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n-verbal rendezvous, 말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그런 우리 둘만의 약속.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 바로 그 전 단계. 가끔 상상하고는 해. 너와 내가 처음 만났던 그 날, 혹은 그 날로부터 몇 년이 지난 지금. 우린 대체 뭘까. 우리는 대체 어떤 단어로 정의내릴 수 있을까. 친구? 애인? 가족? 아니, 그 보다 더한 표현은 없을까. 널 보면 느껴지는 그 저릿함, 불안함, 행복. 그 모든 것들의 의미는. 난 널 사랑한다고 생각지 않아. 그저 오래 네 곁에 머물고 싶고, 네가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고, 네 얼굴의 그 미소가 없어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몸 약하잖아 너. 항상 건강했으면 좋겠고. 네가 하는 사소한 버릇, 행동들까지 눈에 선하고, 오늘 하루 네 기분은 어땠을지, 오늘 밤엔 무슨 생각으로 잠 못 이룰지. 네 모든 게 궁금해. 그러다 널 만나면 네 눈빛만 봐도 그 때의 기분과, 나한테 뭘 말하고 싶은지, 그 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런 내가 신기하기만 해. 난 항상 성공을 꿈꾸지만, 그 성공은 온전히 나만를 위한 게 아니야. 너 좋은 거 입히고, 좋은 거 먹이고. 예쁜 것만 보게 하고, 예쁜 것만 듣게 하고. 네가 가고 싶은 곳 언제든 데려가고 싶고, 네가 하고 싶다는 거 언제든 다 해주고만 싶으니까. 사람이 태어났으면 이름은 알리고 죽어야 하지 않겠냐는 너와, 그런 너와 멀어지고 싶지 않은 나. 혹시 내가 너한테 짐이 될까 차라리 내가 더 열심히 살아서 너를 업는 게 꿈인 나. 항상 빛나는 네 옆에서, 항상 널 지켜보는 나.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난 널 사랑한다고 생각지 않아. 미영아, 난 그저. 네 곁에 오래 머물고 싶어. 그게 친구가 됐던, 그 무언가가 됐던. 무언갈 받는 게 익숙한 너와, 무언갈 해주는 게 익숙한 나. 널 사랑한다고 생각하면 걷잡을 수 없을 것만 같아서, 난 널 사랑하지 않아. 십대의 마지막, 누군가들한테는 가장 치열할 그 때, 너에게 가장 치열할, 김태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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