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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도경수] 시골 분교 전교 1등에 대하여 00 | 인스티즈

 

15. 3. 1. 일요일

 

시골로 가는 버스 안은 온통 거슬리는 소리로 가득했다.

저마다 나물같은 반찬거리가 든 봉지를 든 노인들의 나즈막한 코고는 소리와,

보자기에 싸인 철냄비가 방지턱을 지날 때 마다 덜컥거렸다. 

옆 좌석에서 모자를 푹 눌러쓴 아빠는 일말의 미동도 없다.

거뭇하게 수염이 번진 입술은 굳게 다물어 도저히 말을 붙일 수 없다.

아빠가 품에 신주단지라도 되는 듯이 품에 꼭 안은 삶은 수육 냄새때문에 어지럽다고,

제발 좀 치우라고 신경질을 내려 했는데 낼 수가 없어서 그냥 앞좌석의 손잡이만 묵묵히 바라봤다.

지금 아빠는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듣지 않을 게 분명하다.

 

 

한참을 덜컹거리며 어두운 새벽길을 달리던 버스가 멈추었다.

아빠는 버스에서 내려 기지개를 피더니 모자챙을 들어 올려 읍내를 살펴 보았다.

이 마을은 사람이 살긴 하는 걸까, 개미새끼 한 마리조차 다니지 않는 것 같이 조용했다.

아빠는 낮게 한숨을 쉬더니 먼저 걸어 나간다.

역시나 같이 가자, 먼 길 오느라 힘들지 않니. 하는 다정한 말은 없다.

아빠들은 다 이런 걸까. 잘 모르겠다. 친구들의 아빠를 본 적이 없어서.

아빠를 따라가는 내내 시냇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흐르고 흐르는 냇물소리를 들으며 엄마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저 맑은 시냇물같은 목소리로, '우리 딸'하고 불러주며 나를 꼭 안아주던 엄마.

눈물이 울컥 차오르는데, 아빠가 나를 휙 뒤돌아 본다.

시골에는 도둑도 없는 건가. 대강봐도 오래된 철이 녹슨 파란 대문은 활짝 열려있다.

아빠는 짐이라고 하기에도 초라한 배낭 가방을 ㄱ자 마루에 내려 놓으며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 우리가 살 집이란다. "

아빠의 목소리가 들리기 무섭게 방안에서는 불이 켜졌다.

방안에서는 남자애가 느릿느릿 나와 아빠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

아빠는 반가운 얼굴로 웃어 보였지만, 여전히 지친 기색이 가득하다.

사업이 망한 후로 나한테도 저렇게 웃은 적이 없는데.

 

" 먼 길 오느라 시장하셨죠. 저녁 드릴게요. 방에 들어가있으세요. "

" 안 그래도 오는 길에 시장에서 수육 팔길래, 수육을 사왔지. 수육 좋아하니? "

" 제가 뭘 가리겠어요. "

 

그렇게 말하곤 미닫이로 된 부엌문을 열고 들어갔다.

나는 남자애가 들어간 부엌문을 가만 지켜보다가 방안으로 발을 디뎠다.

방구석에는 낡은 장롱 하나, 옷걸이에는 구김살이 가득한 교복만이 있는 방은 습했다.

그리고 앉아서 공부할 수 있는 책상위에는 너덜너덜한 교과서가 수두룩 올려져 있다. 

가만히 있기 지루해서 책상에 있는 교과서를 하나 집어 들었는데,

얻어 온 것인지 답이 적혀 있는 것을 다시 지우고 푼 흔적이 역력했다.

연탄을 때는 것인지, 부엌쪽에서는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분주하게 들렸다.

모든 것이 싫어서 교과서를 내려 두고 스르륵 소리를 내며 주저 앉았다.

괴롭게 얼굴을 감쌌지만,

방구석에 장롱같이 서 있는 아빠는 여전히 내게 괜찮냐는 말 한마디 조차 없다.

 

 

" 고기 맛있어요? 아저씨가 사오신 거예요. "

 

검은 숱 사이로 흰 숱이 듬성듬성 난 아줌마에게 남자애는 고기를 먹여 주었다.

아줌마는 고기를 허겁지겁 먹으면서도 남자애가 젓가락으로 이것 저것 집어준 반찬도 곧잘 받아 먹었다.

 

" 경수야, 물 없니? "

 

누군가 들었으면 아빠가 남자애한테 잘 못 했는 줄 알겠다.

미안한 기색을 잔뜩 띤 아빠가 묻자 남자애가 마당의 마루에서 일어났다.

남자애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마자 고기를 열심히 씹어먹던 아줌마는 허공에 두 팔을 저었다.

경수야, 경수야. 하고 이름만 계속 부를 뿐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런 아줌마 덕분에 아줌마의 입속에 있던 밥알이 맞은 편에 앉은 내 얼굴로 튀었다.

하마타면 욕이 나올 뻔 했다.

욕하는 대신 아줌마를 한 번 쏘아보고, 마루에서 신경질적으로 일어나 방안으로 뛰쳐 들어갔다.

사업도 제대로 못 해 망한 아빠도 싫고, 

입안에 있는 걸 다 씹지도 않고 말 한 생각없는 저 아줌마도 싫고,

이런 상황에서 아무것도 못 하는 나도 싫다.

진짜 다 싫다...

 

 

 

 

 

15. 3. 2. 월요일

 

내가 정말 시골에 왔다고 느끼는 걸 온 몸으로 체험한 날이었다.

아빠가 나를 교무실에 데려가 '전학생이니 잘 부탁드립니다.'하며,

담임이 될 여선생에게 부탁할 때 나는 전학생이라고 소개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좋은 일로 전학 온 것도 아닌데 그런 유세 떠는 거 싫어요,

교무실을 나오며 볼멘 소리로 아빠에게 쏘아붙였을 때 아빠는 나를 흘긋 뒤돌아보고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런 아빠를 보고 나는 웃었다. 사실이잖아요.

아빠가 엄마를 버린 것도, 엄마가 나를 버린 것도, 사실이잖아.

책임감없는 어른들.

 

 

3층에 들어서자 복도 끝에 3-1 이라고 적힌 촌스러운 팻말이 눈에 들어왔다.

한 숨을 내쉬며 가장 구석자리로 가서 가방을 책상이로 던지고 책상위로 엎드렸다.

아빠가 빚만 다 갚으면, 다시 서울로 올라 가자고 했다.

아빠가 딱 1년만 버티라고 했다. 1년만 버티면 빚도 청산할 수 있다고 했다.

1년이라, 1년. 아마 그 시간은 내게 최악의 시간이 될 것 같다.


조용히 있고 싶다는 나의 바람과는 다르게 반 아이들은 이미 나를 알고 있었다.

전학생이란 건 둘째 치고, 내가 서울에서 전학왔기 때문이란다.

도대체 그게 왜 호기심거리가 될 수 있는 지 모르겠다.

교실 뒷 편의 열린 뒷문으로 수십명의 시선이 느껴진다.

교실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왔다.

남자애들은 조용히 있기라도 하지, 여자애들의 대책없이 웅성거리는 목소리는 여기까지 다 들렸다.

아이들의 시끄러운 소리가 점점 커지자 앞 자리에서 가만히 공부만 하던 남자애도 상체를 틀어 나를 보았다.

어제 만난 남자애다. 같이 사는데, 아니 내가 얹혀 사는데 반까지 같은 반이다.

제발 나에 대해서 다른 아이들에게 헛소리 안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남자애를 바라봤는데,

남자애는 나한테 관심도 없는지 뿔테 안경을 만지작거리더니 다시 시선을 교과서로 내리 꽂는다.

머쓱해져서 다시 책상에 엎드렸다.

 

 

이 시골 학교의 시간표는 이상하다.

자습시간은 넘쳐나는데 딱히 배우는 과목이 없다. 아마 이 시골에서 교사를 구하기 힘들겠지.

내가 할 일은 책상에 엎드려 잠을 청하면서 얼른 1년이 지나가길 비는 것이 전부였다.

남자애는 자습 시간 내내 바빠보였다.

자기 공부를 하다가도 반 아이들이 가르쳐 달라며 가져온 문제를 귀찮은 기색없이 자세히 설명해준다.

여자 아이가 문제를 풀이 받고 남자애에게 수줍은 듯이 말한다. 역시 전교일등은 달라, 하고.

이런 시골 분교에서 전교 일등하면, 어느 대학 갈 수 있디?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알 수 없는 것이 사람의 미래라고 하지만, 내가 다니던 학교는 미래를 보장받은 애들이 다니던 곳이었다.

다들 한 번 씩은 유능한 선생에게 고액 과외를 받아 본 경험이 있고, 

유학 한 번 안 다녀와도 본토 발음 굴리는 애들이 판을 치던 곳이었으니.

 하지만 더 웃긴 일은 또 있었다.

 

" 잠깐만. "

 

열 명 쯤인가 문제를 봐주던 남자애가 교탁 앞으로 나가 칠판에 문제 하나를 크게 쓴다.

자습을 봐주던 선생은 교실 한 편에 서서 그 모습을 가만가만 지켜본다.

 

" 미적분 문제 물어보는 애들이 많은데, 점심시간 전까지 내가 지금 심화만 설명해 줄게.

그걸로 참아주면 안 될 까? 내가 어제부터 공부를 제대로 못 해서. "

 

와, 나는 탄성을 질렀다.

이건 남자애가 잘 난게 부러워서도, 전교 1등의 허세같은 행동때문에도 아니다.

그냥 남자애의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1시간도 안 되서 뼈저리게 느꼈다.

남들이 했으면 전교 1등의 허세라고 했을 행동은, 남자애의 행동과 목소리에선 전혀 건방지지 않는다.

똑똑하며, 잘 생겼고, 천성적으로 유순하다.

저런 인간은 잘 나도 미워하기 힘들다.

 

멍하니 시간표만 내려다 보는데, 옆에 앉은 짝은 내가 너무도 신경 쓰였는지 온 몸을 움츠리고 남자애의 설명을 듣는다.

 돋보기같은 안경을 쓴 여자앤데, 눈알이 자꾸만 나에게로 굴러온다.

 

" 점심 시간 언제 부터야? "

" 5분 전부터 점심시간 이었어. "

 

이 학교는 종도 안 치나...

 

" 근데 왜 다들 점심 먹으러 안 가? "

" 경수 설명 덜 끝났잖아. "

" 급식실 어디야? "

" 1층 내려가면 급식실 있어. 우리 학교는 건물 한 개 밖에 없어서 찾기 쉬울 거야. "

" 아, 고마워. "

" 경수 설명 다 듣고 가지.. "

 

쟤 설명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도 않는데다, 설명은 애초부터 듣지 않았다.

그래도 급식실은 있어서 다행이네.

끼익, 하는 의자 소리에 반 아이들의 시선과 남자애의 시선이 내게로 꽂힌다.

그러다 남자애는 다시 칠판을 손으로 짚어가며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남자애는 나를 신경 쓰지 않는다.

우리 아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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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45.70
오 신선한 설정이네요. 잘 보고 갑니다
다음편 기다릴게요~

9년 전
비회원120.30
헐 재밌어요..... 다음편 기대돼요ㅠㅠㅠㅠ
9년 전
비회원55.171
킁킁대작대작스멜나네요ㅜㅠ! 잘보고 갑니당 우등생됴.....♡
9년 전
독자1
이게뭐죠 완전 제취향인데요 자까님ㅠㅜ 신알신 하고가여
9년 전
독자2
오오오옹재미있어요!!작가님ㅜㅜ
주인공성격도 마음에들고 경수 전교1등이리니 취적...

9년 전
비회원105.109
헐 ㅠㅠㅠㅠ ㅠㅠㅠㅠㅠ완전 기대되요
9년 전
독자3
헐너무재밌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기대ㅠㅠㅠ
9년 전
독자4
재밌어요ㅠㅠㅠ기대하고 있을께요!!!!!!!!!!!!!!!
9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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