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 징어들! 난 대학교 4학년 취업준비생 징어라고해ㅎ 다들 너무 반가워ㅠㅠ
항상 여기서 다른 징어들 얘기만 봐 오다가 오늘은 내 얘기를 좀 풀어볼까 하고...
제목에도 써 있지만, 사실 변백현이라고 나한테 고등학교 동창이 한명 있거든?
1학년 때 처음 같은반으로 만나서 무슨 인연인지 2,3학년 때도 계속 반이 붙고, 그러다 보니까 당연히 백현이랑 나랑은 엄청 친해질 수 밖에 없었지.
항상 티격태격 하면서도 3년 내내 둘이 껌딱지처럼 붙어다니니까 주변 사람들로부터 너네 둘 사귀는거 아니냐는 오해도 많이 받았었고.
그럴때마다 나는 손사래를 치면서 무슨 소리냐고 우린 절대 그런 사이 아니라고 그렇게 부인을 하곤 했었는데,
처음에는 나처럼 아니라고 곧잘 말하던 변백현이 어느샌가부터 그런 오해를 받을 때면 조용히 옆에서 웃고만 있는거야. 내가 그 때 이미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우리는 어느덧 졸업생이 되어버렸고, 수능이 끝남과 동시에 기다렸다는 듯 고백을 해버린 변백현 덕분에
나는 내 왼손을 백현이에게 꼭 붙들린채로 마지막 고등학교 등굣길을 걸어야 했지.
3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함께 지내오면서 백현이에게 친구가 아닌 이성으로서의 설렘이 단 한번도 없었다고 한다면 그건 거짓말이야.
하지만 나는 매번 그런 생각이 들때마다 변백현과 나는 그저 친한 친구사이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그렇게 혼자 선을 그어 버리곤 했어.
아슬아슬한 줄타기와 같다는 이성간의 친구사이에서 누구 한명이라도 중심을 잃어버리는 그 순간, 돌이킬 수 없는 곳으로 떨어져버릴 우리 둘의 모습이 너무 무서웠던거야.
그런데, 그렇게 혼자서 생각해왔던 수백번 수천번의 다짐이 변백현의 고백 앞에서 전부 와르르 무너져 내리더라.
계속해서 스스로를 부정해 왔지만, 내 마음은 어느덧 나도 모르는 새에 이미 백현이에게로 기울어져 있었던거지.
그렇게 우리는 3년지기 절친에서 대학교 새내기 커플이 되어버렸고
시간이 흘러, 결국 내가 그렇게도 우려했던 일이 터지고 말았어.
처음에는 우리도 여느 다른 커플 못지 않은 풋풋하고 달달한 커플이었어.
남들이 다 한다는 커플링도 맞춰보고, 같이 여행도 다녀보고.
친구로 지내왔던 시간이 길었던 탓에, 성격이 안맞다거나 하는 문제로 부딫힐 일도 전혀 없었을 뿐더러 백현이가 워낙 나한테 잘 맞춰주는 편이었으니까.
그런데 점점 힘들어지기 시작하더라.
내가 하향지원을 했던 탓에 백현이와 나는 다른 대학교를 다니고 있었는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교에서 지내게 될 일이 많아지고 각자 학업에도 충실하려고 하다보니까
자연스레 만나는 횟수는 줄어들게 되고 연락도 뜸해지는거야.
그러다보니 서로에게 소홀해지는건 당연했고 예전에는 매일같이 보던 얼굴을 일주일에 한두번 볼까 말까한 정도가 되버린거지.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걸 느끼고는 있지만 어디서부터 바로잡아야 할까, 차마 엄두도 내지 못하고 그렇게 어영부영 지내오던 어느날
기어코 변백현과 나를 완전히 갈라놓을 사건이 터지고 말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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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받을 수 없어 삐소리 후 음성사서함으로 연결되며..."
"..."
어제 저녁 마지막으로 주고 받은 카톡 이후로 백현이는 계속 연락이 되지 않는 상태였어.
아무리 전화를 해도 묵묵부답이고 문자는 답장도 없고.
마음속에 피어올랐던 서운함도 잠시, 이제는 무슨일이 있는건 아닌가 하고 걱정이 될 참이었지.
"왜, 변백현 또 연락 두절이야?"
수업이 끝나고 다들 하나둘씩 강의실을 빠져나가는데
혼자 멍하니 앉아 핸드폰만 보고있던 나를 발견한 친구가 옆자리에 털썩 앉으며 물었어.
"응, 많이 바쁜가봐. 아님 어디가 아픈가.."
안 그래도 요즘 백현이와 내 사이가 예전같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친구가 혹시 괜한 오해를 할까
일부러 덤덤하게 말은 했지만, 머릿속은 이미 백현이의 걱정으로 가득 차 있는 상태였어.
여태껏 만나면서 이렇게까지 연락이 안 됬던 적은 처음이였거든.
속으로는 한숨을 푹푹 내쉬며 애꿎은 핸드폰 화면만 바라보다가,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백현이 자취방에라도 찾아가 볼 심정으로 몸을 일으키는데,
"야, 어디가! 오늘 우리 과 회식있는데?"
"뭐? 오늘?"
청천벽력 같은 친구의 말에 그만 발목을 붙잡히고 말았어.
과 회식이라니, 그것도 하필 오늘.
평소, 내가 술 마시는 것을 원체 별로 좋아하지 않던 백현이 덕분에 매번 과 회식같은 학교 행사가 있을 때면 백현이 핑계를 대고 슬그머니 빠지기 일수였는데
지금은 백현이와 내가 연락이 안된다는 것을 바로 눈 앞에서 본 산 증인도 있겠다, 울적하고 속상한 기분에 오늘따라 살짝 이슬이가 보고 싶은것 같기도 하고...
칼 같이 안된다며 거절하던 평소와 다르게 흔들리고 있는 나를 눈치챈 친구가 오늘은 빠지지 말고 같이 가자며 나를 설득해왔어.
"너 오늘도 빠질거야? 진짜 어떻게 한번을 같이 안가고 그러냐, 오늘은 좀 같이 가자. 응? 나 너 없어서 맨날 외롭게 혼자 마셨다 말이야, 가자아-"
내 팔을 붙잡고 투정부리듯 말하는 친구를 보며 잠시 고민하던 나는 결국 느리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어.
오늘 하루쯤이야 마셔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한거지.
나의 그 선택이, 후에 어떤 결과를 불러 일으킬지는 꿈에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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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야, ㅇㅇㅇ 그만좀 마셔. 지금 너 혼자 벌써 몇 병째냐? 잘 마시지도 못하는게."
"아 뭐야아-. 내놔 오세후운, 내 놓으라고오-"
한참 잘 마시고 있는 내 잔을 누가 휙- 하고 뺏어가길래 어떤 싸가지 없는 새끼가 가만히 있는 나를 건들이나 싶어, 있는 힘껏 눈을 치켜뜨고 째려보는데
오세훈이 아주 한심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는거야. 저게 남의 속도 모르고.
"그렇게 오라고 할 때는 죽어도 안 올 것처럼 튕기시더니, 갑자기 왜 와서는 미친듯이 술을 마셔대고 지랄이세요."
"그러는 너는 왜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나한테 와서는 시비를 걸고 지랄이세요오- 빨리 잔 내놓고 저리 안꺼져?"
"저저, 기집애가 말하는 것 좀 봐. 어휴, 진짜 이걸 그냥."
"아, 뭐! 뭐어!"
지이이잉- 지이이잉-
안 그래도 우울해 죽겠구만 오세훈 저 새끼는 오늘따라 왜 저렇게 나를 못잡아먹어서 안달인지,
결국 잔을 돌려받기는 포기하고 그냥 안주나 집어 먹어야겠다 싶어 젓가락을 드는데 주머니에서 핸드폰 진동이 울리는거야.
그에 나는 누군지도 확인하지 않고 바로 전화를 받아버렸어.
"여부세여-"
"어, 아까 전화했었어? 미안, 지금 확인했다. 내가 오늘 하루종일,"
"...변배켠...?"
정말 아무생각 없이 받았던 전화에서 순간 너무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니까, 멈칫하고 백현이 이름이 튀어나와 버린거야.
"변배켠..? 배켜니야..? 징짜 배켜니야?"
"그럼 나지 누구...너 술 마셨어?"
"너어..너 왜 하루종일 연락이 안대..응?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데에.."
"지금 어디야."
드디어 백현이와 연락이 닿았다는 사실에 안심해버린 나는
전화 건너편 백현이의 목소리가 어느덧 착 가라앉았다는 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그만 백현이에게 투정을 부려버렸어.
"웅? 여기? 나 지그음..과 회식 왔는데에?"
"어디. 위치 정확히 말해."
"어...여기가 어디더라...아, 마저! 생각났다! 여기가 어디냐면은- 그 대학로 근처,"
지이이잉-
백현이한테 열심히 내 위치를 설명해주려고 하는데 갑자기 핸드폰에서 진동이 울리는거야.
뭐지? 하고 봤더니 그만...배터리가 없어 장렬하게 전사중...^^
에라이, 빌어먹을 핸드폰.
나는 대수롭지 않게 이것도 이제 바꿀 때가 됬나보다 하고 주머니 속에 다시 핸드폰을 쏙 집어넣고선 아까 미처 다 먹지 못했던 고기를 주섬주섬 집어먹었어.
오세훈 저 개새 때문에 술맛도 다 떨어지고 집이나 가야겠다, 슬슬 몸을 일으키려던 참이었지.
"야, 니 남친은 너 지금 이러고 있는거 알기나 하냐?"
"넌 아직도 안 꺼지고 거기 있었냐?"
"아오, 아무튼 이건 입만 살아서."
"아! 아, 왜 때리는데에!!"
"때릴만 하니까 때리지 병신아. 아 됬고, 얼른 짐이나 챙겨서 일어나. 바래다 줄테니까."
"참나, 안 그래도 지금 가려고 했거든? 또 저번처럼 생색 내실거면 조용히 앉아서 술이나 쳐 드시고."
"빨리 좋은말로 할 때 일어나지?"
경고하듯 들려오는 오세훈의 목소리에 슬그머니 치켜떴던 눈을 내리깔고 주섬주섬 가방을 챙겨 몸을 일으켰어.
쟤는 가끔보면 진짜 친구고 뭐고 한 대 팰 것 같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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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깃집에서 나와 차가운 바깥바람을 맞고 있으니 멍했던 정신이 그나마 좀 돌아오는 것 같았어.
그런데 문제는 정신만 멀쩡해지고 몸은 그대로였다는거...ㅎ
"야! 아, 똑바로 좀 서 봐! 집이 어디라고?"
"멍청아 몇 번을 말해, 저쪽이라고 저어-쪽."
"아니 아까 가리켰던 방향이랑 다르잖아, 병신아!!"
덕분에 오세훈과 나 사이에서는 계속 이런식의 대화가 반복되었고
내가 도저히 몸을 가누지 못하자, 오세훈은 이런 나를 어떻게 해야하나 난감해하는 눈치였어.
그렇게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세훈이에게 기댄 채 가만히 숨을 고르고 있었는데
순간, 누가 힘 없이 축 늘어져있던 내 팔을 잡더니 자기쪽으로 확 끌어당기는거야.
얼마나 세게 당겼는지, 잡힌 손목에서 아릿한 느낌이 날 정도였는데
너무 놀라서 아픈건 느끼지도 못하고 그냥 바로 고개를 들어 누군지 확인했어.
"백현아..."
그리고 내가 고개를 들어 확인한 얼굴은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거친 숨을 내쉬고 있는, 내 남자친구 백현이었어.
이 추운 날씨에 얼마나 뛰어다닌건지 얼굴 곳곳에 맺혀있는 땀방울들을 보며 나는 그제서야 아차 싶었지.
조심스러운 내 부름에도 나와 눈 한번을 맞추지 않고 매섭게 세훈이를 노려보던 백현이는 그대로 뒤를 돌아 등을 내보이며 말했어.
"업혀."
"백현아, 그게"
"나중에. 일단 업혀."
화가 많이 난 듯, 내가 하는 말은 들으려 하지도 않고 업히라고만 말하는 백현이의 등 뒤에서
'어떡하지, 정말 업혀야하나.' 하고 안절부절 고민하던 나는 결국 아주 천천히 백현이에게로 몸을 기댔어.
내가 살짝 기대자마자 바로 나를 두손으로 받혀들고 일어난 백현이는 그대로 몸을 틀어 앞으로 걸어나갔고
나는 어이없다는 얼굴을 하고있는 세훈이에게 고개를 돌려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여야 했지.
지금 우리가 서 있는 길거리는 분명, 바로 옆사람의 말소리도 잘 들리지 않을만큼 그렇게 시끄러운 곳이었는데
그 틈에서 오직 백현이와 나만 조용히 거리를 걷고있는 듯 했어.
미안한 마음에 입이 10개라도 할말이 없었던 나는 물론이고 백현이 역시 먼저 말을 꺼낼 생각이 전혀 없어보였거든.
그렇게 백현이 등에 엎혀오다 고개를 들어보니 어느새 우리 집 주변이었어.
술은 이미 다 깨버린지 오래고 오히려 멀쩡한 정신에 속만 바싹바싹 타들어갔지.
"백현아, 나 이제 내려줘도 되는데.."
겨우 용기를 내서 내려달라고 한 말에 백현이는 작게 한숨을 내쉬더니 나를 천천히 바닥에 내려놓았어.
내려오면서 내가 잠깐 휘청거리자 그런 나를 단단히 잡아주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앞으로 걸어 나가는데 순간 그 모습을 보고있던 내 마음이 밑으로 쿵- 하고 떨어지는것 같은거야.
예전 같았으면 나를 내려 놓자마자 오늘 도대체 어떻게 된거냐, 아까 옆에 있던 그 놈은 누구냐 그렇게 이것저것 물어보며 불같이 화를 냈었을텐데
평소와 다르게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냥 돌아서서 걸어가는 백현이를 보는 순간 아, 지금 뭔가가 잘못됬구나 라는 것을 깨달았어.
"안오고 거기 서서 뭐해. 얼른와, 늦었다."
앞서 걸어가던 백현이는 내가 따라오지 않는다는 것을 그제서야 눈치챘는지 뒤를 돌아보며 말했고
나는 그런 백현이의 말을 똑똑히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 걸음도 움직일 수가 없었어.
"백현아,"
"아, 전화 못받아서 미안해. 오늘 하루종일 조별과제 리포트 써내느라 학교에 가있었는데 핸드폰을 집에 두고가는 바람에. 미리 연락 줬어야 됬는데 너무 정신이 없어서 깜빡했다, 미안."
"변백현,"
"다른 얘기는 내일.. 내일하자. 우선은 늦었으니까 집에,"
"우리가 내일 만날 수 있기는 해?"
"....."
형편없이 떨리는 목소리로 울먹이며 내뱉어진 내 말에 백현이는 놀란 듯, 하던 말을 멈추고 나를 쳐다보았어.
"아니, 우리한테 내일이 있기는 해?"
"...ㅇㅇㅇ,"
"내일이 모레가 되고, 모레가 다음주가 되고, 지금껏 그래왔잖아 우리."
"....."
"백현아, 내가...내가 너를 힘들게 해...?"
울음을 꾹꾹 참아가며 말하던 나는 결국 마지막 말과 함께 눈물이 터져버렸고,
그런 나를 발견하고서 내 쪽으로 달려오려는 백현이를 막으며 나는 다시 한번 미운말을 쏟아내었어.
"오지마, 거기서 내 말 들어."
"....."
"내가, 내가 정말 생각을 많이 해 봤는데. 우리는 지금 서로한테 짐만 되는 것 같아."
"...ㅇㅇㅇ,"
"나는 나 때문에 너가 힘들어지는거, 정말 싫어."
"알겠어. 니가 하는 말 무슨 뜻인지 다 알겠어. 그러니까,"
"그래서 그런데 백현아, 우리 잠시만."
"ㅇㅇㅇ!!"
"잠시만, 떨어져 있자."
이제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급하게 손등으로 훔쳐내며 그 자리에 멍하니 서있는 백현이를 두고
나는 황급히 뒤를 돌아 도망치듯 백현이에게로 부터 멀어져갔어.
혹시 백현이가 뒤따라 오기라도 할까, 걸음을 빨리 하면서도
끝까지 따라오지 않는 모습에 정말 백현이와 나는 이렇게 끝인거구나 싶어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지.
그 날 이후, 나는 여태껏 살아오면서 제일 힘든 날들을 보내야했어.
3년을 가장 친한 친구로, 또 3년을 가장 사랑하는 남자친구로 옆에 두었던 백현이를 하루 아침에 잃어버리게 된 나에게 백현이의 빈자리는 생각보다 훨씬 크게 다가왔고
하지만 그렇게 힘든 하루 하루를 보내는 와중에도 우리는 절대 서로에게 먼저 연락하지 않았어.
그래봤자 도움이 되기는 커녕, 오히려 더욱 힘들어지기만 할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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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덧 백현이와 내가 헤어진지는 약 8개월 정도를 지나가고 있었고, 다른 날과 다를 바 없이 지극히 평범한 하루를 보내던 오늘.
정말 어이없게도, 나는 구남친 변백현과 다시 연애를 시작하게 되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