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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슙국] 소년과 남자


W. 춘향

 

[방탄소년단/슙국] 소년과 남자 | 인스티즈

 

 


"형, 형은 그거 알아요? 형은 저를 항상  애로 봐요."

 

 

소년의 질문에 남자는 침묵한다. 애꿎은 테이블만 내려다 보는게 여러가지로 복잡해보인다. 소년은 긴 한숨을 내뱉더니 남자의 얼굴을 멍하니 본다. 까만 머리카락에 까만 수트. 내리깐 눈 위에 속눈썹 조차 까맣다. 그에 비해 하얀 얼굴이 대조되어 창백해보인다. 소년은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남자의 입술은 열릴줄을 모르고 굳게 닫혀있다. 소년의 시선은 어느새 남자의 입술 위를 맴돈다. 둘은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 것일까. 사실 남자는 할 말이 없다. 남자가 소년을 애로 보는 것은 사실이었고 소년은 과거의 시간에서 멈춘채 아이에서 더이상 크지 않은줄 알았다. 남자가 알고 지내던 아이는 소년이 되어 없어졌는데. 그것은 남자만 모르는 사실 중 하나다.

소년은 긴 정적을 깨고 말을 잇는다.

 

"그러면 형, 하나만 물어 볼게요."

 

침묵. 남자는 여전히 말이 없다.

 

"형은 저 좋아는 했어요?"

 

소년은 불안해보인다. 싫어한다고 하면 어쩌지하는 작은 마음은 화르륵 커져 소년을 뒤덮는다. 소년은 짧은 순간 불안에 싸였다. 소년은 입술을 깨문다. 남자가 하지 말라고 했던 행동이다. 그때마다 그만두면 잘했다고 머리를 쓰다듬어준 기억에 소년은 다시 우울해진다.

 

"좋아했지.그래서 지금 너랑 사귄 거잖아."

 

 

소년은 내심 안도한다. 나를 애인으로 사랑하지 않으면 미워하지만 않았음 좋겠다. 그것은 하나 남은 부탁이자 소원이다. 대답을 듣는 순간 소년을 덮고있던 불안이 스멀스멀 내려가 이내 사라졌다. 남자는 소년을 쳐다본다. 소년의 얼굴이 잠짓 풀어지는 것이 보인다. 소년은 질문이 생겼다.  형은 나 애인으로 사랑했어요? 하지만 묻지 않는다. 소년은 이미 정답을 알고있다. 소년은 남자가 자신을 애인으로써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저 예전 기억 속의 아이를 동정하는 마음으로 받아준 거겠지.

 소년은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 눈에 힘을 준다. 소년의 눈가가 빨갛게 충혈되는 것이 안쓰럽다. 남자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소년을 쳐다본다.

 

 

" 그렇게 보지 마세요. 형이 그렇게 다정하게 보니까 기대하잖아요. 형은 저 애인으로 생각하지도 않는데.솔직히 형은 절 그냥 친한 동생으로 좋아하는 거잖아요"

 

 

남자가 말을 하려다 삼킨다. 짧은 한숨과 함께  소년은 남자를 쳐다본다. 남자는 시선을 창문으로 옮긴다. 유리창에 비친 소년의 얼굴이 애처롭다. 그러다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 본다. 기뻐보이지는 않지만 슬퍼보이지도 않는 얼굴이다. 소년은 이런 얼굴을 항상 보고 있겠지. 남자는 소년의 얼굴로 시선을 옮긴다. 그제서야 소년의 표정이 눈에 들어온다. 몇번을 만났지만 소년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본 적이 없었다. 자세히 쳐다보자 전에 보이지않던 부분들이 보인다. 전체적으로 어린 티가 있지만 선이 굴고 면도자국까지 있는게 누가봐도 어린 아이의 얼굴은 아닌데. 남자는 소년을 시간 속에 가두고 보고있었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소년은 혼자 얼마나 상처받았을까. 남자는 말을 할 수 없었다.

 

 

"정국아."

"미안해."

 

 

남자는 미안하다는 말만 내뱉었다.소년은 알고 있었다는 듯 고개를 떨구지만 상처받은 얼굴이다. 남자는 소년을 쳐다보다 마른 세수를 한다. 머리 위에서 죄책감이 누르는 것 같았다. 남자는 고개를 들어 소년을 다시 본다. 울 것 같은 표정이 눈에 밟힌다. 차라리 울면 좀 더 나을텐데 소년의 눈에 맺힌 눈물이 위태로워 보인다. 아니, 소년 또한 위태로워 보인다. 아슬아슬 외나무를 건너는 것처럼 흔들리는 다리와 몸이 소년의 마른 몸과 겹쳐 더욱 안쓰럽다. 남자는 순간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미안함에 더 말을 걸려 하지만 목구멍에 걸려 말이 나오지 않는다. 남자는 한참을 앉아있다가 자리를 뜬다. 카페 문을 열면서 소년의 뒷모습을 또 한참 보는데 넓은 어깨가 안쓰럽기만 하다. 남자는 이 기분을 조금이나마 전환하기 위해서 카페를 나와 빠르게 걷기 시작한다. 이제 카페에는 소년만이 남아있다. 소년의 입 속에서도 남자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 맴돈다. 분명 만나기 전에 몇번이고 연습했던 구절인데 막상 말하려니 쉽게 뱉을 수 없다. 소년은 적어왔던 많은 말들을 입 안에서 접어 삼킨 후 조용히 한 마디를 읇조린다.

 

"잘가요 형."

이제 소년도 무거운 발걸음으로 카페를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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