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동거 : 6남자와 별빛
06
탁-
원식의 손에 들려있는 핸드폰을 낚아챘다.
아 진짜. 짜증과 별로 좋지 않은 내 과거를 남이 알아버렸다는 쪽팔림이 치밀어 올랐다.
가장 친한 친구의 배신에도 한마디 하지 못하고 숨어버린 바보라고 누군가 내게 속삭이는 것만 같았다.
"미,미안해...."
어찌할 줄 몰라하며 내 얼굴을 보려고 허리를 숙인 원식이와 눈이 마주쳤다.
정말 미안하긴 하나보다. 내가 전화가 와서 너 가져다주려고 그런 건데.... 잘못 눌러서.....
주저리주저리 변명을 늘어놓는다.
다들 먹던 밥 수저도 놓고 나를 향해 시선을 집중하고 하고 있다.
밥이나 드세요.
* * *
어젯밤 방으로 들어온 나는 곧장 잠이 들었고 해가 중천에 뜨고 나서야 눈을 떴다.
핸드폰을 들어서 보니 민정이에게 온 카톡이 수두룩하다.
내가 나중에 전화할게 만나서 얘기해.
민정이의 카톡에 답을 해주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
방문을 열자 뿔뿔히 흩어지는 여섯 요정들. 방 문 앞에 들러붙어 있던 거 다 티 난다.
미처 달려나가지 못한 켄이 벽을 보고 서 있다. 조그만 손가락으로 벽을 문지르다가 '깼어?' 하고 어색하게 물어온다.
그런 켄의 뒷덜미를 잡아 내 손 위에 올려놓자 엉덩방아를 찧는다.
"뭘 엿 듣고 있었어. 이 변태요정아"
"무,뭘! 아무것도 안했어! 벽이 더럽길래..."
엄청나게 당황하며 말을 더듬는 켄을 내려놓고 쇼파에 엉덩이를 붙혔다. 그러자 뽈뽈 내가 앉아있는 쇼파 위로 모여든다.
다다다 달려오다가 카페트에 걸려 넘어지려는 빈을 받아냈다. 그러자 동그랗게 커진 눈으로 '나이스 타이밍!' 하고 외친다.
그런 빈을 쇼파에 올려놓고 리모컨을 들어 채널을 돌리려는데 라비가 내 허벅지에 턱을 괴며 올려다 본다.
사과의 표시인가. 반칙이다. 그런 모습으로 그렇게 올려다보면 없던 용서의 마음도 생기니까.
라비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 주자 아예 얼굴을 내 허벅지에 부빈다. 이건 무슨 요정이 아니고 강아지구만.
TV를 보는 내내 이상했다. 시끄럽게 굴어서 한소리 들어도 모자랄 판에 웬일로 요정의 모습으로만 있다.
그리고 말도 줄은것 같고. 의아함에 고개를 옆으로 돌려 내 옆에 쪼르르 앉아 있는 여섯 요정들을 보았다.
조그맣게 조각낸 귤을 야금야금 먹고 있던 엔이 슬금 나를 쳐다보다가 눈이 마주쳤고 그러자 화들짝 놀란다.
수상한데... 갑자기 말도 잘 듣고 말썽도 안피우고 조용하고.. 뭔가 있어.
아, 설마. 어젯밤의 일 때문에 내 눈치를 살피는건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유는 그것 하나뿐이었다.
인간 눈치 보는 날씨요정이라니. 황당하다. 그리고 엄청나게 웃기다.
"....충격이 컸나봐."
"조용히 해여. 별빛이 은근 귀 밝으니까"
그래 혁아. 다 들린단다.
띵동-
내 눈치만 열심히 보고 있는 여섯 요정들을 보며 실실웃고 있는데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이 시간에 누구지? 몸을 일으켜 현관으로 향했다.
"누구세요?"
"별빛~~~! 오빠 와쪄~~~~"
"뭐야? 웬일이야?"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동네오빠. 인연, 운명 이런건 잘 믿지 않지만 내 인연이다 싶은 몇 안되는 사람 중 한명이다.
어디로 이사를 가건 우연히 계속해서 옆 집에 살았다. 내가 자취를 하기 전까지는.
해서 외동인 나에게는 친 오빠나 다름 없는 사람이다.
오자마자 이것저것 사온 장바구니를 내려놓고 냅다 껴안고 부둥부둥하는 오빠.
애정표현이 너무 강해서 탈이다. 오빠를 슬며시 떼어내며 장바구니를 들고 부엌으로 향했다.
"뭐야, 귤을 왜이렇게 쪼개놨어? 할머니세요?"
....개스끼 겁나 깐족거리네. 오자마자 쇼파에 걸터 앉으며 애들 먹으라고 조각 낸 귤을 한입에 털어넣는다.
갑작스런 충격에 쇼파에 있던 애들이 통통 튕기며 혼비백산이 되었다.
아,참. 다른 사람들 눈에는 안보인댔지.
놀란 마음에 후다닥 뛰어가 오빠의 허벅지를 찰싹 때리며 귤이 담겨있던 그릇을 빼앗아 들었다.
"야!! 왜 왔어?"
"우리 별빛이 보고 싶어서~"
되도 않는 혀 짧은 소리를 내며 나를 껴안아 오는 오빠의 손길에 기겁을 하며 떼어냈다.
".............."
"............."
"............."
"......야, 어디서 찬기운 들어오지 않냐"
몸을 부르르 떨며 휙휙 돌아보는 오빠.
그럴만도 하지. 지금 오빠, 너 옆에 엄청난 눈빛을 보내고 있는 6명의 요정이 있거든.
얼른 방으로 들어가. 협박아닌 협박의 눈빛을 보내니 슬금슬금 쇼파를 내려간다.
그와중에 꼼짝도 않고 있는 레오. 뭐하냐는 눈빛으로 슬쩍 밀자 그제서야 꾸물거리며 방으로 들어간다.
"아줌마가 네 얼굴 좀 볼겸 반찬통 가지고 오래서 들른거야"
"엄마가?"
"그래, 오기 귀찮으시대. 밥이나 줘, 배고파 돌아가실 듯"
그럼 애들 저녁은 어떡하지. 배고플텐데.
갑자기 밥을 먹고 가겠다는 오빠의 말에 어떻게 할까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화장실을 간다는 오빠의 말이 들려왔다.
그걸 꼭 나한테 말하고 가야겠니. 알고 싶지 않은 통보에 인상을 찌푸렸다.
".......(어떻게 해)"
인상을 찌푸려서 잘못 본줄 알고 눈을 크게 떴다.
당연히 요정의 모습으로 있어야 할 켄인데.
내 방 문을 빼꼼 열고 울상을 짓고 있는 재환이 눈에 들어왔다.
너 왜 그러고 있어?
+
꾸꾸 잉국찌 등장!!!
예... 한지민... 독자님들이 생각하시는 그 분 마자여...
내 워너비...ㅎㅎ 이렇게라도 등장 시킬꾸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