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궁에 궁녀로서 발을 들인지도 이제 한달이 다 되간다. 수랏간 궁녀들의 일상은 바쁘고 또 바쁘다. 주상전하의 음식을 만든다는것이 얼마나 부담스러운 일인지. 채소 하나를 다듬을 때도 손이 바들바들 떨릴정도다. 난 아직 나인이라서 채소 다듬는 일뿐이지만, 이것마저도 엄청난 일임에는 틀림없다.
"ㅇㅇ야. 이 채소 좀 다듬어오너라."
"예, 상궁님."
수돗가에 앉아 채소를 다듬고 있는데 어쩐지 주변이 소란스럽다. 옆에 있던 다른 나인들이 호들갑을 떠는 폼이, 어째 예사스럽지 않다 했더니 저 멀리서 주상전하께서 다가오시는 모습이 보였다. 입궁 후, 처음 뵙는 전하의 용안이었다. 다른 나인들을 따라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
찰박거리는 물밟는 소리가 들려왔다. 실눈을 떠 슬쩍 바라보자 우리가 채소를 씻던 물을 밟은 주상전하의 모습이 보였다. 이럴수가. 당황스런 맘에 급히 물통을 바라보자 어느새 엎질렀는지 물이 흘러나가 전하의 발치까지 도달한것이 보였다.
전하는 신발에 튄 물을 한번 보시더니 천천히 물줄기를 따라 시선을 옮기셨다. 그리고.....시선의 끝에 내 모습이 담겼다. 한껏 당황한듯한 내가.
황급히 고개를 조아리며 이 상황을 어찌해야하나 모자란 머리를 굴리는데 찰박거리는 소리가 가까워졌다. 물웅덩이를 밟는 찰박대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더니.....이내 내 앞에서 멈췄다.
다시 살짝 실눈을 뜨자 눈앞에 붉은색 용포의 끝자락이 보였다. 전하만이 입으실 수 있는 붉은 용포가. 전하는 내 앞에서 짧지않은 시간을 말없이 서계시더니 이윽고 입을 여셨다. 낮게깔린 저음의 목소리가 귓전에 울리는데, 내게는 그게 마치 호통치는것 마냥 들려 깜짝 놀랐다.
"수랏간 나인인가?"
당황스런 맘에 허리를 푹숙이며 대답했다. ㄴ...네 그렇사옵니다. 전하. 들어온지 한달만에 궁에서 내쫓겨나는 것인가..? 눈앞에 가족의 모습들이 아른거려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어쩌다 이 물통을 엎질렀는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전하는 또 말없이 한참을 서계셨다. 당장이라도 불호령이 떨어져야 마땅하거늘. 어찌된 일인지 아무말도 없으신 전하의 옷 끝자락만 보며 눈치를 살폈다. 그에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전하 옆에 서계시던 상선영감께서 조심스레 전하를 불렀다.
"전하, 대전에 드실 시간이옵니다."
상선영감의 부름에도 전하께서는 한참을 그 자리에 서계시다 결국 주변 나인들이 허리가 아파 들썩댈때가 되서야 등을 돌리셨다. 전하께서 자리를 뜨신후에야 드디어 맘놓고 허리를 펼 수 있게된 우리는 방금 전 뵌 전하에 대해 이리저리 입방아를 찧어댔다.
내 옆에 있던 다른나인 진리는 내게 불호령이 떨어지지 않은것만 해도 다행이라며, 앞으로는 행동 조심하라고 조언해주었다. 그래, 주상전하이시다. 우리같은 한낱 나인들은 용안조차 쉽게 뵐수 없는 주상전하.
밤이 되어서야 바쁘게 지나간 수랏간에서의 하루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 내일 아침상에 올려보낼 재료들을 점검하는것은 언제나 막내인 내 업무인데 얼마나 귀찮은지 모른다. 언제나처럼 툴툴대며 재료를 하나씩 점검하는데 밖에서 누군지모를 인기척이 느껴졌다. 늦은시간인지라 무서운 마음에 인기척을 죽이고 문밖으로 조심스레 나가보았다. 이 늦은시간에 도대체 수랏간에 올 이가 누구란말인가.
경계심을 품고 밖으로 나가자 보이는것은 오늘 낮에 뵙던 상선영감이셨다. 놀란 마음에 고개를 꾸벅 숙이고 인사를 했다. 상선영감은 그런 나를 보며 인자하게 웃으시더니 준비해오신듯 초록색 장옷을 내게 내미셨다. 이것을 쓰고 잠깐 함께 가시지요.
갑자기 상선영감이 나를 찾는 이유가 무엇인지, 당황스런 맘에 아무것도 못한채 자리에 서있자 상선영감을 다시한번 내게 옷을 건내며 덧붙혔다. 어명이옵니다.
어명.
놀라운 그 말에 입이 떡 벌어졌다. 전하가 나를 부르신다니. 이건 기쁜 일이어야하나, 슬픈 일이어야하나. 황급히 장옷을 머리위에 걸치고 상선영감을 뒤를 쫓았다. 이는 필시 보통일이 아니라는 예감이 들었다.
상선영감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자 생전처음 보는 전각들이 시야옆으로 지나쳐갔다. 아름다운 화원을 지나쳐 끝내 발을 디딘곳은 바로, 강녕전이었다. 강녕전, 멀리서 바라보기만 해도 그 위압감이 느껴져 움찔 놀랄수 밖에 없었다. 상선영감은 말없이 나를 재촉하더니 먼저 강녕전안으로 발을들였다.
뒤에서 멍하니 서있던 나도 조심스레 강녕전에 첫 발을 들였다. 긴장이 되서 그런지 발마저도 떨리는 듯 했다.
"전하, 그 아이를 데려왔나이다."
강녕전은 내부도 어찌나 복잡한지, 모서리를 돌고 돌아 한참을 걸어들어가서야 전하의 침전앞에 다다를수 있었다. 상선영감이 이윽고 걸음을 멈추시더니 전하께 고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 이 안에는 주상전하께서 계시겠지.
나 같은 일개나인이 이 곳까지 오게 되다니. 어안이 벙벙해졌다. 이게 과연 말이나 되는일인지. 벌을 주시려 하거든 아랫사람들에게 명하면 될것을 전하께서는 왜 굳이 귀찮게 처소까지 들게하시는지. 궁금한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드디어 문이 하나둘씩 열리고 그 끝에 침상에 앉아계신 전하의 용안이 보였다. 얼른 고개를 조아리고 상선영감의 뒤를 따라 들어가 절을 올렸다. 무서워서 무릎이 달달 떨릴정도였다. 그냥 자리에 서서 덜덜 떨고만 있는데 낮에 들었던 전하의 낮은 목소리가 다시 울려퍼졌다.
"앉아서 고개를 들라."
그에 떨리는 몸짓으로 자리에 간신히 앉을 수 있었다. 아마 조금만 더 서있었더라면 주저앉았을지도 모를일이었다. 내 모습이 답답했는지 다시한번 전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들라하지 않았느냐."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들어 질끈 감았던 두 눈을 슬며시 떴다. 제대로는 처음뵙는 용안이었다. 전하께서 소문난 미남이라는 사실은 익히 들어 알고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그 정도가 어마어마했다. 한 나라의 국왕이라는 자가 외모까지 출중하다니, 실로 감탄할 노릇이었다.
"그래, 오늘낮에 나를 본것은 기억나더냐?"
그렇사옵니다. 개미목소리만하게 전하의 말씀에 답하자 전하는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띄시더니 혼잣말을 하셨다. 내가 제대로 보았구나. 무엇을 본것인지 궁금했지만 차마 물을수가 없었다.
그렇게 침묵이 얼마나 이어졌을까, 침묵이 답답하셨는지 전하께서 입을 여셨다.
"내가 널 부른이유가 무엇일것 같으냐."
그것은 오히려 내가 가장 궁금한 것이었다. 도대체 왜 날 이곳으로 부르신건지. 곤란한 질문에 그저 모르겠다 답하자 전하는 좀 더 크게 미소지으시더니 그 해답을 내려주셨다.
"남자가 여자를 늦은 밤중에 부르는데 달리 이유가 있겠더냐."
엥? 예상치 못한 반응에 두눈이 휘둥그레해지는게 느껴졌다. 저 말의 의미는 도대체 무엇인지. 지금 이 자리에 있는게 일개 나인가 국왕이 아니라 한 남자와 여자를 의미하는 것이라니. 감히 상상치도 못할 일에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넌 앞으로 장차 이 나라의 국모가 될 것이니라. 기대해도 좋다."
#####
녀러분........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
죄성해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글이 잘 안써지는 바람에 결국 이렇게 되버렸네요.....
이렇게 조각글로 찾아오게 된 이유는
엑소고 연재가 끝나면 사극물도 한번 연재해보고자 하는 욕심이 있었기 때문입니당..!
이거라도 읽으시면서 기다려주신다면
빠른시일내에!!!!!!!이번주내로!!!!!!!!!!
엑소고 77777777 (수학여행 2) 로 돌아오겠습니다!!!!!!
♡항상 댓글 열심히 읽고있습니다♡
독자님들 사랑해여..
그리고 제 무한애정 암호닉분들♡
빠진분 있으시면 꼭꼭 말씀해주세욥...ㅠ
[아이패드 이엘 사랑둥이 오덜트 디아 액희 시동 밤블리 누텔라 곰더리 현대고도비 체블 하이 뽑기 니니랑 빨강이 예찬 징니 룰레룰레룰 뭉이
꽃순이 라마유유세훈 뚀륵큥아리 핑크공듀잇치 지니 모찌 갑부 스윗 결혼할과 귀여운독자 종따이♡ 워더 오미자 스누피 다니 스폰지밥
코끼리 이슬 하트. 슈밍와플]
그리고 두번째 초록글 감사합니다!!!!!!!♡ 저한텐 너무 과분한 자리지만 독자님들 덕에 올라가보네요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