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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다리 전체글ll조회 536l 1



조금 늦었네요 ㅠㅠ







 -





 #.6-





 "성규형 있어?"


 성종이 조심스럽게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며 성규를 찾았다. 이 형 아직도 안 일어났나? 주말과 평일의 구분이 없던 성규였기에 하루 일과가 제멋대로였던 터라 성종이 자주 찾아와서 그를 챙기곤 했다. 안 그러면 정말 잠만 자고 밥도 안 챙겨먹을테니까. 제가 아는 김성규란 사람은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였다.


 "성규형~... 어라? 여기도 없네?"


  그가 그림을 그릴 때에 애용하는 방의 방문도 열어보았으나 그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웬만하면 침실, 아니면 이곳인데. 의아함을 느낀 성종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방문을 도로 닫아두곤 맞은편의 방 문고리에 손을 얹었다. 이번엔 조심스레도 아닌, 벌컥이다.


 "성규형!"


 냅다 이름을 외치며 연 문 너머엔 아무도 없는듯... 했으나 조금 시선을 내려보니 서재 방바닥에 덜렁 누워 새근새근 잠들어있는 성규의 모습이 보였다.


 "형? 여기서 왜 이러고 있는거야? 설마 어젯밤에 여기서 잠들었어?"


 성종이 그에게 슬그머니 다가가 어깨를 살짝 흔들어 그를 깨웠다. 이 형이 뭘 잘못 먹었나... 아무리 제 집 안에서 제멋대로 생활하는 사람이라곤 하지만 잠을 아무데서나 자는 형은 아니였는데. 홀로 그렇게 생각하며 성규의 어깨를 흔들어대자 그의 눈이 찡그려지는 것이 보였다.


 "혀엉~ 일어나라니까? 방바닥은 따뜻하네? 다행인지 뭔지..."
 "으으... 뭔데. 왜 깨워..."
 "왜 깨우냐니. 벌써 해가 중천이에요 이 늙은아! 어젯 밤에 뭐했길래 여기서 퍼질러있어? 책 읽다 잤어?"


 성종이 꿈지럭거리는 성규의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물었다. 아니나 다를까 머리에 베여진 책 몇 권과 그의 오른쪽 옆구리에 깔려있던 또 다른 책 한 권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푸핫! 뭐야, 형 설마 이거 읽다가 잔거야?"
 "... 아 넌 또 뭔데 그걸 들고있냐-!"


 문제의 그 '음란과 폭력' 이였다. 자극적인 제목과 표지에 성종의 눈빛이 의미심장해지자 그와 동시에 성규의 눈이 급 밝게 뜨이며 성종의 손에서 책을 휙 낚아채갔다.


 "안 읽었거든."
 "안 읽었으면 그게 왜 거기 있냐?"
 "그냥 쥐고 잔거야."
 "거짓말..."


 성종의 눈이 새눈이 되어 성규를 흘깃거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책을 서재 구석의 책상 위에 올려둔 성규가 머리를 긁적거리며 성종에게 말했다.


 "근데 오늘은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이긴. 나 여기 안 와본지 일주일 됐잖아. 형 밥이나 좀 해주려고."
 "아.. 벌써 그렇게 됐어?"


 어쨰 가면 갈 수록 날짜개념과 요일개념이 무뎌지고 있는 듯 했다. 솔직히 자기 자신도 어느 정도는 세상 돌아가는 것에 맞춰 살자고 생각했었지만 만나는 사람도 없이 덜렁 혼자 지내다보니 요일이고 뭐고, 그냥 해 떠있으면 낮이였고 해 지면 밤이였다.


 "뭐 해줄거야?"
 "맞춰봐! 뭐 해줄지."
 "김치볶음밥."
 "엥? 김치볶음밥 먹고싶어? 간만에 솜씨 좀 내서 토마토 스파게티 해주려고 했더니?"
 "치즈 올려줄거야?"
 "당연하지."
 "그럼 콜."


 성종이 빙긋 웃곤 장을 봐온 봉투를 식탁 위에 턱 올려놓았다. 소스와 면 따위들을 차근차근 꺼내던 성종이 손을 움직이다 말곤 잠시 뜸을 들였다.


 "왜 그래? 뭐 깜박하고 안 사온거 있어?"
 "아니, 그게 아니라..."


 코로 깊게 숨을 들이쉬곤 다시 입으로 후우- 뱉어냈다. 소스병의 뚜껑을 검지 손가락으로 톡톡 치던 성종이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힘없이 웃어보이며 성규에게 말했다.


 "사실, 엄마한테서 연락이 왔어."
 "... 뭐?"


 유리컵에 냉수를 따라 마시던 성규가 그 말에 물을 마시려던걸 멈추곤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


 "어... 엄마라니? 엄마가 어떻게?"
 "어디 심부름 같은거라도 썼나봐. 험상궂은 아저씨들이 갤러리에 들이닥쳐선 형이 어딨냐고 마구 묻더라고."
 "갤러리는. 뭐 거기서 난동같은거 부린건 아니지?"
 "그런건 아니고. 분위기 좀 험악하게 만들어서 안에 있던 관람객들 싹 다 빠져버리긴 했지..."


 성종이 어이가 없다는 듯 바람빠진 웃음소리를 내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하지만 별로 심각하지 않다는 그의 뉘앙스와는 다르게 성규의 미간은 깊게 좁혀졌다. 느닷없이 엄마가 연락을 하다니.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분명 저의 엄마라는 사람은 12년 전에 그 흔한 쪽지도 없이 휑하니 사라져버린 그런사람이였는데. 이제 와 갑자기 자신을 찾는게 무슨 의도가 숨겨져있는건지 전혀 감도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뭐라고 했는데?"
 "너무 무섭게 나오길래, 일단 진정하고 나중에 다시 오라고 했어. 사실 그렇게 말해도 막무가내로 형 내놓으라고 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쉽게 양보하더라고? 그래서 누가 시키기라도 한거냐고 물어봤더니... 엄마 이름을 말하더라."


 파스타 면이 들어있는 봉지를 부스럭거리던 성종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사실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 척 해봐도 성종 역시 기분이 복잡하긴 마찬가지였다. 엄마가 얽힌 과거는 썩 유쾌한 기억이 아니였으니까.


 "... 엄마가 형이랑 꼭 만나서 얘기 해 보고 싶대."
 "뭐...?"
 "일주일 내로 연락달래. 어디서 만날지, 언제 만날지 결정 하자고."


 바지 주머니에서 머니클립을 꺼낸 성종이 그 안에 꽃혀있던 노란색 포스트잇을 뽑아 성규에게 건넸다. 그곳엔 연락처로 보이는 전화번호가 낯선 사람의 글씨체로 쓰여있었다.


 "네가 적은거 아니야?"
 "응. 아저씨들 중에 한 명이 준거야. 거기서 받아 적었거나, 아님... 엄마가 적어서 줬거나."


 손에 집힌 종이의 글씨 위를 엄지 손가락으로 어루만졌다. 엄마의 글씨체는 기억나지 않지만, 이것을 엄마가 썼을거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저려오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난... 아직도 엄마를 그리워 하나?





* * *





 성종이 치즈까지 얹어준 스파게티였건만, 예상치도 못하게 접한 굵직한 소나기같은 소식 덕분에 면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성규의 모습을 옆에서 묵묵히 지켜보던 성종이 애써 분위기를 환기시켜보려 제 포크에 면을 돌돌 말아 성규에게 건넸다.


 "자. 면 다 불겠다. 맛있게 좀 먹어!"
 "... 먹고 있었어."


 본체만체 성종의 포크를 힐끗 넘겨본 성규가 자꾸만 포크를 흔드는 성종의 재촉에 어쩔 수 없다는 듯 면을 입에 물었다.


 "아~ 나 없으면 성규형 맛있는거 누가 먹여주지?"
 "... 풋."


 포크를 흔들거리며 제 멋에 취한 한 마디를 뱉어내자, 그 말을 들은 성규의 입에서 바람빠진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그런 그의 모습이 꽤나 반가웠던듯 성종의 얼굴이 그제서야 제대로 환해지며 예쁜 웃음을 만들어냈다.


 "난 형이 하자는대로 할게."


 나지막하게 나온 한 마디에 면을 젓고있던 손을 우뚝 멈췄다.


 "나야 뭐, 엄마에 대해 별 생각 없으니까."
 "... 넌 엄마가 밉지 않아?"
 "밉다 좋다가 문제가 아니야."


 에휴~ 일부러 입으로 소리를 낸 성종이 성규의 손을 두 손으로 꼭 모아 잡았다.


 "형이 그렇게 해서 행복하다면 난 그게 좋은거야."
 "......"
 "형제잖아."


 성종의 맑은 눈이 제 두 눈과 마주쳐졌다.


 "그래."





* * *





 식사를 마친 이후, 함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뜻 밖의 주제로 대화를 나누게 된 것은 이때부터였다.


 "그 남우현이란 사람하고는 어떻게 된거야?"


 설거지를 자처한 성종이 고무장갑을 낀 채 열심히 프라이팬을 벅벅 문지르던 중이였다. 식탁 위를 행주로 훔쳐내던 성규가 예상치 못한 사람에게서 나온 예상치 못한 이름에 저도 모르게 히끅 딸꾹질을 했다.


 "아니, 그 왜... 예전에 그 사람이 여기로 그림보러 오지 않았어?"
 "그, 그랬지."
 "근데 형이 그림을 공짜로 준다고 했다며."


 그러고 보니 그랬었지 참... 성종의 말에 우현의 얼굴이 머릿 속으로 둥실 떠올랐다. 유난히 강아지같이 변하는 그의 웃는 얼굴이였다.


 "그냥 그러고 싶어서 그런거야."
 "그냥?"
 "그럼 뭐 어때서."
 "으으음..."


 고무장갑을 벗어내며 뜸을 들이던 성종이 샐쭉 웃고는 장난스레 대답했다.


 "설마 그 사람이 마음에 들었나 싶어서."


 쿨럭- 먹고 있는것도 없었는데 성종의 말에 사레걸린듯한 기침이 절로 나왔다.


 "무, 무슨 소리냐 그게!?"
 "아니 반응이 뭐 그렇게 격해? 그냥 물어본거야~ 형 뭐 찔리는거라도 있어?"


 찔리는 거? 그와 동시에 스쳐지나간 생각 때문에 벙찐 얼굴이 더 당황스럽게 바뀌었다.


 "없어! 내가 뭐가 찔리는게 있다고...!"


 손에 쥔 행주를 일부러 더 꽉 잡아 벅벅 문질러댔다. 솔직히, 우현을 보고싶다는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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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샌드위치
완전 귀여워지는 중이네요ㅋㅋ성규가ㅋㅋㅋㅋㅋ 우현이가 보고싶어졌으니 다음 행동이 어떨지 궁금해 집니다.
그나저나 형제.......인가요? 둘이? 뭔가 엄마....도...왜 둘을 남겨두고 떠났는지 궁금해지고......... 기다리고 있을게요!!

9년 전
봉다리
헉 이렇게 오랜만에 왔는데도 찾아와주시다니 너무 감사드립니다 ㅠㅠㅠ... 앞으로 짜둔 스토리들이 남아있으니까요 기대하면서 읽어주세요! 항상 감사하고 또 감사해요!
9년 전
독자2
언제든지 오셔요!! 확인하는대로 항상 달려올게요!
9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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