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레노 (Sereno) - 별과 이야기하는 밤
어느 나라에 왕자와 공주가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왕자와 공주가 살고 있던 나라에 무시무시한 마녀가 나타났어요! 마녀는 한 순간에 나라를 폐허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안돼요! 제발 하지 마세요!"
공주는 자신을 죽이려고 하는 마녀에게 살려 달라고 빌고 또 빌었습니다.
마녀는 공주를 죽이지 않는 대신 공주에게 조건을 하나 걸었어요.
왕자를, 자신에게 달라고 말이죠. 공주는 그럴 수 없다며 마녀에게 울며 말했습니다.
자신의 말을 듣지 않아 마녀는 공주에게 화가 났습니다. 결국 마녀는 공주에게 저주를 걸어 자신의 몸과 공주의 몸을 바꾸었습니다.
공주는 마녀가 되었고, 마녀는 공주가 되었습니다.
마녀가 된 공주는 울며 성을 나와 무작정 길을 걷다가 마음씨 착한 요정을 만났어요.
"왜 울고 있니?"
요정은 공주에게 물었습니다.
"나는 공주인데 마녀의 저주를 받아 내가 마녀의 모습으로 변해 버렸단다."
요정은 공주의 말에 크게 안타까워 했습니다.
요정은 공주를 원래 모습으로 돌려주려 여주와 함께 모험을 떠났어요.
숲을 지나, 바다를 건너 공주의 몸으로 변한 마녀가 있는 성으로 말이죠.
가는 길에는 우여곡절도 참 많았답니다.
부모에게 버려진 불쌍한 소년을 만나기도 하고,
자신의 몸을 빼앗은 마녀의 친구인 흡혈귀를 만나 목숨을 잃을 뻔 하기도 했었죠.
아무튼 그렇게 요정과 공주는 성에 도착했답니다.
그리고….
"와아! 계속 읽어주세요 누나!"
"이 다음? 잠깐만 이게 끝인데?"
황금 같은 휴일에 사촌동생에게 동화책이나 읽어주고 있는 꼴이란 참 내가 봐도 존나게 안쓰러워 보이는 듯 하다. 내가 왜 동생의 충성스런 책 읽기 셔틀이 되어 있는가 하니, 부모님이랑 이모와 이모부께서는 나도 모르는 동반여행을 계획 하셨고 오랜만에 신나게 놀고 싶으시다며 7살짜리 사촌동생을 나에게 맡기고 여행을 떠나셨다. 이런 시발!
결국 나는 이번 주말에 친구들과 계획했던 바다여행을 눈물을 머금고 취소 해야 했다.
사촌동생과 엄청 애틋한 사이도 아니여서 뻘쭘하게 각자 할 일을 하고 있을 때쯤, 엄마께서 사촌동생을 잘 돌보면 용돈을 올려 주신다는 말이 머릿 속에 떠 올랐다. 얼른 사촌동생을 불러 온 다음 집에 있던 책장에서 아무 동화책을 하나 꺼내 동생에게 읽어주기 시작했다. 근데 우리 집에 이런 책이 있었나? 아무튼 초등학교 입학 이후로 동화책은 손에 뗀지가 오래인데 동심에 푹 젖은 꼬마애 데리고 한글자 한글자 또박또박 읽어주는 내 꼴이 참 처량해 보인다. 사실 사촌동생도 동화책을 읽을 수준의 어린아이는 아니지만, 내가 책장에서 동화책을 집어온건 신의 한수였다.
왜냐하면 소설책보다는 동화책이 짧고 간단하니까. 읽어주기에도 빠르니까.
마녀는 심술궂은 말투로, 공주는 온갖 내숭을 다 떨어 아주 가는 목소리로 삼류 드라마에 맞먹는 연기로 혼신을 다 하며 읽어주고 있나 하니, 나의 노력을 아는지 모르는지 사촌동생은 계속 읽어 달라며 보챈다. 재밌나보네. 꺄르르 웃는 모습에 덩달아 나까지 웃었다. 동생은 동화책을 생각하며 웃고, 나는 용돈을 생각하며 웃고. 근데 이 책이 찝찝하게 시리 중간에 이야기가 끊겨 있는거다. 자세히 보니까 책이 찢어져 있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내가 어렸을때 찢어 먹었나. 다음장이 없다고 하는 말에 사촌동생은 시무룩해져 다른 책이 있냐고 묻는다.
"누나 이거 말구..책 더 없어요?"
"아마..도 없을걸?"
"저어-기 책장에 책 많이 있는데..."
"우리 책 보지 말고 뽀로로 볼까?"
"네!"
사촌동생이 책이 더 읽고 싶은지 책장을 가르키며 나에게 말했다. 절대 안된다. 이 책 말고 나머지는 다 소설이라 엄청 길어서 읽어주기 골치 아프니까. 하지만 역시 요즘 애들한테는 책보다는 뽀로로가 직빵인가보다. TV를 켜고 뽀로로를 틀어주자 사촌동생은 곧바로 TV에 시선을 돌리며 오프닝 주제가를 따라 부르고 있었다.
노는게 제일 좋아, 친구들 모여라.
뽀로로 주제가를 자장가 삼으며 나는 잠을 청하려 방으로 들어갔다. 사실 공부는 개뻥이었다. 시험 끝난지 몇일 되지도 않았는데 공부는 무슨.
새나라의 어린이...아니, 새나라의 학생은 충분한 잠을 자야 공부도 열심히 하는 법이지. 그렇고말고.
조금만 자다가 일어나야지-
*
.
.
비가 온다, 나무에 둘러 싸여 있다. 숲인 것 같다. 그리고 이건 꿈이다. 침착해. 꿈 주제에 너무 생생한 느낌에 소름이 돋는 기분이 뭔지 아냐고 물으면 난 이 순간부터 안다고 대답해야지. 라고 다짐한다. 비가 오는데 진짜 머리에 맞는 것 같고, 비때문에 옷이 젖어 찝찝한 느낌, 춥다. 그리고 이 와중에도 코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맑고 깨끗한 공기.
이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진짜 현실처럼 잘 느껴져서. 꿈이 아니라고 느껴 질 만큼.
하지만 이건 꿈이다. 생생해도 어차피 꿈이긴 꿈이다. 난 분명 사촌동생한테 뽀로로를 틀어주고 잠을 청했다. 순간이동을 해서 내가 쓸 데 없이 숲에 왔을 리가 없잖아. 차라리 잘생긴 연예인과 결혼하는 꿈이라던가, 연애하는 꿈이라던가. 그런 꿈이 지금처럼 생생하면 난 평생 꿈에서 깨지 않고 싶어서 발악을 할텐데. 근데 지금 이 상황은 누가봐도 그런 꿈은 아니다. 갑자기 숲에서 비를 맞지를 않나, 엄청 찝찝하고, 엄청 찝찝하고.. 아무튼 가뜩이나 못생긴 얼굴 비에 젖어서 더 못생겨 보일지도 모르고. 게다가 초 현실적이게 내가 자기 전까지 그대로 입고있던 트레이닝 반바지에다 목 늘어난 티라니, 의도치 않은 패션 테러까지....정말 남의 안구 손상시키는 민폐녀가 따로 없다.
이 개 같은 꿈에서 빨리 깰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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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상 2시간이 지난 것 같다. 나무에 기대어 멍하게 있었다. 어차피 깨어날 꿈 주제에 꿈은 지독히 길었고 나는 서서히 지쳐갔다. 생각해 보면 지금 내 패션이 자기 전이랑 그대로인 것을 봤을 때 잘 때 그대로의 모습인 것 같은데, 나는 반바지 주머니 안에 스마트폰을 넣어놓고 잤었다. 그러면 스마트폰도 주머니에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스마트폰이라도 있으면 그나마 따분하지 않았을 것을. 계속 앉아 있다보니 다리가 저린 것 같기도 하다. 저린 무릎을 두드리며 다시 일어나 발걸음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움직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나무 위에 새들이 짹짹 거리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
정말 이 넓은 숲에 나 밖에 없나.
아니겠지.
아닐거야.
혹시라도 이 숲에 누군가 있을까 하는 기대를 하며 입을 열었다.
"여기 아무도 없어요?"
큰 소리로 누구 있냐고 소리쳤다. 하지만 아무도 내 말에 대답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냥 내 말이 메아리로 울려 퍼질 뿐. 진짜 나 밖에 없나보다. 몇 시간을 이 곳에 있는건지, 이제 진짜 내가 미쳤는지 현실이랑 꿈이랑 구분이 안가는 듯, 배가 고파지기 시작했다. 잠에서 깨면 어제 먹다 남은 피자를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투덜거리던 그 순간 기대있던 나무 위에 있는 열매가 눈에 들어왔다. 오 신이시여....착하게 살겠습니다.
처음 보는 열매지만 윤기도 나고 맛있어 보이는게 입에 침이 고이기 시작했다. 열매를 조금만 따 먹기로 했다. 설마, 독이 들어 있거나 하진 않겠지.
는 시발 키가 안닿여서 열매를 따지 못했다. 나무 위에 올라타서 올라 가려고도 해봤지만 빗물 때문에 미끄러워 올라가지지 않았다. 그렇게 정확히 24번째 나무에 올라 타려고 시도를 하려고 했을 쯤 나무에 긁혀 무릎에서 피가났다. 시발 꿈 주제에 다치기까지 하냐...존나 서럽게. 까진 무릎에 비까지 오니 정말 최악이었다. 상처에 빗물이 닿여 따갑고 쓰렸다.
"읏차"
어?
방금 무슨 소리가 들린 것 같았는데.
주변을 둘러보았다. 내가 들은게 환청이 아니였는지 한 남자가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시발 눈동자 뭐야. 귀는 왜 저렇게 생겼어.
엘프(elf), 박찬열
"저 열매 독 있는데 먹으려고 했던거야?"
"아…아니요.."
"이거 먹을래?"
남자는 그대로 내 쪽에 걸어와서 자기 손에 들고 있던 열매를 나에게 내밀었다. 포도같이 생겼는데 포도도 아니요, 그렇다고 색깔이 요상한것도 아닌 게, 결론은 그냥 맛있어 보였다. 남자 손에 들린 열매 한번, 그리고 남자 얼굴 한번. 다시 열매 한번, 얼굴 한번. 와 존나 잘생겼다...존나 잘생겼다는 말로 밖에 표현할 수 없는 내 어휘력이 안타깝고 거지 같지만 잘생겼다. 연예인으로 데뷔해도 왠만한 연예인들은 다 발라 버리겠는데? 꿈이라는 사실이 매우 안타까운 순간이었다.
남자의 얼굴을 넋놓고 1분정도 감상하고 있는데 남자가 날 이상하게 쳐다보다가 '이거 안 먹을거야?' 라고 물어봤다. 나는 당장 열매를 덥석 받았다. 멍 때리다가 허겁지겁 열매를 받는 내가 웃겼는지 남자는 싱긋 웃었다.
잘생겼어요 오빠 존나 살인미소...
남자의 얼굴을 감상하며 의심 반 기대 반 열매를 한입 베어무는 순간 입 안에서는 달콤함과 상큼함이 맴돌았다.
맛있다.
남자는 내가 열매를 다 먹을 때 까지 그냥 그렇게 날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 남자의 눈빛이 부담스러워서 나는 찌질하게 땅만 쳐다보며 먹었다.
"이름이 뭐야?"
"그쪽은요?"
"박찬열"
열매를 다 먹고 나니 남자는 서로 통성명을 하자며 내 손을 아래로 잡아 끌더니 엄청 축축한 흙 바닥에 날 앉게 했다. 이쁘장하게 생겨 가지곤 힘은 더럽게 쎄다. 아 엉덩이에 흙 다 묻게 생겼네.. 앉자마자 이름이 뭐냐며 물어보는 남자에게 그래도 경계심이 들어 내 이름은 안 알려주고 역으로 당신 이름은 뭐냐고 물어봤더니 순순히 자기 이름을 알려준다.
박찬열, 그 남자는 자신의 이름이 박찬열이라고 소개했다.
박찬열은 자신의 이름을 얘기한 후 아까부터 궁금한게 많았다는 듯 나에게 이것저것을 물어보기 시작했다. 처음엔 정말 쓰잘데기 없는 질문이었다. 무슨 열매 좋아해? 어떤 과일 좋아해? 이딴 질문들만, 근데 그 와중에 신기했던게, 보통 사람들은 첫 만남에 거의 다 무슨 '음식' 좋아하냐고 물어보지, 무슨 '열매' 좋아해? 라고 물어보진 않는다. 내가 무슨 초식 동물도 아니고 본능에 충실한 인간인데. 나무열매가 웬 말인지. 그때 갑자기 박찬열이 '아! 맞다!' 라고 말하면서 나한테 다른 질문을 물어 보았다.
"여긴 어떻게 하다 오게 된거야? 외딴 곳이라서 찾기도 쉽지 않은 숲인데"
"제가 온거 아닌데요?"
"뭐?"
"저 지금 꿈 꾸고 있는건데"
"뭔 소리야.."
"꿈이라구요. 꿈"
내 말이 끝나자 마자 박찬열의 의문을 가득 품고 있던 표정이 바뀌더니 의미심장하게 미소를 지었다. 뭔가를 알고 있나?
"내가 재밌는거 하나 알려줄까?"
"네?"
"너 이거 꿈 아니야."
"..."
"이거 꿈 아니라고."
박찬열은 내 눈을 바라보고 진지한 표정으로 얘기를 했다. 이건 꿈이 아니라고. 너 지금 뭔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거라고.
"지금 비오는거 느껴져?"
"당연하죠, 근데 지금 뭐하시는거예요?"
"꿈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너를 자각하게 해주려고, 다 생생하게 느껴지잖아?"
"아니 그게 무슨 논리..."
"이건 꿈이 아냐 바보야."
박찬열이 내 호구조사를 하는거라고 생각했다. 시발 그럴 리가 없다. 난 분명 내 방에서 잠을 청하고, 그 뒤로 지금 이 사태가 일어 났는데 이게 꿈이 아니라면 뭐라고 설명할 것인가. 내가 가끔씩 꿈이랑 현실이랑 분간 못할 때가 있었는데, 예를 들면 내가 짝사랑 했던 남자애랑 사귀던 꿈이라던가, 내가 로또에 당첨 됐다가 벼락을 맞아 병원에 입원한 꿈이라던가.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이 꿈에 나왔다던가. 그럴 때마다 꿈이란게 매우 허탈했었는데. 지금이 딱 그 분간 못하는 상황인가보다. 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나한테 지금 처해져 있는 상황이 꿈이 아니라고 바득바득 우기는 병신은 한번도 나타나지 않았었다.
바다 여행을 못 간 충격인가.
그런데 마음과는 다르게 박찬열의 말을 내 몸이 인정이라도 하는 것처럼,
그 감각이, 생생했다. 공기도, 내리는 비도, 그냥 모든게.
"백날 니가 여기서 꿈이라고 깨어 나려고 해봐, 그게 되나."
"어, 와, 잠깐만. 말도안돼"
"네가 마지막으로 있었을 때가 언제야?"
"침대요"
"그래서 꿈이라고 착각하는거였네."
박찬열은 나보고 타이밍이 절묘하다고 했다. 난 어차피 여기 올 운명이라고 했고, 그 오는 시기가 하필 내가 침대에 누웠던, 잠들어 버렸던 그 시기라고 말했다.
내가 컴퓨터를 하고 있었든, 티비를 보고 있었든, 공부를 하고 있었든 난 여기에 왔을거라고.
...진심으로 말도 안돼.
"왜 이렇게 자세히 알아요?"
"어?"
"아니, 음 그게 제 말은, 내가 원래 여기있던 사람이 아니라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
"...음"
"네?"
"그냥, 느낌이 왔어"
"거짓말"
"맞아"
거짓말이라고 하며 호탕하게 웃어 보이는 박찬열을 보며 혀를 끌끌 찼다. 내가 박찬열에게 질문을 했을때 잠시동안 표정이 굳어보였던 것은 단순한 내 착각이었을까.
기분 탓이었나.
"진짜로 말 해주세요, 장난치지 말고"
"진짜 똑같다."
"네?"
"그냥, 옛날에 걔랑 닮았다고."
"..."
혼잣말을 하는 박찬열을 멀뚱멀뚱 쳐다보다가 땅만 보고 있던 박찬열이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 나랑 눈이 마주쳤다. 아 시발 민망하네… 몇초 간 서로를 응시하고 있다가 결국 내가 먼저 눈을 내리 깔았다. 박찬열도 내가 눈을 내리 깔자마자 다시 땅만 보고 있었다.
...결국 우리 둘 다 말이 없어졌다.
어색함이 맴돌아 애꿎은 나뭇가지로 땅에다 낙서나 하고 있는데 정적을 참지 못하겠다는 듯 박찬열이 먼저 입을 열었다.
"여기에 관해서 알려줄게"
"...네"
꿈이 아니라고 한 이상 앞으로 살아갈 이 곳에 관해 알아야 했다. 내 마음을 눈치라도 챈 듯 박찬열은 이 곳에 관해서 알려준다고 했고 나는 그 때부터 빗소리에 묻혀 또렷히 들리지 않는 박찬열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꿈이라고 착각한 이 곳 처럼 끝없는 나무만 있을지, 설마 지금처럼 1년 내내 비만 주구장창 오는 그런 곳인지 긴장하면서. 박찬열은 가만히 내 눈을 응시하며 조곤조곤 이야기를 해주었다. 일단 제일 먼저 박찬열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너는 신의 도움 없이 이 곳에서 절대 나갈 수 없어- 이거 였다.
"여기는 네가 있던 세계와 많이 다를거야"
"..."
"신이 이 곳을 다스려."
"...아까는 신의 도움 없이 이 곳을 나갈 수 없다고 하셨잖아요."
"그렇지."
"...그 신이 똑같은 신이에요?"
"신은 이 세계에 단 한 사람밖에 없어."
"그 신은...어떻게 만날 수 있어요?"
박찬열의 말에 의하면 신은 만나기 아주 힘들다고 했다.
만나기 전에 지쳐 쓰러져 죽고 말거라고.
"...아, 그렇구나."
"야, 너 울어?"
박찬열 입에서 이 세계에 관련된 이야기가 나올 때 마다 내 눈은 점점 찌푸려 지기 시작했고 결국 참았던 눈물이, 내가 있는 집, 내가 있던 곳, 가족이 있는 곳으로 갈 수 없다는 생각에 터져 나오고 말았다. 그리고 박찬열은 내 눈물에 당황했다. 끊임없이 나오는 눈물에 옆에서 안절부절 못하던 박찬열이 결국 자기 손으로 눈물을 닦아 주었다.
"울지 마. 뚝"
"..."
"착하지."
*
이제 좀 괜찮아?
아니요.
에이- 괜찮은 것 같은데?
아닌데요.
갑자기 얘가 우니까 무뚝뚝해졌네. 야 니가 얘기 해달라며!
네. 죄송하게 됐네요.
의미없는 말싸움을 체감상 30분째 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한번 울음이 터지자 기진맥진으로 울어버려 말 상대를 해줄 힘도, 기력도 없던 상태였다.
"너는, 나한테 궁금한거 없어?"
"음..얼굴이 왜 그렇게 생겼어요?"
"뭐?"
"귀도 존나 뾰족하고 눈동자 색도 진짜 이상해."
"그거야…."
"엘프니까."
헉 시발. 이거 진짜 막장인가보다. 진짜 혹시나- 정말 혹시나 생김새가 진짜 내가 어렸을적 만화책에서만 보던 그 모습의 요정이나, 엘프와 닮아있어 설마, 설마했는데.
"미친거 아니예요? 와 진짜 신기해."
"이정도 가지고 놀라면 여기서 어떻게 살아가려고"
아, 맞다. 나 여기서 살아 가야 되는구나.
박찬열의 말에 갑자기 머리를 한대 띵 맞은 듯 충격을 받았다. 그래, 나 여기서 살아야 하지? 못 돌아가지? 꿈이 아니지? 벙쪄있는 나를 보며 찬열이 다시 한번 내게 말을 건넸다. 그래서, 이제 넌 어떻게 할건데- 라고.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이제 이 세계에서 어떻게 살아 남을거냐고.
그거야….
모르지. 내가 어떻게 알아. 이 땅 지리를 잘 아는 것도 아니고 왜 왔는지도 의문 투성이인 이 곳에서 아는 사이라고 하기도 애매한 아는 사람은 박찬열 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 이 곳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눈 깜짝할 사이에 다시 내가 우리 집으로 돌아 와 있을지 지리 짐작도 되지 않는 이 상황에서 내가 뭘 어떻게 하라고.
"몰라요. 갈 곳 없어요."
"야 너...그러면 그, 잠시 동안만!"
"네?"
"나랑 같이 있을래?"
"...?"
"이상하게 생각 하지 말고, 너 갈 곳 없다며."
예상 외로 엄청 따뜻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깐 했다.
내가 지금처럼 급박한 상황만 아니라면 의심병이 도져서 저 새끼가 날 데리고 가서 뭘 어떻게 해보려는 수작인가- 싶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 내 상황은 그게 아니기 때문에 눈물나게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박찬열은 민망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내가 거절할 줄 알았겠지.
"감사해요"
"어?"
"저 여기 지리 하나도 모르는데."
"아..."
한치 앞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래도 이 세계를 잘 아는 한 명의 동행자와 함께 한다.
하나보단 둘이 낫다고, 어떻게든 될거라 믿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냥 몸을 맡기면 언젠가는,
돌아가지 않을까. 내가 살던 곳으로.
나는 해탈하고 이 상황을 받아 들였다.
사담임니다 읽어주십쇼 (__) |
안녕 반가워욤 눈치채신 분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거슨 판타지물이랍니다 암호닉 신청은 해주시면 사랑합니다 완결까지 쭉쭉 달려봅시다 우리!! 어제의 경수 생일과 3시간 후의 종인이 생일을 축하합니다 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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