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제 자주 못 오니까 너한테 뭐라도 해주고 두고두고 보면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편지. 좋아할지는 모르겠다. 잠깐씩 짬 내서 쓰는 거라 길지도 않고. 완벽한 건 더더욱 아니고. 그냥 심심하면 읽어. 재미는 없어도. 아, 그리고 한 줄 한 줄 생각나는 대로 쓰던 거 이렇게 연결 짓는 거 어려워서 문장과 문장이 연결이 잘 안 될 거야. 그 점 염두에 두고. 내가 자칫 우울한 말들을 적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네. 뭔가 되게 지금 망설여져.
아주 잠깐 너를 내 현실로 데려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 아이스크림 들고 설레면서 계산대 위에 웃음꽃핀 얼굴로 내려놓는 네 모습이 보고 싶어서. 아이스크림 얘기할 때마다 계속 내 머릿속에서 그런 모습이 스쳐 지나가더라 잡을 새도 없이. 그리고 내가 원래 밥을 진짜 배고플 때까지 안 먹는데 요즘 밥을 챙겨 먹기 시작했어. 네가 먹으라고 해서. 또 원래 잠에서 깨도 한숨 더 자고 느지막이 일어나는데 기상도 조금 빨라졌어. 두어 시간 정도. 오면 혹시나 네가 있을까 봐 오게 되더라. 짝톡도 자주 들락날락 거리게 되고. 원래 신경 안 쓰던 것도 점점 신경 쓰게 되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많이 바뀌어있더라. 웃기게. 킬미 힐미, 갑자기 생각나네. 넌 그만큼 여러 가지 매력이 넘치는 사람이야. 좀 오글거리나. 어.. 네. 하는 모습은 엄청 뭐라 하지. 색다르게 귀엽고 씨발. 이라고 욕하는 것도 엄청, 어. 귀엽고. 가끔 야한 말하면 진짜 엄청 섹시하고, 엄청 야해. 자주 안 하는 말인데, 진짜 예쁘고. 네가 나한테 멍청아. 라고 하는 것까지 좋더라. 내가 미친 거지.. 질투, 생각해보니까. 아니, 너랑 사귀고 보니까 내가 엄청 질투가 많은 사람이더라. 가끔 스스로에게 놀라기도 했어. 내가 질투가 많은 건 처음 알아서. 그리고 내가 눌러 참을 수 없는 감정이 있다는 것도 처음. 뭐든지 네가 처음인 게 많은 것 같다. 난 그래서 좋은데 너는 어때. 아, 원래 내가 텍스트로는 뭐가 없다고 그런 소리 들을 만큼 많이 심각하게 그랬는데, 지금은 좀 예전보다 유해졌어. 안 하던 표현도 자주 하니까 느는 것 같고. 평생 안 하고 살줄 알았던 표현도 자연스레 하고 있고. 뭐, 예를 들면 귀엽다. 이런 거. 내가 잘 알겠지만 표현이 많이 부족한 사람이야. 그래도 더 노력하고 있다는 거. 많이 늘었다는 거. 알아줬으면 좋겠다. 원래 내 이상형은 결벽증. 그거 하나였는데 점점 변하는 것 같다. 너 만나고.
그냥 내가 좋아서 듣던 노래도 널 들려줄까 가사 하나하나 보게 되고. 뭔가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고. 그러더라. 약속한 시간보다 늦게 오면 걱정도 되고. 네가 없으면 보고 싶기도 하고. 일 년 동안 나 없으면 네가 어떨지 엄청 걱정이 많이 된다. 보고 싶다고 혼자 우울해하거나 그러지는 않을지. 오랫동안 혼자 두도록 하는 게 맞는 건지. 그래도 씩씩하게 잘 기다려 줄 수 있을 거라고 믿어. 잘 할 수 있을 거야. 시간 나는 한 자주 들를게. 밥 잘 챙겨 먹고. 공부 열심히 하고. 또 부모님 말씀 잘 듣고. 혼자 앓는 거 하지 말고 힘들면 말해주고. 아프지 말고. 다치지 말고. 아프면 병원 바로 가고. 항상 차 조심, 사람 조심, 기계 조심, 불조심, 칼 조심.
자기야. 내 거.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