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베이빈
"봉사하는거야?"
"뭐라는거야."
맞은 편에 다리를 꼬고 앉아 인상을 구긴채의 찬열이 틱틱 쏘아 붙였다. 그 오메가 말이야, 너랑은 상관없는 거잖아.
이제 상관있어. 덤덤하게 대꾸한 세훈이 얼음물을 홀짝였다.
"참 할일도 없나보네."
어쩌려고 그래. 어지간히 걱정이 되는 듯 쌍커풀 진 큰 눈이 뚫어져라 쳐다보는게 느껴진다. 니 걱정이나 해 새끼야.
"니 정도면 그 집안 망하게 하는거 아무것도 아닐거라는거 아는데, 그 다음엔?"
"다음?"
"그 다음엔 어쩔건데. 데리고 살거야?"
'만약 절 가지고 놀다 버리실 생각이라면, 마지막엔 죽여주세요.'
"그것도 아니면 그 짧은 찰나에 사랑에라도 빠진거야? 그 오메가랑."
...아니. 난 그런거 못해. 세훈이 잔을 내려놓는다. 찬열은 아차 하는 얼굴로 있다가 한숨을 뱉으며 고개를 숙인다.
그냥 재밌을 것 같아서, 그래서 그랬어. 다른건 없어. 한숨같은 목소리가 둘 사이에 내려앉았다.
* * *
뱃속의 아이도, 산모도 구할 수 없어. 손쓸 수 없을 정도로 출혈이 심해서 달리 조치를 취할 방도가 없었어.
지금 니가 할 수 있는 일은 경수 편안하게 보내 주는 거야.
수술복에 흥건하게 피를 묻힌채의 찬열이,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세훈의 어깨를 붙잡고 말했다.
출산을 고작 일주일 남겨 둔 만삭의 흔하디 흔한 교통사고. 꺼져버린 불씨. 아이를 임신하지 않았더라면 구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나 만나기를 고대했던 작은 생명이 경수를 앗아갔다. 가족이 될 뻔한 두 생명을 떠나보낸 날, 세훈은 오열했다.
이제 경수도, 아이도 없어.
하얀 가루가 되어버린 연인을 이름조차 없던 작은 생명과 함께 바다로 보내주었다. 살아서도 자그맣던 몸은, 죽어서도 마른 품에 폭 안겼다.
푸른 바다 아래 가라앉는 경수를 멍 하니 쳐다보는 세훈의 등을 찬열의 손이 따뜻하게 쓰다듬었다.
손바닥만한 상자를 안은 세훈의 고개가 한참이나 숙여져있었다.
* * *
너, 잘 생각해. 끝까지 책임지지 못할거면 시작도 하지 마. 찬열이 한참만에야 가라앉은 목소리로 충고했다.
세훈의 시선이 비내리는 창 밖 어딘가에 부유하고있다. 얄팍한 입술이 달싹인다. 시작했어 이미. 되돌릴 수 없어.
"너..."
"3년이 지났어."
"....."
"이제 잊었어."
* * *
거의 기절상태였다 깨어난 준면이 부스스한 머리를 정리하며 몸을 일으켰다.
혹사당한 온 몸이 비명을 질러댄다. 꾹 참고 바닥에 발을 디디니 눈앞이 핑 돈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문득 손바닥을 배 위로 가져다 댔다.
이름도 모르는 알파가 3류영화같은 인생에 개입했다. 이 남자는 제 아버지는 물론이거니와 집안 모두를 송두라채 몰락시킬 수 있는 사람임에 틀림없다.
말투와 행동 하나하나에 태생이 갑이고 위 였음이 느껴졌다. 누군가의 말 대로 나는 가문의 수치이고 돌연변이인데, 그냥 죽어버렸어야 했어.
준면의 머리위로 잔잔한 바람이 지나갔다.
년이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