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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찬열] 불편한 관계 (Uneasy Relationship) 7 | 인스티즈

 

 


불편한 관계 (Uneasy Relationship)
7 + 박찬열 번외

 

 

 

 키홀더의 행방을 물어오는 녀석에 머리가 지끈 거린다. 고개를 푹 숙인 채로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가 다시 내뱉었다. 뭐라고 답하지? 키홀더를 잃어버렸는데 다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사실을 말해야 하는 걸까, 아니면 아무렇지 않은 척 변명이라도 늘어놓아야 하는 걸까. 한참을 망설이던 나는 결국 고개를 들고 입을 열었다.

 

 

 

"집에 빼놓고 왔지. 자꾸 휴대폰 떨어뜨리니까..."

 

 

 

 고민하던 나는 결국 선의의 거짓말을 택했다. 물론 너와 나의 사이에 더 이상의 비밀이 없기를 바라지만, 나는 그보다도 네가 내게 실망하지 않았으면 했다. 말을 마친 나는 입꼬리를 꾹 내렸다. 녀석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죄책감 때문인지, 아니면 녀석이 내 거짓말을 눈치챘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인 건지 마음 한 켠에서 불편한 감정이 치솟았다. 나는 입꼬리를 눌러 내린 채로 녀석을 바라봤다. 이것도 오세훈에게서 옮은 습관이었다. 내 얼굴을 가만 내려다보던 오세훈은 음, 하는 소리를 잠시 입에 머금다가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무슨 말을 할지 전혀 가늠이 되지를 않는다.

 

 

 

"하고 다녀라."
"어?"
"다음에 볼 때는 채우고 오라고. 그거 내 분신이야."
"어... 어."

 

 

 

 툭 던지듯이 말한 오세훈은 휴대폰을 내 손에 꼭 쥐어주고는 다시 걸음을 뗀다. 얼떨떨하게 고개를 주억거리던 나도 곧 멈췄던 걸음을 옮겨 오세훈의 옆에 붙어 섰다. 앞에 보이는 모퉁이만 돌면 바로 빌라가 있는 골목이었다. 평소에는 그토록 더디게 흐르던 1분이 오세훈과 함께 한다는 전제만으로 1초 같아졌다. 괜히 아쉬운 마음에 흘끔 흘끔 오세훈을 눈에 담는데, 녀석이 내 이름을 불러온다.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며 대답하자, 오세훈이 말을 이었다.

 

 

 

"나 이번에 열애설 났잖아."
"어... 그건 갑자기 왜?"
"나 아이돌인가 뭔가, 걔랑 열애 안 해."
"......"
"다른 애들이랑도 열애할 생각 없고."
"......"
"그러니까 같잖은 기사 올라오면 믿지 마. 그런 거 볼 시간에 차라리 나한테 연락을 해."
"...아."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너는 진짜가 여깄잖아."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자 오세훈은 예쁘게 웃으며 내 머리를 헝클어 놓는다. 열애설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은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지만, 짐작은 그저 내가 지니고 있는 심증에 불과했다. 그런 의미에서 오세훈의 입을 통해 직접 확인받는 진실은 내게 커다란 안도감을 안겨 주었다. 나란한 걸음으로 골목에 들어서는데, 빌라 맞은편에 주차되어 있는 익숙한 차가 눈에 들어왔다. 빛 한 줄기조차도 허용치 않을 태세로 선팅 되어있는 저 까만 차는 '모델 오세훈'이 늘상 타고 다니는 벤이었다.

 

 

 

"들켰네."

 

 

 

 뒷목을 긁적이던 오세훈은 덤덤히 말했다. 나는 멍청한 얼굴로 오세훈과 벤을 번갈아 보며 생각했다. 분명 오세훈의 연락을 받고 나왔을 때까지만 해도 벤은 빌라 앞에 없었다. 오세훈이 회사에 허락을 받고 외출했던 거라면 벤이 우리 집 앞에 있어야 할 이유는 더더욱 없을 거고. 그런데 지금 내 눈앞에 오세훈의 벤이 보인다는 건...... 그건 아마 오세훈이 독단적으로 외출을 했다는 거겠지. 대충 머릿속으로 그려지는 상황에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너 몰래 나온 거야?"
"......"
"...오세훈, 내가 몰래 오지 말라고 했잖아. 들키면 너만 혼난다니까? 굳이 매니저 오빠한테 싫은 소리 들으면서까지 나올 필요 없잖아. 어?"

 

 

 

 몰래 나온 거냐는 내 물음에 오세훈은 입을 꾹 다물고만 있다. 쉽사리 깨지지 않을 듯한 침묵에 나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녀석에게 잔소리를 늘어놓아야만 했다. 벤에 타서도 운전석에 앉아 있을 매니저 오빠에게 한소리를 들을 게 분명했지만, 그렇다고 내가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녀석이 진 죄의 원인이 나니까. 오세훈은 번번이 나를 찾아오니까. 나 때문에 오세훈이 작아지는 게 싫다. 나는 내가 너에게 짐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눈을 맞춘 채로 하기 싫은 말들을 쏟아내는데, 오세훈이 입을 연다.

 

 

 

"패션 위크니 뭐니, 당분간 못 봐 우리."

 

 

 

 들려오는 목소리에 하려던 말을 다 까먹고 만다. 나는 입을 다문 채로 가만히 오세훈을 올려다보았다. 가로등의 환한 불빛이 오세훈의 얼굴을 내리 밝혔다.

 

 

 

"휴대폰이고 차고 위치 추적기 달려있어서 다 떼어 놓고 왔는데,"
"......"
"매니저 형이 봐도 내가 갈 데는 너 밖에 없었나 보네."
"......"
"춥다. 들어가."

 

 

 

 말을 마친 오세훈은 망설임 없이 뒤돌아 벤 쪽으로 걸어간다. 한쪽 손은 져지 주머니에 꽂아 넣고, 다른 쪽 손은 팔을 들어 걸어가면서도 계속 홱홱 흔든다. 그래도 나 하나 보겠다고 여기까지 온 녀석인데, 잘 가라는 말 한마디 못해줄망정 끝에 와서 싫은 소리만 늘어놨다. 굳이 내가 아니더라도 이리저리 치일 녀석에게 말이다. 들어가라는 말에도, 손인사에도, 나는 끝까지 오세훈의 뒷모습을 눈에 담았다. 내가 너무 심했나...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 후회는 항상 늦다.

 

 

 

 녀석이 걷는 길에는 가로등도 없고, 달빛조차도 비추지 않는다. 온통 어둡다.

 

 

 

[EXO/찬열] 불편한 관계 (Uneasy Relationship) 7 | 인스티즈

* * *

 

 

 

 아침이 밝았다.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알람 소리에 잠을 깨고, 졸린 눈을 비비며 출근 준비를 겨우 마쳤다. 가방을 챙겨 나가려는 타이밍에 딱 맞춰 토스트기에서 노릇해진 빵이 툭 튀어나온다. 익숙하게 위로 튀어나온 토스트를 집어 들었다. 대학교 시절까지만 하더라도 아침밥은 꼭 먹고 다니자는 주의였지만, 회사에 입사하고 난 뒤로는 아침 식사를 빵으로 때우는 습관이 생겨 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혼자 자취 생활을 하는지라 내게 아침밥을 챙겨줄 사람도 없었고, 출근 준비만으로도 바쁜 내가 챙겨 먹을 겨를은 더더욱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반쯤 질려 버린 토스트를 입에 가득 물고 현관을 나섰다. 현관문을 열고 나서자, 오늘도 역시 박찬열씨가 보인다.

 

 

 

"좋은 아침이요."

 

 

 

 뭐, 나름대로 좋은 아침이다. 인사에 답한답시고 내가 고개를 까딱 숙이자, 박찬열씨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내게 물어온다.

 

 

 

"그게 아침입니까?"

 

 

 

 그 물음에 토스트를 씹던 것을 멈추고 고개를 끄덕 거렸다. 곧 엘리베이터가 기계음을 내며 열렸고 나는 박찬열씨를 보던 시선을 돌려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박찬열씨도 엘리베이터 안으로 걸음을 옮겼고, 나는 곧 닫힘 버튼을 눌렀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는 그 순간까지도 박찬열씨는 도대체 뭐가 그렇게 궁금한 건지 내게 물어 온다. 왜 밥은 안 먹어요? 요리를 못해요? 아, 그럼 설마 매번 빵만 먹는 거예요? 얼굴 옆면으로 꽂히는 시선이 따갑다.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뻔했다. 안 그래도 커다란 눈을 더 크게 뜨고 나를 보고 있음이 분명하다. 계속되는 질문에 토스트를 꾹 눌러 삼키고는 입을 열었다.

 

 

 

"그... 박찬열씨가 낸 문제 답이요."
"왜요. 기억났어요?"

 

 

 

 박찬열씨를 흘끔 보고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눈을 빛내며 나를 쳐다본다. 사실 답은 아직 찾지 못 했다. 학창 시절에 이 정신으로 문제를 풀었더라면 서울대에 가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끙끙대며 종일 문제를 붙잡고 있었지만, 박찬열씨와 관련된 기억이 아예 통째로 리셋돼버린 건지 답은 나오지를 않는다. 기대감 가득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박찬열씨가 부담스럽다. 괜히 눈을 굴리며 입을 열었다.

 

 

 

"거리요."

 

 

 

 나를 빤히 쳐다보는 박찬열씨에 길거리요, 하고 짤막하게 덧붙이자 시선을 내게 고정시킨 박찬열씨가 입을 연다. 시선이 나를 옭아맸다.

 

 

 

"틀렸어요."

 

 

 

 그나마 정답에 가깝지 않을까 예상했던 거리였지만, 역시나 오답이었다. 이제 기회는 정말 한번 밖에 남지 않았다. 문제는 내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거다. 내가 박찬열씨를 처음 본 장소는 엘리베이터였다. 그 외의 장소는 기억 속에 없다. 기회는 한 번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고, 힌트는 줘도 받을 생각이 없다 호언장담을 했으며, 일주일이라는 기간은 너무 길다고 생각했다. 과거의 내가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나는 입술을 잘근 깨물며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나란히 내린 박찬열씨는 눈꼬리를 축 내리고 내게 투정하듯 말한다.

 

 

 

"와, 나 이제 조금 섭섭해지려고 해요."
"......"
"정말 기억 안 나요?"

 

 

 

 나를 내려다보며 푹 한숨을 내뱉는데, 어깨가 축 처진 그 모습은 꼭 주인에게 혼나고 풀이 잔뜩 죽어있는 대형견과 흡사했다. 입술을 앙 다문 박찬열씨는 곧 허리를 굽혀 제 얼굴을 내 앞으로 가까이 들이밀고서 이렇게 하면 기억이 날까? 하고 낮게 중얼거린다. 말 그대로 훅 치고 들어온 박찬열씨에 나는 침만 꼴깍 삼켰다. 이건 가까워도 너무 가까웠다. 좁혀진 거리 탓에 맞물린 시선은 피할 수도 없다. 박찬열씨의 커다란 눈동자에 내 얼굴이 가득 담겨있었다. 나는 지금 이 상황이 당황스럽기만 하다.

 

 

 

"박찬열씨."

 

 

 

 겨우 정신을 차리고 박찬열씨의 어깨를 밀어냈다.

 

 

 

"이러다가 우리 또 지각하게 생겼어요."
"......"
"...출근하죠?"

 

 

 

 몸을 홱 돌려 박찬열씨의 포르쉐로 착착 걸어 나갔다. 뒤에서 내가 걷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박찬열씨에 뒷목이 절로 빳빳해지는 기분이다. 포르쉐에 올라타 안전벨트를 매고 있노라면, 박찬열씨가 운전석에 올라 씩 웃으며 한마디 한다.

 

 

 

"아직 태워다 준다는 말은 안 했는데."

 

 

 

 어...? 들려오는 말에 멍하니 고개를 틀어 박찬열씨를 쳐다봤다. 그러고 보니 박찬열씨는 오늘 내게 함께 출근하자는 말도 하지 않았고, 차에 타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나는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이 차에 올라탔고. ......설마 나 지금 혼자 설레발친 거야? 순간 깨달은 사실에 창피함이 급격히 밀려왔다. 조금 과장하자면, 망치로 머리를 한 대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달까. 지금이라도 내려야 하나? 아니면 어차피 철판 깔기로 한거 그냥 버티고 앉아 있어? 도르르 눈을 굴리며 생각하던 내가 곧 안전벨트를 풀기 위해 잠금장치에 손을 가져다 대는데, 박찬열씨가 말한다.

 

 

 

"그래도 태워다 줄게요."
"......"
"그쪽은 내가 편애하는 팀원이니까."

 

 

 

 눈을 맞추고 웃어 보인 박찬열씨는 이내 차에 시동을 걸었다. 나를 보며 예쁘게 웃는 박찬열씨와는 정반대로, 나는 울상을 지었다. 으으! 창피해 미치겠다. 툭 치면 울 것 같은 얼굴로 입술만 물어뜯고 있으니 큼큼 목을 가다듬던 박찬열씨가 말을 건넨다.

 

 

 

"오늘은 나 혼자 외근합니다."
"...박찬열씨 혼자요?"
"왜요. 같이 가고 싶어요?"
"......"
"장난인데 좀 웃죠? 오늘은 그쪽 안 데려갑니다."

 

 

 

 혼자 외근한다는 말에 정말 혼자 가는 거냐고 되물으니 같이 가고 싶은 거냐며 반문한다. 한번 다녀온 외근이었지만, 나는 확실히 외근 체질은 아닌 것 같았다. 사무실에 앉아 키보드를 두들기며 서류를 작성하는 것이 백배 천배 수월했다. 부정의 의미로 조용히 창문만 바라보고 있으면, 박찬열씨는 뚱한 목소리로 장난이라고 말한다.

 

 

 

 이런저런 이야기에 휩쓸려 차는 어느새 본사 건물 앞에 도착했다. 웬일로 주차장까지 들어가지 않고 건물 앞에 멈춘 차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안전벨트를 풀고 나가려는데, 박찬열씨는 출근할 생각이 없는 건지 운전석에서 꼼짝을 안 하고 있다. 어리둥절한 얼굴로 박찬열씨를 보며 안 내려요? 하고 물었다.

 

 

 

"오늘은 사무실까지 같이 못 들어가요. 바빠서."
"뭐 하러 가는데요?"
"못 들렸던 대리점도 들리고, 지방에도 내려갔다 오라네."
"아..."
"오늘자 업무 지시는 도경수씨한테 받아요. 오늘 못 들어간다고 말해놨으니까."

 

 

 

 대기업 팀장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다정히 말하는 박찬열씨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나가려는 찰나, 의문 하나가 머릿속을 휙 스쳐 지나갔다. 박찬열씨가 오늘 사무실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은, 애초에 본사에 올 필요가 없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방금 들은 바에 의하면 오늘 일정도 빡빡하게 잡혀있는 것 같던데 한시가 바쁜 사람이 굳이 들리지 않아도 될 본사에는 대체 왜 들린 거지? 나가려던 몸을 다시 틀어 박찬열씨에게 물었다.

 

 

 

"...그럼 본사는 왜 온 거예요?"
"그거야 당연히,"
"당연히?"

 

 

 

 되묻는 내게 낮은 목소리로 나긋하게 말한다.

 

 

 

"그쪽 데려다 주려고."

 

 

 

 오장 육부가 뒤틀리는 기분에 잽싸게 차 문을 열어젖히고 내렸다. 추운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박찬열씨는 자꾸 내게 봄기운을 가득 불어 넣는다. 간질 거리는 봄기운을 말이다. 가방끈을 꼭 쥐고 본사의 커다란 출입문을 향해 걷는데, 박찬열씨가 차를 출발시킨 건지 뒤에서 엔진 소리가 들린다. 걸음을 멈추고 멀어지는 포르쉐를 돌아봤다. 손끝이 아릴 정도로 매서웠던 추위는 어느새 슬슬 풀어지고 있었다. 도로 저 편으로 사라진 차에, 나는 다시 걸음을 옮렸다. 이제 곧 봄이 올 것이다. 밀어낼 수 없는 봄이.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입꼬리를 말아 올린 김 대리님이 나를 반겨 주신다. 내가 고개를 숙여 마주 인사하니 예쁘게 웃으시며 다시 모니터로 고개를 돌리신다. 살짝 눈을 찡그리신 것이, 아마 박찬열씨가 지시했던 리서칭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듯했다. 사무실을 쓱 둘러본 나는 곧 책상에 가방을 올려 두고 업무 지시를 받기 위해 도 대리님에게로 향했다.

 

 

 

"저... 팀장님이 대리님한테 업무 받으라고 하셨는데..."
"아, 일단 이 서류들 최종 점검해서 올려줘요."
"네."
"양은 많아 보여도 내가 대충 확인 해놔서 수월할 거예요."

 

 

 

 두꺼운 안경을 쓴 채로 파워포인트를 확인하시던 도 대리님은 내 말에 책상 구석에 쌓여있던 서류들을 점검해 달라며 내게 넘겨주신다. 이걸 도대체 언제 다 처리해? 품에 안긴 어마어마한 두께의 서류 뭉치들에 으으, 하고 앓는 소리를 내자 도경수 대리님은 살짝 웃어 보이며 제가 한번 확인 해놨으니 수월할 거라는 말을 덧붙였다. 도 대리님 딴에는 나를 위로하겠답시고 건넨 말인듯싶었으나, 안타깝게도 그 말들은 내게 있어 전혀 위로의 기능을 하지 못 했다. 아니 대리님! 수월하다니요? 야근까지 빡세게 해도 못 끝낼 양인데 이게 어딜 봐서 수월하다는 겁니까!? 속으로 궁시렁대던 것은 도 대리님의 그럼 수고해요, 하는 말 한마디에 일축되었다.

 

 

 

 나는 암담한 현실을 껴안고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켰다. 턱을 괴고 앉아 전원이 들어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우울한 기분 탓인지 달달한 커피가 간절했다. 커피가 먹고 싶었다.

 

 

 

"아, 커피 먹고 싶다."
"...커피?"

 

 

 

 옆에서 서류 작성에 끙끙대던 정수정이 되물었다.

 

 

 

"응. 달달한 커피 먹고 싶어."
"흠..."
"카라멜 마끼야또!"

 

 

 

 내 말에 정수정은 손가락을 들어 제 입술을 문질 거린다. 검지 손가락으로 입술을 문질 거리는 것은 뭔가 골똘히 생각할 때 나오는 정수정만의 습관이었다. 커피 생각도 잠시 불이 들어온 모니터로 시선을 돌리는데, 정수정과 내 옆을 지나가던 변백현이 얘기를 들은 건지 쾌활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어! 그럼 내꺼 마실래? 회사 앞 카페에서 화이트 모카 행사하길래 샀는데, 너무 달아서 못 마시겠더라."

 

 

 

 방긋 웃으며 제 책상에 올려져 있던 테이크 아웃 컵을 내게로 넘겨주는 변백현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내게 넘겨주려고 했다고 하는 편이 맞지 않을까 싶다. 변백현에 의해 건네진 화이트 모카는 내게 닿지 못 했다.

 

 

 

"어머!"

 

 

 

 멍하니 입술만 문지르고 있던 정수정이 내게로 향하는 컵을 가로챘기 때문이었다. 정수정은 플라스틱 뚜껑을 열고 달디 단 화이트 모카를 단숨에 원 샷 했다. 얘 뭐야? 변백현과 나는 벙진 얼굴로 정수정을 바라만 볼 뿐이었다.

 

 

 

"...정수정 지금 뭐 하냐?"

 

 

 

 잔뜩 당황한 얼굴로 변백현이 물었고, 정수정은 그 말에 입꼬리를 어색하게 올려 보이며 답했다.

 

 

 

"어이쿠 미안! 갑자기 목이 타서~"

 

 

 

 나는 변백현과 눈빛을 교환하며 입 모양으로 물었다. 얘 왜 이래? 내 물음에 변백현도 웅얼 거린다. 나도 몰라, 변백현도 어이가 없는지 어깨만 으쓱일 뿐이다.

 

 

 

[EXO/찬열] 불편한 관계 (Uneasy Relationship) 7 | 인스티즈

[EXO/찬열] 불편한 관계 (Uneasy Relationship) 7 | 인스티즈

* * *

 

 

 

 정수정은 점심시간이 되자마자 내 팔을 질질 끌고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회사 근처에 새로 생긴 맛집이 있다는 것이 강제 연행의 이유였다. 늦게 가면 자리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정수정의 재촉에 질질 끌려간 음식점은 정말이지 기대 이하였다. 새우볶음밥을 주문했는데 정작 새우는 얼마 나오지도 않았을뿐더러, 기름진 쌀알들은 입안에서 따로 돌아다녔다. 비단 새우볶음밥만의 문제는 아니었는지 다른 메뉴를 시킨 정수정의 표정 또한 험상궂게 변했다. 정수정은 후, 하고 한숨을 내뱉더니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낮게 말했다. 분식점 가자, 라고 말이다.

 

 

 

 직원들의 또 오세요, 하는 형식적인 멘트를 받으며 음식점을 나선 우리는 가까운 분식점으로 걸음을 옮겼다. 정수정은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말했다.

 

 

 

"이건 음식에 대한 모욕이야."
"여기 누가 추천해줬냐?"
"영업팀 박지연." 
"너 혹시 걔한테 뭐 잘못했어?"

 

 

 

 정수정은 이를 까드득 갈며 발을 쾅쾅 굴렀고, 나는 보도블록과 입을 맞추는 정수정의 힐을 보며 박찬열씨를 떠올렸다. 내가 발을 구르며 짜증 내는 것을 지켜보던 박찬열씨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세상에. 엄청 추했음이 분명하다. 생각하던 나는 곧 길 한복판에서 난리를 치는 정수정을 끌고 분식점으로 향했다. 하지만 이미 늦어 버린 모양이었다. 분식점 내부는 점심시간을 맞아 끼니를 때우러 나온 회사원들로 꽉꽉 채워져 있었다. 앉을 자리조차 구하지 못한 우리는 결국 김밥을 포장해서 회사로 돌아와야만 했다.

 

 

 

 돌아온 사무실에는 도 대리님만이 남아 키보드를 두들기고 있었다. 점심은 고작 삼각김밥 하나로 때울 예정인지, 대리님의 책상 위에는 물과 삼각김밥이 유일했다. 지방으로 내려간 독종과는 또 다른 의미로 독종이었다. 도경수 대리님을 볼 때면 학창 시절에 점심도 먹지 않고 공부에 열중하던 전교 일등 친구가 떠오른다. 독종들 같으니라고. 혹시라도 업무에 방해가 될까 조심조심 자리에 가 앉는데, 내 책상에 못 보던 컵 하나가 놓여있다. 뭔가 싶어 고개를 갸웃거리며 컵을 들어 올리는데, 지켜보던 정수정이 눈을 희번득히 뜨며 말한다.

 

 

 

"아니 이게 뭐야? 커피네?"
"...누가 놓고 갔지?"

 

 

 

 컵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리자, 정수정은 쿡쿡 웃으며 말한다. 누가 너 좋아하나 보다 야. 옆에서 짖어대는 정수정을 가볍게 무시하고 플라스틱 뚜껑을 열었다. 컵에는 오늘 아침 간절했던 카라멜 마끼야또가 담겨있다. 나는 입맛을 다시며 컵에 붙어있던 포스트잇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노란 포스트잇은 범인을 찾을 유일한 단서였다.

 

 

 

[ 매일 사주고 싶네요^-^! 넝~담입니다~ㅋ ]

 

 

 

 ......누구지? 흡사 대학교 복학생 선배를 연상시키는 말투에 몸을 흠칫 떨며 사무실을 둘러봤다. 눈에 들어오는 사람은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손을 바삐 놀리는 도경수 대리님이 유일했다. 내 시선이 느껴졌던 건지, 아니면 일이 잘 풀리지 않는 건지 도 대리님이 인상을 살짝 찌푸렸고 나는 컵으로 시선을 홱 돌렸다. 다른 건 다 몰라도 도경수 대리님이 지독한 워커 홀릭이라는 것 하나만은 저명한 사실이었다. 그나저나 도대체 누구지?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빨대에 입을 가져다 대었다. ...뭐 그게 누구든, 일단은 맛있으니 됐다.

 

 

 

[EXO/찬열] 불편한 관계 (Uneasy Relationship) 7 | 인스티즈

* * *

 

 

 

 시간은 빠르다. 몇 초, 몇 분이 쌓여 시를 이루고 날짜가 바뀐다. 박찬열씨와 내기를 시작한 지도 어느덧 일주일이 지났다. 그러니까, 오늘이 내기의 마지막 날이라는 소리다. 내기에 있어서 완전한 을의 입장을 띄고 있는 나는 하나 남은 기회에 근 일주일 동안을 끙끙대며 고민했다. 하지만 답은 아직까지도 나오지를 않았다. 문제도 노답, 멘탈도 노답. 완전한 노답 상태에 놓인 나는 푹 한숨을 내쉬며 토스트를 뽑아 들었다.

 

 

 

 내기에서 절대적인 갑의 위치를 선점하고 있는 박찬열씨와는 이른 아침 보는 것이 전부였다. 생각보다 일이 많은 건지, 거의 일주일 동안 사무실에 발 한번 들이지를 않았다. 나를 본사까지 태워다 주고 차를 돌리는 것이 끝이었다. 나는 박찬열씨의 얼굴을 떠올리며 코트 소매를 접어 올렸다. 오늘은 나도 외근이었다.

 

 

 

 나갈 준비를 마치고 현관의 전신 거울에 비친 모습을 훑었다. '편한 차림으로, 아침밥은 필수입니다.' 하는 박찬열씨의 목소리가 이명처렁 웅웅거렸다. 두툼한 코트에 스키니진. 이 정도면 편한 차림은 맞는 것 같은데, 아침밥은...... 손에 들린 토스트를 급히 입에 구겨 넣었다. 퍽퍽하게 씹히는 맛이 지겹다.

 

 

 

 토스트를 꼭꼭 씹어 삼킨 나는 곧 문을 열었다. 여느 날과 같이 일찍 나와 나를 맞는 박찬열씨다. 문이 열린 뒤, 박찬열씨가 내뱉은 첫 마디는 아침 인사가 아닌 밥은 먹었습니까? 였다. 물어오는 박찬열씨에게 뻔뻔히 고개를 끄덕이자 박찬열씨가 픽 웃으며 내게 다가온다. 앞으로 가까이 다가온 박찬열씨는 엄지 손가락을 들어 내 입가를 쓱 닦아준다. 뭐지? 당황스러움에 눈을 크게 뜨고 박찬열씨를 올려보자, 박찬열씨는 덤덤하게 답한다.

 

 

 

"빵가루 묻었어요."

 

 

 

 나는 아, 하고 짧게 탄식했고, 박찬열씨는 웃으며 말한다.

 

 

 

"가면서 김밥 사줄 테니까 먹어요."

 

 

 

 박찬열씨가 몸을 틀어 엘리베이터에 올라탔고, 나 또한 그 뒤를 따랐다. 맨날 정장을 갖춰 입은 모습만 보다가 이렇게 사복 차림으로 보니 또 뭔가 모르게 색다르다.

 

 

 

 그런데 기분 탓인지 가죽 자켓을 입은 박찬열씨의 모습이 왠지 모르게 익숙하다. 왜지? 의문을 품은 채로 박찬열씨를 계속 곁눈질하는데, 엘리베이터가 지하에 멈췄다. 짧은 기계음과 함께 문이 열렸고, 박찬열씨가 먼저 엘리베이터를 빠져나갔다. 나는 그를 뒤따르며 생각했다. 어딘가 모르게 익숙하다. 저 뒷모습은 분명히 언젠가 한번 본 적이 있었다. 나는 손톱을 잘근 물어뜯으며 박찬열씨의 뒷모습을 눈에 담았다. 어디서... 분명 어디선가 봤다.

 

 

 

"혹...시,"

 

 

 

 정말 말도 안 되는 거지만 혹시…, 내 웅얼거림에 박찬열씨가 나를 돌아본다. 나는 멍청히 박찬열씨와 시선을 맞추며 말을 이었다. 끊겼던 필름은 이어지고, 머릿속에는 새로운 기억들이 밀려온다. 나는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저 가죽자켓은, 분명히,

 

 

 

"그... 호텔, 혹시 클럽?"

 

 

 

 설마 하며 말을 마친 나는 입을 헉 틀어막았다. 내게로 성큼 걸어온 박찬열씨는 활짝 웃으며 말한다.

 

 

 

"이제 알아보겠어요?"
"......"

 

 

 

 진짜라고? 맞다고?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옛말은 틀림이 없었던 모양이다. 내가 뭐라 말도 꺼내지 못하고 어버버 거리고 있으면, 박찬열씨는 내 머리에 손을 얹고 씩 웃으며 입을 연다.

 

 

 

"드디어 정답이네."

 

 

 

 잘했어요. 하며 내 머리를 살살 쓰다듬는다. 다정한 그 손길에도 놀란 나머지 눈만 깜빡이고 있는데, 박찬열씨는 개의치 않는 건지 그저 웃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

 

 

 

"까치도 은혜를 갚는데, 그쪽은 도망가기나 하고."
"......"
"다리라도 부러뜨려야 하나."
"......"
"...농담인데 좀 웃지?"

 

 

 

 내 손에 키홀더를 쥐어준 박찬열씨는 기다란 손가락으로 내 볼을 툭 치며 말한다. 이제 정신 차리죠?

 

 

 

[EXO/찬열] 불편한 관계 (Uneasy Relationship) 7 | 인스티즈

[EXO/찬열] 불편한 관계 (Uneasy Relationship) 7 | 인스티즈

* * *

 

 

 

"박찬열이 또 일등이라며? 독한 새끼 진짜."
"생각을 해 봐. 집에서 몇 백짜리 고액 과외 시켜주는데 그 정도는 나와야지."
"하긴, 그거 받고도 일등 못하면 병신이지."

 

 

 

 화장실 칸막이 너머로 킬킬대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열여덟의 찬열은 묵묵히 손에 묻은 피를 씻어낼 뿐이었다. 시험공부를 하겠답시고 밤을 새운 것이 화를 불러온 듯싶었다. 임시방편으로 휴지로 막아 놓은 코가 시큰했다. 무미건조한 얼굴로 수도꼭지를 돌려 잠그면, 찬열의 뒤로 빳빳하게 굳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 찬열아, 언제부터 있었냐?"

 

 

 

 찬열의 존재에 놀란 것인지, 남학생들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찬열은 거울로 비치는 그들에게 싱긋 웃어 보이며 말했다.

 

 

 

"방금 왔어."

 

 

 

 남학생 둘은 그제야 안도 어린 표정으로 어색히 인사를 하고 화장실을 빠져나갔다. 찬열은 쫓기듯이 도망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빤히 바라보며 올렸던 입꼬리를 천천히 내렸다. 고액 과외는 무슨. 찬열의 인생에서 학원이라고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엄마를 졸라 겨우 다녔던 태권도 학원이 전부였다.

 

 

 

 사람들은 흔히 찬열을 '금수저 물고 태어난 놈' 이라 정의하고는 했다. 한국에서 제일 간다는 대기업 부사장의 외동아들로 세상의 빛을 본 찬열이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찬열은 자신을 그렇게 칭하는 사람들을 굳이 부정하려 하지 않았다. 부모를 잘 만난 것도, 좋은 집안에서 유복하게 자라난 것도 모두 다 맞는 말이었으니까. 다만 어린 찬열이 부정하고 싶었던 것이 하나 있었다면, 그것은 타인의 시선이었다. 사람들은 찬열의 행동 하나하나를 '돈'과 연관 지어 평가했다. 학창시절에도 늘 그랬다. 찬열이 전교 일등을 하면 고액 과외를 받았으니 당연한 일이 되었고, 아쉽게 일등을 놓치면 고액 과외를 받고도 일등 하나 못하는 머저리가 되는 것이었다.

 

 

 

 어려서부터 사람들의 불편한 잣대 아래 놓여왔던 찬열은 머저리 보다는 재수 없는 부잣집 도련님이 되는 것이 훨씬 낫겠다 판단했다. 찬열은 '머저리'를 벗어나기 위해 언제나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했다. 그 결과 찬열은 사람들이 칭송하는 정석의 길만을 밟아 나갈 수 있었다. 부모님과 집안이 아닌 온전한 자신의 힘으로 말이다.

 

 

 

 한국에서 대학을 수석으로 입학해, 수석으로 졸업했다. 그 뒤로는 경영학을 더 깊게 공부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미국에 가서는 5년차 엘리트 코스를 3년 만에 끝내는 쾌거를 이루었다. 그러자 주변 사람들은 찬열을 머저리도, 재수 없는 부잣집 도련님도 아닌 독한 놈으로 보기 시작했다. 뭐, 아무렴 상관없었다. 어른이 된 찬열은 더 이상 타인의 시선에 연연하지 않았으니까. 공부도 그렇고, 공부 외의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다. 그게 무엇이든 자신이 좋으면 좋은 거였다.

 

 

 

 유학의 끝은 이제 공부는 그만하고 한국에 들어와 경험을 쌓으라는 아버지의 전화 한 통에서 비롯되었다. 찬열의 아버지가 말하는 '경험' 이라함은 곧 '내 뒤를 이어 실질적인 경영에 뛰어 들어라.' 와 같은 뜻이었다. 찬열의 아버지는 찬열을 계열사 이사로 임명하려 했고, 찬열은 그런 아버지에게 반기를 들었다. 저는 처음부터 시작하고 싶은데요? 말하는 찬열에 그의 아버지는 뒷목을 잡았다.

 

 

 

 찬열에게 계열사 이사 직책을 맡기려는 찬열의 아버지와 사원으로 시작하고 싶다는 찬열은 충돌했다. 부딪히던 부자가 찾은 합의점은 본사의 팀장이었다. 회사 내에서 평판이 좋지 않은 팀장 하나가 있는데, 실적마저 바닥을 치는 바람에 얼마 뒤 지방으로 발령을 보낼 예정이라고 했다. 찬열은 하는 수 없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유학을 끝내고 한국에 들어와 제일 먼저 간 곳은 클럽이었다. 대학 동기 놈들과 술 한잔하겠다고 모인 곳이었다. 이내 스테이지로 몰려 나가는 동기들을 뒤로하고 찬열은 연거푸 잔만 비웠다. 환영 파티니 뭐니 나오기는 했다만 시끌한 분위기는 딱 질색이었다. 물론 장시간 이어진 비행에 피곤해진 몸도 한몫했다. 눈 아픈 불빛이 쏟아 내리는 스테이지를 바라보던 찬열은 이내 고개를 돌렸다. 우연히도 시선이 멈춘 곳에는 구석진 테이블에 여자 하나가 술에 떡이 돼서는 엎어져 있다.

 

 

 

 눈을 찌푸리고 여자를 보니 고개도 제대로 못 가누는 것이 아주 인사불성이 따로 없다. 테이블에 놓인 잔이 하나인 것을 보아하니 일행도 없이 혼자 온 것이 분명했다. 가만히 여자를 관찰하듯 보고 있는데, 지나가던 남자 무리가 여자를 가리키며 낄낄댄다. 대화 내용은 들리지 않지만 뻔했다. 여자 쪽으로 걸음을 옮기는 무리에, 찬열은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여자의 테이블로 향했다.

 

 

 

 다가온 찬열 덕분인지 무리는 저들끼리 수군대며 멀어졌다. 찬열은 헛웃음을 내뱉으며 여자의 얼굴을 눈에 담았다. 가까이서 보니 더 가관이다. 그 와중에도 찬열은 안중에 없는지 여자는 술병을 들어 잔을 채운다. 콸콸 넘쳐 쏟아지는 술에 찬열은 머리를 짚으며 입을 열었다.

 

 

 

"그만 마시고 집 들어가요."
"......"
"위험한데 여자 혼자서 뭐 하는 겁니까."

 

 

 

 한숨을 내뱉은 찬열은 테이블에 난잡하게 늘어져 있는 여자의 짐들을 가방에 쑤셔 넣었다. 가방을 잠그고 여자의 품에 안겨주는데, 조용하던 여자가 갑자기 엉엉 울기 시작한다.

 

 

 

"아니... 세후니가... 나한테 이러면 안 되는데......"
"...뭐요?"
"내가 몇 년을 좋아했는데... 으... 개새끼..."

 

 

 

 웅얼 거리던 여자는 이내 눈물을 퐁퐁 쏟아내기 시작했다. 대충 들어보니 애인에게 차인 모양이다. 끅끅거리며 우는 여자를 가만히 내려다보던 찬열은 여자의 어깨를 토닥였다. 자그마한 체구가 울음소리와 함께 잘게 떨렸다. 울지 말죠? 울면 그쪽이 지는 건데. 여자를 향해 위로의 말을 내뱉으면서도 찬열은 지금 제가 뭘 하고 있는 건지 싶다. 눈물에 덕지덕지 번진 눈 화장이며, 헝클어진 머리카락이며... 제 취향에 맞는 것이 하나 없는데 도대체 내가 이 여자를 왜.

 

 

 

 생각도 잠시, 점점 커지는 울음소리에 찬열은 여자의 등을 가볍게 다독였다. 한참을 그렇게 있었을까? 울다 지쳤는지 이내 잠잠해진 여자에게 찬열은 물었다.

 

 

 

"이제 좀 괜찮아요?"
"......"
"집 가요. 내가 콜택시 불러,"

 

 

 

 말을 하는데 대답이 없다. 말을 멈추곤 불안한 얼굴로 여자를 쳐다보는데, 여자는 곧 고개를 테이블에 푹 처박는다. 어이가 없다. 찬열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설마 지금 잡니까?"
"......"
"...진짜, 잡니까?"

 

 

 

 역시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등 뒤로 사나운 비트가 쿵쿵 거렸다. 이 여자는 하필이면 또 스피커 옆에 자리를 잡았다. 찬열은 멍해진 정신을 바로잡고, 여자를 안아 들고 클럽을 빠져나왔다. 서늘한 바람이 찬열의 머리칼을 간질였다. 밖에 버리고 갈 수도 없고, 이 여자를 어떡하지.

 

 

 

 고민하던 찬열은 결국 제 차 조수석에 여자를 눕히고 차를 출발시켰다. 제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순진무구한 얼굴로 잠든 여자의 고개가 좌우로 살짝 흔들린다. '마케팅 A팀 명렬표'라는 표지로 덮인 두꺼운 서류를 품고 있는 찬열의 서류 가방 또한 포르쉐 뒷좌석에서 함께 흔들렸다.

 

 

 

 

 

/

1 복선을 슬슬 깔고 있습니다. 보이시나요?
2 커피는 누가 두고 갔을까요?

 

찬열이 번외까지 같이 풀어 버리니까 어째 분량이 저번 편보다 많이 나왔네요. 댓글은 항상 다 읽는데 제가 답글 달면 알림 가서 놀라실까 답글은 달지 않고 있어요. 다 보고 있으니까 서운해 마시구 저한테 하고 싶은 말 다 하셔도 괜찮아요! 퓨어님 자주 못 오셔도 괜찮아요. 고삼 화이팅! 김까닥님 다친 손 빨리 나으세용! (치유치유) 제 글 사랑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해요. 그냥 부족한 글인데 좋아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암호닉 신청 너무 감사해요. 다 외울 겁니다. 그리고 암호닉 신청하실 때 좋아하시는 색 있으시면 같이 말씀해주세요. 암호닉 적을 때 글씨나 배경 색상으로 그 색 넣어드릴게요. 아 그냥 여러분한테 다 퍼주고 싶어요. 

 

 

 

호닉

퓨어 잇치 김까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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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 커피 설마 백현이 인가요??? 말투가...뭔가......
암호닉 [베가]로 신청해도 될까요??

9년 전
독자2
커피는 도 대리!!!! 근데 말투는 빼박 변백현 ㅋㅋㅋㅋㅋㅋ 작가님 오늘도 찬열이 너무 멋져요 ㅠㅠㅠㅠㅠㅠ 저도 공부 열심히 해서 대기업 가면 저런 상사 만날 수 있을까요 ㅎㅎ..? 찬열아 찬열아 찬열아 ㅡ아가ㅏ아ㅏ가강아 작가님 제가 이렇게 꼬박꼬박 읽는 글은 불편한 관계밖에 없어요 첨부터 달린 제가 너무 기특해여 ㅠㅠㅠㅠ 보여요!!! 복선이 보여!!!! ㅜㅜㅜㅜㅜㅠㅠㅠ 아 진ㅁ자 오세훈은 왜 또 츤데레고 난리야 심장아 나대지 마...! 오늘도 잘 보고 가여 좋은 주말 보내요 작가님 사랑해요 ♡♡♡♡♡♡♡ 내가 작가님을 느므느므 사랑행 ♡♡♡
9년 전
독자3
암호닉 [만쩨] 로 신청할게요!
9년 전
비회원255.103
김까닥이예요.............진짜..........죽을것같아요.......이 글만 읽으면 심장이 멈출 것 같고.......무슨 기분인지 절대 모르실거예요.......제가 평생을 꿈꿔왔고 동경했던 문체에 제가 원하던 주인공들이 있으니까 진심으로 행복해서 죽을것같아요......무슨 말을 더 해야 제 기분을 표현할 수 있을까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애정합니다 작가님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4
헐 ㅠㅠㅠㅠㅠㅠㅠ 커피 누구지 경수는 아닌거 같은뎅 ㅠ 백현인가? 세후니 불쌍하다 ㅠ 일반인이 아니라서 같이 있는것도 맘대로 못하고 ㅠ 찬열이랑 첫만남이 이제야 풀렸네용 ㅎ 수정이는 뭔가 알고있는거같은뎅
9년 전
독자5
작가님 보고싶었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찬열이는 머리가 똑똑하네요 그 집안에 사교육 안하고! 그나저나 커피 진짜 누굴까.... 그리고 암호닉 [셀카] 로 신청할게요!
9년 전
독자6
작가님오랜만이예요!열이진짜독해ㅜㅠㅠ자기힘으로일구어냈어!ㅠㅜ클럽에서만난남자가...팀장..ㅋㅋㅋ근데훈이의마음도궁금하다..나만괜히순수한아이같아보이나..조금안쓰럽기도하고..
9년 전
독자7
잇치입니다 정말잘보구가요 찬열이가 가죽자켓 안입었다면 눈치못챘을꺼에여!!! 그나저나 카라멜마끼야또 주인은 누굴까여??차녀리는 외근갔고
경수는 성격상 아닐꺼같고!!! 김종대대리??일까여???다음편에 누군지 알수잇을까요??? 수정이는 백현이 좋아하는거 맞죠???ㅎㅎㅎ

9년 전
독자8
수정이가백현이를좋아하는것같고아마강아지같고애교도많은백현이가여주를좋아하고있는게아닐까생각이드네요...아잘모르겠다...ㅋㅋ잘읽고갑니다!!신알신해놓을게요~~
9년 전
독자9
헣 처음에 수정이가 커피 가로채는거보고 수정이가 백현이를 좋아하는구나~했는데 점심시간에 카라멜마끼아또를 보고 수정이가 하는말투는 꼭 커피의 정체를 알고있는거같은 느낌이에요!! 그리고 그 포스트잇말투 왠지 준면이같아요ㅋㅋㅋㅋㅋㅋ수정이가 여주 카라멜마끼야또 먹고싶어한다고 준면이한테말한거같은느낌?? 수정이랑 준면이가 찬열이의 사주를받아서 도와주는건아닐까싶기도해요 너무 상상이 심했나옇ㅎㅎ 아니면 소금..ㅠㅜ 저 암호닉 [더부룩] 으로 신청할게요!! 그리고 전 찐한 분홍색좋아해요ㅎㅎ
9년 전
독자10
뭔가 커피는 백현이?......아닝가여...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세훈이도 연예인이라는직업이 참ㅠㅠㅠㅠ
9년 전
독자11
커피뭔가 경듀?준며니...?!ㅠㅠ겁나궁금하다ㅠㅠㅠㅠ신알신하고가요!!!!그리고[와플집사장]으로 암호닉신청이요♡
9년 전
독자12
아핳 여주가 이제 알았군오 와 이제 확실한 관계 성립!!흐흐
9년 전
독자13
오호라 이런 시작을 이제서야 ㅎㅎㅎㅎㅎ 후우우우우
8년 전
독자14
ㅠㅠ열아ㅠㅠ고마워ㅠㅠ그런데훈이가더..ㅠㅜㅜ
8년 전
독자15
경수일것같은데뭔가아닌것같기도허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얼른담편보러갈께요!
8년 전
독자16
혹시수정이가세후니한테 커피먹고싶다고했다고?
그래서백현이커피를뺏은건가?
아닌가?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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