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퇴근 하겠습니다."
경수는 의자에서 일어나 양복 마이를 입었다.
근 10시간의 노동으로 찌뿌둥해진 몸을 기지개 켜며
오늘은 꼭 집에 가서 따끈한 목욕물에 몸을 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경수 씨."
집에 가는 길에 캔 맥주 하나 사가야겠다 라고 생각하는 순간 찬열이 경수를 불러 세웠다.
경수는 며칠간의 야근으로 피로가 쌓일 대로 쌓여서
지금의 칼 퇴근에 태클 거는 사람이 있으면 부장님이라도 한마디 할 셈이었다.
근데 그게 박찬열이라니,
"뭡니까 대체, 뭘 또 떠넘기시려고."
"오늘은 내가 야근인데."
"예. 야근 열심히 하시고 집 잘 찾아들어가서 발 닦고 주무세요. 전 퇴근합니다.'
"내가 경수 씨 야근할 때 동안 계속 같이 있어줬잖아요."
"제가 가시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근데 왜 이제와ㅅ.. 설마 찬열 씨 퇴근할 때까지 같이 있어달라는 건 아니죠?"
"정답. 역시 경수 씨. 우리 회사 엘리트답군요."
"...저 그렇게 한가한 사람 아닙니다. 그리고 제가 그쪽한테 남아 있어달라고 했던가요? 그쪽이 있겠다고 먼ㅈ.."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어야죠. 아까 전화하는 거 들어보니까 오늘 그렇게 바쁜 것 같지도 않더만.
뭐 애인이 있기를 해, 와이프가 있기를 해. 그냥 오늘 나랑 같이 퇴근해요."
"싫습니다. 제가 박찬열 씨 뭐가 좋다고... 제 할일 끝났으니까 가보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경수 씨!"
"아 또 뭡니까?"
"오늘은 그냥 나랑 같이 퇴근해요. 지금 부장님 기분 별로 안 좋아 보이는데. 일찍 가면 괜히 찍힐걸?"
"아.....ㅆ 오늘만입니다?"
경수는 도로 자리에 앉았다.
내일 할 일까지 대충 끝내놨기에 그냥 빈둥거리기엔 눈치도 보이고 해서 뉴스기사나 읽고 있었다.
-띠링
여배우A의 실상 이라는 기사를 침 삼키며 정독하고 있었던 경수에게 드럽게 맑고 청아한 메신저 알림소리가 울렸다.
경수는 목구멍까지 차오른 비속어를 삼키며 메신저를 확인했다.
[경수 씨 뭐 봐요?]
씨발 박찬열!!!!!
발신인을 확인한 경수는 찬열 쪽을 홱 째려보았다. 찬열은 능글맞은 표정을 지으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경수는 토가 쏠렸다.
-띠링
[업무시간엔 업무에 집중해야죠^^]
개새끼...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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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어 다 했다-"
현재 시각 11시 27분. 경수의 계획대로였으면 아까 전에 퇴근해서 목욕하고 캔 맥주를 마시며 못 다본 미드를 보고 있었을 시간이었다.
근데 아직도 회사라니.... 심지어 회사에 박찬열 개새끼와 단 둘밖에 없다니....시발.....
"다 끝난거에요?"
"네! 이제 이거 메일로 보내기만하면 되네요. 근데 보내기 싫은데."
"네?^^"
뭐야 이 병신은;;;
"메일 보내야 퇴근을 하든 말든 하죠. 박찬열 씨 때문에 시간만 날렸잖습니까."
"메일 보내기도 싫고~ 그쪽 보내기도 싫고~
그냥 오늘 우리 퇴근하지말래요?"
시발 이건 또 뭔 개소리지;
"저기요 박찬열 씨, 자꾸 되지도 않는소리 하시면 저 굉장히 곤란합니다^^
어쨌든 오늘 업무 끝나신 거 맞죠? 전 먼저 가겠습니다. 찬열 씨는 원대로 퇴근 하지 마시던지요."
"아니 가지 말라고."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박찬열 새끼는 내 손목을 존나 쎄게 잡았다. 개 아프다.
"뭐하시는 겁니까. 다 큰 남자끼리!"
그랬더니 그 잘난 상판 떼기를 들이밀며 말하는데,
"도경수씨,
다 큰 남자끼리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할 수 있는 게 뭐라고 생각해요?"
잘못 걸렸구나 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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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삘 받아서 의식의 흐름대로 싸질렀어요^!^
으윽... 리맨물.... the luv......
다 큰 남자끼리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뭘 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