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4월 5일. 식목일.
'빈아, 나 오늘 일때문에 늦게올거야. 이따 밤 12시 넘어야 올거같아. 알겠지? 나 늦게와도 기다리지 말고 먼저 자!'
지금은 4월 5일 오후 9시 15분.
거실 불만 켜진 어둑어둑하고 넓은 집 안에서 구수한 미역국냄새가 진동을 했다.
그리고 불이 켜져 유난히 환한 거실 소파 위에는 한 남자가 고민에 빠진 채 앉아있었다.
그의 손에 들려진 탁상용달력에는 숫자 '6'위에 빨간 동그라미가 쳐져있었다.
한동안 깊은 생각에 빠진 홍빈은 자리에서 일어나 노트북을 켰다.
'남자친구 생일선물'
'남친생일선물'
'남친이 생일인데'
'생일선물'
초록색 검색창에 일일이 무언가를 타자로 쳐내려가던 홍빈은 어느 사이트에 올라온 글을 보고 내리던 스크롤을 멈췄다.
홍빈의 눈이 반짝였다.
4월 6일 오전 12시 30분.
빛 한 점 없이 어둡고 고요한 집안에 도어락소리가 울렸다.
"홍빈아-"
일이 많이 힘들었는지 약간 흐트러진 정장차림으로 집에 들어온 재환은 현관문을 염과 동시에 풍겨오는 구수한 냄새에 미소를 짓는다.
그러고는 딱달라붙어 찝찝한 제 옷을 갈아입으러 방으로 들어갔다.
방문을 연 재환이 제일 먼저 발견한 것은 제 침대에 벽쪽으로 돌아누워 이불을 뒤집어 쓰고있는 홍빈이었다.
기다리다 지쳐 잠든 듯한 홍빈의 모습을 본 재환의 표정이 환했다.
"빈아, 안더워? 숨 안막혀?"
이불을 눈밑까지 뒤집어쓴 홍빈이 더워보여 이불을 잡아 걷었을때,
재환은 순간 자기가 헛것을 본 듯한 느낌을 받았다.
커다란 2인침대의 흰색 시트 위에 홍빈이 자기 사이즈보다 두배는 더 큰 흰색 셔츠를 입은 채로 누워있었다.
밑에는 까만 트렁크만 입은 채로.
흰 셔츠는 단추 두세개가 풀러져 홍빈의 하얀 속살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비...빈아...? 빈아...."
빈아... 그거 내옷...
아니 근데 빈아...
그때 벽을 향해 누워있던 빈이 뒤척이더니 반대로 돌아누웠다.
재환의 눈에 하얀 홍빈의 속살이 담겼다.
멍-해진 채로 홍빈을 바라보던 재환은 밑에서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을 받았다.
다리사이가 묵직해져옴을 느낀 재환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홍빈을 흔들어깨웠다.
"빈아..일어나봐..."
감겨있던 홍빈의 눈꺼풀이 들어올려졌다.
까만 눈동자엔 아직도 멍-한 표정인 재환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어...형..."
침대를 짚고 몸을 일으킨 홍빈이 헝클어진 제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 기다리려 했는데... 잠들었네..."
"야...홍빈아..."
"형..12시 지났죠...?"
잠시 흐른 정적.
그리고 그 정적을 깬건
위험하리만큼 예쁜 홍빈의 웃음이었다.
"생일축하해여..."
#HAPPYKEN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