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적막이 흘렀다. 아무렇게나 툭툭 내뱉는 천 단위의 금액에는 가시가 돋혀 있었다. 모두가 예민해진 상태였다. 마지막 게임이었다. 이 게임의 승패에 따라 가진 돈의 두 배를 얻거나, 혹은 그 보다 많은 금액을 잃게된다. 매사에 신중해야했다. 한빈이 느린 동작으로 카드를 여러 번 섞기 시작했다. 긴장감이 흘렀다. 한빈의 손을 따라 움직이는 여러 쌍의 눈들이 굳건했다. 한빈은 고개를 흔들며 나른한 시선으로 주위를 훑었다. 모두가 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엔 욕망과도 같은 더러운 것들이 가득했다. 한빈은 자리에서 일어나 테이블을 맴돌며 각자에게 다섯장 씩의 카드를 나눠줬다. 그제서야 비로소 게임은 시작되었다.
"아……."
"왜. 별로야?"
"죄다 블랭크야. 노페어 잡았어."
"전혀 승산이 없네. 나도 원페어거든."
"남은 애들중에 스트레이트 플러시 한 명 정도는 있겠지."
○○과 진환이 잠시 얘기를 나눴다. 둘 다 게임을 이길 만한 카드를 쥐고 있지 않았다. 남은 다섯명에게 희망을 거는 수 밖에 없었다. 만일 다섯명이 전부 좋은 카드를 쥐고 있지 않다면, 그래서 게임에서 지게 된다면 한국으로 돌아 갈 비행기 티켓조차 마련 할 수 없었다. 제발 게임에서 이기기를 ○○은 간절히 빌었다. 첫 순서를 맡게 된 중국인 한 명이 카드를 뒤집었다. 일순간 정적이 감돌았다.
"체크."
보스였다. ○○이 입술을 짓씹었다. 다음 순서인 준회의 카드가 어지간하지 않고서야 이길 수 없는 게임이었다. ○○은 떨리는 손을 애써 진정시키며 준회를 쳐다봤다. 준회의 표정은 미묘했다. 마치 플레이어가 아닌 사람이 게임을 구경 하는 듯 웃음기가 가득 한 얼굴이었다.
"백 스트레이트. 1000."
도둑들
03
作 Amanda
"Fuck. 다이."
"포카드. 2000."
"……따당."
네 명이서 진행하는 게임이었다. ○○과 준회, 그리고 현지인 두 명. 지원은 제 몫의 돈을 다 잃어 버스트 상태가 되었고, 한빈과 진환은 승산이 없다고 판단하여 스스로 게임을 포기했다. 테이블 위에는 수 없이 많은 칩들이 널부러져 있었고, 대다수의 칩은 현지인들 쪽에 놓여있었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었다. 만약 저와 현지인 한 명이 죽고, 두 명이서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면 열에 아홉의 확률로 질 것이었다. ○○은 순조롭게 게임이 끝나기를 원했다. 현지인 한 명이 제 카드를 슬쩍 들춰보곤 인상을 찌푸렸다. 좋은 카드가 아니라는 것은 확실했다. 현지인은 한참 동안이나 말이 없더니, 이내 내뱉은 것은 다이였다. 고로 이제부턴 세 명이서 게임을 진행하게 되었다는 뜻이었다.
"트리플. 1000."
"하프."
준회가 천 만원을 걸고, ○○은 제 몫의 반을 걸었다. 준회에게 남은 돈은 이제 오백만원 뿐이었으므로 실상 올인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에게 남은 돈은 사천만원. 상대방에게 남은 돈은 얼핏 봐도 저보단 많아 보였다. 현지인이 제 카드를 확인 한 뒤 무언가를 말하려고 하는 순간, 전화 벨소리가 울려 퍼졌다. 누군가의 것 인 지 찾아 볼 필요도 없었다. 벨소리가 울리는 핸드폰은 테이블 위에 놓여져 있었고, 그것은 현재 게임을 진행하고 있는 현지인의 쪽에 있었다. 그는 잠시 손을 들어 양해를 구한 뒤 전화를 받았다. 기초적인 중국말은 다들 알고 있었지만 워낙 말이 빠르기도 했고, 또 알지 못 하는 은어들도 많이 쓰는 바람에 도통 알아먹지 못 했다. 아마도 말을 알아듣는건 윤형 뿐이리라. ○○이 제 뒤에 앉아있는 윤형을 흘깃 쳐다봤다. 인상을 찌푸린 채 무엇에 집중 하는 눈치였다.
그는 머지않아 전화를 끊고 핸드폰을 내려놨다. 미안하다며 자세를 고쳐앉고는 다시 게임을 진행하려는 그의 표정이 어쩐지 바빠보였다. 잠시 중단되었던 게임을 재시작하며 그가 카드를 뒤집어 엎음과 동시에 윤형이 입을 열었다.
"你是谁?(당신 누구야?)"
느닷없는 윤형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윤형을 향했다. 하지만 윤형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를 쳐다보며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你知道你cheong-rin谁?(당신 누군데 청린을 알고 있는거야?)"
그 말에 그의 표정이 단박에 굳어졌다. 모두가 마찬가지였다. 한빈은 짐짓 인상을 찌푸렸다. 룸 안은 폭풍전야 마냥 싸늘한 적막이 감돌았다.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고 상황파악을 하던 ○○이 윤형에게 말을 걸었다.
"오빠. 그게 무슨 소리야? 저 사람들이 청린을 알아?"
"어. 방금 통화 내용에 분명 청린이 언급되었어."
"정확히 무슨 내용이었는데?"
"태양의 눈물. 저들도 태양의 눈물을 노리고 있는 거야."
분명 청린, 그리고 태양의 눈물을 목표로 하고 있어. 윤형이 그들을 노려보며 말했다. 윤형의 말에 ○○은 잠시 할 말을 잃은 듯 짐짓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머지않아 ○○이 소리쳤다. 대뜸 전화를 받았던 현지인의 멱살을 잡은 준회 탓이었다.
"준회야!"
"씨발. 너 뭔데. 너도 도둑이야? 너도 태양의 눈물인지 뭔지 그거 가지려고 지랄하는거야?"
놀란 표정을 하고 준회에게 다가가는 ○○을 제지 한 건 지원이였다. 가만히 있어. 지원의 강압적인 말투에 ○○은 발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여전히 준회에게 멱살이 잡힌 채 제 무리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었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그들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몹시 당황 한 듯 해보였다. 준회의 손은 내려 올 줄 몰랐다. 보다못한 진환이 준회에게로 다가섰다.
"구준회. 손 놔."
"이 새끼들한테 목표물 뺏기는 걸 가만히 보고만 있으라고?"
"일단 놔. 놓고 얘기해, 어?"
계속되는 진환의 만류에 결국 준회가 멱살을 잡은 손을 놓았다. 내쳐진 몸이 바닥 위를 굴렀다. 중국어에 가장 능통한 윤형이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들은 경계의 눈초리를 하고 있었다. 윤형도 마냥 순하진 않은 눈빛으로 그들을 쳐다봤다. ○○은 지금 이 순간이 미치도록 답답해 당장이라도 룸을 빠져나가고 싶었다. 잠깐 말이 없던 윤형이 입을 열었다.
"是什么人在做什么?(당신들 뭐 하는 사람입니까?)"
"同时他的身边?(그러는 그 쪽은?)"
"困难让你知道。让我们打开了结束第一。(알려드리기 곤란합니다. 먼저 알려주시죠.)"
"我们的目标是太阳的眼泪。我只作为一个描述。我非常清楚,被听到。(우리의 목표는 태양의 눈물이다. 설명은 이 정도로만 하겠다. 충분히 알아들었을것이다.)"
윤형은 잠시 이마를 잡았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적을 만나게 된 셈이었다. 윤형은 고개를 돌려 아이들을 바라보곤 방금까지 나누었던 대화를 설명했다. 예상 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도 있었고, 그저 인상을 찌푸리는 사람도 있었다. 준회는 여전히 분개했다. 오랜만의 일이었는데 목표물을 쉽게 빼앗길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현지인들도 ○○의 무리가 자신들과 같은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느정도 눈치 챈 듯 했다. 순식간에 갈등이 빚어졌다. 팀의 리더 격인 한빈이 이 상황을 어떻게 헤져나가면 좋을 지 고민하던 와중 현지인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你有两个选择。(당신들에겐 두 가지의 선택권이 있다.)"
"……."
"无论是与我们联系。(우리와 함께 하던지.)"
"……."
"或放弃太阳的眼泪。(태양의 눈물을 포기해라.)"
이윽고 그의 말이 끝났을 때, 한빈은 잔뜩 인상을 찌푸린 채였다.
[system]망글이(가) 탄생했다! (+30)
오늘의 일기 : 도박하는 아이콘은 쎾씌하다....후...
오늘 분량 진짜 별로네여 죄송합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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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네역 님, 셀럽 님, 동동이워더 님, 동크라이 님, 밥구럽 님, 츤츤 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