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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국뷔] 지독한 먼지 03 - 사과의 의미 | 인스티즈

 

 

 

 

 

 

지독한 먼지 03 - 사과의 의미.

 

 

 

 

 

 

 

 

 

푸르스름한 새벽, 의사들과 간호사들의 눈을 피해 몰래 온 그녀의 병실은 조용했다.

이름 모를 많은 기기들만이 그녀의 주위에서 ‘그녀는 잘 있다.’ 알려주듯 작게 소리 내며 태형을 반겼다.

마치 그 소리는 그를 달래주는 지저귐 같았다.

 

 

 

 

 

“나왔어 엄마.”

 

 

 

 

 

그의 마음이 불안한 탓일까 그의 마음이 보는 그녀의 얼굴은 오늘따라 더 경직되어 보였다.

그녀를 빤히 보던 그는 몇 번을 망설인 뒤에야 터덜터덜 걸어가 그녀가 누워있는 침대 옆 낮은 간이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고요한 병실 속 일어난 가장 큰 소리였다.

 

 

 

 

 

 

 

“잘 있었어?”

“….”

“아. 내 옷….”

 

 

 

 

 

 

 

 

[방탄소년단/국뷔] 지독한 먼지 03 - 사과의 의미 | 인스티즈

 

 

 

 

 

 

 

그녀의 침묵에도 마치 대화를 하는 듯 그는 그의 환자복을 바라보며 말했다.

마치 그녀가 물어 본 듯 그는 자연스럽고 태연했다.

 

 

 

 

 

 

 

 

“엄마랑 색만 다르네. 엄마는 분홍색 글자 나는 하늘색 글자 그치?”

“….”

 

 

 

 

 

 

 

 

 

장난 치 듯 푸스스 웃어 보였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마치 그 웃음을 그만 두라는 듯 묵직하고 아팠다.

 

 

 

 

 

 

 

“좀 다쳤어.”

“….”

“크게 다친 건 아니야. 그냥 좀 내가… 내가….”

“….”

 

 

 

 

 

 

 

 

 

 

고개가 떨어졌다.

 

 

 

마치 놀이터에서 실수로 넘어진 아이가 옷에 묻은 모래 때문에 자신이 다친 사실 마저 말하지 않는 모양새였다.

 어떻게 말해야 그녀가 덜 놀랄까. 어떻게 말해야 내가 덜 불쌍해 보일까. 수도 없이 생각하는 그 또한 아이였다.

 

 

 

 

[방탄소년단/국뷔] 지독한 먼지 03 - 사과의 의미 | 인스티즈

 

 

 

 

 

 

 

 

“주제 넘는 행동을 했어.”

 

 

 

 

 

 

 

 

 

 

 

 

그는 겨우 뱉은 말 뒤로 한참을 말을 잇지 못했다. 절로 터져 나오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분명 자신의 잘못이 아니지만 자신이 그 자리에 없었더라면 이 일 또한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고 자신이 원인이라 생각 했다.

 

 

 

 

 

 

그는 늘 이런 식으로 매 번 자책했다.

커피를 잘 못 만들어 카페에서 쫓겨난 것도 자신이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카페에서 일을 해서, 머리를 소주병에 맞은 것도 자신이 주제 넘는 행동을 해서.

이렇게 자신을 깎고 또 깎았다.

 

 

 

 

 

 

 

 

그래야 살아가야할 세상이 덜 버거우니까.

 

 

 

 

 

 

 

“엄마.”

 

 

 

 

 

 

 

 

 

그의 침묵이 길어지고 그 공허함에 귀가 먹먹해질 때 쯤 무언가 결심한 듯 어렵게 그녀를 불렀다.

 

 

 

 

 

 

 

 

“…그러니까”

 

 

 

 

 

 

 

 

 

 

 

 

 

 

 

 

 

시계의 추가 멈춘 듯, 또 한 번 더 찾아온 정적이었다.

부르고 나서 후회했다. 그냥 속에 묻을까 다시 생각됐다.

머릿속이 복잡해 마치 검은 뭉게구름이 꽉 채우고 있는 기분이었다.

 

 

 

 

 

 

 

 

“엄마…병원비….”

 

 

 

 

 

 

 

 

 

 

 

버티기 힘들어. 병원비 때문에 나 너무 힘들어.

 

 

 

 

 

 

 

말 하지 못했다. 감당할 수 없는 그녀의 병원비는 어느새 그를 망쳐 놓았다. 마치 몇 시간 전 본 뉴스 기사에 온몸이 휘감겨 버린 것처럼.

 

 

 

 

 

 

 

 

 

“호프집 사장님이 나 병원비 계산해줬다고…!”

 

 

 

 

 

 

하하…. 그의 어색한 웃음소리와 함께 그 말을 무마 시켰다. 다행이라 생각했다. 차라리 자신도 이 병원에 있어 핑계 댈 수 있는 것이 다행이라 생각 되었다.

 

 

 

 

 

 

 

 

“엄마.”

 

 

 

 

 

 

 

 

눈물 섞인 목소리.  어느새 그의 몸 안에서 무언가 묵직한 것이 일렁여 그의 목을 잠기게 만들었다.

 

 

 

 

마치 몸 안에 새벽처럼 차고 어두운 바다가 있는 것 같았다.

그 바다가 크게 일렁여 큰 파도를 만들어 그의 입을 막았다. 말들은 그 속에 묻혀 쉽게 나오지 않았다.

 

 

 

 

 

 

 

 

“….”

“그러니까…그러니까…”

“….”

 

 

 

 

 

 

 

 

그 바닷물이 넘쳐 오른쪽 눈으로 나와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리고 이내 왼쪽 눈에서도 한줄기 흘러 그의 입으로 들어갔다. 참 짜기도 짰다.

 

 

 

 

 

 

 

 

“내가 아까 뉴스를 봤는데”

“….”

 

 

 

 

 

 

 

또 말을 잇지 못했다. 그저 멀쩡한 손톱을 손톱으로 뜯어내며 시선을 밑으로 회피했다. 눈을 감은 그녀임에도 그녀 손조차 도 쳐다보지 못했다.

이내 바닷물은 손을 적셨다. 그의 여린 어깨가 들썩 거렸다.

병실 가득 그의 작은 울음소리가 서서히 울려 퍼지고 그녀를 지키던 기기들의 지저귐을 삼켰다.

 

 

 

 

 

 

 

 

 

 

“나 되게 많이 변했더라.”

 

 

 

 

 

 

 

몇 분이 지났을까 울음 속에서 겨우 뱉은 말이었다. 겨우 뱉은 말인 만큼 참아왔던 울음소리 또한 더 커졌다.

손톱을 뜯던 손은 재빨리 입을 틀어막았다. 그저 눈물만 그의 손등을 타고 흘러 내렸다.

눈 감은 그녀가 듣지 못하도록 틀어막았다. 그녀가 의식이 있는지도, 있다 해도 눈을 감고 있는 것에 감사했다.

 

 

 

 

 

 

 

 

 

“….”

“…언제 이렇게 돼버렸지.”

“….”

“돈을 위해 사는 게 아니라… 잘 살기 위해 돈을 번다고….”

“….”

 

 

 

 

 

 

 

 

 

말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말하고 싶은 게 산더미인데 자꾸만 그 말들은 흐느낌에 묻혀 목 속으로 숨어버렸다.

태형은 한 글자 한 글자 힘겹게 뱉었다.

 

 

 

 

 

 

 

 

 

“…엄마 말… 매번, 되새기며 꿋,꿋이 잘 살았는데…”

“….”

“현실이…참….”

“….”

 

 

 

 

 

 

 

 

 

 

 

 

 

현실이 너무 무서워 엄마.

 

 

 

 

 

 

 

 

 

 

 

 

 

 

“참….”

“….”

“…너무 못 됐어. 그치?”

 

 

 

 

 

 

 

 

 

울음이 그치지 않았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 인 만큼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이 깨어날 것만 같아 그는 온 힘을 다해 입을 틀어막았건만 그 서러움의 파도소리는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결국 그녀에게 마지막 인사도 제대로 못한 체 병실을 뛰쳐나온 그였다.

 

 

 

 

 

 

 

 

[방탄소년단/국뷔] 지독한 먼지 03 - 사과의 의미 | 인스티즈

 

 

 

 

 

 

 

 

 

 

-

 

 

 

 

 

 

 

 

 

그렇게 한참을 달리고 계단을 올라 도착한 곳은 옥상이었다.

환자복 을 비집고 들어오는 아직은 차디찬 겨울바람이 그를 할퀴어도 그는 춥다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속이 뚫리는 기분에 그제야 틀어막고 있던 그의 손을 풀었다.

 

 

 

 

 

 

 

 

 

 

 

“아-!”

 

 

 

 

 

 

 

그 답답함에 소리를 크게 질러 버렸다. 그리고 동시에 튀어 나오는 울음소리.

그 찢어질듯 한 울음소리는 몇 십 분이 지나도 멈추지 않았고 모든 것을 뱉어내기 위해 연신 또 소리 지르고 또 소리 질렀다.

 

 

 

 

 

 

 

 

 

 

 

예전의 그 순수함을 찾고 싶었다. 하지만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막막했다.

돌아가고 싶어 돌아가면 끝없이 펼쳐진 높은 벽이 있었고 다시 힘겹게 발걸음을 떼자니 발목엔 큰 바위들이 그를 덫같이 붙잡고 있었다.

 

 

 

 

그는 그 답답함을 다 토해내고 싶었다.

 

 

 

 

 

 

 

 

“흐으…흐으…흡”

 

 

 

 

 

 

[방탄소년단/국뷔] 지독한 먼지 03 - 사과의 의미 | 인스티즈

 

 

 

 

 

 

교복을 입고 해맑게 웃던 그 때 자신이 떠올랐다. 그치려 했던 울음소리는 자신 앞에 그려진 그 앳된 모습에 울컥해 더 터져 나왔다.

 

 

 

 

 

 

 

 

처음 맞이한 위태롭던 스무 살의 겨울은 너무 매정하고 차가웠다. 또 두 달이 지나면 자신은 스물한 살이 되어있을 것이다.

 

 

그땐 얼마나 더 가혹하고 잔인할까.

 

 학교도 졸업 하지 못한 체 일을 시작한, 사회의 이름표 없는 어린 그에게 일 년이 지난 만큼 그 만큼 올해와 다른 더 큰 매정한 일들이 일어날까 너무 두려웠다.

 

 

 

 

 

[방탄소년단/국뷔] 지독한 먼지 03 - 사과의 의미 | 인스티즈

 

 

 

 

 

도시가 그림처럼 그려져 한눈에 들어오는 병원 옥상 경치는 전혀 아름답지 않았다. 그저 밤에도 불 켜진 이 도시가 자신을 곧 집어 삼킬 것 같았다.

태형은 해가 뜰 때 까지 소리 지르고 또 소리 질렀다.

 

 

 

 

 

 

 

 

 

 

 

 

 

 

 

 

-

 

 

 

 

 

 

 

 

 

 

목이 붓고 눈도 붓고 몸은 떨려왔다. 몇 시간 전 얇은 환자복 차림으로 겨울 칼 같은 바람을 맞으며 옥상에서 몸이 너덜너덜 해질 때 까지 운 탓이었다.

하지만 그는 후회 하지 않았다.

투명한 창에 입김이 그려졌다 지워졌다 반복했다. 그녀의 인공호흡기 같았다.

 

 

 

 

 

가만 버스 창에 다친 이마를 기대었다. 창의 차가움이 붕대 전체를 감자 상처가 아무는 기분에 눈을 살며시 감았다 떴다.

 

 

 

 

 

 

 

 

“이번역은-”

 

 

 

 

 

 

 

 

딱딱한 기계음이 친절히 말해주는 역 이름조차 들리지 않았다.

 

 

[방탄소년단/국뷔] 지독한 먼지 03 - 사과의 의미 | 인스티즈

 

 

 

첫 차에 올라탄 그는 버스 종착역에 도착해도 내리지 않았다.

 

기사아저씨가 내렸다 몸을 풀고 다른 기사들과 소소한 잡담이 끝난 뒤에 다시 운전을 하며 반대로 다시 온 길을 밟아 오는 데 그는 내리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 버스 밖을 같은 영화를 보듯 똑같은 경치를 바라보았다.

머릿속 검은 뭉게구름을 버리고 싶었지만 애석하게도 그 뭉게구름은 비를 만들어 그가 헤어 나오지 못하게 그의 온몸을 적셨기 때문이다.

 

 

 

 

 

 

 

 

“거, 학생 어디가요?”

 

 

 

 

 

 

 

세 번 돌았을까. 기사는 계속 내리지 않는 그에게 말을 걸어왔다.

초점을 잃은 그의 눈이 다시 초점을 찾아 자신을 걱정하듯 쳐다보는 기사를 겨우 눈에 담았다.

 

 

 

 

 

 

담았음에도 불구하고 눈빛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

“학생!”

 

 

 

 

 

 

 

 

 

 

[방탄소년단/국뷔] 지독한 먼지 03 - 사과의 의미 | 인스티즈

 

 

 

 

 

 

그저 자신의 상태를 묻던 아저씨가 두려웠다. 몸이 떨려오고 그를 향해야 할 시선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떠돌았다.

 

 

 

 

 

 

 

 

 

 

 

 

 

 

 

 

 

 

 

 

 

 

 

 

 

 

 

 

 

“……죄송…합니다.”

 

 

 

 

 

 

 

 

 

 

 

 

 

절로 입에서 튀어나온 말이었다. 말하고도 그의 눈빛은 흔들림을 멈출 생각도 하지 않았다.

 

 

 

 

 

 

 

 

 

 

“응?… 아니 학생,”

“죄송해요.”

 

 

 

 

 

 

 

 마치 큰 죄라도 진사람 같았다.

 

 

 

 

 

 

 

 

 

 

 

 

 

“잘못 탄 거야?”

“….”

“…참-”

 

 

 

 

 

 

 

 

 

 

 

 

 

그의 질문에 답하지 못했다. 그는 잘못 타지 않았다. 그의 고시텔이 있는 역을 여섯 번이나 지나간 평소에 타고 다니던 버스가 맞았다.

대답 없이 기사를 빤히 보던 그를 연신 부르던 기사는 이내 포기를 한 듯 장갑 낀 손을 털고 운전석 투명 문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기사의 뒤통수를 가만 보다, 꺼칠꺼칠한 손에 얼굴을 묻었다.

 

 

 

 

 

 

 

 

 

 

 

 

 

 

 

 

 

 

 

 

‘사장님 정말 감사했습니다.’

 

 

 

 

 

 

옥상에서 붉은 해가 머리끝을 보일 때 이 문장을 끝으로 그녀에게 마지막 인사를 문자로 보내고 폰 배터리를 빼버렸다.

전화가 오면,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면 지금 이 굳은 마음이 약해져 무너져 내릴게 뻔했다.

통보나 다름없는 문자이기에 수도 없이 죄송합니다. 라고 덧붙였다.

 

 

 

 

 

 

 

 

 

 

 

 [방탄소년단/국뷔] 지독한 먼지 03 - 사과의 의미 | 인스티즈

 

 

 

 

 

 

 

 

 

 

 

 

이제 모든 일자리를 잃었다. 아니, 자신이 잃게 만들었다.

 

 

 

 

 

 

 

 

 

 

 

 

 

 

[방탄소년단/국뷔] 지독한 먼지 03 - 사과의 의미 | 인스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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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ㅠㅠㅠㅠ현실이 정말 스무살이 견디기엔 너무 가혹하네요ㅠㅠㅠㅠㅠㅠ하지만 그게 또 현실인거고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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