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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김남길 몬스타엑스 이준혁 강동원 엑소 성찬
Ping-Pong 전체글ll조회 1992l 5


  


  

  

  


  

  













 적막에 감싸여 고요한 교실 안에서 학생들이 시선을 건네주고 있는 거라곤 앞에 놓인 교과서와 문제집이 다였다. 중간고사가 일 주일 앞으로 다가온 인문계 고등학교의 흔한 풍경이 그랬다. 그 분위기 속에 아주 잘 섞여있던 위안은 종이에 반듯하게 인쇄된 글자들과 씨름하다 주머니 속 핸드폰이 진동하는 소리에 동작을 멈추었다. 다행히 진동이 작아 여기저기서 따가운 시선을 받는 일은 피했다. 핸드폰 액정에 뜬 카톡 미리보기 창을 흘끗 쳐다보고 한숨을 뱉어내는 위안의 얼굴빛이 자습이라는 정갈한 글씨가 쓰여진 진녹색 칠판보다도 더 탁해졌다.




「소각장」




 제 용건 외에는 그 어떤 의사 전달도 하고 싶지 않다는 듯 카톡에는 장소를 나타내는 세 음절 뿐이었다. 두 눈을 질끈 감고 천천히 심호흡을 한 후 자리에서 일어나는 위안의 표정이 꽤 비장했다. 어쩌면 차라리 시험 기간인 게 다행인지도 몰랐다. 매 시간 완벽하게 조성되는 자습 분위기에 선생은 필요 없었고, 상도덕도 모르고 시도때도 없이 불러대는 그에게 아무런 제약 없이 갈 수 있었으니까.

 최대한 소리를 죽인 발걸음으로 교실을 나서는 위안을 신경쓰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다들 전교 석차에서 제 자리를 지키기 위해 애쓰는 중이었고, 몇몇 소위 말하는 '낙오자' 들도 고작 위안의 행방 따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리고 어차피, 모두들 위안이 누구의 부름을 받고 나가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왜 이제서야 오시나, 우리 위안이는?"




 소각장에 한 걸음을 내딛기도 전에 그의 목소리가 귓속을 강하게 파고드는 통에 위안의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잡다한 물건 위에 올려진 더러운 드럼통에 걸터앉아 자신을 향해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이의 몸집은 위안보다 단단하긴 커녕 오히려 더 마르고 왜소해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전형적인, 강자와 약자의 실루엣. 목이 아프도록 고개를 치켜들어야 겨우 눈을 맞출 수 있을 만큼 큰 키가 위안을 더욱 주눅들게 만들었다.

 그가 주머니에서 꺼낸 담뱃갑은 너덜너덜하니 마구 구겨져 있었다. 손바닥에 톡톡 털어 나온 마지막 한 대가 그의 손에 떨어지자 동시에 작고 누런 잎 몇 개도 조금 떨어졌다.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인 그가 담뱃갑을 땅바닥에 툭 던지자마자 위안을 향해 씹어먹듯 욕을 내뱉었다.




"왜 늦었냐고, 씨발."




 ...그... 선생님 계셔서. 그를 만날 때마다 짓이기다시피 한 아랫입술을 다시 한 번 잘근거리며 어렵사리 대답하자 그는 세상 모든 행복을 혼자 다 가진 마냥 하하 웃더니 빠르게 타들어가는 담배 연기를 훅 하고 위안의 얼굴에다 뱉었다.




"위안아, 그러면 나 서운해."

"...."

"안 먹힐 거짓말을 왜 해, 그것도 나한테."




 위안은 중학교 때까지 화상을 무척이나 무서워했다. 화상을 입은 적이 있는 것도, 그로인해 트라우마가 생긴 것도 아니었다. 그저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유별나게 불을 가까이 하지 않았다.하지만 위안은 고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팔에 심한 화상을 입었다. 그리고 그 후로 위안에게 화상은 별 거 아닌 것, 이 되어버렸다. 왜냐하면,




"...미안."

"그치, 미안하지?"




 안 미안하면, 네가 사람이니. 하며 그는 필터 부근까지 타버린 담배꽁초를 입에서 빼내 매끄러운 동작으로 위안의 목에 가져다 댔다. 치직, 살 타는 소리가 무미건조하게 들려왔고 위안은 순간적인 고통에 눈을 꾹 감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그를 만난 이후 위안은 이틀에 한 번 꼴로 이렇게 화상을 입어야 했고 처음에 느꼈던 공포와 아픔은 점점 절감되어 이제는 기계적인 신음밖에 남지 않았다. 담배빵도 이젠 즐기나 봐? 그가 맑게 웃으며 위안의 쇄골에서 불씨를 떼어냈다.

 그제서야 위안은 저도 모르게 흙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리에 힘이 풀린 위안이 텅 빈 눈동자로 자신을 올려다보자 그는 위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힘없는 몸뚱이를 일으켜 주었다. 그는 딱 이 타이밍에만 친절했다. 그것도 과도하게.

 타쿠야의 부름에는 이유가 없었다. 날씨가 안 좋아서, 그 날 점심 메뉴가 구려서, 길 가다 넘어져서. 좆같게도 늘 볼일이 끝나고 나면 오늘 부른 이유를 브리핑 해주는 타쿠야의 몹쓸 취미가 위안을 더 비참하게 만들었다. 그러니까, 오늘의 이유는.




"아까 거울을 봤는데, 머리가 헝클어져 있더라고."




 그의 명찰과 위안 자신의 명찰은 꼭 같은 색, 같은 재질, 같은 모양이었다. 그의 이름이 새겨진 명찰은 햇빛에 비춰질 때마다 이리저리 빛을 반사하며 저를 뽐내기에 여념이 없었으나 위안의 명찰은 언제나 그 빛을 잃어 퇴락된 회색이었다. 테라다 타쿠야. 그 이름, 위안에게는 여러가지 의미로 질릴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딱 한 달이었다. 한 달 만에 테라다 타쿠야는 위안을 질리게 만들었다. 차라리 집단 린치면 덜 비참하려나, 딱 한 명한테 한 달 동안 갈굼 당해 보니 위안의 자존심은 이미 걸레짝이 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거지. 저 새끼랑 난 첫 만남부터가 에러였던 거지. 위안의 다시금 입술을 깨물었다. 입술에서 피가 났다. 아프다.






*






 도심의 아침은 삭막하고 규칙적이다. 모두들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려, 더 질 낮은 삶으로 빨려들어가지 않으려 애쓴다. 한 순간 방심하면 눈 깜짝할 새에 타인에게 먹혀들어가고 만다. 하지만 너무나 당연하게 현대 사회에 자리잡힌 그 원칙과는 정 반대의 삶을 살고 있는 이도 있기 마련이다.

 비행기다, 비행기.

 탁한 연기로 제가 지나간 자취를 남기는 비행기 한 대를 가리키는 손끝에 해사함이 어려 있다. 타쿠야, 쩌어기 비행기. 제 교복 셔츠를 잡아당기는 손을 타쿠야가 덥석 잡아챘다. 앞이나 똑바로 봐, 또 넘어질라.

 큰 눈을 두어 번 깜박이며 건조한 표정의 타쿠야를 빤히 바라보는 소년의 가슴팍에 달린 명찰에는 '블레어 윌리엄스' 라는 이름이 필기체로 정갈하게 박혀 있었다. 유독 비행기를 좋아해 한 번 봤다 하면 제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눈을 뗄 줄 모르는 그를 아는지라 타쿠야가 하는 수 없이 블레어에게로 시선을 돌리자 그제서야 밝게 웃으며 맞잡은 손에 깍지를 낀다. 원래는 깍지 끼는 법을 몰랐다. 잠시 한 눈만 팔면 손을 떼내고 여기저기 마음대로 돌아다니길래 혹시 무슨 일 날까 싶어 무심코 깍지를 꼈는데 재미를 붙힌 건지 이제는 제가 먼저 껴 온다.

 다 큰 사내놈 둘이 그러고 다니는 거 여간 보기 흉한 게 아니라며 장난기 가득 섞인 목소리로 놀려대던 친구들이 떠올랐지만 타쿠야는 전혀 상관 없었다. 지난 번 멋대로 뛰어다니던 블레어가 달리던 오토바이에 치일 뻔 했던 걸 간신히 구한 이후로 블레어가 다치지만 않는다면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입학식부터 다치고 싶어? 발발거리면서 돌아다니지 말고 옆에 딱 붙어 있어."

"응, 아랏써어."




 평소라면 씨알도 먹히지 않았을 엄포였다. 하지만 고등학교 입학을 몇 달 전부터 기다리고 있던 블레어에게 이만한 협박이 없었다. 배정된 고등학교는 지역에서 명문으로도, 꼴통으로도 소문나지 않은 그저 그런 학교였다. 그나마 이 동네 학교 중에서 개별반 시스템이 제일 잘 되어있고 외국인 재학생 비율이 높은 학교라 지원한 것이었다. 중학교 때 같이 다녔던 친구들이 하나같이 인문계를 지원할 성적은 안 되는 놈들이라, 거의 단 둘이 다니다시피 된 게 좀 불만이긴 했다. 중학교 때는 고만고만한 놈들이 일고여덟 명 씩 몰려다니며 블레어 주위에 바리게이트를 치곤 했다. 쓸데없는 공포 분위기 조성이라는 말을 듣긴 했어도 타쿠야는 차라리 그게 안심이 됐었다. 더군다나 1학년부터 다른 반이라니, 괜히 자기 없는 데서 툭툭 얻어맞고 찔끔찔끔 돈 뜯기는 거 아닌가 싶어 타쿠야가 혀를 찼다.




"타쿠야, 나 더어."




 남 속도 모르고 팔자 좋게 더위 타령이나 하는 블레어를 내려다보는 타쿠야의 눈빛에 한심함이 가득 묻어났다.




"아이스크림 머글래."




 아침부터 아이스크림을 사 줘도 될 지 잠시 고민하던 타쿠야는 역시 안 되겠다고 느꼈는지 블레어와 눈을 맞추며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설명했다. 학교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사줄게. 평소라면 잔뜩 튀어나온 입술을 하고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얼굴로 매달릴 블레어였지만 오늘은 웬일인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인다. 대신 블레어의 손을 잡고 눈에 보이는 마트로 들어가 평소 좋아하는 하늘색 미니 선풍기를 샀다. 버튼을 누르고 얼굴에 갖다 대 주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연신 우와-우와-거린다. 저보다 한참이나 작은 체구 탓도 있었지만 하는 짓이 어찌나 웃긴지 걱정도 잊은 타쿠야가 소리내어 웃었다. 블레어와의 아침은 늘 이렇게 새롭고 즐거운 일 투성이여서, 타쿠야는 아침이 삭막하지도 지루하지도 않았다.

 맞잡은 손을 빼지 않은 채 그대로 교실에 들어선 둘에게 몰린 시선들은 은근하지만 고집스럽게 따라붙었다. 타쿠야는 햇빝이 잘 드는 창가 쪽에 블레어를 앉히고 블레어의 가방을 책상 옆에 걸어놓았다. 바로 옆 반이긴 하지만 안심이 되지 않는 건 사실이었다. 친구들은 극심한 과잉보호라고 입이 닳도록 말했지만 타쿠야의 귀에 들릴 리가 없었다. 교실을 한 바퀴 둘러보니 비주얼이 다 거기서 거기라 살짝 마음이 놓인 타쿠야가 블레어를 쳐다보는데, 이미 생글거리며 가방에서 라바 스케치북을 꺼내 펼쳐 놓았다. 타쿠야가 허, 하고 바람빠진 소리를 냈다.

 하지만 블레어가 그림을 그리는 걸 나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림에라도 취미를 붙여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일 주일에 한두 번 쯤은 자발적으로 쓴 그림일기를 가져와 탁구야, 읽어 봐. 하며 내밀기도 하는데 제법 성의있게 쓴 티가 났다. 물론 글씨는 지렁이였지만. 폴리가 그려진 색연필을 꺼내는 타쿠야에게 블레어가 조막만 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거 말고, 예쁜 펜. 블레어는 색연필이나 크레파스보다 사인펜을 좋아했다. 삑삑거리는 소리가 좋다고 했었나, 색연필을 집어넣고 사인펜을 꺼내 주자 우와아-환하게 웃으며 짝짝짝 손뼉을 친다.




"오늘은 뭐 그릴 거냐?"

"타쿠야."

"또 나? 매일 그리면서."

"그치마안, 잘 생겼짜나."

"그건 맞는데, 너무 잘 생긴 것만 그려도 좀 그렇잖아."

"그래도...기냥, 타쿠야 그릴래."




 책상에 턱을 괸 타쿠야가 파란색 사인펜을 손에 쥐고 씩씩하게 그림을 그리는 블레어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사실 일곱 살 정도의 정신연령을 가진 블레어는 늘 미술 수행평가 최하점을 받는 타쿠야보다 훨씬 그림을 잘 그렸다. 손가락 발가락 열 개도 제대로 그렸고 진하게 칠할 부분과 연하게 칠할 부분도 구별할 줄 알았다. 동그라미와 네모 말고는 그릴 줄 아는 게 없는 타쿠야가 보기에 진심으로 블레어의 그림에는 감탄할 것 투성이였다. 날렵한 선을 가진 얼굴에 눈썹을 가볍게 덮는 흑갈색 머리카락, 시원하게 트인 눈과 곧은 코, 생기 있는 입술. 블레어의 그림 속 타쿠야는 항상 같은 모습이었다. 그리고 타쿠야는 그런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그림 속 타쿠야는 언제나 나무보다, 슈퍼보다, 가끔은 학교보다도 더 컸다.




"나랑 똑같이 생겼다, 그치?"

"으응."

"나 그리는 게 재밌어?"

"타쿠야는 잘생겨써, 너무. 그래서...어, 기냐앙, 나는 그리면 기분이 조아."




 블레어가 까르르 뒤집어질 듯 웃으며 제 검지 손가락으로 타쿠야의 볼을 콕 찔렀다. 아주 넘어간다, 넘어가. 타쿠야가 블레어의 머리를 헝클어트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화장실 갔다 올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블레어는 타쿠야를 쳐다보지도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 다시 그림을 그리고 싶어졌다는 뜻이다. 블레어는 목에 걸려있는 미니선풍기를 켰다. 벌떼처럼 윙윙거리는 소음이 지나치게 크거나 거슬리지 않았다. 내일이면 세상이 멸망할 듯 온 교실을 질주하는 남고생들은 구석에서 열심히 돌아가는 미니 선풍기 소리 따위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블레어가 빳빳한 스케치북에 색연필을 칠했다. 노란색, 파란색, 초록색.... 스케치북 가득 그려진 타쿠야 옆에 다른 것도 그리기 시작했다. 환하게 웃고 있는 햇님도, 두둥실 떠다니는 구름도 그렸다. 타쿠야 꼭 보여줘야지, 손바닥이 온통 색연필 범벅이 되는 줄도 모르고 헤실거리던 블레어의 행동을 멈추게 한 것은 어김없이 옆통수에 꽂힌 하나의 시선이었다. 다니던 중학교에서 열 명 정도 밖에 오지 않은 학교라 모르는 얼굴 투성이였지만 아까부터 줄곧 자신을 바라보던 눈동자의 존재는 충분히 알아차릴 수 있었다. 바로 옆 분단에서 문제집을 풀던 남학생이었다. 어, 타쿠야처럼 까만 눈이다. 티 안 나게 블레어를 힐끔거리던 남학생이 또렷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블레어를 보고 흠칫 놀랐다.

 ...좀 모자란 앤가.

 저도 모르게 속마음이 입 밖으로 나와 당황한 남학생이 다시 슬쩍 블레어를 쳐다보자 그 말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그저 헤실거리고 있었다. 뭐야, 쟨. 안타깝게도 남학생은 블레어와 웃음을 공유할 만큼 선량한 타입이 아니었다. 심드렁한 표정으로 다시 문제집에게 시선을 돌리는 남학생을 본 블레어가 조금 시무룩해졌다. 때마침 교실로 돌아온 타쿠야가 남학생과 블레어를 번갈아 바라보다가 고개를 숙이고 문제집에 열중하는 남학생의 정수리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블레어를 불렀다.




"블레어, 내가 색연필 쓸 때는 조심하라고 했잖아."

"어? 타쿠야."

"가자, 손 씻으러."




 색연필 자국으로 엉망이 된 블레어의 손을 잡고 일으킨 타쿠야가 교실 밖으로 걸어가다 잠시 고개를 돌렸다. 타쿠야의 시선 끝에는 퉁명스러운 얼굴을 하고 문제집을 푸는 남학생이 걸려 있었다.




"위안아, 매점 가자."

"귀찮아."




 교실 뒤편에서 공놀이를 하던 친구의 부름에 짤막하게 대답한 남학생이 타쿠야와 블레어가 사라진 앞문을 잠시 응시하다 다시금 기계적으로 문제집을 풀기 시작했다.






+






 사람은 왜 저축을 하는가? 손에 돈이 들어오면 당장 써 버리고 싶을 텐데, 그런 심정을 꾹꾹 눌러 참으며 돈을 모으는 이유가 과연 무엇일까? 1661년 스웨덴, 요한 팔름스트루흐라는 이름을 가진 네덜란드 상인이 발행한 최초의 은행권을 시작으로 사람들은 은행을 이용했고 현대인들은 주식, 펀드 등 다양한 재테크로 재산을 불려나가기에 이르렀다. 이 모든 것의 이유는 간단하다. 나중을 대비해서. 현재의 작은 행복보다 미래의 더 큰 행복을 위해 투자하는 것이다. 일리야가 지난 주에 그룹 과외 과제로 제출했던 레포트의 한 대목이었다.

 벨랴코프 일리야, 그는 과외를 하는 동안 수많은 레포트를 제출했지만 생전 처음으로 레포트를 쓰며 감정을 이입했다. 그래, 현재의 나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미래의 나를 위해 투자하는 게 당연하지. 그러엄, 장하다 일리야. 넌 자습 시간에 자고 점심 시간에 축구하고 야자 째고 PC방 가는 한심한 족속들과 달라. 넌 어른이 되서 치킨을 시킬 수 있고 저 아이들은 네가 시킨 치킨을 배달하게 될 거란다. 하루 평균 삼천 번 씩 되뇌이는 말이었다.




"선생님, 저 왔어요."

"일리야 왔어욥? 공부할 시간도 부족할 텐데. 사실 2학년 되면 못 올 거라고 생각했거든욥. 올해도 선생님 도와주러 와 준다니 정말 고마워욥."

"괜.찮.아.요, 전 정말 여기 오는 게 재밌어서 온 건데 선생님이 저희 담임 선생님께 부탁해서 제 생활기록부 행동발달사항에 칭찬을 적어주실 줄은 정.말.몰.랐.어.요."




 일리야는 마치 햇살같은 미소를 띄우며 앞치마를 맨 알베르토 몬디 선생님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 올해도 잘 부탁드립니다, 라는 국어 교과서와 바른생활 교과서를 적절히 믹스한 듯 한 대사와 함께.




"일랴! 일리야다!"

"일리야, 보고 싶어써!!"

"그래그래, 난 안 보고 싶었어."




 일리야는 사회복지학과를 희망하는 학생이었다. 그것도 인서울. 박 터지게 공부해서 정시로 갈 자신은 없고, 학교 자체도 워낙 모의고사 성적이 안 나오는 학교라 수능보다는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대학에 갈 생각이었다. 그래서 고안해 낸 방법이 남들과 전혀 다른 틈새를 공략해서 생기부에 기발한 문장을 적는 것이었다. 1학년 초, 우연히 이 학교에 개별반 시스템이 잘 되어 있다는 얘기를 들은 일리야는 곧장 개별반 교실로 가서 알베르토와 대면했다. 희망 학과가 사회복지학과라는 것을 강조하며, 쉬는 시간 틈틈이 이 곳에 와서 학생들과 놀아주고 한글 공부나 산수 공부를 도와주고 싶다고. 그 말을 들은 알베르토 선생님은 뭐라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행복함이 담긴 진돗개 웃음과 함께 덥석 일리야의 손을 잡았다. 환영해욥, 일리야 학생. 그렇게 1년간의 노예 생활이 시작되었다.

 생각했던 것 만큼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일리야는 최선을 다했다. 시도때도 없이 빽빽 소리를 질러대는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미소를 지으며 몸으로 놀아줬고, 돌아서면 까먹고 돌아서면 까먹는 2, 3학년 형들에게 1부터 10까지 세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도 성공했다. 그런 일리야가 기특했는지 알베르토는 따로 불러서 햄버거나 과자 같은 간식을 챙겨주기도 했고 만나는 선생님마다 일리야의 칭찬을 늘어놓았다. 그러다 보니 전교의 모든 선생님들에게 일리야의 이미지는 마더 테레사, 마하트마 간디에 가까웠다. 그런 얘기들이 주위에서 들려올 때마다 일리야의 친구들은 온 얼굴을 구겨 가며 비웃기 바빴다. 와, 축구 못 하면 축구공으로 패고 농구 못 하면 농구공으로 패는 새끼가 간디래 미친. 물론 그런 비난들을 가볍게 무시하는 건 지나치게 쉬웠다. 노예생활을 하느라 그의 멘탈은 강화를 하다 하다 +9 풀셋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노동은 생기부로 보상 받았다. 몸이 불편한 친구들을 진심으로 아껴 주고 도와줄 만큼 배려심이 강함. 같은 문구를 비롯해 무수히 많은 봉사활동 기록들. 전부 알베르토의 성의였다. 당연히 반 전체 생기부 원탑이었고, 그 달콤한 유혹을 견디지 못 한 일리야는 올해도 이 지옥에 제 발로 걸어들어온 것이다.




"일리야, 올해는 작년처럼 그렇게 힘들지 않을 거예욥. 신입생 중에 개별반 들어오는 학생이 한 명 밖에 없거든욥."

"진짜요? 의외네요, 엄청 많을 거 각오하고 왔는데."

"2학년이랑 3학년 애들은 1년 동안 일리야랑 지내면서 정도 많이 들고 적응도 했을 테니까 당분간은 1학년 애만 봐 주면 될 거예욥."




 때마침 똑똑, 교실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 신입생 왔나 보네욥. 하면서 알베르토가 문 앞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일리야는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저 키에, 저 몸에, 이탈리아 남잔데, 앞치마 두르고 애 보는 모습에 위화감이 안 들어서 처음에 좀 놀랐다. 그나저나 신입생이 한 명이라니, 올해는 꿀 빨겠구나 싶다가도 그 한 명이 역대급 지랄꾼이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일리야는 긴장했다. 마른침을 꿀꺽 삼킴과 동시에 알베르토의 손이 교실 문을 여는데,




"어... 아녕하세여, 제 이르믄 블레어임미다."




 콰콰콰쾅-! 그것은 마치 일리야의 머리 위로 집채만 한 돌이 떨어지는 충격과 같았다. 귀에선 폴 앙카의 your my destiny가 자동재생 되었고, 머릿 속에서 종이 울렸으며 눈 앞에는 벌거벗고 날개 달린 아기천사들이 꺄르륵 해맑게 웃으며 뛰어놀기 시작했다. 이것은 무슨 현상인가. 무엇에 의해 일어나는 화학적 반응인가. 태생이 문과였던 일리야는 복잡한 계산을 집어치웠다. 그러니까, 이건.




"안녕? 난 벨랴코프 일리야라고 해. 일리야 형이라고 불러."

"일...일랴?"




 반하다. 첫 눈에 반하다. 영어로는 Love at first sight.




"블레어, 앞으로 일리야 형 말 잘 듣고 재미있게 학교 생활 하는 거예욥, 알았죱?"

"네에, 선샌님."

"일리야 형이랑 악수 한 번 해욥."




 꼬물꼬물. 내밀까 말까 망설이는 작고 하얀 손을 덥석 잡아채며 일리야가 환하게 웃었다. 그러니까, 일리야는 1년 만에 처음으로 이 노예짓이 미래를 위한 투자가 아닌 현재의 쾌락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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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글잡 왔더니 감회가 새롭네욥....!
새 장편으로 돌아왔어욥 잘 부탁 드려욥♡

제목은 독방에서 추천해 준 '미필적 고의'라는 키워드와 BL소설의 제목을 결합해서 만든 거에욥. (결론은 그 정 사랑한다고)

한 편 한 편 분량이 꽤 될 것 같아욥. 아마 연재 주기가 빠르진 못 할 테니....미리 사죄를.....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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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왔어요 왔어요 내가 좋아하는 작가님이 오셨다구요!!!!! 하숙집도 완전 재미나게 봤는데 완전 문체가 색달라졌어욥 ㅠㅠ 좋당 ㅠㅠㅠ 사랑해여 작가님
9년 전
Ping-Pong
헐 하숙집 보셨어요? 그거 완전 망해갔던 건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터키사람 나가고 나서 아예 쓸 생각을 안했어용.....ㅠㅠㅠㅠㅠ죄송했다능......ㅠㅠㅠㅠㅠㅠㅠ문체는 이런 분위기 쓰고 싶어서 한 번 바꿔봤어요!!재미나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9년 전
독자3
미필적 고의는 연재 계속 해주세욥!!!!!!! 너무 재미지당 ㅠㅠ 이런 분위기도 좋아염 하투하투
9년 전
Ping-Pong
넵!좀 느려도 재미있게 봐주세요ㅎㅎ하트하트♡♡
9년 전
독자2
이 썰 독방에서 보고 꼭 글잡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진짜로 오셨군요ㅠㅠ 너무 재밌어요❤️❤️❤️
9년 전
Ping-Pong
우왕 제가 썰 푸는 재주가 없어서 아 이건 내가봐도 뭔 말인지 모르겠다...싶었는데ㅋㅋㅋㅋㅋㅋㅋ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해여.....♡♡♡♡♡
9년 전
독자4
안녕하세요 독방 지박령입니다^^ 이 썰 보고 금손님께서 연성해 주실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역시나 은혜롭네요ㅠㅠㅠㅜㅠㅠ캐릭터 하나하나 다발려요 장어 조공 준비할테니 얼른얼른 연재해주세요♥♥♥ 솔직히 말하면 저 글잡에 댓글 다는 거 작가님 글이 거의 유일해요 안달고 눈팅만 하고 다녔는데 (죽빵) 작가님 글 너무 재밌어서 이렇게 주절주절....ㅋㅋㅋㅋㅋ뎨둉해여 사랑합니다...
9년 전
Ping-Pong
어휴 반갑습니다 독방 지박령 2라고 합니다^^오랜만에 글잡에 왔는데 반응이 좋아서 당황스럽네요 몸둘 바를 모르겠어욥 제 망해가는 글들을 읽어주셨다니 감사할 따름이죠 허허허헣허ㅓ......우리....오래오래 함께해여......♡
9년 전
독자5
쓰니야!! 그취에서 썼다는 글보자마자 달려왔어!!! 근데 이쓰니가 그쓰니일줄이야.... 글두 짱 재밌다!!
9년 전
Ping-Pong
ㅋㅋㅋㅋㅋㅋㅋㅋㅋ고마워 정아!!우와 반말하니까 나도 자연스럽게 반말하게 된닼ㅋㅋㅋㅋㅋㅋㅋㅋ몬가 더 친근한 듯 느낌적인 느낌이랄까ㅇㅅㅇ칭찬 고마워어!!!!♡♡♡
9년 전
독자6
헐 독방에서 보고 발려서 왔는데 하숙집쓰신 작까님이셨..!!!끄앙 하숙집도 너무 재밌게 잘 봤는데ㅠㅠㅠㅠㅠㅠ좋은 글 감사하무니다..♡
9년 전
Ping-Pong
?????하숙집 보셨어요?????우와 짱신기...그 개똥같은 글을.....망했던 건데.....감사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이번 건 안 망하게 잘 붙들어 볼 테니까 또 보러 오세용♡♡♡
9년 전
독자7
망하다뇨..!! 진짜 재밌었는뎈ㅋㅋㅋㅋㅋㅋㅋ떡뽀끼씬 너무 귀여워서 잊을수가 없어요ㅋㅋ!! 이번글도..캬 문체부터 취향저격 탕탕 거기에 블레어 귀여워서 녹는다...다음편도 기대할게요♡♡
9년 전
Ping-Pong
넵 잘부탁드려용 홍홍홍♡
9년 전
독자8
와ㅠㅠㅠ 너무 좋아요 학원물에 인물 하나하나 다 좋네요ㅠㅠㅠ 다음편 기다릴게요
9년 전
Ping-Pong
넵 감사합니다♡
9년 전
독자9
흐으으으으으으 꿀잼 ㅠㅠㅠㅠㅠㅠㅠ 작가님 스키다요...
9년 전
Ping-Pong
저도 스키다요♡
9년 전
독자10
오셨다네 오셨다네 글잡에 오셨다네! 일리얔ㅋㅋㅋㅋㅋㅋ 일리야 이야기에서 미친듯이 웃었어욬ㅋㅋㅋㅋㅋ 정말 뉴클리어 꾸르잼!
9년 전
Ping-Pong
일리야 속물이죸ㅋㅋㅋㅋㅋㅋ저랑 비슷하다눙.,.ㅎㅎㅎㅎㅎㅎㅎㅎ잘부탁드려요!!♡
9년 전
독자11
헐 자까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사ㅏㅇ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ㅍ신알신할게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ㅓ러렇ㅎ헣휴ㅠㅠㅠㅠㅠㅠ
9년 전
Ping-Pong
핫 신알신이라뇨 이 미천한 글에 감사합니다♡♡♡♡
9년 전
독자12
이미 돼있더라고욬ㅋㅋㅋㅋㅋ엌ㅋㅋㅋㅋㅋㅋㅋㅋ
9년 전
독자13
헐 ㅠㅠㅠㅠㅠㅠㅠㅠ좋아요ㅠㅠㅠㅠ 암호닉 네시반이요ㅠㅠㅠ! 대작느낌 ㅠㅠㅠㅠ
9년 전
Ping-Pong
헐 첫 암호닉ㅠㅠㅠㅠㅠ감격ㅠㅠㅠㅠㅠㅠㅠㅠ고마워요 사랑해요 쥬뗌므
9년 전
독자14
헐 짱잼일듯 ㅠㅠㅠㅠㅠㅠ 신알신하고가요ㅠㅠㅠ 블레어 ㄹㅇ 애긩이ㅋㄱㅋ
9년 전
Ping-Pong
신알신 고마워욧☆★
9년 전
독자15
자까님... 저는 댓글을 달지 않는 불성실한 독자인데 작가님의 글을 읽고 댓글을 달게 하는 기적을 으루셨습니다.
9년 전
Ping-Pong
어휴 굽신굽신 저도 불성실한 작가인데 독자님의 댓글을 읽고 극심한 감동을 받아 눈물을 흘렸습니당 사랑해요.......
9년 전
독자16
아이고나 세상에 하숙집 쓰시는 작가님이셨구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사랑해요
9년 전
Ping-Pong
(일단굽신) 절 아는 분이셨군요 비루한 년 기억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사랑해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17
하숙집도 정말재밌게봤는데 이번에도 기대하고 볼게요!!
9년 전
Ping-Pong
감사합니다!!!!쏴랑해열!!!!!!!
9년 전
독자18
장위안이 화상울 입었다니ㅠㅠㅠㅠㅠㅠㅠ그리고 타쿠야에게 담배빵을 당한다니ㅠㅠㅠㅜ타쿠안 분위기가 취저탕탕......ㅠㅠㅠㅠㅠㅠㅠㅜ그리고 일리야는 한눈에 블레어에게 반하고ㅠㅠㅜ일레어랑 타쿠안의 사랑방식이 너무 달라서 더 재밌는것 같아요ㅠㅠㅜ기대만빵!!다음화도 기대할게여♥
9년 전
Ping-Pong
아주 잘 보셨어요!!!일레어와 타쿠안의 분위기나 사랑방식이 많이 다르죠 그게 이 소설의 관전 포인트고 저도 쓰면서 그것 때문에 제일 재미있었구요!!앞으로도 재미있게 봐주세요!!!!`♡♡♡
9년 전
독자19
머야머야 이자까님ㅠㅠㅠ 취저탕탕 스게ㅠㅠㅠ 탁구랑 위안이는 어떤 접점이 또 있었길래 저런 사이가 됐고 일레어는 뭐 ㅠㅠㅠㅠㅠㅎ헿ㅎ헿ㅎ dㅇㅂㅇb 다음편 보러가겠슴니당 !!
9년 전
독자20
ㅜㅜ이거 모져? ?작가님ㅜㅜ진짜 너무 좋아여ㅜㅜ타쿠안 일레어 둘의 분위기가 정 반대일꺼같네요ㅜㅜ바로 다음 편 읽으러갑니다! !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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