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DJ애인의 달콤함-
***
제 사연이라는 말에 청취자석은 웅성거렸고 몇몇은 여자들은 벌써부터
설레이는 지 양 손으로 제 입가를 가렸다. 잠시 뜸을 들이던 준회는 제 앞에 앉은
_ _을 아주 따뜻하게 바라보다 마이크를 들었다.
"그.. 연애하는 사람들은 아마 다 느껴본 감정이겠죠?
얼굴을 딱 봤는데 어, 심장에 뭐가 퍽하고 박힌 거 같은. 아 떨리네요.
겨울에 처음 만난 여자였고, 아직도 기억하는 모습으로는 헤롱헤롱한 모습이였어요.
근데 그 모습이 저한텐 너무 예뻐서 연락처라도 묻고 싶었는데 만지면 막 깨질것처럼
그런 모습이라 말도 못 붙이고 옆에 앉아있었는데 심장이 진짜 터질 것 같았어요.
아는 사람과 엮여서 만나고 밤에 몇번 전화도 하고 연애 많이 안해본거 티 내기 싫어서
되게 들이댔는데 그거 아나 몰라, 비 오는 날 내 진심을 몰라줘서 싸운 적도 있었고 떨어져 있을 때
보고 싶다만 몇번을 말한 적도 있었고 언제나 제 시간이 그 사람 중심으로 돌아가는 거 보고
느꼈어요. 진짜 이 사람하고 많이 사랑해야겠다,라고.
후.. 이 사연 들으면서 구준회라는 남자가 그쪽 많이 사랑한다는 거 말해주고 싶어서
이렇게 넣어봤습니다. 가슴 시린 솔로청취자분들게 약간의 죄송함을 전하며 라디오를 통해
제 자기에게 한 마디하고 음악 듣죠.
자기야, 내 시간 속에 항상 있어줬으면 좋겠어, 누나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준회의 마지막 한 마디를 끝으로 음악이 흐르고 그는 이어폰을 뺐다.
달콤한 그의 눈이 온전히 _ _을 바라보았다. 청취자석이 달달함에 흠뻑 젖어 있는동안
준회는 턱을 괴곤 입모양으로 그녀에게 물었다.
어땠어?
좋았어.
사랑해
목소리로 들었다면 아마 그 자리에서 흐물하게 녹아버렸겠지.
그는 눈을 휘어지게 접어 웃으며 라디오 끝나고 방송국 주차장 앞에서 기다리라는 입모양을
보인 채 다시 이어폰을 꽂았다. 아마 오늘은 잠을 못 자겠지, 설레는 내 자기 때문에.
***
"자기"
"아 깜짝이야"
"놀랐어?"
"약간"
라디오가 끝나고 먼저 나와 주자창 앞에서 기다리던 그녀는 어느새
뒤에서 제 어깨를 감싼 그를 올려다 보며 웃었다. 깜깜한 곳에 서 있는 _ _이 못내 걱정되었는지
한창 회식 얘기 중인 그들 사이 초스피드로 인사 후 달려나온 그는 약간 숨을 가쁘게 뱉으며
_ _의 자켓을 여며주곤 차 문을 열었다.
"대체 아까 그 이벤트는 누가 제안한 거야? 엄청 좋았는데"
"내가 제안한 거지, 대성공했네. 나"
"고마워"
"내가 더"
안전벨트를 매어주는 그의 머리칼을 살살 헤집어 놓으니 준회는 고개를 들어 시선을
맞추곤 살짝 입꼬리를 올렸다.
"확 먹어버린다"
깊은 눈동자에 빠질 듯 위태롭게 빛나는 것이 분위기가 고조됨을 느꼈다.
그럼에도 _ _은 그의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웃자 준회는 바람 빠지듯이 따라웃더니
이내 그녀를 덮쳤다. 저항할 새도 없이 깊게 들어와 옭아매는 키스에 _ _이 주먹을 꽉 쥐자
그는 그녀의 팔을 쓸어주며 고개를 틀어 혀를 감았다.
"하..흡"
선팅이 되어 있으니망정이지 아마 기자들에게 걸려 사진이라도 찍혔으면
그 사진은 아마 십구금 판정 났으리라, 마지막으로 아랫입술을 놀리다 떨어진 그가
약간 웃으며 거칠게 숨을 내뱉었다. 히터도 안 틀었는데 이미 두 사람의 열기에 뜨거워진
차 안에 준회는 자켓을 벗어 차 뒷편에 던져 놓았다.
"아까 한빈이한테 연락왔는데 다음주 가게 리모델링 들어간다고
와서 페인팅 색이랑 좀 봐달래. 같이 갈래?"
"그래"
.
.
차 안에서 헤어지기가 아쉬웠는지 집까지 뒤 따라온 그는 _ _의 침실을
떠날 생각이 없다는 듯 침대에 앉아버렸다. 아까 그 박력 대신 연하매력 장착인가
졸릴 법도 할텐데 그의 앞에 마주앉아 그만 집으로 가라해도 말은 지지리도 듣지 않고
뻐팅기는 준회에 할 수 없이 그를 침대에 두고 욕실로 향했다.
"아 깜짝이야!"
"내가 더 놀랐어, 옷 좀 제대로 입지?"
"너도 좀"
대충 걸친 셔츠에 잠궈지지 않은 단추, _ _ 역시 긴 티셔츠 하나 입은채
안방으로 들어와 놀란 눈치였다. 드라이기를 꺼내는 그녀에게서 준회는 드라이기를
받아 _ _을 앉히곤 머리를 말려주었다. 그녀의 약간의 습관이라 해야 할까, 머리에 남의 손길이
느껴지면 나른하게 조는 습관에 꾸벅꾸벅 고개가 밑으로 까닥 거리자 그는 못 말린다며
코드를 빼 서랍에 넣어두곤 그녀를 안아 침대에 눕혔다.
"필요 이상으로 예뻐서 걱정돼네"
예뻐 죽겠다. _ _ _
침실에 불을 끄고 온전히 창으로 들어오는 밖에 빛이 그녀의 얼굴에 내려앉아 비춤에
꼭 여신 같았다. 피곤했는지 잠결에 준회의 품으로 더 들어와 그의 가슴팍에 머리를 묻고
잠든 _ _에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던 준회 역시 눈을 감았다.
***
- 준회 시점 -
"...허"
열한시 사십 분, 오늘따라 도통 연락 없는
그녀가 걱정되 전활 거니 묵묵부답. 결국 한빈에게 전해들은
소식은 충격, "동창회 갔을 껄? 말 안했냐? 나 오늘 일 있어서
혼자 갔을텐데"랜다. 요 아가씨가 어쩐지 술을 안 먹더라 싶더니
이 날을 위한 것이였음을 직감했다. 게다가 한빈과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붙어있었으니 공학이란 이야기 잖아!!
열두시 직전까지 연락 한 번만 와라.. 그럼 봐줄게
1- 자기
11:47
1- 어디야?
11:47
1- 누나
11:49
1- 전화 좀 받아봐
11:50
1- 술 많이 마셨어? 화 안 낼테니까
11:50
1- 확인 좀 해봐, 걱정되잖어
11:50
읽을 생각이 없나보다, 이 여자.
한빈도 장소를 모른다는 말에 몇 분째 휴대폰만 쥐고
답장을 기다리다 순식간에 없어진 1에 제발 답장이 오길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생각보다 막히는 도로에 여러번 급하게 차를 몰았다, 하필 다시 추워진 오늘
감기라도 걸릴까 가게의 간판이 보이자 마자 뛰어들어간 안, 그녀의 친구들로 보이는
사람들 사이 머리끈과 씨름중인 _ _이 보였다.
"안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