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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찬열] 불편한 관계 (Uneasy Relationship) 5 ~ 6 | 인스티즈

 


불편한 관계 (Uneasy Relationship)
5 ~ 6

 

 

 

 무슨 일로 오셨나요 고객님? 상냥한 여자 직원의 목소리에 박찬열씨는 웃으며 제 이름을 말했다. 미리 전화로 예약을 해놨던 건지, 로비의 여자 직원은 차트를 살피더니 곧 웃으며 우리를 작은 회의실로 안내했다.

 

 

 

"여기서 조금만 기다리고 계시면 실장님 내려오실 거예요."

 

 

 

 생글 거리며 말을 마친 여자 직원은 마실 음료라도 내오겠다며 회의실을 나섰고, 박찬열씨는 회의실의 큼직한 소파에 쓰러지듯 앉았다. 여자 직원에 의해 닫힌 문 앞에서 멀뚱멀뚱 허공만 쳐다보고 있으니, 박찬열씨도 꽤나 속이 탔는지 앉아요 얼른. 하고는 입을 연다. 나는 그 말에 더딘 걸음을 옮겨 박찬열씨의 옆자리에 앉았다. 푹신한 가죽 소파에 나란히 앉아 있는데, 회의실의 문이 달칵 열렸다. 젊은 여자였다. 여자의 등장에 박찬열씨는 자리에서 일어나 목례를 했고, 나 또한 어수룩히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여자를 향해 살짝 고개를 숙였다. 여자가 자신을 소개하며 악수를 청하자 박찬열씨는 살짝 웃으며 손을 잡아 응했다. 외근은 원래 다 이래? 이건 무슨 소개팅의 현장 같다. 둘 사이의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괜히 볼을 부풀리며 자리에 앉았다.

 

 

 

 박찬열씨와 여자는 곧 통성명을 끝냈는지 자리에 앉았다. 박찬열씨는 서류 가방에서 아까 쑤셔 박았던 서류 뭉치들을 꺼내 들어 탁자에 늘어놓았다. 그저 단순한 서류겠거니 싶은 마음에 박찬열씨가 하는 것을 가만 지켜보고 있는데 이게 웬걸, 그냥 서류가 아니다.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휴대폰 이미지가 서류 몇 장에 걸쳐 커다랗게 인쇄되어 있다.

 

 

 

"이번에 저희 회사에서 부탁드릴 제품입니다."

 

 

 

 새로 나온다는 신상품이 휴대폰이었나 보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탁자에 흩어진 사진을 찬찬히 살펴보는데, 여자가 입을 연다.

 

 

 

"그러면 시험 모델은 언제쯤 받아 볼 수 있을까요?"
"마지막 수정 작업 거치면 바로 보내드릴게요. 그건 아마 빠르면 이번 주말에나 될 것 같고."
"상세 정보들도 같이 부탁드릴게요. 작업 기간이 촉박해서 저희 쪽에서도 콘티 짜고 모델 섭외하려면 시간이 촉박해서요."
"그래요 그럼."
"이제 작업 기간을 잡아야 하는데,"

 

 

 

 열심히 메모까지 해가며 대화에 열을 올리고 있는 둘을 보던 나는 가만히 고개를 내리박았다. 둘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하나도 모르겠다.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고. 단조로운 여자의 목소리에 눈을 꿈뻑거리던 나는 곧 생각에 잠겼다. 내 의식은 항상 오세훈을 쫓는다. 며칠 전 만났던 오세훈의 얼굴이 머릿속에 두둥실 떠올랐다. 눈에 띄게 수척해져 있었던 얼굴이 자꾸 마음에 밟힌다. 전화하던 그 여자는 누구고, 도대체 무엇이 너를 힘들게 했을까? 오세훈을 가장 잘 안다고 자부해 왔던 나였는데 이제 보니 나는 오세훈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 많다 싶다. 자꾸만 오세훈과 내 사이에 커다란 벽이라도 쳐져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오세훈에 대한 걱정을 몇 분. 의식은 흐르고 흘러 어느덧 박찬열씨와 했던 내기에 가닿았다. '그쪽이 나를 처음 만난 장소는?' 주차장에서 들었던 그 음성이 머릿속에서 떠나지를 않는다. 분명 엘리베이터가 아니라고 했다. 정답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이 어긋나 버리니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럼 우리는 도대체 어디서 엮인 운명일까? 내가 미처 기억하지 못하는 우리는 또 어디서 어떻게 부딪혔던 걸까? 해결되지 않은 의문은 끝없이 늘어만 간다.

 

 

 

 턱을 괸 채로 생각에 잠겨 있는데, 초점을 잃어 흐릿한 시야에 무언가가 들이찬다. 눈을 깜빡이니 금세 또렷하게 보이는 것은 박찬열씨의 커다란 손이다. 멍한 상태로 입술을 꾹 무는데, 박찬열씨가 엄지와 검지 손가락을 부딪혀 튕겨 딱! 하는 소리를 낸다. 뭐야? 이제야 조금 돌아오는 정신에 이맛살을 찌푸리자 박찬열씨의 목소리가 들린다. 무의식적으로 줄곧 상기했던 그 음성이.

 

 

 

"무슨 생각해요?"
"어... 그냥 잠깐,"
"집중해요. 그쪽도 아이디어 보태야지."
"......네."

 

 

 

 축 처진 목소리로 대답하자 고개를 끄덕인 박찬열씨는 다시 여자와 이야기를 나눈다.

 

 

 

"광고 방향을 자연스러움으로 잡자 이거죠?"
"네. 최대한 광고 느낌 안 나게 진행하다가 끝 부분에만 살짝 상품 컷 넣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괜찮네요."

 

 

 

 광고를 만들면서 최대한 광고 느낌 안 나게는 또 무슨 개소린지. 모순적인 여자의 말에 고개를 갸웃하는데, 박찬열씨는 다 이해가 되는 건지 괜찮다며 생글 생글 웃는 얼굴로 맞장구를 친다. ......내 앞에서만 이렇게 웃는 게 아니었구나. 박찬열씨는 원래 어딜 가든 잘 웃는 타입인가 보네. 아 그렇구나. 박찬열씨는 이런 사람이구나. 그렇구나, 하고 가볍게 넘어가면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내 기분은 그게 아닌 모양이다. 박찬열씨가 여자를 향해 예쁘게 웃어 보일수록 기분은 다운되어만 갔다. 당최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내가 왜? 내 기분이 왜 좋지 않지? 한숨을 내뱉었다. 여자의 말만큼이나 내 감정도 모순적이었다. 흘끗 박찬열씨를 곁눈질했다. 박찬열씨의 시선은 여자에게서 떨어질 줄을 몰랐고, 입가에 걸친 은은한 미소 또한 그대로였다. 그 웃음에 괜히 심사가 뒤틀린다.

 

 

 

 낄 틈 한번 안 주면서 아이디어는 무슨. 그리고 혼자서도 이렇게 잘할 거면서 나는 또 왜 데려와서 이런 기분을 느끼게 만들어? 마음 한구석에서는 박찬열씨를 향한 원망마저도 피어오른다. 문제는 내가 왜 박찬열씨를 상대로 이런 감정을 느껴야 하냐는 거다. 이깟 상황이 뭐가 된다고. 고작 박찬열씨가 나한테 뭐라고.

 

 

 

 우울한 표정으로 둘의 대화를 듣고 있는데, 박찬열씨가 별안간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물어온다.

 

 

 

"광고 모델은 누가 좋을 것 같아요?"
"...모델이요?"
"생각해 놓은 사람 있어요? 나는 연예인 잘 몰라서."

 

 

 

 연예인을 잘 모른다며 씩 웃어 보이는 박찬열씨다. 난감해진 나는 어색하게 따라 웃으며 생각했다. 광고 모델? 사실 나도 연예계에 관심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알고 있는 연예인이라고는 고등학생 시절에 좋아하던 아이돌 가수나 영화배우 정도? 그렇다고 해서 몇 년 전부터 브라운관에서 통 보이지를 않는 그들의 이름을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광고 모델, 휴대폰 광고, 모델. 계속 머릿속으로 단어를 되뇌다 보니 한 사람이 딱 떠오른다. 모델은 뭐... 조건 반사라도 되는지 모델이라는 단어 하나에 오세훈의 이름 석 자가 자연스레 연상된다. 나는 그 이름을 뱉었다.

 

 

 

"저는 모델 오세훈...이요."

 

 

 

 쭈뼛거리며 꺼낸 말에 박찬열씨는 좋을 대로 하라며 고개를 끄덕였고, 여자는 미간을 찡그리며 내게 묻는다.

 

 

 

"오세훈 이번에 스캔들 터졌는데 괜찮겠어요?"
"......아."
"광고 몇 개 찍었다고 블루칩이니 뭐니 언플 하던데 스캔들이 웬 말인지."

 

 

 

 여자는 오세훈의 스캔들을 걸고넘어졌다. 스캔들. 기억 속에 묻어뒀던 단어가 여자의 말을 만나 스물스물 기어 나온다. 여자의 말에는 오세훈을 향한 무시와 적대감이 성난 상태로 잔뜩 솟아 있었다. 픽 비웃음을 내뱉는 그녀를 보던 나는 얼빠진 얼굴로 탄성만 내뱉었다. 말을 이을 수 없었다. 나는 고작 이름 하나 입 밖에 내는 것조차 벅찬데 이 여자는 너의 이름을 대수롭지 않게 부르고, 내가 사랑하는 너를 깎아내린다. 세훈이 너를. 정신이 온통 멍했다. 가만히 주먹을 꽉 말아 쥐는데 박찬열씨가 말을 툭 내뱉는다.

 

 

 

"왜요? 나도 오세훈 괜찮을 것 같은데. 스캔들이야 소속사에서 해명 끝냈고 워낙 대세 이미지가 강하잖아요. 스캔들이니 뭐니 해도 오세훈 팬덤이 워낙 굳건해야지."

 

 

 

 연예인은 잘 모른다면서 오세훈은 용케 아는 모양이다. 박찬열씨가 듣기 좋은 목소리로 말을 마치자 여자의 표정이 미세하게 굳었다. 꼬리가 축 내려진 여자의 입술을 쳐다보던 나는 고개를 숙이고 작게 웃었다. 사이다 한 병을 원샷이라도 한 것 같은 기분이다. 물론 지금 이 상황에서 사이다는 박찬열씨고. 뭐가 그리 불만인지 애꿎은 펜만 책상에 툭툭 치던 여자는 잠깐의 침묵을 깨고 입을 연다.

 

 

 

"정 그러시면 저희 쪽에서 오세훈이랑 컨택은 해볼게요. 모델은 변경될 수 있는 거라 오세훈으로 확정된 건 아니에요."

 

 

 

 여자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손목시계를 쳐다보던 박찬열씨는 이내 여자를 향해 말한다.

 

 

 

"최대한 빨리 진행하죠."
"......"
"콘티 작업도, 오세훈 섭외도."

 

 

 

 오세훈 섭외에 악센트를 주는 박찬열씨에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갑자기 왜 이렇게 기분이 좋지? 검지 손가락을 들어 올라간 입꼬리를 꾹꾹 눌러 내렸다. 말을 마친 박찬열씨는 오늘 미팅은 여기까지 하자며 탁상에 늘어놓았던 서류를 가방에 챙겨 넣었고 여자는 회의실 문을 쾅 닫고 나간다. 그 꼴이 꼭 맞선에서 치인 여자 같다. 어깨를 으쓱인 박찬열씨는 일전에 안내 데스크의 여직원이 가져다 놓은 오렌지 주스를 홀짝였고, 나는 풋 웃으며 물었다.

 

 

 

"연예인 모른다면서요?"

 

 

 

 내 물음에 사례가 들렸는지 켁켁 거린다.

 

 

 

"아까 박찬열씨 오세훈 극성팬 같았어요."
"...아, 내가?"
"네. 취향이 그런 쪽인가 싶을 정도로."

 

 

 

 오세훈보다는 그쪽. 그쪽이 내 취향인데. 찬열은 한숨을 훅 내뱉으며 생각했다.

 

 

 

[EXO/찬열] 불편한 관계 (Uneasy Relationship) 5 ~ 6 | 인스티즈

 
 * * *

 

 

 

 광고 미팅이 예상보다 너무 길어진 탓에 다음 스케줄들이 전부 밀려버렸다. 총 여섯 개의 대리점을 들려야 하는데 벌써 시간이 빡빡하다. 1과 2 사이에 안착한 시계의 시침을 보던 나는 차창으로 고개를 돌렸다. 스케줄이 이렇게나 꽉 차 있는데 점심은 무슨. 아무래도 오늘 점심은 물 건너갔구나 싶었다. 주린 배에 손을 얹고 공기를 들이 마셨다. 공기라도 들이 마시면 배가 찰까 싶어 한 행동이었다. 그러나 배가 차기는 개뿔. 뱃속을 가득 채운 허한 느낌에 다시 숨을 뱉었다.

 

 

 

"식사 먼저 해요."
"네? 식사요?"
"여기 사거리 앞에 자주 가는 음식점 있어요."

 

 

 

 밥 먼저 먹고 하자며 식사 얘기를 꺼내는 박찬열씨에 고마운 마음도 잠시, 밀린 계획들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박찬열씨 우리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어요... 오늘 대리점 여섯 군데나 들려야 하는데...... 우울한 얼굴로 중얼거리니 박찬열씨는 웃기만 한다.

 

 

 

"혹시 못 먹는 거 있어요? 초밥이라던가 회라던가."
"...저는 다 잘 먹어요."
"다행이네."

 

 

 

 불이 바뀌고 사거리에서 좌회전을 한 차는 커다란 음식점 입구로 들어선다. 곧 박찬열씨는 주차장 구석에 차를 댔고, 우리는 차에서 내렸다. 눈앞에 보이는 음식점은 일본식 가옥의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일식? 가만히 제자리에 굳어 서있는데 박찬열씨가 묻는다.

 

 

 

"다 잘 먹는다길래 왔는데... 어, 혹시 일식 싫어해요?"
"아뇨. 저 스시 되게 좋아하는데..."
"그럼 왜요?"

 

 

 

 왜 그래요? 묻는 박찬열씨에게 결국 우물거리다가 말했다.

 

 

 

"비싸지 않아요? 저 지금 지갑에 돈도 없고,"
"......"
"아직 월급도 안 들어왔는데..."

 

 

 

 내 말에 고개를 숙이고 웃는다. 왜 웃지? 떨떠름한 얼굴로 손가락만 꼼지락거리고 있는데, 박찬열씨가 웃음기 어린 얼굴로 말한다.

 

 

 

"아, 그건 괜찮아요. 그쪽 월급에서 깔게요."
"......"
"이제 됐죠?"


 

 

 아니. 안 그래도 쥐꼬리만한 월급에서 까긴 뭘 깐다는 거야? 스시를 비롯한 일식도 가리지 않고 잘 먹는 나였지만, 부족한 월급을 쪼개서 먹을 정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더군다나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일본 전통 가옥 형식의 건물은 인테리어부터가 고급스러운게 나 비싸요, 티를 팍팍 내고 있다. 나는 이제 됐냐며 묻는 박찬열씨를 향해 어색하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

 

 

 

"그냥 먹지 말죠? 분식점 어때요?"

 

 

 

 내 말에 박찬열씨는 웃음기가 잔뜩 어린 얼굴로 답한다.

 

 

 

"장난인데 왜 그렇게 심각해요?"
"네?"
"누가 그쪽 보고 사랬나? 내가 밥 사주려고 데려온 겁니다."
"...아?"
"일식 좋아하면 이제 그만 들어가죠?"

 

 

 

 얼떨떨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니 음식점을 향해 내 어깨를 떠미는 박찬열씨다. 결국 박찬열씨와 함께 음식점 안에 들어서고 말았다. 문을 열자 일본식 유니폼을 차려입은 남자 직원이 허리를 굽혀 인사했고, 그를 향해 가볍게 인사한 박찬열씨는 통로에 나 있는 계단으로 올라간다.

 

 

 

 1층 홀에는 사람이 꽉꽉 들어 차 있었는데, 올라온 2층 홀에는 사람이 하나 없다. 박찬열씨는 걸음을 옮겨 창가에 위치한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내 앞으로 숟가락과 젓가락을 반듯하게 놓아준다. 호의가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가만히 박찬열씨를 바라보고 있던 나는 곧 창문으로 시선을 돌렸다. 남자와 함께 밥을 먹는 것은, 그것도 창가 자리에서 밥을 먹는 것은 꽤나 오랜만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내 주변에 밥을 같이 먹을 남자라고는 오세훈이 전부였고, 그 조차도 함께 식사를 할 때면 공인인 오세훈을 배려해 구석 자리를 찾아가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테이블로 화사히 내려오는 햇볕이 기분 좋았다. 이내 직원 하나가 테이블 앞으로 다가와 메뉴판을 내민다. 메뉴판을 받아든 박찬열씨는 책자를 펼치고는 내가 보기 쉽게 내 쪽으로 돌려놓는다.

 

 

 

"먹고 싶은 거 있어요?"
"......"

 


 

 

 턱을 괴고 나를 보며 묻는 박찬열씨에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비싸도 너무 비싸다. 메뉴판에 나와있는 가격은 헉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비쌌다. 뒤에 붙은 숫자 0은 도대체 몇 개야? 하나, 둘, 셋, 넷, 다섯…. 미친. 아무리 박찬열씨가 사는 거라지만 이건 얻어먹기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우물거리던 나는 곧 손가락을 들어 메뉴판에서 가장 싼 음식을 짚었고, 박찬열씨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한다.

 

 

 

"라면?"
"아니면 우동도 괜찮은 것 같은데요?"
"스시 좋아한다면서요."
"...라면도 좋아해요."
"그래요?"
"네. 완전."
"아, 그렇구나."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박찬열씨는 메뉴판을 탁 덮어 대기하고 있던 직원에게 건넸다. 그리고 하는 말은,

 

 

 

"B 코스로 주세요."

 

 

 

 이 남자 지금 뭐라는 거야? 아까 메뉴판에서 보고 속으로 욕을 내뱉었던 그 메뉴를 주문한다. 주문을 받은 직원이 우리를 향해 고개를 살짝 숙이고 테이블을 떠났다. 사뿐한 걸음으로 계단을 총총 걸어 내려가는 직원을 확인하고 난 뒤, 나는 입을 떡 벌리고 외쳤다.

 

 

 

"저는 라면 먹고 싶다니까요?"
"우리 집에 신라면 한 박스 있어요. 무한 리필이니까 먹고 가던가."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고 비싸잖아요! 무슨 제일 비싼 걸 시켜요? 네?"
"사람 설레게 내 돈 걱정을 왜 그쪽이 합니까?"

 

 

 

 사실 내 돈도 아닌데 뭐가 이렇게 아까운 건지는 모르겠다.

 

 

 

"박찬열씨 이렇게 돈 막 쓰면 집안 파탄나요. 예?"
"그래요? 그럼 나는 그쪽같이 경제관념 제대로 박혀있는 여자를 만나야겠네."
"아 정말. 아......"

 

 

 

 내가 뭐라 말을 잇지 못하자 박찬열씨는 생글 생글 웃는다. 그 웃음이 얄미워 뭐라 한마디 쏘아붙여주려고 하는 참에, 아까 그 종업원이 다시 접시를 들고 온다. 나는 입을 꾹 다물었다. 직원은 죽이 담겨 있는 접시 두 개를 각각 박찬열씨와 내 앞에 놓은 뒤, 소스가 담긴 작은 접시들을 테이블에 늘어놓았다. 세팅을 마친 직원은 곧 다음 요리를 내오겠다며 다시 계단을 내려갔고, 나는 결국 한숨을 푹 내쉬고 죽을 한 숟가락 떠먹었다.

 

 

 

"근데요 박찬열씨, 우리 이러고 있을 시간은 있어요?"
"그럼요."
"대리점 오늘 다 못 들릴 것 같은데 정말 괜찮아요?"
"괜찮으니까 우리 사원님은 걱정 말고 맛있게 먹어요."

 

 

 

 워커 홀릭 김 팀장님한테 넘기면 돼요, 뜻 모를 말을 중얼거리던 박찬열씨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나를 향해 환하게 웃어 보였다. 나는 죽을 한 숟가락 더 떠먹었다. 더럽게 비싼데 더럽게 맛있다. 도대체 뭘 넣어서 만든 거야? 숟가락을 입에 물고 죽을 노려보고 있는데 진동 소리가 울린다. 박찬열씨의 휴대폰에서 나는 소리였다. 테이블에 놓인 휴대폰으로 시선을 돌리니, 화면에는 김준면이라는 이름이 둥둥 떠있다. 이름을 확인한 박찬열씨는 헤헤 웃는 얼굴로 수신 거부 버튼을 누른다.

 

 

 

"누구예요?"
"아, 스팸이요. 얼마 전부터 자꾸 대출 전화가 오네."
"대출이요?"
"네. 뭐...... 죽 식겠다. 얼른 먹어요."

 

 

 

 박찬열씨는 스팸 번호도 저장해놔요? 물으려던 것은 따끈한 죽과 함께 목을 타고 넘어갔다.

 

 

 

[EXO/찬열] 불편한 관계 (Uneasy Relationship) 5 ~ 6 | 인스티즈

 

[EXO/찬열] 불편한 관계 (Uneasy Relationship) 5 ~ 6 | 인스티즈

 

* * *

 

 

 

 여섯 개의 대리점 가운데 네 개의 대리점을 순회했다. 결국 시간 문제로 대리점 두 개는 다음 외근에 들리기로 했다. 퇴근 시간을 얼마 남기지 않고 회사에 입성했다.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사무실에 들어가자 웃는 얼굴의 김종대 대리님이 첫 외근은 잘 다녀왔냐며 물어온다. 책상에 가방을 툭 내려놓고는 의자에 풀썩 앉으며 어우, 진짜 죽겠어요. 하고 답했다. 운전까지 겸하느라 나보다 두 배는 더 피곤했을 박찬열씨도 의자 등받이에 쓰러지듯 기대 눕는다. 가만히 의자에 늘어져 있는데 사무실의 문이 벌컥 열린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깜짝 놀라 고개를 드니, 마케팅 B팀의 팀장님께서 문 손잡이를 잡고 씩씩대고 계신다. 회사에서 지나가다 마주친 적도 여러 번 있었고, 정수정에게 저 사람이 우리 회사 일등 신랑감이라는 이야기도 몇 번 들었던지라 얼굴은 익히 알고 있었다. 이름이 김... 김준, 뭐라고 했던 것 같은데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 탓에 기억이 나지를 않는다.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저 남자는 왜 우리 팀 사무실 문 앞에서 저러고 있는 거지? 한참을 성난 황소처럼 씩씩대던 남자는 곧 숨을 고르고는 입을 열었다.

 

 

 

"야, 너 나와... 가 아니고."
"......"
"박찬열 팀장님은 잠시 저 좀 보죠?"

 

 

 

 아, 생각났다. 저 남자의 이름은 아마 김준면이었던 것 같다. 왠지 모르게 익숙하다. 분명 정수정에게 들은 것 말고도 어디선가 봤던 이름인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를 않는다. 박찬열씨는 남자의 부름에 머리를 헝클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불려 나가는 박찬열씨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았다. 문 앞에 다다른 박찬열씨는 김준면 팀장님에게 살갑게 어깨동무를 했고, 김 팀장님은 그런 박찬열씨를 쳐내고 뒷목을 잡아 질질 끌고 간다. 사무실의 문이 닫혔다. 둘의 사이를 가늠할 수가 없다. 박찬열씨는 며칠 전에 새로 부임했는데, 벌써 친해졌나? 도대체 무슨 사이지? 의외의 인맥에 놀란 것도 잠시, 박찬열씨라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만에 내 삶에 이렇게 파고들었으니. 박찬열씨라면 충분히 가능할지도.

 

 

 

 두 사람이 나간 사무실은 다시 잠잠해졌다. 박찬열씨의 생각에 피실대던 나는 고개를 아래로 내리박았다. 펜을 들어 책상에 놓인 순백의 A4 용지에 단어들을 써 내려갔다.

 

 

 

 팅커벨, 키홀더, 앞 집 남자, 첫 만남, 첫, 처음.

 

 

 

 펜을 책상에 내려놓고는 작게 써넣은 단어들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우리의 첫 만남은 도대체 어디서 이뤄졌던 걸까? 엘리베이터가 정답이 아니라면 우리는 도대체 어디서 마주쳤던 걸까? 어떤 관계로, 어디서, 어떻게. 생각이 꼬리를 물고 길게 이어졌다. 답은 쉽게 나오지를 않는다. 답답함에 한숨을 내쉰 나는 옆에서 벌써 퇴근 준비를 한답시고 립스틱을 덧바르는 정수정에게 말했다.

 

 

 

"내가 키홀더를 찾았거든?"
"......어. 찾았냐?"
"응."
"...아니, 지금 뭐라고? 키홀더 찾았다고!? 어디서? 그거 어딨었는데?"
"키홀더 가지고 있는 사람을 찾았어."
"그래서 키홀더는 받았어?"

 

 

 

 립스틱을 말아 쥐고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는 정수정이다. 나는 휴대폰을 흔들어 보이며 말했다. 받았으면 휴대폰에 달았겠지. 내 말이 끝나자마자 정수정은 벙진 표정으로 그러면 뭐가 어떻게 된 거냐며 물어왔고, 나는 착잡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꺼냈다.

 

 

 

"그 사람이 우리 앞 집에 사는 사람이야. 그런데 자기랑 처음 만난 장소를 맞추면 키홀더를 주겠대."
"...그 사람 또라이야?"

 

 

 

 그 또라이가 네가 죽어라 찬양하는 박찬열씨야.

 

 

 

"또라이는 아닌데... 겪어보면 조금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니. 여하튼 내가 그 사람을 처음 본 게 엘리베이터란 말이야."
"응."
"그런데 틀렸대. 엘리베이터가 아니래."
"뭐야...?"
"답이 뭘까?"

 

 

 

 막막한 심정에 정수정에게 답을 물었다.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그냥 흔한 거 대봐."
"예를 들어?"
"거리?"

 

 

 

 괜찮은 후보 하나가 나온 것 같았다. 다시 펜을 들어 종이에 단어 하나를 추가시켰다. 거리. 짤막한 단어가 묘하게 이질적이다. 기간은 일주일, 기회는 두 번 남았다. 나는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내 인생에 박찬열이라는 고유 명사가 처음 끼어든 것이 도대체 언제부터 였는지에 대해 말이다.

 

 

 

[EXO/찬열] 불편한 관계 (Uneasy Relationship) 5 ~ 6 | 인스티즈

 

* * *

 

 

 

"너가 그렇게 가리니까 사람들이 더 쳐다보잖아."
"니가 내 인기를 몰라서 그래. 이거 벗으면 이제 난리난다."
"누가 보면 영화관 털러 온 줄 알겠다. 어?"

 

 

 

 내 말에 오세훈은 머쓱하게 웃어 보인다. 까만 마스크에 까만 캡 모자를 푹 눌러쓴 채로 영화관을 활보하는 오세훈은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오세훈을 알아봐서 쳐다보는 건지, 아니면 지독히도 좀도둑스러운 녀석의 올블랙 패션 때문인 건지는 알 수가 없다. 이유가 뭐든 간에, 한참 늦은 시간이라 사람이 얼마 없다는 게 불행 중 다행이었다. 이 야심한 시각 내가 어쩐 일로 오세훈과 함께 있냐고 묻는다면, 나는 30분 전을 회상한다. 한산한 밤, 잘 준비를 마치고 침대에 누워 있는데 오세훈에게서 문자 한 통이 왔다.

 

 

 

[ 30분 뒤에 너희 동네 영화관. ]

 

 

 

 갑작스러운 호출에 얼굴에 올려뒀던 마스크 팩을 집어던지고 화장대 앞에 앉았다. 외근이다 뭐다 전신이 노곤했지만 아무리 피곤해도 내게는 오세훈이 먼저였다. 영화관까지 가는 시간도 있었기에 대충 머리를 빗고, 옷만 차려 입고 집을 나섰다.

 

 

 

 영화관 앞에 도착한 것은 약속 시간 5분 전이었다. 항상 약속을 잡으면 오세훈 보다 먼저 도착해서 기다리는 것이 관례였기에, 이번에도 당연히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웬일로 오세훈은 영화관 입구 앞에서 벌벌 떨고 있었다. 계절 감각이라고는 어디에 팔아먹었는지 이 추운 겨울에 져지에 블랙 진을 입고 나왔다. 녀석의 옷차림에 한숨을 쉬며 걸음을 옮겼다. 팔짱을 끼고 덜덜 떨고 있었던 주제에 눈이 마주치자마자 헤실 거리며 웃는다. 코 끝이 빨개진 채로 웃는 얼굴이 예뻤다.

 

 

 

"뭐 이렇게 일찍 나왔어?"
"기다리는 기분 좀 느껴 보려고?"

 

 

 

 그렇게 녀석의 팔을 잡아끌고 영화관에 들어왔다. 사실 지난번 카페에서 만났을 때 내게 힘들다는 말 한 마디를 툭 던지고 나간 오세훈이었던지라 녀석에게 무슨 일은 없는 건지, 도대체 뭐가 힘들다는 건지, 혼자 속으로만 끙끙 앓고 있었는데 괜한 걱정이었던 모양이다. 생각보다 밝아 보이는 오세훈에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마음속에 뭉근히 퍼져 나갔다. 영화관 정중앙 홀에 다다른 우리는 당연하다는 듯 길을 갈라섰다. 오세훈은 표를 끊으러 걸음을 옮겼고, 나는 푸드 코너로 향했다. 몇 년이라는 시간이 만들어 놓은 익숙한 습관이었다.

 

 

 

"러브 콤보로 주세요."

 

 

 

 주문을 하고 가만히 기다리고 있으니 벌써 표를 다 끊고 온 건지 내 뒤에 선 오세훈이 뾰족한 턱으로 내 머리를 콕콕 찍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직원이 팝콘 라지 하나와 음료 두 컵을 내왔다. 팝콘 통 끄트머리를 입에 물고 음료 두 컵을 양손에 각각 쥐고 돌아서는데, 오세훈이 입으로 힘주어 물고 있던 팝콘 통을 앗아 휘적 휘적 걸음을 옮긴다. 긴 다리로 앞서 나가는 오세훈의 뒷모습을 가만 지켜보던 나는 푸흐 웃으며 상영관의 입구로 기분 좋은 걸음을 옮겼다.

 

 

 

 불이 꺼진 영화관은 어두웠다. 확실히 늦은 시간이라 상영관 안에는 사람이 없었다. 자리에 앉은 오세훈은 팝콘을 내 품에 안겨 주고는 쓰고 있던 마스크와 모자를 벗는다. 모자를 벗고 헝클어진 머리를 헤집어 정리한 오세훈은 우리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좌석 사이의 바를 올리고는 내 어깨에 고개를 기대왔다. 훅 끼치는 오세훈의 향에 옅게 웃음 지었다.

 

 

 

 까만 화면에 숨죽인 채로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는데 스크린에 교복을 차려입은 여학생이 등장했다. 등교를 하는 건지 책가방을 맨 채로 집을 나선 여학생은 힘없이 도로를 걷는다. 천천히 걷는 여학생의 뒤로 남학생 하나가 달려와 자연스레 어깨동무를 한다.

 

 

 

- 야 팔 치워! 무거워!
- 친구 사이에 어깨동무도 못하냐?
- 나 아직 성장긴데 왜 어깨 누르고 난리야!
- 성장기는 무슨, 까놓고 열여덟이면 성장판 닫혔지.
- 아 진짜!

 

 

 

 투닥대는 여학생과 남학생을 기점으로 비로소 영화가 시작되었다.

 

 

 

 여자 주인공인 윤진과 남자 주인공인 지훈은 어릴 때부터 절친했던 소꿉친구다. 둘도 없는 친구인 그들에게 어느 날 시련이 닥쳐온다. 그 시련이라는 것은 바로 윤진의 감정이었다.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윤진은 지훈을 남자로 보게 된다. 처음 제 감정을 깨달은 윤진은 계속 지훈에게 향하는 마음을 부정하지만 결국 자신이 지훈이 좋아함을 인정하게 된다. 변해가는 윤진을 보며 지훈은 불안한 나날을 보낸다. 윤진을 친구 이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훈은 윤진이 그 감정을 묻어뒀으면, 하고 바란다. 윤진은 지훈에게 여자는 아니었지만 소중한 친구였기 때문이다.

 

 

 

 친구와 연인 사이의 감정을 담고 있는 영화는 클리셰적인 부분이 없잖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장면 장면을 몰입해서 봤던 것 같다. 집중해서 영화를 보다가 내게 기댄 오세훈을 살짝 내려다보았다. 녀석은 영화는 뒷전인지 새근 거리며 잠에 들어있다. 묘한 기분에 다시 시선을 올려 스크린을 보았다. 윤진의 독백 장면이 그려지고 있었다.

 

 

 

- 녀석과 나의 관계에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손을 잡는다거나, 머리를 쓰다듬는 사소한 스킨십 하나 하나에도 심장이 덜컹거린다. 마음 같아서는 헐거워진 심장에 고정 나사라도 돌려 박고 싶다. 소리 없이 내 안에 들어온 녀석은 내 모든 것을 흩뜨려 놓고 있다. 사랑에 빠지는 것은 쉬운데, 정리하는 것은 왜 이토록 어려운 건지. 아무리 노력을 해봐도 녀석을 좋아하는 이 감정은 어찌 추스를 수가 없다. 이 열병은 도대체 언제까지 계속될런지, 나는 확신할 수가 없다.

 

 

 

 방 구석에 앉아 펑펑 우는 윤진에 내 눈가가 절로 축축해졌다. 소매로 눈가를 벅벅 비벼닦고는 팝콘을 씹었다. 화면이 몇 번 더 바뀌고 영화는 클라이막스에 치닫았다. 위태로운 외줄타기 끝에 윤진이 지훈에게 자신의 마음을 드러냈기 때문이었다. 너도 다 알고 있었겠지만, 나 너 좋아해. 덤덤하게 말하는 윤진에게 지훈은 잠시 침묵하더니 말한다.

 

 

 

- 친구로 만날 거 아니면 연락하지 말자.
- ......
- 이러면 우리 불편해져. 너도 잘 알잖아.
- ......
- 마음 정리하고 웃는 얼굴로 봤으면 좋겠다 윤진아.

 

 

 

[EXO/찬열] 불편한 관계 (Uneasy Relationship) 5 ~ 6 | 인스티즈

 

* * *

 

 

 

 영화가 끝났다. 사람들은 상영관을 빠져나갔고, 나 또한 느릿 느릿 오세훈을 깨워 영화관을 빠져나왔다. 들어가라는 말에도 오세훈은 굳이 나를 바래다주겠다며 졸린 눈으로 웃어 보였다. 밤공기가 차가웠다. 후우우우, 깊은 숨을 뱉자 뿌연 입김이 공기 위로 흩어진다. 져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오세훈이 내게 묻는다.

 

 

 

"영화는 재밌었냐?"
"응. 뭐... 재밌더라."
"역시 오세훈님이 추천한 영화다 싶지?"
"뭐래."

 

 

 

 내가 도끼 눈을 뜨고 째려보자, 오세훈은 어깨를 으쓱이며 씩 웃는다.

 

 

 

"느낀 점은?"
"로맨스 영화에서 뭘 느끼냐? 어?"
"아, 그래도 뭐 없냐."
"영화 시작하자마자 골아 떨어지신 주제에 말이 많지."
"야 나는 그거 다 봐서,"
"어?"
"아니. 아니지."

 

 

 

 주먹 쥔 제 손을 마이크 삼아 내 입가에 가까이 대고 묻는 오세훈의 입술을 툭툭 쳤다. 영화 러닝타임 내내 꿈나라에서 달 토끼랑 방아 찧다 온 주제에 말이 많다. 오세훈을 흘겨보던 내가 한숨을 내뱉자, 녀석은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입을 연다. 나는 그거 다 봐서, 말을 하다 끊어낸 녀석에게 무슨 말인지 되묻자 오세훈은 고개를 세차게 흔든다.

 

 


"잠은 잘 잤어?"
"어. 요 며칠 중에 제일 잘 잤어."

 

 

 

 네가 잘 잤으면 됐다. 나른하게 말하는 녀석을 향해 웃어 보였다. 그렇게 이런저런 잡다한 얘기를 나누며 나란히 걷는데 오세훈이 맞다, 하고 입을 연다.

 

 

 

"나 오늘 휴대폰 놓고 와서... 몇 시야 지금?"
"열한시 반 조금 넘었어."
"아, 벌써?"

 

 

 

 코트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 11시 36분 PM ] 화면에 굵은 글씨로 떠오른 시간을 확인했다. 열한시 반이 조금 넘었다는 내 말에 오세훈은 탄성을 내뱉으며 시간 빠르네, 하고 중얼거렸다. 홀드를 끄고 다시 주머니에 휴대폰을 집어넣으려는데 오세훈이 내 휴대폰을 빼앗아 들고 말한다.

 

 

 

"왜 없지."

 

 

 

 내 휴대폰을 제 눈높이에서 이리저리 돌려 보던 녀석은 다시 한번 내게 묻는다.

 

 

 

"어딨어?"

 

 

 

 키홀더 어딨어? 나는 고개를 푹 숙였다.

 

 

 

 

 

/
1 세훈이는 여주에게 왜 하필이면 저 영화를 보여줬던 걸까요?

2 영화의 결말은?

 

쓰면서도 계속 도중에 끊고 가지고 오고 싶어서 얼마나 고민했는지 몰라요. 여러분 기다리실까봐 고민 되게 많이 했는데, 그래도 스토리 흐름 상 이어서 보는 게 훨씬 나을 것 같아서 두 편 이어서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제가 포인트를 넣었어요ㅠㅠㅠ... 딱히 포인트 욕심은 없습니다만 분량 확인차 포인트를 달게 되었어요. 제가 쓴 글 분량이 어느 정도 나오는지 가늠이 안돼서... 나는 무료로 보고 싶다, 하시는 분들은 댓글로 말씀해주세요! 불편하시다면 다시 전 편 모두 무료로 돌리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함께 달려주시는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좋은 저녁 보내요 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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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세훈이는 여주가 그 영화 보고 어떻게 느꼈는지 알고 싶어서?? 그니까 세훈이도 사실 여주를 좋아해서 여주한테 영화 보여 주면서 뭐 좀 느끼는 거 없냐고, 그 영화 주인공들이 마치 자기들 같다고 생각해서 아닐까요?? 영화 결말은 해피!! 분량이 어떻게 나오는지는 미리보기 하면 알 수 있으실 거예요! 미리보기 맞나? 암튼 확인하실 수 있어요 오늘 드뎌 세훈이랑 여주랑 놀았구나...ㅠㅠㅠㅠㅠ 근데 찬열이 진짜 현부구나 오십짜리를 그냥 먹고.............. 넘 머시따....♡♡♡ 오늘도 잘 보고 가요 작가님!!
9년 전
비회원123.73
글 제스타일이아서 정주행하다가 암호닉 받으시나해서여... 제가 처음이라면 너무 행복할거에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퓨어 로 부탁드리고 일단 최신화에 달아야 보실거같아서.... 그럼 전 마저 다시읽고 올게여 ㅎㅎㅎㅎㅎㅎㅎ 제가 비회원이기도 하고 고쓰리수험생이라ㅠㅠㅠㅠ 자주못올수도 잇어여ㅠㅠㅠㅠ
9년 전
비회원137.36
재밌어요!!! 근데 글 중간에 찬열이가 자기집에 신라면 한박스 있다고 라면 무한리필로 먹고 가라 할 떄 저만 설렜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세훈이는 여주를 좋아하는 것 같긴 한데... 좀 더 자기 마음 표현해줬으면 ㅠㅠㅠ 찬열이가 뺏어갈지도 몰라!!!

9년 전
독자2
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세후나 오랜만에 나와가지고 이렇게 심쿵하게 만들다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바빠서 잘 못봐도 이렇게 한번씩 영화관데이트 좋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찬열이는 여주한테 계속 들이대는게 너무 좋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3
영화내용이 여주랑 세후니얘긴가..아 정말 작가님 글 진짜 재밌어요ㅠㅠㅠㅠㅠ 다음편이 빨리 기대되네여!!!!!
9년 전
독자4
세훈이도여주한테마음이잇는건가ㅠㅠㅠㅠㅠㅠㅠ 찬열이는부자인가보네요 비싼초밥을... 잘보고가여!!
9년 전
독자5
잘보구갑니다 암호닉 받으시나여?? 잇치 로신청하고싶습니댜ㅎㅎ 세훈이도 마음이 있는거 같은디... 다음편이기다려져용!!!
9년 전
독자6
와 신알신 신청하고 가요... 대박........ 작가님 정말 대박....... 빨리 다음편이 기다려지네요
9년 전
독자7
헐헐세훈이가여주마음눈치챈건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비회원150.234
(김까닥)으로 암호닉신청할게요!!!진짜 대작이네요ㅠㅠㅠ손수술해서 타자 더못치는 절 용서하세요ㅠㅠ
9년 전
비회원27.91
ㅠㅠ오랜만에진짜마음에드는글찾았어요♥♥♥진짜너무좋아요이런분위기ㅠㅠ취향저격...♥♥
9년 전
독자8
음...제생각에는세훈이가여주가자신을좋아한다는걸눈치채고있어서저영화의남자주인공처럼여주는그냥자신에게친구일뿐이니까그저편한관계로남고싶다는거를영화를보여줌으로써표현한것같아요..아니면전소금이되는걸로...잘읽고갑니다!!
9년 전
독자9
와 읽을땐 그냥 영화가 여주상황이랑 비슷해서 마음아프겠다는 생각밖에못했었는데 진짜 세훈이가 다 본 영화를 이렇게 보여준이유가 뭘까 생각해보니까 설마 세훈이가 다 알고있어서 영화로 대신 마음을 표현하나싶기도하네요ㅠㅠㅜ 그리고 키홀더 왜없냐고하는거보면 영화결말은 해피일거같기도히지만 굳이 여주와 똑닮은상황에서 남주가 모진말을 하는걸보면 새드일거같기도해요
9년 전
독자10
영화끝은 해피가 아니였을까요ㅠㅠ 심야데이트도 설레요ㅠㅠㅠㅠㅠㅠ휴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11
세훈이도여주좋아하니ㅠㅠㅜㅜㅜㅜ?어머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12
아 차뇨리 라면 먹고 갈래 왜 이렇게 설레나요ㅜㅜ흐흡 그리구 영화를 보여준거 세훈이가 세훈이의 마음을 여주에게 간접적으로 알려준거 아닐까요...허허
9년 전
독자13
없는거 알아차리다니 관심많이 두는 친구여서 일까요 후우우우우
8년 전
독자14
진짜다시한번정주행!해피니스ㅠㅠㅠㅠ키홀더는..미안하다!!!!!
8년 전
독자15
너무 좋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결론은 둘이 행쇼아닐까요...아닌가ㅠㅠㅠㅠ근데 찬열이도 좋고 세훈이도 좋구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16
남주가찬열이였으니 망정이지
세후니 응원할뻔!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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