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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다 전체글ll조회 690l 1

 

[샤이니/탬쫑] Punch Drunk Love 01

 

 

W. 쥬다

 

 

 

01.

 

 

"저기..태민아 이거..."

 

 

점심을 빨리 먹은 후 운동장쪽 벤치에 앉아 김기범과 수다를 떨고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날 불렀다.

깜짝 놀라서 뒤를 돌아보니 왠 이쁘장한 애가 바나나 우유를 내밀며 서 있었다.

 

 

"거기 적힌거 내 번혼데 마음에 들면 연락해!"

"어,어..?"

 

 

내가 바나나 우유를 받아들자마자 그 아이는 자기 할 말만 하더니 부끄러운듯 쌩 하고 사라졌다.

헐. 방금 나 대시 받은거야? 그 아이가 총총거리며 뛰어간 곳을 멍하니 보고 있었는데, 김기범이 옆에서 날 툭툭쳤다.

 

 

"이야, 이태민 인기 많다?"

"형이 좀 잘 생겼잖아."

 

 

약간 업신거리는 어조로 말했더니, 김기범이 잘난척하지 말라며 내 어깨를 퍽 때렸다.

아씨..김기범 손 완전 매운데, 자긴 그걸 모른다. 뭐, 많이 얼얼하긴하지만 그래도 지금 기분 좋으니깐 형이 봐준다.

김기범이랑 히히덕거리면서 연락을 할까말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옆 벤치에서 누가 확 일어서더니 나와 김기범 앞을 지나갔다.

 

 

"참 세상도 말세다. 저런애가 고백받고."

 

 

제 딴에는 중얼거린거였는지, 아니면 일부러 나 들으라고 말한건진 몰라도 어쨌거나 내 두 귀엔 똑똑히 들렸다.

내가 고백받았다고 세상이 말세란다! 나보고 저런애란다! 아니 누구신데 그런 막말을 처음 보는 사람한테 하세요!!

순간 울컥해서 고개를 들어 무지막지한 말을 뱉고 지나간 사람을 쳐다보았다. 걸음이 빠른 모양인지 벌써 뒷모습을 보이며 걸어가고 있었다.

나는 '얼마나 잘났길래 그런 소리를 하는지 보자' 라는 마음으로 크게 소리질렀다.

 

 

"야!!!"

 

 

내가 소리를 지르자마자 김기범이 옆에서 내 팔을 붙잡더니 제정신이냐는 표정으로 내게 말을 걸었다.

 

 

"이태민 미쳤어?"

"뭘..저 사람이 한 말 못들었어?"

"들었지. 근데 쟤 김종현이잖아 병신아!"

"..그,그게 뭐!"

 

 

시발..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나는 쟤가 김종현이였다는 김기범의 말에 머리가 핑 돌았다.

걔가 멀쩡한 애 한테 시비거는게 취미고, 패싸움은 특기요, 술과 담배는 옵션이라는 개망나니 김종현이였다니. 하느님 저 좀 살려주세요. 이제 급식 먹을때 급식 아주머니 몰래 돈까스도 더 안가져가고, 컴퓨터에 곤줄박이 폴더도 없애고, 김기범한테 똥침도 안할게요..네?

 

나는 제발 김종현이 내 목소리를 못들었기를 바라면서 김종현이 걸어가고 있던 쪽을 슬쩍 보았지만 김종현은 표정을 구긴 채 떡하니 뒤돌아서있었다. 게다가 나랑 눈까지 마주쳤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다른 사람을 불렀던척 해볼까하고, 주위에 사람이 있나 보았지만 애석하게도 그 곳엔 김종현 한 명 뿐이였다.

 

 

"아니..세상이 말세인가 보지...히히.."

 

 

시발. 난 결국 비굴해지는것을 택했다.

그까짓 자존심이 뭐가 중요해? 일단 좀 살고보자.

'히히'라는 초등학교때도 써본적 없는 웃음까지 내어가며 나는 해맑게 웃었다. 여러분, 이게 바로 살고자하는 인간의 본능입니다.

 

김종현은 '찌질한 새끼..'라는 눈빛을 하며 픽 웃고는 돌아서서 다시 제 갈길을 갔다.

이씨.. 완전 기분 좋았는데 다 잡쳤어.

 

 

-

 

 

 

 

"태민아, 나도 바나나 우유 한 입만 줘. 히히~"

"..."

"아직 4월인데 오늘 날씨가 왜이렇게 덥냐. 세상 말세다. 그치 태민아?"

"김기범 좀 닥쳐!"

 

 

김기범은 교실로 올라가서도 좀 전의 김종현과의 그 일로 날 놀려먹었다.

쟨 진짜 저 주둥이 좀 어떻게 할 수 없나? 나는 깐죽거리느라 정신없는 김기범을 노려보면서 바나나 우유를 쪽쪽 빨아먹었다.

 

  

"근데 너, 정소윤한테 연락할꺼야?"

"정소윤이 누군데?"

"지금 니가 먹고있는 바나나 우유 준 애, 병신아."

"아, 내가 이름을 어떻게 알아!"

"바나나 우유 통에 이름 적혀있는건 안보이냐?"

 

 

김기범의 말에 바나나 우유 통을 보니, 정소윤이라는 이름과 함께 번호가 쓰여있었다.

못 볼수도 있지 김기범은 왜 저렇게 과민반응이래.

 

 

"으이구. 먹는거에 정신 팔려서 자기 좋다는 애 이름도 못보고..쯧쯔.."

"그럴수도 있지.."

"어쨌든, 정소윤한테 연락을 할꺼냐고 말꺼냐고."

"몰라. 난 걔가 어떤 앤지도 잘 모르고..."

"와, 얘가 지금 우유까지 다 쳐먹어 놓고 이런 소리하고있네."

 

 

사실 어떤앤지는 잘 몰라도 좀 귀엽게 생겨서 연락은 해 볼 생각이였지만, '당연히 할꺼지!'라고 말하기엔 너무 밝히는것 같아서 그렇게 말한거였는데, 김기범은 나보고 양심없는 놈이라며 의자까지 끌고와서 걔가 어떤앤지 하나하나 말하기 시작했다.

 

 

"막 유명한건 아닌데, 그래도 남자애들 대부분은 정소윤 알껄."

"대부분이 아는게 유명한거 아니야?"

"아, 그러니깐 막 학교 퀸카 이런건 아닌데 좀 이쁘장하고 여성스러우니깐 남자애들 사이에서 쟤 괜찮지않냐 이런식으로 얘기 많이 나오는 애들 중 한 명이야."

"헐..인기 많나보네?"

"아마 걔 좋아하는 애들도 꽤 될껄? 이태민 넌 진짜 땡 잡은 놈이다. 소문으로는 공부도 꽤 하고, 성격도 괜찮고, 남자 사겨본적도 별로 없대."

 

 

김기범은 내 어깨를 툭툭 치면서 잘해보라며 장난스럽게 윙크를 날렸다.

좀 이쁘장하다고는 생각했지만, 나름 남자애들 사이에서 많이 거론이되는 애였구나. 평소 소문에 별로 관심이 없어서 그런 분야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것이 없었다.

이태민, 이번 기회에 모태솔로 탈출 한 번 해보자. 나는 핸드폰에 번호를 입력하면서 나는 기분 좋게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점심 시간 이후로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갔다.

나는 야자를 마치는 종이 울리자마자 김기범을 버려두고 교실을 튀어나갔다. 뒤에서 김기범이 뭐라고 소리지르는게 들렸지만 나는 그냥 무시했다.

김기범이 버려두고 내가 달려간 곳은 정소윤의 반 앞이였다. 점심시간에 김기범이 4반이라고 했던것 같은데, 몇 분이 지나도 나오지 않았다. 이새끼 구라친거 아니야?

 

김기범의 정보력을 의심할 쯤 정소윤이 나왔다. 자물쇠를 들고 나오는걸 보아하니 주번인 모양이였다.

 

 

"안녕."

 

 

날 보고는 깜짝놀라는 정소윤에게 나는 웃으면서 인사를 했다.

점심시간엔 제대로 못봤었는데, 이렇게 제대로 보니깐 진짜 이쁘긴 이쁘네.

 

 

"어..여기 왜 왔어?"

"너랑 같이 가려고 왔지."

 

 

아직 사귀는것도 아닌데 앞서가나 싶어서 순간 걱정했지만, 얼굴이 빨개지면서 열쇠 가져다놓고 올테니 조금만 기다리라는 정소윤의 모습을 보니 다시 안심되었다.

열쇠를 가져다놓고는 부끄러운듯 쭈뼛쭈뼛 걸어오는 정소윤에게 다시 한 번 웃어보이며 '데려다줄게.'라고 했다.

하느님, 이게 바로 썸씽이라는 건가요! 이게 바로 진실된 썸씽의 맛이라는 건가요!

 

운이 좋게도 정소윤과 집이 같은 방향이여서 굳이 정소담을 데려다주고 우리 집으로 되돌아가야하는 번거로움은 없어졌다.'

오늘 처음 알게된 사이니까 할 말도 별로 없어서 가족 관계나 시시한 친구들 얘기를 했지만, 어색한건 없었다.

김기범 옆에 있어서 그런가? 원래 여자한테 말을 먼저 잘 못 걸던 성격이였는데, 이번엔 딱히 막힘없이 얘기를 잘 진행해나갔다.

 

 

"바래다 줘서 고마워."

"같은 방향인데 뭘. 잘 들어가~"

 

 

매너있게 인사까지 마무리하고, 기분좋게 집에 가려고 발걸음을 옮겼는데, 순간 발이 딱 얼어붙었다.

 

 

"지랄도 풍년이다."

 

 

김종현이 옆에는 여자를 끼고 벽에 삐딱하게 기대서는 날 보고 한심하다는 듯이 말했다.

뭐? 지랄이 풍년이야? 기분은 상했지만, 나는 그냥 김종현을 한 번 흘긋 보고는 지나쳐갔다.

 

 

"여자애 처럼 생겨가지고 꼴에 남자라고.."

 

 

내가 싫어하는 말 중에 하나가 여자처럼 생겼다는 말이다. 난 남잔데 내가 왜 여자같다는 말을 들어야해!

김종현 옆에 찰싹 붙어있던 여자가 콧소리를 섞어 '맞아. 남자는 너 처럼 샤프하고 멋있게 생겨야지. 쟨 영 기지배같이 생겼다.'라며 김종현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저 새끼들이 쌍으로 아주! 지랄도 풍년이라고 한 것 까지는 애써 이성의 끈을 잡으며 지나쳤는데, 이번엔 도저히 못참겠다.

점심시간에 좀(사실은 많이) 쫄아서 헤헤 거리면서 넘어갔더니 저게 아주 날 물로 보지? 나도 박력있는 남자야.

 

나는 둘에게서 좀 거리가 멀어졌다 싶을때까지 걸었다. 그러니까, 내가 무슨 짓을 하더라도 이 거리면 김종현이 날 못잡겠다 싶을 거리까지 걸었다.

한 오십미터쯤 떨어졌을까, 나는 이정도면 됐다고 생각하고 멈췄다. 자아, 심호흡하고..

 

 

"김종현 이 콧구멍만 큰 좆호빗새끼야!!! 넌 김미화 닮았어!!!!!"

 

 

김종현에게 들리고도 남을만큼 크게 소리친 다음 나는 냅다 뛰기 시작했다.

뒷감당은 생각도 않은채로 나는 우사인 볼트에 빙의한 마냥 앞만 보고 달렸다.

 

 

 

 

 

-

학원물이구요! 재밌게 읽어주셨습면 좋겠습니다ㅠㅠ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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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니...쫑탬이라니... 헣...♥♥
10년 전
독자2
잼떠여
10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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