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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천천히 너에게

 

 

 

 

 

 

 

 

 

평소보다 일찍 끝난 수업에 기분 좋은 웃음을 흘리며 어깨를 들썩였다. 성열의 옆에서 가방을 챙기던 우현이 성열을 힐끔 쳐다봤다. 성열의 얼굴에 미소가 핀 것이 얼마만인가 하고 생각했다. 항상 생각해보면, 수업이 마칠 때 쯤 되면 밝았던 얼굴에 먹구름이 잔뜩 껴있었다. 학생이라면 학교 올 때 표정이 어둡고, 집에 갈 시간 쯤 되면 밝아지는 것이 일반적인 것이 아닌 가 했지만 성열은 달랐다. 부르지 않던 콧노래를 부르며, 책을 정리하는 모습을 가만히 보던 우현이 성열의 팔을 툭 쳤다.

 

 

 

“ 오늘 우리 술 마시러 갈 건데, 갈 거지? ”

“ 아…. 그게. ”

 

 

 

미안함이 가득한 얼굴을 한 성열이 어색하게 웃음 지었다. 대학원 입학을 하고 그 때 딱 한 번 모임에 나오고, 그 뒤로는 머리카락 한 올 조차 보이지 않았었다. 괘씸하단 생각이 머리를 들고 있었다. 한 번쯤은 올 수도 있는 것이 아니냐고 그렇게 말을 하려던 찰나, 책상 위에 올려두었던 성열의 휴대폰이 정신없이 울리기 시작했다.

우현에게 뭐라고 둘러 대야 할지 몰라, 그 시선을 피하며 핑계를 생각하고 있을 때 마침 제 휴대폰이 울렸다. 어떻게든 빠져나갈 구멍이 생겼다는 생각에 기분 좋은 웃음을 지으며 통화 버튼을 눌렀다. 전화를 받자마자 듣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명수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열아, 어디야. 학교야? 」

“ 학교지. 조금 전에 마쳤어. 형은 어디야? ”

「 나 그게 있지…. 」

 

 

 

할 말이 있으면 뜸을 들이지 않고 툭툭 내뱉던 명수가 말꼬리를 늘이기 시작했다. 처음에 전화를 받을 때는 좋았던 기분이 다시 바닥을 치다 못해 땅속에 기어들어가려 하고 있었다. 이렇게 말꼬리를 늘이는 이유는 단 하나 뿐이었다. 제 친구들이 약속을 잡고 만나자고 해도 명수는 그 자리에 나가지 않고 자신을 만나러 왔었다. 집안일도 중요한 것이 아니면 만사 제쳐두고 자신에게 왔었다. 하지만, 그런 명수가 빠져나오지 못하는 큰 구멍이 하나 있었다.

 

 

 

“ 뭔데 말꼬리를 늘여. 설마…. ”

[ 아니, 그게 나도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라. ]

“ 회식만 도대체 몇 번 하는 건데! 너 나 안 만나? 나 오늘 애들이랑 놀 거니까, 그렇게 알아. 끊어! 아니, 내가 먼저 끊을 거야! ”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고 한참을 씩씩거리며, 제 분을 식히려고 노력했다. 자신에게 모든 시선이 쏠려있는 것도 모르고, 조금 전 끊은 휴대폰을 책상 위로 신경질적으로 던졌다. 그에 놀란 우현이 상체를 길게 빼서 성열의 휴대폰을 제 손으로 받아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나중에 성열이 제 정신으로 돌아왔을 때, 제 휴대폰에 흠집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자신을 들들 볶을 것이 분명했기에.

우현이 자신의 휴대폰을 들고, 안도의 한숨을 쉬던 말든 그것은 안중에도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배터리를 분리하고 싶었지만, 예전에 한 번 그렇게 했다가 된통 혼난 적이 있어서 그 이후로 아무리 화가 나도 배터리를 분리하지는 않았다. 분명 자신이 화를 내야 마땅한 상황에 명수가 화를 내다보니, 당황스럽기도 하고 무섭기도 해 그 이후로는 이기지도 못할 행동은 하지 않았다.

다리를 달달 떨며, 심기가 불편함을 잔뜩 표출했다. 그에 성열의 주변에 있던 동기는 물론이고, 선배들까지 성열에게 다가오려고 했지만 더 신경질적으로 변할 것 같은 느낌에 우현이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얼른 강의실에서 나가라고 손짓했다. 다행히 눈치가 빨라, 일정거리 이상 다가오지 않고 급하게 강의실을 나가는 모습에 한숨을 푹 내쉬었다.

 

 

 

“ 남우현. 오늘 약속 몇 시라고? ”

“ 여섯 시. 왜, 너 오려고? 안 된다며. ”

“ 안 되긴 왜 안 돼. 나 갈 거야! 같이 가자. ”

 

 

 

갑작스런 성열의 심경변화에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던 우현이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오랜만에 성열을 데리고 가면 칭찬 좀 받겠다는 생각에 금세 기분이 좋아져서 성열의 팔을 잡고 이끌었다. 그 때, 우현의 손에 들려있던 성열의 휴대폰이 또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 성열을 툭툭 쳐서 휴대폰을 넘겨주자, 인상을 팍 찡그린 성열이 가만히 쳐다보다 수신거절을 하고는 휴대폰을 제 가방 속 깊이 쑤셔 박고는 고개를 들어 자신을 쳐다봤다.

 

 

 

“ 안 가? ”

“ 어, 어. 가야지. 밥 먹고 갈까? ”

“ 아니. 가서 술만 마시자. ”

 

 

 

술 마시기 전에 밥으로 위벽 보호를 해야 한다고 난리를 치던 성열이 어디 갔는지 궁금했다. 통화 내용을 들어보면, 상대방이 잘못한 것이 분명했는데 약속을 얼마나 깼으면 웬만해선 화를 내지 않는 성열이 화를 내는 걸까 하는 생각을 했다. 쓸데없는 생각으로 시간을 때우고 있을 때, 이미 저 멀리 간 성열이 우뚝 서서 자신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얼른 오지 않으면 두고 가겠다는 성열의 말에 급하게 발걸음을 뗐다.

술자리에 간다고는 했지만 기분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 툭하면 회식이랑 야근 때문에 볼 수 있는 시간도 제대로 보지 못한다는 것이 불만스러웠지만 꾹 참았다. 야근은 직장인이라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것이었고, 회식도 사회에서는 꼭 참석해야하는 자리였다. 그렇게 해야 회사 생활도 잘 할 수 있고, 회사 실정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자리였기 때문에. 하지만 자신이 회식을 하고, 야근을 한다고 해서 화가 난 것이 아니었다. 회사에서 높은 자리를 맡고 있는 명수였지만, 자신보다 직급은 낮지만 나이가 많은 사람들에게 이리저리 불려 다니는 것이 싫었다. 어울릴 수 있는 자리라면 거의 마다하지 않고, 친해지는 것을 중요시 했기에 처음에는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하려고 했지만 이젠 그 이해의 범위를 넘어섰다.

자신은 학생이고, 명수는 하루가 빠듯한 직장인이니 당연히 직장인 보다는 할 일이 없는 학생인 자신이 명수의 시간에 맞춰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늘 수업시간에 하는 실험도 가장 먼저 끝내고 명수의 연락을 기다리고, 놀라게 해주고 싶어서 회사 앞에서 잠복을 한 것도 허다했다. 하지만 그 때 마다 모두 퇴짜를 맞았다. 한 번은 이런 생각도 했다. 자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건 아닌가 하고. 하지만 전화 통화를 할 때나, 문자를 할 때 보면 그건 또 아닌 것 같고. 김명수라는 사람을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제 앞에 놓인 소주잔에 소주가 가득 채워지자마자, 건배도 하지 않고 곧바로 입안으로 털어 넣었다. 그 모습에 초반엔 잠시 성열을 뜯어 말리던 사람들이 오랜만에 얼굴을 비춘 성열이 반가워, 서로 앞 다투어 성열에게 한 잔씩 주다보니 졸업식 때보다 더 얼큰하게 취해 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었다. 가만히 앉아있는 것도 힘이 들어서 몸이 왔다 갔다 하면서 소주잔을 내미는 그 모습에 다들 헛웃음을 내뱉었다. 성열의 옆에 앉은 우현에게 성열을 재우라는 눈짓을 보냈지만, 이미 같이 눈이 풀려버린 우현이 그 눈짓을 알아차릴 리가 없었다.

성열이 내미는 잔에 소주를 부어주던 우현이 테이블 위에 올려 져 있던 성열의 휴대폰이 울자, 순간적으로 술이 확 깼다. 알딸딸하던 상태에서 놀라울 정도로 멀쩡해진 정신이 신기해 고개를 갸웃거리다, 여전히 덜덜 떨며 울리고 있는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웬수’라고 저장되어 있는 그 이름을 보며, 성열의 어깨를 흔들어 받아보라고 했다. 하지만 성열은 이미 정신을 놓고, 제 어깨에 기대어서 꿈나라에 간 후였다. 하는 수 없이 진동이 끊어지기 전에 전화를 받은 우현이 숨을 죽이고, 상대가 먼저 말하기를 가만히 기다렸다.

 

 

 

「 성열아. 나 회식 마쳤어. 어디야? 」

“ 저,기 안녕하세요. 전 성열이 대학원 동기 남우…. ”

「 성열이는요? 」

“ 아, 성열이가요 지금 많이 취했…. ”

「 거기가 어디죠? 지금 가겠습니다. 」

 

 

 

휴대폰 너머의 남자는 자신의 말은 듣지 않고, 제 할 말만 하고 뚝 끊어버렸다. 이게 무슨 상황인가 하고 생각하다, 전화예절을 잘도 받았다고 비꼬다 제 어깨에 기대어 세상모르고 자는 성열을 가만히 쳐다봤다. 술기운에 목이 마른 것인지, 입맛을 다시는 것을 보며 혀를 끌끌 찼다. 이기지도 못할 술은 무슨 바람이 불어서 이렇게 마신 것인지, 내일이 되어 술이 깨면 제 앞에 앉혀 놓고 취조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던 와중에 해야 할 말을 깜빡하고 하지 못해 인상을 팍 찌푸렸다. 숙취해소 드링크제를 사오라는 말을 하려고 했지만, 제 탓이 아니었다. 상대방이 너무 자신의 말만 해서 그런 것이라고 애써 위안을 하며, 제 소주잔에 가득한 술을 단 번에 입안으로 털어 넣었다.

열기가 한층 더해가고 있을 때, 딸랑 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전화를 끊은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벌써 도착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제 어깨에서 자꾸만 미끄러져 내리는 성열의 머리를 단단히 고정하려고 할 때였다. 자신들의 테이블 쪽으로 누군가 걸어오는 느낌에 성열의 머리를 붙잡고, 고개를 살짝 틀자 정장을 빼입은 작년 학생회장이 자신의 앞에 서있었다. 범상치 않은 표정을 한 명수를 보며 어색한 웃음을 짓자, 곱지 않은 표정으로 성열에게 다가간 명수가 물어왔다.

 

 

 

“ 얘 얼마나 마셨습니까? ”

“ 아…. 그냥 여기 있는 거 얘가 다 마셨다고 보면 되는…. ”

“ 성열아. 눈 떠봐. 형 왔어. ”

 

 

 

이건 또 무슨. 또 다시 제 말이 먹히는 것을 보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학생회장이었던 사람이 나타나서 잠시 당황했었지만, 조금 전 자신과의 전화에서 제 할 말만 하던 사람이었다고 생각하니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하지만 그런 제 모습은 보이지도 않는 듯, 명수는 성열의 얼굴을 붙잡고 조심스럽게 얼굴을 두드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자신에게 잔을 내미는 동기들과 잔을 부딪치며 건배를 했다.

들어오자마자 보이는 성열의 모습에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랐다. 다른 남자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세상모르게 자고 있는 모습에 적응력이 좋다고 해야 할지 겁이 없다고 해야 할지. 하지만, 평소 적당히 잘 마시던 성열이 정신을 놓을 정도까지 마신 걸 보니 속이 상해도 많이 상한 것 같아 제 마음도 좋지 않았다. 성열의 몸을 제 쪽으로 끌어당겨, 토닥이며 성열을 깨웠지만 움직임 하나 없이 눈을 꼭 감고 있었다.

성열을 억지로 일으키려고 할 때, 눈을 게슴츠레하게 뜬 성열과 눈이 마주쳤다. 딱딱하게 굳어있는 자신의 표정을 보고 콧방귀를 뀌고는 술주정인척, 옆 사람에게 다시 달라붙는 모습에 이를 악 물었다. 둘 사이에서 어쩔 줄을 몰라 우현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제 품에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성열을 우악스럽게 떼어놓았다. 사단이 나도 제대로 날 것 같은 분위기에 성열을 업으려는 명수를 도와 밖까지 배웅을 해주고 들어오자, 전신이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다. 하지만 흠뻑 젖어있어도 찝찝함이 없었다.

 

 

 

“ 조금 전에 나갔던 사람이 계산 다 하고 갔어. 우리 더 마셔도 돼! ”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손을 번쩍 들어 이모를 부르는 모습에 우현의 웃음보가 터졌다. 술집 안에서 파티가 벌어지던 말든, 명수는 제 차 조수석에 앉아 눈을 꼭 감고 있는 성열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게슴츠레하게 눈을 뜨고 자신과 눈을 마주할 때는 언제고, 또 다시 잠에 든 것인지 아무리 흔들어 깨워도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괜히 흔들어 깨웠다가 차를 세차장에 맡기는 일이 생길까 싶어 깨우려고 뻗었던 손을 거두어 들였다. 곤히 잠들어 있는 성열의 얼굴을 보고 있으니, 조금 전 제 옆에 앉아있던 남자에게 안기던 모습이 자꾸만 떠올랐다. 자신도 모르게 성열에게 먹일 드링크제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추궁은 성열의 정신이 멀쩡할 때 하도록 하고, 일단 지금은 감기 걸리지 않게 집에 데리고 가서 재우는 것이 먼저였다. 이 상태로 성열의 집에 데려갈 수는 없으니, 제 집을 향해 차를 몰았다.

 

 

 

 

 

 

* * *

 

 

 

 

 

 

주차장에서 제 집까지 오는 그 거리가 오늘처음으로 멀게 느껴졌다. 축 처진 몸을 업고 집까지 가는 것은 문제가 없었다. 그냥 업기만 하면 됐으니까. 하지만 계속 해서 뒤로 넘어가려는 성열 때문에 상체를 숙이고 걸은 탓에 온몸은 땀범벅이 되고 말았다. 집에 들어와 성열을 제 침대 위에 눕혀, 답답하지 않게 남방 단추만 몇 개 풀어놓고 급하게 씻고 나왔다. 10분도 채 지나지 않은 시간이었기에, 여전히 침대 위에서 꿈나라 여행을 하고 있을 것이란 제 예상과는 다르게 소파에 앉아있는 성열의 뒷모습이 보였다. 물기를 가득 머금은 머리카락을 탈탈 털며, 성열의 옆으로 다가가 앉자 술기운이 달아난 것인지 말간 눈을 하고 자신을 쳐다봤다. 왜 자신이 여기 와 있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에 슬며시 웃었다.

 

 

 

“ 남우…이름 뭐더라, 아무튼 그런 애랑 친해? ”

“ 남우현? 우현이가 왜? ”

“ 아니. 친하냐고. ”

“ 동기니까 친하지 그럼 안 친해? 형보다 친할 걸. 나 왜 여기 있어? 집으로 데려다 주지. 가야겠다. 잘 있어. ”

 

 

 

제 손을 잡는 명수의 손을 뿌리친 성열이 소파에서 일어섰다. 손이 뿌리쳐져서 인상을 살짝 찌푸리고 있는 명수의 얼굴에 대고 콧방귀를 끼고, 현관으로 향하려던 찰나 명수에게 허리가 붙잡혔다. 두 팔 가득 성열의 허리를 꽉 껴안은 명수가 성열의 등허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으며 파드득거리는 성열을 진정시켰다. 자신의 허리를 안고 있는 명수의 팔을 어떻게든 떼어놓아 보려고 어깨를 잡아 뒤로 밀어도 보고, 꼬집거나 때려도 봤지만 아플 만도 한데 아프단 소리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끝까지 성열의 허리를 꽉 껴안고 있었다. 물론 표정은 조금 일그러져 있었지만. 지금 상황을 피하려는 성열에겐 명수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기에 문제될 것은 없었다.

성열의 몸부림이 조금 잠잠해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명수의 입이 열렸다. 미안해, 진짜 보고 싶었어. 진심 어린 명수의 말에 새침한 표정을 짓고 있으면서도 성열의 입가에 미소가 띄었다. 계속 되는 사과의 말에 화가 다 풀리지는 않았지만,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한숨을 푹 내쉬며 명수의 손을 세게 떼어냈다. 있는 힘껏 제 손을 성열이 떼어내자, 당황한 명수가 고개를 들어 성열을 쳐다보자 혀를 찬 성열이 명수의 옆에 앉았다. 그리고는 명수가 손에 들고 있던 수건을 빼앗아 들었다. 그런 성열의 행동에 고개를 갸웃거리고 쳐다보자, 바닥을 손으로 가리킨 성열이 말했다.

 

 

 

“ 형. 여기 바닥에 앉아봐. 머리 말려줄게. ”

“ 이 상태로는 안 돼? ”

“ 아. 진짜! 나 집에 갈…. ”

“ 알았어, 앉을게. 이렇게 앉으면 되지? ”

 

 

 

제 앞에 앉는 시늉을 하는 명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동글동글한 뒤통수를 가만히 내려다보다, 머리카락을 말리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목이 아플까 싶어, 몸에 힘을 빼고 최대한 약하게 머리를 말렸다. 제 머리를 말리는 내내 심심할까 싶어 나른한 목소리로 제게 말을 거는 명수에게 대답을 해주며, 성심성의껏 머리를 말리던 와중에 또 다시 고개를 드는 화를 꾹꾹 눌러 담으려고 노력했다. 자신의 화가 다 풀린 줄 알고, 회사에서 있었던 일을 구구절절 늘어놓는 명수였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머리를 말리던 성열의 손에는 힘이 들어가고 있었다.

여태까지 자신이 몇 개의 약속을 파토내고, 명수에게 몇 번이나 튕겼는지 마음속으로 천천히 수를 세어봤다. 대학교 제 동기들에게서 여러 번 온 연락을 여러 번 거절하고, 대학원 동기들과 약속을 잡아놨다가 시간이 난다는 명수의 말에 바로 취소를 했지만 그 날도 만나지 못했고. 혹시나 회사 앞에 가면 만나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찾아갔지만, 그 날은 늦게까지 회의가 있어서 기다리다 지쳐서 제 집으로 돌아가고. 머릿속으로 여태까지 퇴짜 맞았던 일들이 영화 필름처럼 스쳐지나갔다.

받은 만큼 돌려줄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지금 자신이 명수에게 목을 매고 있는 상황이기에 그럴 수가 없었다. 굳게 마음을 먹고 잡은 약속이 있다고 만나지 않겠다고 했을 때, 그 약속 취소할 수 없냐는 그 한마디만 해도 홀라당 넘어갈 것이 분명했다. 새삼 제 신세가 어쩌다 이렇게까지 온 것인가 하고 한숨을 푹 내쉬며, 몸을 살짝 빼서 명수의 얼굴을 힐끔 쳐다봤다. 이런 제 걱정은 하나도 모르는 듯, 얼굴 가득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회사에서 있었던 일들을 하나하나 늘어놓는 모습이 다시 얼굴이 살짝 찌푸려졌다. 받은 만큼 돌려주는 것도 못해, 잠수를 타지도 못해. 할 수 있는 게 이렇게도 없을까 하고 곰곰이 생각하다, 아직도 명수의 머리를 말리고 있는 수건을 힐끔 쳐다봤다.

머리를 말리던 손을 멈추고, 머리카락을 흩트리자 마르다 못해 윤기가 흐르는 머리카락을 보며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머리를 다 말린 지도 모르고, 제 이야기만 늘어놓는 명수의 어깨를 톡톡 두드리자 눈을 동그랗게 뜬 명수가 뒤를 돌아 성열을 바라봤다. 이야기 잘 하고 있는데 왜 불렀냐는 그런 눈빛에 시익 웃은 성열이 대답했다.

 

 

 

“ 형, 머리 다 말렸어. 그러니까 이제 목 안마 해줄게. ”

 

 

 

수건을 바닥에 아무렇게나 집어던지는 모습을 보던 명수가 제 뒷목을 주무르다 고개를 끄덕였다. 안마를 해준다는 제 말에 대한 동의라고 알아들은 성열이 마음속으로 악이란 한자를 그리며, 명수 쪽으로 몸을 살짝 기울였다. 제 등 뒤로 바짝 와 닿는 성열의 체온에 명수의 입가에서 미소가 지워질 줄을 몰랐다. 그렇게 잠시 방심을 하고 있던 찰나, 이를 악문 성열이 명수에게 헤드락을 걸었다. 목을 감싼 팔에 힘을 세게 주자, 놀란 명수가 파드득거리며 성열의 팔을 세게 잡아왔다. 다급한 목소리로 왜 그러냐고 묻는 명수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

 

 

 

“ 잘못했어, 안 했어! ”

“ 했어! 근데 회식인데…. ”

 

 

 

생명의 위협을 받는 와중에도 회식이라며, 토를 다는 명수 때문에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뱉은 성열이 말했다.

 

 

 

“ 다 때려 쳐! 그래서 잘했다는 거야?! ”

“ 그건 아니지만…. ”

“ 몰라, 나 진짜 집 갈래 ”

 

 

 

자꾸만 말꼬리를 늘이며, 제 말에 토를 다는 명수에게 제대로 화가 난 성열이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내려섰다. 그리곤 명수의 방으로 성큼성큼 들어가 침대 위에 널브러져 있는 제 옷을 전부 입고 다시 거실로 나왔다. 거실로 나오자, 자신이 잘못 했다는 생각이 제대로 들긴 하는지 거실을 서성이며 안절부절 못하는 그 모습이 보였다. 평소 같았으면 못 이기는 척하고 입었던 옷을 벗고, 아무런 일이 없었다는 듯 소파에 가서 앉았겠지만 또 다시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었기에 지금 당장이라도 소파에 가서 앉고 싶었지만 발걸음을 현관으로 옮겼다.

성열이 현관에 주저앉아 신발을 다 신고 일어나서 현관문을 잡을 때까지 가지 말라는 그 한 마디를 하지 못했다. 너무 미안하면 입이 떨어지지 않는 다는 말이 있듯, 지금 상황이 딱 그랬다. 하지만 그런 명수의 마음을 성열은 모르기에 자신이 갈 때까지 잡는 말 한마디 하지 않는 명수가 괘씸해 문을 열고 나가며 소리를 버럭 질렀다.

 

 

 

“ 당분간 연락하지 마. 안 받을 거니까! ”

 

 

 

현관문이 세게 닫히는 소리에 정신을 번뜩 차린 명수가 신발을 신는 둥 마는 둥 하며 밖으로 나갔지만, 성열은 이미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간 뒤였다. 아무리 자신이 계단으로 뛰어 내려간다고 해도 엘리베이터를 탄 성열을 잡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집으로 돌아간 성열의 화가 내일 쯤 풀려 있기를 비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 * *

 

 

 

 

 

 

계속 해서 징징 울리는 진동에 시약 무게를 재던 성열이 인상을 찌푸렸다. 왜 이렇게 진동이 울려. 신경질 적인 성열의 목소리에 그 옆에서 같이 무게를 재던 우현이 휴대폰을 끄라고 했지만, 고민을 해보지도 않고 단 번에 고개를 저었다. 기운이 빠질 정도로 너무 단 번에 자신의 제안을 거절하는 성열을 향해 구시렁거렸지만, 성열의 귀에는 우현의 구시렁대는 말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 실험 가운 주머니에 넣어놓은 진동에 온 신경이 집중되어 있었다. 옆에서 성열을 관찰하던 우현은 생각했다. 다행히도 간단한 실험이어서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괜히 점수만 깎일 뻔 했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실험값이 제대로 나오지 않으면, 만만한 자신에게 불똥이 튈 것이 분명했으니까. 저러다가 말겠지 하는 생각으로 성열의 어깨를 두어 번 두드려주고 다시 제 실험에 집중을 했다.

 

 

 

“ 네가 내 어깨 쳐서 제대로 쟀던 거 이상해 졌잖아. ”

“ 미안. 내가 재줄게. ”

“ 됐거든. 네 거나 해. ”

 

 

 

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나 하고 구시렁거린 우현이 제 실험에 집중을 했다. 성열은 자신에게 사과를 하고 실험을 다시 시작하는 우현을 보며 미안하다는 생각이 살짝 들었다. 어차피 제 신경이 다른 곳에 쏠려있어서 실험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핑계를 대고 싶어서 만만했던 제 동기 우현에게 신경질을 부린 것이었다. 시약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정신이 들 정도로 제 뺨을 아프게 두어 번 두드렸다. 주변 사람들이 놀라서 돌아볼 정도로 세게 두드린 성열이 다시 실험에 집중하려고 했지만, 또 다시 울리는 진동에 또 다시 집중력이 흐트러졌다.

어떻게든 제일 먼저 실험을 끝내고 명수의 회사 앞으로 가려고 했다. 그것도 서프라이즈로. 그렇게 화를 내고 집으로 돌아가 밤새 생각을 해본 결과, 명수도 잘못 했지만 자신도 잘못 했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명수 딴에는 회사 생활을 잘해보려고 회식이란 회식은 다 참석했던 것인데, 졸지에 자신은 이해 못해주는 연하 애인 밖에 되지 못했다. 그리고 이내 내 남자의 비즈니스니 어느 정도의 범위 내에서는 이해를 해주자는 결론이 내려졌다. 물론 이 다짐이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

손목에 찬 시계를 힐끔 쳐다보자, 실험값을 찾고 보고서를 작성해서 내고 명수에게로 가려면 시간이 무척이나 빡빡했다. 차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했으니 차가 막힐 것까지 생각하면 퇴근 시간을 오버 해서 도착할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에 사로 잡혔다. 당당하게 명수의 회사 앞에 찾아가서, 어제 막무가내로 집에 갔던 자신의 행동을 사과하고 명수에게도 다짐을 꼭 듣고 싶었기 때문에.

휴대폰을 꺼놓기에는 화를 내는 명수가 너무 무서워서 그럴 수가 없었고, 최후의 방법은 무음으로 바꿔서 가방 깊숙이 넣어 놓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면 제 신경에서 조금이라도 멀어지겠지 하는 생각으로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들자, 지치지도 않는 휴대폰이 세차게 울리고 있었다. 한 통의 전화가 끊어지고, 폭탄을 맞은 것처럼 많이 와 있는 문자메시지를 눌렀다. 이 정도는 읽어도 괜찮겠지 하고, 무수히 많은 문자메시지를 하나하나 읽어가기 시작했다.

다 똑같은 말 같으면서도 교묘하게 단어를 바꾸어 진심 어린 사과를 하며, 자신을 찾는 명수의 문자에 괜히 짠해졌다. 그렇게 한참 동안 문자를 보다 번뜩 정신을 차린 성열이 휴대폰 모드를 바꾸고 사물함에 휴대폰을 넣고 돌아왔다. 얼마만큼 집중이 잘 될지는 아직 시작하지 못해 알 수 없었지만, 휴대폰을 가지고 있을 때보다는 잘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졌다.

 

 

 

 

 

 

* * *

 

 

 

 

 

 

명수의 표정이 또 다시 침울해 졌다. 아무리 성열에게 문자를 보내고, 전화를 해봤지만 여태까지 받은 것은 한 통도 되지 않았다. 예전에 한 번 싸우고 나서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말라는 제 말이 있은 뒤로, 성열이 휴대폰을 제 근처에서 떼어놓은 적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어서 더 애가 탔다. 분명 지금쯤이면 질린다는 듯, 전화가 오거나 문자 한 통이 날아올 법도 했는데 그렇지 않은 상황에 멀쩡히 있던 다리를 덜덜 떨었다. 얼마나 화가 났으면 여태 연락 한 통이 없는 것일까 하고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성열의 집으로 찾아가 봐야겠다고 체념을 하고, 손에 잡히지도 않는 서류를 괜히 뒤적이고 있을 때 제 자리 위에 올려놓은 휴대폰이 덜덜 떨렸다. 놀란 마음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휴대폰을 손에 들고 액정을 바라보자, 전화가 아닌 문자 메시지 아이콘이 떠있었다. 전화였으면 더 좋았으련만. 하지만 이 문자도 성열에게서 온 것인지, 스팸문자인 것인지 알 수가 없어서 조마조마 했다. 잠금을 해제하고, 메시지 함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성열에게서 온 문자에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지어졌다.

지체할 시간 없이 얼른 문자를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에 문자를 누르려던 찰나 이상한 문자 내용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 이거나 먹어.

 

대체 뭘 먹으란 것일까. 혹시 자신을 위해서 먹을 것이라도 준비해서 찍어 보낸 것인가 하고 생각을 하다, 바람 빠지는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화가 난 성열이 그런 걸 보낼 리가 없었다. 어찌되었건 망설임 없이 성열에게서 온 메시지를 눌렀다. 그리고 메시지에 뜬 사진을 보자마자 웃음을 터트렸다.

역시 성열은 성열이었다. 화를 이렇게 내는 사람도 성열 밖에 없을 것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메시지 속에 있는 사진을 클릭하자, 화면 가득 채운 청록색의 시약이 자신을 향해 보여 지고 있었다. 성열의 손가락이 시약이 담긴 플라스크를 가리키고 있었고, 조금 전 읽었던 제목을 연관 지어 생각했다. 고로 자신에게 이것을 마시라는 것인가 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청록색의 시약은 꽤나 자주 봤었다. 성열에게 총학생회에 들어와 달라고, 귀찮게 따라다니던 그 시절에 아주 많이.

자꾸만 자신을 귀찮게 하며, 아무 것도 하지 못하게 만드는 자신에게 겁을 주겠다고 생각했던 것이 예쁜 색의 시약을 만들어 협박하는 것이었다. 물론 그 앞에서는 무서운 척 했지만, 자신에겐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마시겠다고 그 병을 들어서 마시는 시늉만 하더라도, 놀라서 그 병을 뺏어가던 성열이었으니까. 이 사진이 자신에게 안 먹힐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조제하고 있었을 성열을 생각하니, 지금 당장 성열이 보고 싶어졌다. 입술을 쭉 내밀고 구시렁거리며, 플라스크를 흔들고 있을 성열의 손이 잡고 싶어졌다. 이런 생각을 하는 자신이 새삼 우스워, 고개를 저으며 통화버튼을 눌렀다. 휴대폰을 손에 쥐고 보고 있었던 사람처럼 통화음이 흐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곧장 성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왜. 」

“ 내가 잘못했어. 그거 마시면 화 풀래? ”

「 안 먹을 거면서. 」

 

 

 

불만이 가득한 성열의 목소리에 웃음을 머금었다. 자신을 알아도 너무 잘 알았다. 하지만 성열의 기분을 맞춰준답시고, 마시겠다고 얼른 달라는 말에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렸다.

 

 

 

“ 지금 뭐해? ”

「 형이랑 통화 하지. 」

“ 수업 다 끝났어? ”

「 응. 내가 제일 먼저 끝났어. 그래서 지금 과사야. 」

 

 

 

이어지는 성열의 말에 손목에 차고 있던 시계를 힐끔 쳐다봤다. 퇴근까지 앞으로 1시간 30분 정도 남은 시간에 곰곰이 생각했다. 자신이 찾아가기엔 성열이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많을 것 같고, 찾아오라고 하기엔 미안한 마음이 몽글몽글 피어올랐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우물쭈물 거리고 있자, 휴대폰 너머에서 성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나 지금 과사에서 나와서 버스 타러 가고 있어. 」

“ 버스는 왜? 어디 가려고? 어디 가는데. ”

「 형은 모르는 곳 있어. 나 바쁘니까 끊자. 」

 

 

 

성열아! 성열아…? 일방적으로 끊어진 전화를 보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또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인가 하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단정 짓기에는 휴대폰 너머 성열의 목소리가 좋지 않았다. 화가 덜 풀렸다는 것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는 느낌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제 앞에 쌓인 결재서류만 검토하고, 성열을 찾아 나서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펜을 제 손에 쥐자마자 문자메시지 하나가 도착했다.

 

— 회사 로비에서 기다릴게.

 

 

 

 

 

 

* * *

 

 

 

 

 

 

성열의 문자를 받고 급하게 서류를 확인하고는 누가 쫓아오는 것처럼 뒤도 돌아보지 않고 엘리베이터를 잡아탔다. 회사 로비에 앉아서 밖을 지나다니는 사람들, 회사 안을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엘리베이터가 느리다고 느껴졌다. 왜 이렇게 자신이 있는 층이 높은 것이냐며 중얼거리다 1층에 도착해 열리는 엘리베이터에 용수철이 튕겨 나가듯, 엘리베이터 밖으로 튕겨져 나갔다.

자신을 보고 인사를 해오는 직원들의 인사를 간단한 목례로 대신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아무리 돌아봐도 보이지 않는 성열의 모습에 혹시 자신을 기다리다 집으로 돌아간 것은 아닌가 하고 한숨을 쉬려던 찰나 제 옆구리를 콕 찌르는 손길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급하게 뒤를 돌았다. 아니나 다를까, 뒤를 돌자 손에 있는 물기를 탈탈 터는 성열이 자신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를 해보였다.

 

 

 

“ 집에 간 줄 알았어. ”

“ 가긴 어딜 가? 화장실 다녀왔어. 그리고 내가 기다리겠다고 했잖아. 누구랑 달라서 한 입으로 두 말은 안하는데요. ”

“ 미안. 물기 좀 닦고 나오지 그랬어. ”

 

 

 

꼬리를 내리고 성열에게 미안하다 말하자, 슬며시 웃은 성열이 고개를 저었다. 물기가 있는 손을 아무리 털어도 마르지 않는 손을 보며 한 소리를 하자, 장난기 가득한 눈을 한 성열이 자신의 옆으로 성큼 다가왔다. 갑작스럽게 좁혀진 거리에 놀라 아직 회사 안인 것도 깜빡하고, 뒷걸음질 치자 고개를 옆으로 살짝 꺽은 성열이 배시시 웃으며 손을 내밀어 제 정장에 물기를 닦았다. 장난기 가득하게 웃은 이유가 단지 제 옷에 물기를 닦기 위한 것임을 알고, 긴장한 몸에 힘을 뺐다.

 

 

 

“ 형, 나 배고픈데. ”

“ 뭐 먹을래? ”

“ 맛있는 거. 예전에 갔던 파스타 집 가고 싶은데. ”

“ 그럼 거기 가자. ”

 

 

 

흔쾌히 승낙을 하자, 아이 같은 웃음을 지은 성열이 고개를 끄덕이며 앞서 나갔다. 앞서 나가는 성열의 팔을 잡아 반대편으로 걷기 시작했다. 아무리 바빠도 그렇지, 아침에 몰고 왔던 제 차를 두고 갈 수는 없었기에. 그리고 예전에 갔던 파스타 집은 서울 시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외지로 나가야 했기에 차가 없으면 불편했다. 그런 제 생각을 제대로 읽은 것인지, 잠시 주춤하던 성열도 제 뒤를 졸졸 잘도 따라왔다. 비상구 문을 열고 계단을 내려가고 있을 때, 제 뒤를 따라오던 성열이 금세 제 옆에 나란히 서서 손을 맞잡아왔다. 평소에 자신이 먼저 스킨십을 하는 탓에 이런 성열이 생소해 눈을 크게 떠보이자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이던 성열이 말을 했다.

 

 

 

“ 형, 어제는 내가 미안해. 내 생각만 했지. 그래도 뭐, 나 혼자만 잘 못 한 거 아니니까…. ”

“ 알아. 내가 더 미안하지. 내가 더 잘할 테니까, 제발 어제처럼 무턱대고 집에만 가지마. ”

 

 

 

그럴 때마다 간이 철렁한다는 그 말에 성열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명수의 차를 찾아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자신의 차가 주차되어 있는 곳이 아닌, 엉뚱한 곳으로 자꾸만 가려는 성열의 손을 꽉 잡고 제 차가 있는 곳으로 향하며 말했다.

 

 

 

“ 파스타 먹고 서로 마음 푸는 거다. 알았지? ”

 

 

 

그런 명수의 말에 배시시 웃음을 지은 성열이 대답을 하며, 조수석 문을 열어주는 매너에 고개를 까딱이는 인사로 대신하며 조수석에 올라탔다. 그리고 운전석에 자신이 올라타 차에 시동을 걸자, 바깥을 쳐다보고 있던 성열이 대뜸 말해왔다.

 

 

 

“ 그래도 형, 회식은 좀 줄이자. 알았지? ”

 

그 말에 대한 대답을 하듯, 성열의 하얀 손을 꼭 맞잡았다.

 

 

 

 

 

 

 

[인피니트/수열] 조금씩 천천히 너에게 下 | 인스티즈

 

드디어 하편을 가지고 왔습니다! 내일부터 시험이 시작인데 클레오는 이러고 있따카더라....

무슨 패기일까요. 하하하. 이거 올리고 전 공부를 마무리하러 노트북을 덮고ㅠㅠㅠㅠ아이 슬퍼라.

그렇게 하편을 다 올리고 나니 장편 연재한 기분이랄까요 ㅋㅋㅋㅋㅋㅋ

번외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이예요. 저렇게 끝내기엔 너무 아쉬웡웡ㅠㅠㅠㅠ

근데 그게 언제일지 모르겠다는 것이 함정 중에서도 큰 함정이죠.

방학하고, 시간 나면 끄적끄적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그대들 안녕요!

아, 암호닉은 읊고 가야죠S2

 

 

케헹 바카루 무럭자라 규잉 구염 꾸꾸미 파비 사과맛규 감성 월백 라우 김난 렝도찡 테라규
남군 또모또모 석류 사과맛규 까또 쑥 우현성규 사모 잉피 소금 키세스 오백원 31 카카라
익명인 불맠 타라 혁거세 테라규 몽몽몽 윤얀 규지지 설륜 복자 허니 열총버섯 오일 눈누난나
쭈롱 여리 장자녀 폭연 팥 구름 데헷 국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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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구름입니다- 열이가 이리 이해심이 넓었던가요!!! ㅎㅎ 귀엽네요, 명수랑 아웅다웅하는 것이- 그 와중에 동기라고 열이 기분 맞춰주는 우현이까지 깨알 귀엽구요~ 잘 보고 갑니당- 셤 잘보시공 방학하시고 번외 들고오시길 기다릴게요!!! *^^*
10년 전
클레오
구름님 오셨어영~~ 열이가 태평양 이해심을 가지고 있습니다욬ㅋㅋㅋㅋㅋㅋㅋ저였으면 다 집어던졌을지도 몰라요!!!으흐흐 방학 때만나요~
10년 전
독자2
국밥입니다!!! 우현이의깨알등장ㅋㅋㅋㅋㅋ덕분에수열이들은꿍해있던게잘해결된것같네요! 이렇게끝나서아쉬웠는데번외로오신다니ㅠㅠㅠ좋아쥬금..♥ 그런데여기서성열이성격되게귀여운것같아요ㅋㅋㅋㅋS2 내일보는시험도잘보세요!
10년 전
클레오
국밥님 오셨어여!!! 전..수열이들 픽에 우현이가 깨알같이 오는게 정말 좋더라구요 으흐흥ㅎㅎㅎ언제 올지는 모르겠지만 ㅠㅠ 귀여운 열이와 에로빠와함께 오겠어요!
10년 전
독자3
데헷이에요! 아 진짜 둘이 싸우는거 너무 귀여워요....ㅠㅠㅠ 둘다 안절부절못하고ㅋㅋㅋ번외 기다릴게요! 늘 잘보고갑니다!!
10년 전
클레오
데헷님~~ㅎㅎ 둘이 싸우는겈ㅋㅋㅋ저게 싸우는건지...노는건지....참 ㅠㅠㅠㅠㅠ 부러워요
10년 전
독자4
오일!!!에잉ㅜㅠㅜㅜ둘다너무귀여워요ㅠㅜㅜㅜㅜ
10년 전
클레오
그죠!..휴...왜 전 저 둘을 보며 만족을 하고 있을까요?^^
10년 전
독자5
테라규에요 우와 결국 이렇게ㅜㅠ 와 진짜 귀엽다.. 달달해달달해..ㅠㅠ.. 번외도 나오나요!?!
10년 전
클레오
테라규님 오셨어용~~ 이렇게 수열이들답게 끝났습니다! 번외는...방학 때 시간 꼭 내서 써올게여!
10년 전
독자6
감성 이에요 ㅠㅠ 느헐 진심 너무 귀여워 ㅠㅠ 으헝 대박 이렇게 귀여워도 되는건가요?
10년 전
독자7
허니에요ㅠㅠㅠ와진짜 너무 달달한거 아니에요?? 시험공부하다 들ㅇ러서읽는데 역시ㅠㅠㅠ꿀잼이에요ㅠㅠㅠㅠ여기서 수열이들은 딱 제가 생각하는 수열이들이라 너무 좋네요ㅠㅠㅠ역시수열이란!!!ㅠㅠㅠ번외도기대할께요! 시험잘치고 오셔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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