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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몬스타엑스 샤이니 온앤오프
저작권은본인에게있씁니다. 전체글ll조회 1023l 1
 

2013년 늦가을의 날씨는 바닥에 고여 있는 물을 차갑게 얼려버릴 만큼 매서웠다. 차가운 바람에 붉어진 내 코와 한층 두터워진 외투는 빨간 고추잠자리가 날아다니고 푸른 하늘이 이다지 높아 보인다던 가을과는 거리가 멀었다. 점점 끝이 보이고 있었다. 변화하는 것은 날씨와 계절뿐만 아니었다. ##P, 그의 이름을 입에 머금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찼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그와 나의 관계도 점점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우리는 고등학교 입학식에서 처음 만났다. 지방에서 서울로 처음 전학을 와 모든 것이 익숙하지 않던 나에게 새로운 환경들은 부담스럽게 다가왔다. 낡은 상아빛 건물들과 회색빛 표정을 짓고 무심히 지나가는 사람들, 눈 뜨고도 코 베이는 곳이 서울이라고 제 몸 하나 똑바로 건사하라던 할아버지의 음성만이 귓가에 맴돌았다. 그것이 내가 마주한 서울의 첫인상이었다. 조합에서 어렵게 빌렸다는 돈과 할아버지의 낡은 외투 구석 꾸깃꾸깃 숨겨져 있던 쌈짓돈으로 마련한 5평 남짓 좁은 방은 제 몸 하나 뉘이기도 버거워 보였다. 침대하나 덩그러니 놓여있는 조그마한 방은 당신의 고민과 한숨이 곳곳에 묻어났다.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초목밖에 보이지 않던 시골을 벗어나 모든 것이 어색한 입학식 첫 날, 처음으로 나는 ##P를 만났다. 칠흑같이 어둡던 학교 앞 지하도에서 담배를 꼬나물고 나에게 말을 걸던 그의 모습 그리고 그런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나. 나는 그가 무섭지 않았다. 소위 말하는 일진들과는 일체 상종을 하지 않던 나였기에 ##P을 비롯한 그들 무리의 접근은 탐탁지 않았다.

  

  

'나는 이런 아이들과 어울릴 시간이 없어.'

  

나는 무시하고 학교로 발걸음을 옮겼다. 순간 뒤통수가 시큰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달큰한 커피향이 강하게 코를 찔렀다. 내 머리 위에서는 뚝뚝- 끈적끈적한 커피가 떨어지고 있었다. 치욕감. 당시 내가 느꼈던 감정은 그 단어하나로 설명할 수 있었다. 내 얼굴은 급격히 붉게 달아올랐다. 꽉 깨문 입술에는 새빨간 피가 맺혔고 나는 그냥 걸었다. 그게 그와의 첫 대면 이었다. 단순한 괴롭힘. 그가 나에게 가진 관심은 단지 그것인줄 알았고 무시하면 사라질 가벼운 것으로 치부했다. 그러나 그가 나에게 그랬던 이유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그는 항상 나에게 침을 뱉었고 나는 내 입 안 쓴 침을 삼켰다. 뚝뚝 책을 적시는 그들 무리의 침, 항상 더럽게 너부러진 내 짐, 함께 어우러져 있는 쓰레기. 마지막으로 그가 나에게 물을 부었을 때 나는 그를 노려봤다. 거칠게 눈을 돌려 빳빳이 고개를 쳐들고 바라본 그의 표정은 내 상상 속 그의 모습과는 달랐다. 새카만 그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우린 서로 한참을 바라보다 마침내 그의 입이 열렸다.

 

이제 쳐다보네.”

  

아뿔싸. 그가 나에게 바랐던 건 철저한 무시도 눈물도 반항도 아닌 그를 쳐다보는 것. 그의 눈을 내가 바라보는 것이었다. 급하게 그에게서 시선을 때고 고개를 돌렸지만 이미 늦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다시는 그를 쳐다보지 않으리라. 그러나 그런 다짐도 채 며칠이 가지 못했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룬 이후 나에 대한 태도가 급격하게 달라졌다. 매일 뱉어대던 그의 침은 더 이상 내 영역을 침범하지 않았고, 내 뒤통수로 거칠게 어루만졌던 쓰레기와 눈총을 투박한 그의 손이 대신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들을 일관되게 무시했지만 반강제적으로 이끄는 그의 손아귀마저 뿌리칠 힘은 없었다. 항상 내 한 손엔 영어단어 책을 다른 한쪽 손엔 거칠게 부여잡은 그의 손이 있었다. 반항은 하지 않았다. 그의 앞에 섰을 때 그가 좋아할 만한 행동은 일체 하지 않으리라 마음먹은 탓이었다. 그 애 앞에선 난 항상 벙어리였고, 바보천치였다. 그는 그럴 때 마다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리며 오 분이고, 십 분이고 나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넌 내가 그렇게 싫으냐?”

  

…….”

  

난 네가 참 싫다.”

  

그러곤 곧장 걸어가던 그의 어깨엔 무거운 외로움이 짊어져 있었다.

  

그 일탈에 대한 동경과 흥분 그것들이 나를 강하게 빨아들였다. 그들과 있을 때는 항상 경계하고 벽을 쳤던 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들에게 동화되어갔다. 나에게도 검은 그림자가 발끝부터 서서히 잠식해옴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때서야 나는 그들을 이해 할 수 있었다.

  

그 아이들은 보통의 아이들보다 외로운 존재였다. 외로움, 내겐 가슴 가까이 다가오지 않는 단어가 그들의 마음속에는 가시를 내밀고 깊숙히 박혀있는 그래서 결코 함부로 형용 할 수 없는 그 어떤 것이었다. 그들은 그 가시를 숨기기 위해 심장 깊숙한 곳에 그것을 박아 넣었다. 그들의 심장에선 항상 검은 피가 흘렀다. 그 피는 나의 발끝에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했고 그 핏물은 나를 물들여갔다.

  

나는 그들과 친해진 이후로는 모든 것을 그 아이들과 함께 했다. 점심을 먹는 것도 가끔 야자를 빼먹고 당구장으로 직행하는 것도 모두, 새로운 곳에서의 나의 처음은 그들로 채워졌다. 우리들 관계에는 우정에 관한 변화만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 서로를 서로를 가장 먼저 챙겼고, 서로의 부재는 그들 스스로를 미치게 하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

  

가끔 그는 문득 나에게 실없는 소리를 하곤 했다.

  

"너는 병신이야, 새끼야."

  

그의 낮은 목소리에 나는 그저 웃었다. 나는 그가 무섭지 않았다. 그저 웃음이 났다. 그는 나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의 눈이 반짝였다.

  

 

"나는 항상 너를 쫓아."

  

"?"

  

"그냥 네가 보고싶더라."

  

 

"?"

  

그는 어색하게 웃었다. 웬일인지 나는 웃음이 나지 않았다.

  

"갈게"

  

나는 쓸쓸하게 뒤돌아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그의 뒷모습은 무섭도록 단단하고도 외로워보였다. 그리고 그의 뒷모습을 쫓는 내 눈동자는 자신감이 없었다.

  

8평 남짓한 조그마한 내 집에는 침대와 조그마한 밥상하나가 덩그러니 놓여져 있었다. 다리 하나가 삐걱삐걱거리는 밥상은 그와 나의 관계와 몹시 닮아 있었다. 시골에서 벗어나 방에서 혼자 살았던 내방은 고교시절 우리 무리의 아지트가 되기도 했다. 특히 그는 나의 집을 제 집 드나들듯이 했다. 그가 집 초인종을 누르고 머쓱하게 웃을때면 얼굴엔 멍이 하나, 둘씩 늘어만 갔다. 그날도 그랬다.

  

" 왜 또"

  

"뭐가?"

  

멍과 상처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그의 얼굴을 보면서 내 인상은 찡그려졌다. 입가 상처의 쓴맛이 내 입안에 머금어진듯이 입안이 썼다. 괜히 책망하는 나의 물음에 그는 심드렁한 목소리리로 대답했다. 나는 조용히 그의 손을 잡고 집안으로 이끌었다. 입가가 찢어진줄도 모르고 실실 웃으며 침대에 벌렁 누운 그는 나를 지긋이 바라보며 이야기 했다.

  

" 네 냄새가 나는구나."

  

순간 등골이 싸해지는 기분을 나는 느꼈다. 그의 목소리는 죄스러울정도로 달콤했고 또 짜릿했다. 나는 입술을 뜯기 시작했다.

  

"네 냄새... "

  

나는그의 눈을 쳐다볼 자신이 없었다. 그 눈을 바라볼 때면 서로의 심장이 엉겨붙어 그의 가시가 내 심장까지 찌르는 듯 아려왔다. 나는 그와 사랑에 빠질정도로 어리석지도 그와 사랑에 빠지지 않을정도로 영리하지도 못했다. 내 목소리는 떨렸다.

  

"약 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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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57.78
치환이 없어요 작가님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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