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이 절로 눈이 떠졌다 새벽 5시 59분 알람이 울리기 딱 일분 전 핸드폰을 손에 들자마자 요란스럽게 알람이 울려댔다 잘 떠지지도 않는 눈을 하고 익숙하게 통화 버튼을 누른 후 1번을 누르려다 아차 우리 어제 헤어졌지 여전히 내 배경화면은 민윤기의 얼굴로 가득했다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 바꾼다는 걸 깜박했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너와 나 사이에 지워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이걸 어느 세월에 다 지울까 아직은 헤어진 게 조금 실감이 나지 않은데
"헤어지자"
"...그래..."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헤어지잔 말에 그래라고 짧게 대답하는 네가 미웠다 잡아주길 바라기라도 한 듯 인상이 찌푸려졌다 물론 헤어지자고 먼저 말한 건 난데 왜 이리도 화가 날까? 무미건조한 너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눈물이 날 것만 같아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한 모금도 안 마신 레모네이드가 눈에 보였다 저거라도 얼굴에 뿌려버리면 기분이 조금은 나아질까 두 주먹을 꼭 쥐고 뒤돌아서 서서 밖으로 나왔다 오늘따라 왜 이리도 날씨는 좋은 건지 맑은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사귄 지 꼬박 5년 남들은 1년만 만나도 권태기가 온다던데 우리 커플은 나름 오랫동안 권태기가 오지 않았다 아니 근데 그건 어쩌면 나만의 착각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이미 훨씬 오래전부터 권태기였는지도 모른다 대학 졸업 후 각자의 일을 찾아 사회 초년생이 된 이후부터 나는 나대로 적응하느라 바빠 자주 연락을 하지 못하였다 윤기의 성격은 워낙 먼저 연락을 잘 하지 않는 터라 내가 하지 않으면 우리 사이의 연락은 거의 단절 수준이었다 서로 생존신고만 하며 그렇게 또 일 년을 버틴 것 같다
그게 실증이 난건 아니었다 그냥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윤기가 나를 너무 의무적으로 만나는 것 같다는 생각 물론 그전에도 나만 일방적으로 떠드는 대화에는 딱히 주제가 없었다 내 일상 얘기를 하고 윤기는 그저 들어주는 것뿐 그것조차도 좋아서 나 혼자 떠드는 편이였는데 정말 이제는 그저 정 때문에 혹은 아무 생각 없이 나를 만난다는 기분이 들었다
대화가 단절되고 만남이 줄어들고 자연스레 헤어졌는데 웃기게도 헤어지고 나니 사귀기 전보다 생각이 더 많이 났다 지금쯤 넌 무엇을 하고 있을까? 나처럼 내 생각 한 번쯤은 해주지 않을까 대체 내가 무엇을 바라고 이러는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너와 함께 한 시간과 추억이 길어서 나도 너를 잊는 게 조금은 오래 걸리는듯하다
***
무엇을 쓰기 위해 전 메모장을 켯을까요...
그냥 오래된 연인이 헤어진 후 서로의 빈자리를 크게 느끼며
다시 만나는 그런 소소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는데
그런 경험이 없어서 어렵네요ㅠㅠ
여주는 평범한 직장인이구요
윤기는 음악하는 친구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