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술 사이 下 -
+ 그대랑 나, 공개연애 중
***
"녹차?"
"괜찮아"
"몸이 차, 마셔"
머그잔을 손에 쥐어주는 그의 손 역시 차가웠다. 자꾸 대화에 생기는 어색한 틈을
서로 느꼈는지 눈치만 보는 상황이 연출되어 버렸다. 그리 환하지 않은 조명 탓에
그의 얼굴도 잘 보이지 않는 시점에 준회는 저가 들고 있던 머그잔을 탁자에 내려 두곤 _ _의
곁에 앉았다.
"내일 라디오 공개방송이야, 룸 바꿔서 좀 넓은데서 청취자 몇 명와서 보는데 올래?"
"나?"
"어"
"그래"
"기대해, 누나 남자 일하는 거 보고 아주 뻑 갈지도 몰라"
"
은근 슬쩍 어색한 분위기 속 끼를 터뜨리는 그의 말에 분위기가 빠르게
풀어져버렸다. 저 라디오 하는 모습에 완전히 반해서 눈에서 꿀 떨어 뜨리지 말라며
베식 베식 웃는 그의 얼굴이 환해 _ _ 역시 마음이 녹았다.
"시간 많이 늦었다, 데려다 줄게"
"피곤하잖아. 바로 앞인데"
"내 집에 네 집까지 횡단 보도 두 번에 상가 다섯개 지나서 중앙 현관까지
십 오분, 십 오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날 줄 알고 이 시간에 그 어떤 남자가 제 여자를
혼자 집에 보내? 같이 가"
많이 논리정연해졌어.. 준회가..
_ _의 코트 위로 자켓을 하나 더 걸쳐주곤 손을 내밀자 그녀는 준회의 손을 꽉 잡았다.
엘레베이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걷고 중앙 현관까지 _ _의 손을 놓지 않던 그는 저에게
인사하는 그녀를 아쉬운 듯 바라보았다.
"이제 들어가, 데려다 준 거 고맙고"
"잠 안 와, 같이 들어가"
"싫거든?"
"왜 튕겨? 나 있으면 잠 더 잘 자면서"
"내일 아침에 김한빈 와, 혹시라도 걸리면 반죽음일 껄?"
"비밀번호 알려준 게 누군데 또 왜 그런데"
"춥다, 들어가서 잠 잘자고 내일 봐. 9시까지 갈게"
"아 진짜"
"빨리 들어가"
못내 아쉬운 표정이였다. 허옇게 자꾸 입김이 나오고 놓아준 _ _의 손의 온기조차
빠져나갔는데 그녀의 집 앞을 떠나질 못한다. 정말 들어갈 건지 손을 흔들며
뒤 돌아 걷는 _ _을 준회가 불러 세웠다.
"왜?"
"미안해"
"뭐가 또"
"계속 마음에 걸려, 미안해"
"오늘부로 나에게 미안해라는 말 금지어야. 추워 진짜
빨리 가"
"알았어, 간다"
"길 조심 차 조심 여자 조심!!"
고개를 끄덕끄덕 대며 제 길로 사라진 그의 뒷모습을 꽤 오랫동안 바라보던
_ _ 역시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밖보다 집 안이 더 추울텐데.
우리가 다시 사랑할 수 있는 사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밤이였다.
***
"기지배야 일어나"
"오분 만"
"오분 동안 내가 고성방가 하길 원하나 봅니다, _ _ _"
"아 좀..."
"여기 보세요, 이대로 사진 찍어서 구준회에게 전송?"
"이 웬수새끼야!!"
"야 조용히 해봐, 여기 준회도 있다"
본래 여자의 아침엔 모든 이들이 달갑지 않은 손님이다.
그 손님이 애인이라면 더더욱.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켜 욕실로 달려가는 _ _을 보며
한빈은 집이 떠나가라 웃었다. 나 진짜 육성으로 욕 할뻔
매무새를 정리하고 나온 거실, 제 집 마냥 소파에 누운 지원과 한빈이. 그리고 식탁 의자에
앉아있는 준회가 보였다. 기껏해야 여덟시 십분을 넘긴 시간에 이렇게 막 거부반응 일으키고 싶은
두 놈이 집 안에서 굴러다니니 뭐 할 말도 없었다. 멘붕상태인 _ _이 거실로 나오는 도중 우뚝
멈춰서자 준회는 그녀를 끌어당겼다.
"잘 잤어?"
"어떻게 왔어?"
"아침에 김한빈 온다고 했잖아, 그래서 연락했지"
"우리의 훈훈함은 어제부로 끝이야?"
"훈훈함이 아니라 어색함이지. 아침에도 예쁘니까 멘붕상태에서 좀 돌아와"
말은 쉽지요, 한참을 멘붕에 빠져있던 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한빈의 가방에서 리모델링 자료들을 꺼냈다. 이거 때문에 아침부터 찾아온거야? 이런 웬수딱지.
업체 스케줄 상 빨리 결정해야하는데 준회와 저의 갈등 덕에 시간 손해를 좀 본 게 아니라며
삐죽대는 한빈에 그녀는 알았다며 거실 탁자에 앉았다.
탁자에 샘플자료들을 주욱 펼쳐 놓고 회의 중인 그들 뒤로 살며시 다가가 뒤편에
앉은 준회는 연속 흘러내리는 _ _의 가디건을 올려주었고 그래도 자꾸 떨어지는 옷에
뒤에 앉아 _ _을 완전히 감싸안곤 그녀의 어깨에 고개를 올렸다.
"4번이나 7번? 아우씨 연애는 조금 이따가 해라"
"보기 싫음 형도 연애해"
"혼자 하리? 아 진짜 4번이랑 7번 정해졌으니까 세부내용 다음 주에 상의 들어갈 거야.
그때 시간 비우고 아 좀 구준회 떨어져! 집중이 안 돼잖아!!"
"끝났잖아!!"
고작 해봐야 아홉시. 유치한 싸움에 샌드위치마냥 끼어 어느새 졸고 있는 _ _의 고개가
톡 수그러지자 준회는 그녀를 안아 들었다.
"후, 눕히고 올게요"
"이상한 거 하지말고 나와, 얘 자니까 우리끼리 나가서 먹자"
"응"
한빈에게 오케이 사인을 보내고
이제는 어디에 기대지도 않고 잘 자는 그녀를 침대에 눕혀 이불을 덮어주자 아이가 되어버렸다.
새근새근 숨을 내쉬고 뒤척임 하나 없는 _ _의 얼굴 선을 따라 손가락을 대어보다 조용하게 침실을
나온 그가 외투를 집어 들었다.
"좋냐?"
"무진장 사랑스러우니까, 형도 연애해봐 이런 기분 매일 느낀다"
"퍽이나"
***
"라디오 시작하시고 나서는 자리에서 일어나시거나
큰 소리 내시면 안 되고 사진, 동영상 등 적발 시 퇴장됩니다. 시작할때
호응 조금만 더 크게 부탁 드립니다. 10분 남았습니다!"
- [어디야?]
- [와 있어. 가장 잘 보이는 데에]
- [잘했어]
카메라 두 세대의 선이 연결됨과 동시에 주변 작가들과 관계자들은
제스쳐를 취하고 막내작가는 청취자석을 향해 시계를 가르켰다.
정확히 아홉시 반, 익숙한 오프닝곡 익숙한 그의 실루엣이 라디오 부스 안으로 들어왔다.
곧바로 _ _을 알아본 건지 환하게 웃는 그에 모습에 그녀 역시 살짝 웃어보였다.
"안녕하세요, 그대와 night DJ 구준회입니다.
공개방송은 제가 라디오 하면서 두번째라 좀 떨리네요, 첫번째 시간은 질문시간,
두번째 시간은 사연 들려드리며 1부를 진행하게 될 텐데요. 음 첫질문, 디제이 수입 궁금해요.
음ㅋㅋㅋ 라디오 수입.. 전 라디오 이년 반..?정도 해서 평균은 받습니다. 세부적인
금액이 궁금하시다면 그대와 night 전에 유인나의 볼륨을 높여요에서 질문하심 되겠죠?
인나누나가 워낙 진행을 잘하셔서 저보다 대답은 잘 해주실 거에요. 두번째 질문은 아, 여자친구의
애칭이 궁금하다고 하셨네요. 뭐일 것 같나요? 이건 제가 문자 좀 받아보겠습니다. 맞추시는 분께
작은 선물 나가고 짧은 문자 50원 긴문자 100원 #0331입니다. 세번째 질문"
왜 그가 어젯밤 그렇게 반하지 말라 허세를 떨었는지 이해가 됐다.
중간 중간 생수를 들이키며 머리를 쓸어올리는 그의 모습에 질문지를 넘겨가며 중간중간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이 그렇게 잘날 수가 없었다. 제 남자 일하는 모습이 그렇게 섹시하다는
친구들의 대화가 어렴풋이 납득이 가네.
매끄럽게 하나하나 답변해가며 진행 중인 그의 모습에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던 차,
여섯개 정도의 질문시간이 끝나가는 도중 두번째 질문에 대한 문자가 많이
왔다며 읽어주는 그의 목소리가 자꾸 웃음 소리에 묻히곤 했다.
"마지막 질문 답변해야 하는데ㅋㅋㅋ 우선 아까 애칭은 없어요,
저보다 연상이라 이름부르거나, 가끔 누나라고 부르거나. 근데 부르고 싶은 애칭은 있어요.
한창 좋은 시기니까 자기 어떤가요, 자기 듣고 있나?
이거 맞추신 분... 음 계시네요.
16유진님께는 저희가 만두세트 보내드리고 여기서도 맞추신 분 계시네요.
나콘님? 네, 나콘님께도 간식거리 쏘겠습니다. 그럼 사연 타임으로 넘어가보겠습니다.
사연타임에는 제 사연도 끼어넣었으니까 라디오 끝까지 함께해 주시고요,
광고랑 음악 듣고 올게요. 윤하씨가 피처링한 에픽하이의 우산"
광고 듣겠다는 말에 못내 아쉬운지 팬들의 소리에 그는 알겠다며
이어폰을 빼고 청취자석 가까히 다가와 앉아 연하미소를 터뜨렸다.
어린 소녀팬들의 공책에 하나하나 받아 싸인을 건네며 장난을 치는 그의
모습이 안 예쁠수가 없었다. 어느새 음악까치 후렴부에 이르자 준회는 다시 제 자리로
돌아와 이어폰을 끼곤 컴퓨터를 들여다 보았다. 그리고 잠시 스친 눈길 어린아이처럼 웃는
준회에 사진이라도 찍고 싶은 마음이 강력해져버렸다.
"음악 듣고 왔습니다, 제 사연 있다고 하니까 문자창이 폭발하네요.
첫번째 사연입니다, 오늘도 그대와 night 듣고 있는 열혈 청취자입니다.
저는 지금 짝사랑 중이에요, 일년 전에 공항에서 만났고 아직도 그와 연락 중이에요
두 세번 공항에서 비슷한 분위기로 다시 만났는데 제가 좋아하는 그 사람 제 운명일까요? 라고
보내주셨는데요. 확정지어 그대는 운명입니다, 이렇게 말은 못하겠지만 비스무리 하나고 생각해요.
운명은 종류가 있죠, 처음 봤는데 저처럼 제 이상형이고 라디오 팬이고 심지어 사랑스럽고
뭐 그런 거나 아니면 자꾸만 마주치고 엮이고 그런 거. 짝사랑이 세상에서 가장 힘든 사랑이라고
느끼는 저의 입장으로썬 운명으로 받아들이시고 고백하세요.
그 운명이 어느 결과를 가져다 줄지는 모르지만 좋은 쪽이길 바라며 두번째 사연으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사랑이라는 주제에서 어느새 진지해진 그의 모습에 _ _은 살짝 웃었다.
첫번째 사연지를 넘기고 두번째 종이를 들은 준회의 얼굴에 약간 미소가 번졌다.
"이거, 자기가 꼭 듣고 있었으면 좋겠네요. 내 사연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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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리]
음... 기다리신 분 있으신가요..?
있으시다면 정말 죄송합니다ㅠㅠ 변명 할 여지가 없는 공백이였네요.. 죄송합니다! 오늘 읽어주신 모든 분게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암호닉 신청해주신 분들게 정말 사랑한다는 말 전하고 싶네요♡
그리고 갈등이 너무 빨리 풀려 아쉽다는 의견에..
다음 연재글을 기대해 주세용..나는 새드분위기성애자 크크..
♡암호닉♡
준회. Petal. 븨븨븨빅.찌푸를찌부
암호닉은 언제나 받고 있습니다!! 그대들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