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락비/피코] 아저씨,아저씨 w.큰코가 지코 |
[다각/피코] 아저씨,아저씨 w.큰코가 지코
09
내일로써 곡 작업이 끝나겠다는 말을 듣고서부터 뭔가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확실한 건 기쁘지 않다는 것이다. 작업을 끝내서 개운해야 하는 마음이, 왠지‥많이 아쉬웠다. 아저씨 역시 그 말을 들은 이후로부터 죽- 표정이 굳어있었다. 그래서인지 차 안은 다른 날보다 유난히 조용했다.
"내일이면..마지막이네요." "‥" "우리 또 만날 수 있을까요?"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이지만, 이상하게도 심장은 주체하지 못하게 뛰었다. 그리고 비로소 뒤늦게 깨달았다. 내 기분이 이런건 모두 '아저씨'때문이었다는 걸.
이제 조금 가까워졌는데, 이제 조금 아저씨란 사람을 알 것 같은데.
"‥지호야."
오후와는 확연히 다른 목소리였다. 안 그래도 낮고 굵은 목소리인데 더 가라앉아있었다.
"‥난 이제 안 놓쳐, 아니 못 놓쳐."
아저씨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생각하기도 전에 차는 벌써 집 앞에 다다랐다. 한 없이 멀게만 느껴졌던 거리가 어느덧 가까워졌다.
"그러니까 그런 걱정 하지 마."
여전히 무슨 이야길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방금 전까지 불안했던 마음은 어느새 안정되어 있었다.
***
한번 찍어 넘어오는 나무는 없다더니 , 역시 지호형은 그렇게 순순히 내 마음을 받아주지 않았다. 열렬한 애정표현에도 불구하고 지호형은 나에게 무시 혹은 욕질을 일삼았다. 덕분에 얻어먹은 욕만 해도 한 수천개는 될 듯 싶다. 나를 부를 때도 특별하게 '미친'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서 '미친'표지라고 불렀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나를 불러준 것만 해도 어딘가 싶고.
중학교 때 친구였던 녀석에게는 미안하지만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항상 동아리 형들과 같이 다닐 수 밖에 없었다. (지호 형은 동아리 활동 빼고는 거의 교실 안에 있었다.) 뭐, 그 이유도 있고..실은 내가 든 이 동아리가 학교 내 개그를 담당하고 있는 동아리인듯, 형들 한명 한명의 개그 수준이 왠만한 개그맨 뺨쳤다. 그래서 다들 재밌긴 하다만, 나와 지호형의 애정 전선에는 아무런 도움도 안되는 그런 형들.
조금만이라도 지호형과 분위기 좀 잡아보려고 하면 맨날 어디선가 나타나서는 방해하는 파워레인저 같은 형들.
‥그래서 결국은, 내가 직접 형 반으로 가서 옆에 있는게 더 효과적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시간이라서 그런지 반에는 오직 지호 형 밖에 없었다. 세상 모르게 잠이 든 형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아.."
어떻게 사람이 같은 사람한테 두번씩이나 반할 수 있는건가. 벚꽃나무 아래에서 그림을 그리던 모습에 첫눈에 반하고, 색색 자고 있는 모습에 두번 반하고. 나도 모르게 입을 헤- 벌리면서 그냥 멍하니 보았던 것 같다. 그리고 잠에서 깨어나 천천히 눈을 뜨던 형과 눈이 마주치고.
"..뭐야." "형." "..뭔데 분위기 잡고 지랄이야, 미친 표지새끼야." "진짜 진지하게 말하는건데요." "..." "저랑 사귀어줄래요?아니…사귀어주세요."
그리고 그 말을 듣고 아무런 답 없이 눈만 깜빡이던 형의 모습을 아직까지도 잊지 못하는 나였다.
-
"수고하셨습니다!! 지호, 너도 수고 많이 했고."
드디어 곡 작업이 끝났다는 사실이 기뻐서 밝게 웃으며 여기 저기 수고했다는 인사를 건네는 승현. 그러나 지호의 표정은 마냥 밝지만은 않았다.
정말 끝이다. 이젠, 어떤 이유로 아저씨를 만날까.
"끝난 기념으로 회식이라도 해야지. 내가 쏠테니까 가자-" "아..전 속이 안 좋아서.." "에? 주인공이 빠지면 어떡하냐?" "죄송합니다."
자신의 기분을 잘 숨기지 못하는 성격이라서 표정관리도 잘 안되고, 억지로 미소 짓는 것도 힘들고 그래서 그냥 속이 안 좋단 핑계로 먼저 녹음실에서 나온 지호였다. 그리고 여전히 그 뒤를 따라 나오는 지훈이 있었다.
"가자." "어딜요?" "밥‥ 먹어야지."
그런데 있잖아요. 나..왜 아저씨만 보면 그냥 아무 이유 없이 마음이 편안해지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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핳, 9화 업뎃 너무 늦게 해서 죄송합니다ㅠㅠ엉어유ㅠㅠㅠㅠ
대신 이제 폭풍업뎃 슝슝!!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