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T U - Coming Home 이나
서인국, 정소민 - 별, 우리 들어주세요!
Return to Love
13. 나중에는 서운하면서도 미안하더라. 그런데 내가 서운해야할 자격이 있는지도 생각하게 되더라. 왜 마냥 원망스럽기만 했는지. 다시 읽어보니까 오히려 나를 위로해주는 말 투성이다. 97년 11월 우리나라 경제에 큰 영향을 끼쳤던 IMF가 터지고 나서 너는 3학년이 되기전 겨울방학이 되자마자 뜬금없이 아무에게도 연락을 끊고 가버렸다. 사실 너뿐만이 아니었다. 모두가 휘청거리던 시기였으니까. 자퇴라는 말도 들려왔고 유학이라는 말도 들려왔고 전학이라는 말도 들려왔다. 나는 그 중에 이유가 뭐인지도 몰랐다. 그런데도 몰랐던 둔한 내가 신기했다. 그정도로 둔했었나. 그저 소문에 휘둘려 궁예를 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 이후에 남겨진건 사물함에 들어있던 하늘색 편지뿐. 내가 사물함 잘 안보는거 알면서도. 한학년이 올라갈때까지도 열어본적이 없다. 그래서 뒤늦게 발견했을땐 안도감과 혹시나 했을 불안감이 덥쳐왔다. 내가 만약 찾으러 오지 않았다면? 그러면 이 편지는 나에게 오지 못한채로 다른곳을 둥둥 떠다녔겠지. 14. 편지지를 슥슥 문질렀다. 그래봤자 떨어져나가는건 소량의 먼지들 뿐이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고 빡빡 문질렀다. 눈물 자국 때문에 젖어서 번진 부분. 그곳엔 아주 중요한것이 쓰여있었다. 아마 이 편지를 나에게 보낸 가장 큰 이유겠지. ' ....(중략) 그러니까 우리 떡볶이 먹으러 가자. ' 마지막 문장 밑에 ps처럼 적혀있는 글씨. ' jeus@..... ' 정우의 이메일이었다. 나와 연락을 끊은게 아니었다는걸 그제서야 알았다. 그 시절 우리는 너무 단순했다. 그러면서도 암호를 자주 주고 받던 우리는 지금 생각하면 다 티나고 쉬운 비밀 쪽지였다. 당시 주변 애들이 우리를 신기하게 봤었던것도 같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누가 먼저 해석하는지의 대결이 되었다. '0027' 삐삐를 들고 앞을 쳐다보자 입모양으로 땡땡이 치자~ 하는 김정우랑 같이 떡볶이 먹으러 튄적도 있었다. 지금은 항상 가던 분식집이 문을 닫았다. 사실 편지를 읽고 이해를 못한건 아니었다. 그런데 구석에 쓰여있는 작은 글씨를 보니 아주 조금 후회가 되었다. ' 좋아해. ' 너는 기회를 줬고 나는 잡지 못했다. 고작 3글자인 큰 한마디. 더 빨리 하지 못한말. 후회해도 늦었다. 뒤늦게서야 이메일을 검색해봤지만 아무것도 뜨지 않았다. 아무것도 올리지 않아서겠지. 한번 메일을 보내볼까 하다가도 관뒀다. 10년이나 지났는데. 이제와서 보내는것도 웃기지. 혹시나 해서 들어가본 내 메일도 역시 쓸데없는 내용밖에 없었다. 스펨 메일에도 들어가봤지만 똑같았다. 바보같이 뭐하는건지. 갑자기 확 정신이 들어서 컴퓨터를 끄려고 했다. 그때였다. 내 시선을 사로잡는 제목의 메일이 아니었다면 그랬을것이다. ' 고등학교 동창회는 추억입니다. ' ' 안녕하세요. 시티고등학교 동창회 총무입니다. 어느새 저희 동창회가 벌써 8회차가 다가왔어요. (중략) 그러니 가능한 모든 ' 친구 ' 여러분들이 와주셨으면 합니다. ' ' - 시티고등학교 8회차 동창회 총무 알림. - ' 그냥 동창회 라는 단어에 이끌려 클릭을 했다. 아까 편지때문인가. 무언의 형태없는 감성이 나를 콕콕 찔렀다. 어느새 8회차나 되었구나. 20살 첫 동창회때도 간적이 없어서 잊고 있었다. 그럼에도 개인적으로 연락 오는 친구도 없었다. 새삼 깨달았다. 인맥 참 얕게도 사겼구나. 시준희. 졸업을 하고 대학에 합격하고 고등학교와는 아예 단절되어 살아왔다. 결국에 나는 모든걸 외면했었다. 나는 정우가 없는 세상이 더이상 무섭고 두렵다는 이유하나라고 숨었다. 그게 나에게 더 독이 되는줄도 모르고. 벌써 해가져 방이 더 어두워졌다. 청소는 이쯤해둬야겠다. 나는 여전히 자신이 없었다. 나는 현실에 부딫힐줄 모른채로 숨었다. 그래서 동창회도 안나갔다. 그곳에 너가 나와도. 나오지 않아도. 나에겐 아픔이자 추억이었으니까. 또 다시 회상하는게 싫었다. 하지만 지금은? 방청소를 끝낸 지금에서는 다시 한번 회상하는것도 나쁘지 않은거 같다. 아무래도 그때보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그래서 다짐했다. 10년만에 동창들을 만나기로. 그곳에 너가 없어도 있어도. 상관없다. 나가서 훌훌 털어버리고 올거니까. 15. 동창회는 처음 나가는거였다. 도시술집으로 오라는 메일을 읽고 간만에 꾸몄다. 새삼 거울을 보자 고등학생때의 시준희는 보이지 않았다. 입술을 새빨갛게 칠한 어엿한 성인이 거울 앞에 앉아있었다. 좀 오바인가 싶어서 볼에 분홍하게 칠해져있던 블러셔를 문질렀다. 항상 해오던 화장인데 오늘따라 왜 이렇게 신경쓰이는지.... 가면을 쓴것처럼 어색했다. 이럴줄 알았으면 한번은 나가볼껄. 이 옷 저 옷 대보다가 그냥 제일 앞 옷걸이에 걸려져있던 연하늘색 원피스를 꺼내 입었다. 3년전 엄마의 등쌀에 떠밀려 소개팅을 갔을때 한번 입고 안입었던 옷이다. 그 이후로 애프터 신청은 상대에게도 나에게도 없었지만. 도시 술집은 집에서 가까운 편이었다. 애초에 대학도 직장도 원래 살던 동네에서 멀리 떨어진곳이 아니었다. 그래도 자취는 나의 로망이었기에 겨우겨우 설득을 시켜 성공했다. 16. ' Nobody Nobody but you~♩♩ ' 약간 오래된 도시 술집에선 노래가 흘러나왔다. 이어폰 음질을 타고 나오는거 같았다. 도시술집은 내가 고등학생때부터 동네에 자리잡은 가게였다. 미성년자는 당연히 못들어왔지만 이상하게 친근한 느낌이 드는 가게였다. 번쩍거리는 간판밑에 자리잡은 문을 열고 들어가자 역시나 북적 거리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절반이 대부분 동창회 애들이었다. 다들 못알아볼정도로 성숙해져 있었다. 그 중 나와 항상 음악실을 같이 가던 친구 한명이 나를 발견하곤 손을 들었다. " 준희야! 여기!! " 그 소리에 순간 시선 집중이 된 나는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러자 바로 소란스러워지는 가게 안이었다. " 야아! 시준희~ 완전 오랜만이다???? " " 제일 가까우면서 안온거 누구? " 맞아~ 못알아보겠어. 너무 예뻐진거 아니냐? 나는 이름도 까먹을뻔 했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얼굴이었다. 아 아니 김정우였다. 머리 위로 쓰여진건 검은 우산이었고 키는 더 커진거 같았다. 얘는 그날보다 얼굴도 우산도 더 업그레이드 되어서 왔다. 딸꾹- 헙! 민망해지게 하필 지금 딸꾹질이 나왔다. 바로 입을 막고 김정우를 쳐다보았다. 그날과 다른점이 있다면 똑바로 마주해도 동공지진이 나지 않는다는거. 더이상 이 공간엔 순수한 소녀와 소년이 아닌 성숙해진 여자와 남자만이 있었다. 분명히 데자뷰가 일어나는 같은 상황이었지만 달랐다. " 오랜만이야. " 그래. 오랜만이야. 정우야. 10년만이지. 그토록 보고싶었던 얼굴을 이럴때 마주할줄은 몰랐네. 19. 어느새 비가 그쳤다. 소나기였는지 점점 빗소리가 작아지더니 어느순간부터 내리지 않기 시작했다. 이미 술은 다 깼다. 그리고 현재 우리는 지금. 근처 공원 벤치에 앉아있었다. 사실 나도 묻고 싶은게 많았다. 왜 아무말 하지 않았는지. 내가 사물함을 보러 안갔다면 어쩔샘이었는지. 왜 직접 전해주지 않았는지. 삐삐 번호는 왜 없앴는지. 그리고...등등. 그런데 그전에 사과하고 싶었다. 미안해. 몰라줘서 미안해. 한동안 아무말 없던 우리는 김정우의 첫마디로 말을 트기 시작했다. 김정우는 마냥 하얗기만 했던 그날과 달리 많이 바뀐 분위기였다. 이상한건 그것마저도 좋았다. 마음이 10년만에 다시 그날처럼 울리기 시작했다. " 연락 없던데. 사실 너가 사물함을 보지 못했나. 생각도 했어. 너는 원래 그랬으니까. " " 그런데 이번에 동창회 나갔다는 이야기 들었어. 처음 나온거라더라. 내가 이 소식만을 기다렸어. 널 보면 답답하던 속이 확 풀릴거 같았는데 지금 네 표정 보니까 속은 몰라도 모든 의문이 풀리네.
편지, 봤지? 준희야. " 20. 씻고 침대에 누웠다. 어깨 위에 걸쳐진 수건을 치우기 귀찮았다. 다시 기억난다. 나의 대답을 듣고 그 시절 너처럼 아무 의도 없이 눈이 커져선 날 쳐다보는 너가 왜 그렇게 웃겼는지. 웃을 상황이 아니란걸 알면서도 웃었다. 김정우 진짜 바보같아. " 응. 봤어. 정우야. 봤는데 내가 너무 울었어. 그래서 몰랐어. 나한테만 조용히 전한 의미를 내가 몰랐어. 몰라줘서 미안해 정우야. " 설마 김정우. 내가 울거라곤 생각 못한걸까. 눈치가 빠른가 싶다가도 이럴때보면 정말 바보같다. 맨날 나보고 바보라고 했었으면서. 이번엔 반대네. 그 뒤로 번호를 교환하지도 않았고 특별히 언제 만나자 라고 나눈적도 없다. 그렇지만 나는 너의 메일을 알고 있었고. 내가 너에게 메일을 집에 오자마자 바로 보냈으니까 너도 이제 내 메일을 알고 있을거다. 처음 나에게 건넨 인사가 생각난다. 이제는 내 차례였다. ' 제목 : 안녕, 정우야. 나 준희야. 꼭 읽어줘!^^ ' ' 정우야. 그날 너무 정신없이 나눴던 대화 덕에 우리가 다른 이야기들을 못했어. 그래서 말인데 정우야. 질문 하나만 해도 될까? 꼭 진지하게 대답해야한다. 김정우ㅡㅡ 너 결혼은 했니? ' ' 발신인 : Seejun1234 ' ' 제목 : 시준희. 혹시 아직도 이 메일을 쓴다면 꼭 읽어주길 바람. ' ' 3일동안 고민했어. 너가 나에게 이런 질문을 보낸 의도가 뭘까 하고. 고등학생때처럼 장난치려는거면 그만 둬. 그런거라면 지금 내가 대답하는 진지함은 취소야. 취소. 나 10년째 모태솔로야. ' ' 발신인 : jeus219 ' 우리 모두는 누군가에게 첫사랑이었고 그 누군가도 누군가에 첫사랑이었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반복되고 반복되고 결국 끝은 다시 만나게 된다. 누가 첫사랑은 가슴 속에 고이 간직하는 아름다움이라고 하지만 나는 달랐다. 소심했던 나를 여기까지 이끌어준 너. 책을 멀리하던 나를 책을 내는 출판사에서 일하게 만든 너. 이 모든게 너로 인해 시작되었고 끝을봤다. 너와 시작한 이 첫사랑의 끝은 어떻게 끝날지 아무도 몰랐다. 너와 나. 오직 둘만이 알았다. 정우야. 너는 어떻게 하고 싶니? 나는 우리 둘 사이에 끝이 존재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29살의 내가 17살의 너에게 17살의 내가 29살의 너에게 다시 말할게. 좋아해. 사랑해, 정우야.
안녕. 내일도 보자. 그럼 진짜 안녕.
댓글 달아주신 모든 분들 감사해요!
원래 열린결말이 더 아련하다고 ㅎㅎ
정우와 준희의 뒷 이야기는 독자분
들이 자유롭게 생각하시면 좋을거
같아요! 그럼 다음에는 다른글로 돌
아올게용ㅇ!!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