 훌쩍 커버린, 우리집에서 마셔댄 몇 십통의 우유 덕분인지 오버 좀 보태 한 2m는 되보이는 훤칠한 기럭지를 자랑하는 그 이진혁이, 지금 내앞에 서있다. 내 허리 밖에 오지 않던 꼬꼬마가 지금은 나를 내려다 본다.



   "야, 너…여기 어떻게,"



"누나가 약속 함부로 하는 거 아니랬잖아."



   토끼 얼굴 그려진 손바닥만한 동전지갑이나 갖고 두 손 꼬옥 다니던 녀석은 이제 내 앞에서 검은색 가죽 반지갑을 꺼내 들어 보인다. 안에 든 학생증을 펼쳐 팔랑인다. 누구나 알법한 대학교 학생증. 씨익, 굳어있는 나를 향해 티없이 웃었다.



   "약속?"
   "응, 약속."



   엄마는 희선이 이모랑 대체 무슨 그런 말도 안되는 약속을 해서 저 애기를 저토록 세뇌시켜 놓은 거냐고 내가 그렇게나 뭐라했었는데, 



   "진짜 내가 짱 멋있는 어른 돼서 나타나면 그땐 진지하게 고민해주기야. 나 공부 엄청 열심히 할게 누나."
   "애기야, 그런 약속 함부로 하는 거 아니다…,"
   "그러니까 하는 거 아냐."
   "그러든가 말든가."



   약속이란 자식의 무게감을 간과한 건 바로 나였다.



   "나랑 점심 먹으러 가자."



   이진혁 군 중학교 생활기록부 마지막 장 발췌

행동 특성 및 종합 의견

뭐든 한다면 하고야 마는 강인한 의지력과 굳은 뚝심을 가히 높이 살만함. 타인에 모범이 될 만한 리더십과…














+
쓰던 것도 마무리 안하고 뭘 이런 걸 다 가져왔냐 물으신다면...아가 진혁이의 고구마 말랭이 시절 사진을 보면서 떠오른 잡념을 주체할 수가 없섯...죄송 마니 합니다..

직진 연하남 보고 싶어 아무렇게나 저지른 자급자족...뭐 그런 거랄까요...이거 다음편 가져 올 수 있는 거겠지...(절망)

아이구, 멋도 없다야!
항상 미안,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 
 
l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독자1
아악 신작이라니 아이퍼플유 선댓달구 감상하러갑니다~!
•••답글
독자4
중간에 생기부 나오길래 햐 진짜 떡잎부터 다르다 싶었는데ㅋㅋㅋ 진짜 강한 의지와 함께 와버렸지 뭐예요.. 말랑뽀짝이 시절 생각하면 정말 심장이 아픕니다.. 아아악 딸기 와구와구옴뇸뇸 입에 와앙 집어넣는 거 상상하니까 지녀깅 어릴때부터 알고 지낼 수 없었던게 너무 통탄할따름입니다..ㅠ
•••
중력달
그시절 진혁이 몰랐던거 넘 후회되서 땅치고 눈물 흘리는 거 완죠니 제 이야기...ㅠ 낭낭하니 소중한 댓글 완죤 고마오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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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20.6
와 진짜 작가님ㅠㅠㅠㅠㅠㅠㅠㅠ역시 작가님 필체는 제 사랑이에오....잔잔한 이진혁 작가도 좋구 직진 연하남 이진혁도 너무 좋아요ㅠㅠㅠ 무슨 글을 올려도 다 사랑해요❤ 긍데 다음편이 너무 궁금한....>< 오늘도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D
•••답글
중력달
부족한 점밖에 안보이는 글인데요 뭘 ㅠㅠㅠ 소중한 댓글 너무 감사해요 사랑하구요🌻 즐거운 추석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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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미친... 지녁아....... 작가님 지녀기 너무 귀여운거 아님미까ㅠㅠㅠㅠㅠㅠ 신작도 대박입니다ㅠㅠㅠ 직진 연하남 너무 좋아서 울고있어요😭 오늘도 잘 읽고 갑니다ㅜㅜ 사랑해요💙
•••답글
중력달
잡념이 저지른 뭣도 아닌 글인걸요ㅠㅠㅠ고마오요 그저 사랑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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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꺼이꺼이ㅜㅜㅜ 작가님 알람받고 후다닥 뛰어왔더니 이런 좋은글이 있을줄 누가 알았겠습니까ㅜㅜㅜㅜㅜㅜㅜㅜㅜ 연하 진혁이라니 저 죽어요 으악
•••답글
중력달
저는 감동 받아 죽습미다ㅠㅠㅠㅠ 가당치도 않아여ㅜㅜ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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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꺄악 너무 좋아요ㅜㅠㅜ 귀엽고 할일 제대로 하는 진혁이ㅠㅜㅜㅜ
•••답글
중력달
보답할 수 있도록 열나게 달려야겠네여 고마오요 사랑함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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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저 코피터져요 진짜ㅠㅠㅠ 신알신누르고갑니다ㅜㅜ
•••답글
중력달
감동이 이루는 눈물은 강이 되어버리고 ㅠㅠㅠㅠㅠㅠ힝구 고맙습니다 사랑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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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아니 신작도 이렇게 멋있는 진혁이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귀여운데 멋있고 다 하는 진혁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이렇게 빨리 와주셔서 감사해요 자까님,, 주말이 끝나가서 슬펐는데 갑자기 기운이 나네요,, ㅠㅠㅠㅠㅠㅠㅠㅠ최고 행복해요
•••답글
중력달
진짜 송구하다는 말은 이럴때 쓰는 거군뇨ㅠㅠㅠㅠ고맙다는 말밖에...ㅠㅠㅠ사랑함미다💙♡٩(❛ัᴗ❛ั 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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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8
🐰주디🐰입니ㄷㅏ!
왐마 진짜 작가님 쉴틈없이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ㅜㅠㅠ이번편은 저돌적인 연하 대람쥐를 볼 수있는 걸까요...(´▽`ʃƪ)♡ 다음편도 기대할께요! 다음편을 써야한다는 압박감 가지지 마시고 좋은 컨디션에서 설레는 글감이 생각날 때 편하게 들고 와주세요!⌯'︿'⌯

•••답글
중력달
주디님 댓글은 사랑이에요..사실 매번 쓸때마다 부끄럽고 형편없어서 앱도 지우구 알람 꺼놓고 숨을때도 많았는데ㅠㅠ이런 따수운 댓글 감덩 눈물 폭발임니다...고마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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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9
와우와우와우와우!!!!
작가님...!!!! 이거이거 대작이죠 그쳐!!! 신알신울리도록 알람설정해놓고 갑니다!! 너무너무 재미써요❣️❣️❣️

•••답글
중력달
으어 이 소중한 댓글 제가 보답해야하는데 ㅠㅠㅠㅠ고맙고 사랑합미다 진쨔루 💙๑>ᴗ< 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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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0
연하최고ㅠㅠㅠ 다음편 무족권있어야해요 작가님 ㅠㅠㅠㅠ 와대박 신작도 너무 재밌어요ㅠㅠㅠㅠㅠ
•••답글
중력달
제 글은 잼썼던 적이 단한번도 업섰던 거 같은대 과찬이에요ㅠㅠㅠㅠ 제가 사랑 마니해요 고맙구요 오래바요 우리 ♡٩(๑> ₃ < )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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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1
무적권 기다립니다.... 사랑해요ㅠㅜㅠㅠㅠ 하 진짜 쓰시는 족족 제 스타일이면 어떡하라는 겅ㅂ니까ㅜㅜㅜㅜㅜ I love you...❤
•••답글
중력달
제가 당신을 더 I love you...사랑 그렁 거 제가 정말 마니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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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2
필력 짱이세요..진짜
글 많이많이 써주세요!!!

•••답글
중력달
저는 필력 따위 엄는 사람입니다...소즁한 댓글 보면서 눈물 흘리는 즁이에요ㅠㅠㅠㅠ 고마오요 사랑하구요 ♡٩(❛ัᴗ❛ั 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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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3
와 필력 쩌네요 작가님... 와 진짜 쩔어요... 요근래 본 작품들 중 단연 으뜸이에요 ㅠㅠㅠㅠㅠ
•••답글
중력달
으뜸이라면 유치원 때 으뜸반이었던 거 말고는 첨 듣는 칭찬인데요ㅠㅠ 고맙습미다 사랑하는 걸 아시나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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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4
허어어어억 작까님!!!!!💕💕💕💕넘 재밌어요 사랑함니다
•••답글
중력달
사랑싸움을 한다면 당신은 분명 저에게 질 거예요 왜냐면 제가 더 사랑하기 때문이져(아무말) 고맙구 사랑함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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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5
세상에 진혁이가 연하인건 상상도 안해봤는데 너무 잘어울리잖아..... 작가님 감사합니다 ㅠㅠㅠㅠㅠㅠㅠ
•••답글
중력달
저도 사실 옵단에 더 가까운 사람입미다만 그래도 연하 진혁 쳐돌이 안될 수가 업다는..ㅠㅠㅠㅠㅠㅠ제가더 감사해요 사랑하고요 🌻💙(๑˃̶͈̀o˂̶͈́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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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6
으아 연하남이라니ㅠㅠㅠㅠ 멋지게 나타난 진혁이와의 다음 이야기가 기대됩니다ㅠㅠㅠ
•••답글
중력달
소중한 댓글 너무 고마오요 ㅠㅠㅠ 오래 봐요 우리 사랑 많이 함미다 제가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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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7
와씨 대박인데여ㅠㅠㅠㅠㅠ와 이런 연하남 어디없나여....아진짜 진혀가ㅠㅠㅠㅠㅜ너무 좋다ㅠㅠㅠㅠㅠㅠㅠ자까님 최고예여ㅠㅠㅠㅠㅠㅠ2편 바로 보러갑니다ㅠㅠㅠㅠㅠㅠ추석인데 추석 잘보내세영💙
•••답글
독자18
우와.... 작가님 글솜씨 무슨 일이예요... 한 편 봤는데 드라마를 본 거 같아요 ㅠㅠㅜ 짖짜...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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