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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님, 아잉뿌잉님, 아가야님 ♡ |
악몽을 꾸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나의 목을 조르는 꿈을.
어떠한 의미가 있는 것일까.
아침밥을 먹고 있었다.
그리 내키진 않았지만, 약을 먹으려면 어쩔 수 없이 먹어야 하기 때문에 꾸역꾸역 입에 넣었다.
반찬그릇에 있는 계란말이를 보니, 문득 너의 얼굴이 떠올랐다.
다른 반찬은 손쉽게 하면서도 유독 계란말이에 약한 너였다.
'후하후하 아저씨 잠깐만 뒤돌아 있어줘요. 부담스러워.'
'알았어. 자, 이제 뒤집어.'
착-.
'아...'
'뒤집었ㅇ.... 아가.'
뒤집는 소리에 뒤돌아보니, 지단이 여기저기 찢겨있었다.
얼른 뒤집개를 건네받아 수습을 해 간신히 모양을 잡아냈다.
'이번엔 잘 할 수 있었는데...'
눈꼬리가 축 쳐진 채 아쉬워하는 너에게 계란말이 하나를 입에 넣어주었다.
'아가, 맛있지? 아저씨는 아가가 해준 건 다 맛있어. 모양이 이상하면 어때. 맛만 있는데, 그치?'
다시 떠오르는 너와의 기억에 입술 사이로 웃음이 비집고 나왔다.
너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너도 나처럼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고 있진 않을까.
손톱이 노랗게 물들었다.
입 심심하지 않냐며 귤 한봉지를 사온 파트너 녀석이었다.
달달하고 새콤한 맛을 뽐내는 귤을 계속 까다보니 손톱이 매니큐어를 칠한 것 마냥 노랗게 물들여졌다.
"검사 결과도 좋게 나왔으니까 마음이 좀 놓이네. 너 이자식 오래 살아야해."
간밤에 꾼 꿈이 다시 생각이 났다.
좋은 뜻이었을까?
재활훈련을 하다보니 시간이 감쪽같이 지나갔다.
급격히 어두워진 창밖을 보니 흑색으로 변한 구름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이내 빗방울이 창문을 툭툭 두들기기 시작했다.
한겨울에 내리는 비.
비내리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지만,
지금 이순간만큼은 빗소리가 어지러운 나의 마음을 다독여 주는것 같아 평온했다.
"하루 남았네? 지긋한 병원생활."
이곳에 있는 동안 시간은 빠르게 지나가 있었다.
"지금 그냥 나가고싶어."
"야, 하루만 참아. 아참, 저번에 부탁했던거. 여기."
녀석이 내미는 갈색 서류봉투를 받아들었다.
생각보다 묵직한 느낌에 놀랐지만, 지금 내가 여기 있게 된 일을 생각하면 그리 놀랄 것도 아니었다.
"찬열아, 나는 너의 선택 존중해."
나의 어깨를 두어번 다독여주고 병실을 나선 녀석.
심호흡을 한번 하고 끈을 빙빙돌려 입구를 열었다.
검은 글씨가 수두룩한 종이들과 함께 몇장의 사진도 같이 들어있었다.
종이들을 먼저 꺼내어 하나 둘 읽어내려갔다.
예상은 했지만, 읽을수록 가슴이 미어져갔다.
말로도 형용할 수 없는 배신감과 더불어 알수없는 죄책감이 나를 조여왔다.
떨리는 손으로 한장한장 넘겨가는 사이, 눈주위가 뜨거워짐을 느꼈다.
무릎위에 종이들을 얹어놓고, 서류봉투 속에 고이 담긴 사진들을 꺼내었다.
순간 숨이 턱 막혀왔다.
그렇게 악착같이 살아오던 내가 한심해지는 순간이었다.
참아왔던 눈물이 사진위로 투둑 떨어졌다.
모든것을 한순간에 잃은듯한,
나의 소중한 사람들을 잃었던 그날처럼 모든것이 허무하게만 느껴졌다.
몰려오는 공허함에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차가운 웃음을 내뱉었다.
사람 일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도 있고, 언제나 그런 뜻하지 않은 일에 대비를 해야 한다.
그동안 나는 어떠한 대비를 해온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