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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리거 요소 있을 수 있습니다 *



[방탄소년단/김남준] Mellow Dream, 03 | 인스티즈



[ Mellow Dream ]


원만하고 부드러운, 네가 있는 그 세상으로.

ⓒ고또











***





귀신 앞에서도 태연하던 그대
어쩌다 눈물방울을 보인다
그대 헝클어진 머리카락에 나는
매달리듯 기댄다
이 피곤하고
치사하고 더럽게 간절한 욕망

오래 쳐다보다보면 사랑하게 된다
오래오래 쳐다보면
상심하여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우연의 그림자
그대의
서늘한 눈빛에 부딪혀
내 운명이 곤두박질친다 해도
괜찮다
그대만 허락한다면



그대만 허락한다면, 최민




***












[202x]



1. 다정한 정선생




" 오늘은 좀 일찍 일어났어? "


노트에 적힌 대로 곧장 교무실로 출근한 여주에게 낯선 목소리의 남자가 어깨를 감싸며 다가왔다.
소스라치게 놀란 여주가 무의식적으로 그 손을 쳐냈다. 


" ...아. "


남자의 손이 허공위에서 천천히 가라앉았다.
급격히 어두워진 남자의 안색을 본 여주는 아차 싶었다. 학교라면 당연히 아는 사람이었을텐데.


" 아, 죄송해요. 제가 아침이라 정신이 없어서. "


여주는 조바심에 변명을 늘어놓았다. 노트에 적힌 두 명 외에 제 병을 들키면 곤란해질테니까.
하지만 불안에 떠는 여주에 비해 남자의 얼굴은 평온했다. 잠시 얼굴을 빤히 보던 남자는 무릎을 굽혀 앉아있는 여주의 시선을 마주했다.
아까의 어둡던 낯빛은 사라진 지 오래인 듯 밝았다. 밝은 갈색 눈동자가 꼭 햇빛같았다.
느닷없는 해사함에 여주의 속이 일렁거렸다.


" 여주야. 오늘 노트 읽고 왔지? "


예상치 못한 물음에 여주가 얼어붙었다.
남자는 개의치 않는 듯 웃는 낯으로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방탄소년단/김남준] Mellow Dream, 03 | 인스티즈


" 지난번엔 좀 오래 기억해주더니, 금세 잊었네. 그 노트 속에 정선생이 나야. "
" 아, "
" 너랑 나는 전부터 친구였고. 네가 병이 생기기 전부터 우린 사귀기 시작했어. "
" ... "
" 나에 대해 조금이라도. 기억나? "
" ...미안해요. "


호석은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 같은 여주의 얼굴을 가만히 쓸어내렸다.
지독한 병이었다. 처음엔 몇 달 간격으로 저를 잊더니 이제는 한 달, 짧게는 1, 2주만에 새까맣게 제 기억을 밀어내는 듯 했다.
이 표정을 몇 번째 보는 걸까. 호석은 속으로 그 수를 헤아려보다가 그만뒀다.


" 괜찮아. 다시 기억하면 돼. 내 이름 정호석. 네 남자친구. 네가 학교에서 제일 믿는 사람. 그렇게 다시 기억하면 돼. "


여주가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한 순간에 납득할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저를 바라보는 호석의 눈빛은 지나치게 애틋하고 다정했으며 뜨거웠다.
여주는 그 속에서 열렬한 사랑을 읽을 수 있었다. 그래서 제 뺨에 닿은 온기에 조심스레 기댔다.
이기적이었지만, 지금 여주에겐 이런 따스함이 필요했다. 설령 그 사랑이 제가 응답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이라고 해도.






*





호석은 정말이지 다정한 사람이었다.
아침 교무회의에서 여주가 주춤할 때마다 옆에 꼭 붙어서 귓속말로 도와줬고, 중요한 순간마다 자기가 먼저 흐름을 주도했다.
회의 중간에 여주가 이선생과 최선생의 이름을 엇갈려 불렀을 때도 별안간 농담을 던지며 저를 향한 의아한 눈빛들을 환기시켜줬다.
그 후 음악실에 떠날 때도 걱정된다며 굳이굳이 데려다주곤 시간 나는 틈틈이 여주를 보러왔다.

체육교사라서 운동장에 나가있을 때는 쉬는 시간도 딱히 없어보이는데 2층 맨 끝에 있는 음악실에 굳이굳이 찾아와선 다음 수업에 들어올 반 아이들에 대한 크고 작은 정보들을 읊어줬다.
여주는 그 덕에 무사히 수업을 끝낼 수 있었다.

하루종일 호석의 보호 속에서 지낸 여주는 기억은 없지만 남자 하나는 제대로 잘 사귀었다고 생각했다.
저 정도로 헌신적인 사랑꾼은 드물었다. 보통 이런 큰 병에 걸렸다고 하면 도망가는 게 정상이니까.
만약 입장을 바꿔 자신이 호석의 입장에 처했다면 아마도 가장 먼저 도망가지 않았을까.


" 집 같이 가자. "


퇴근시간 때가 되자 수업자료들을 정리 중이던 여주에게 호석이 찾아왔다.
여주와 함께 가려고 일찍부터 퇴근준비를 한 모양이었다. 긴 트렌치코트를 입은 모습이 멋있었다.


" 응. 이것만 정리하고. "
" 내가 도와줄까? "
" 아냐, 금방, "


여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호석의 손이 먼저 와있었다.
진짜 악보만 정리하면 되는데. 말을 삼켰다. 전에 기억이 온전할 때도 이런 식으로 남자친구한테 의존을 많이 하던 성격이었던가. 여주는 조금 의아했다.
노트 내용도 그렇고, 아직 온전히 남아있는 기억 속에서도 여주는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게 익숙치 않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의문이 지속되기엔 호석의 행동이 숨 쉬듯 자연스러워서 여주도 가만 있기로 했다.

가까이서 함께 악보를 정리해주는 호석에게서 봄냄새가 났다. 운동장에서 뛰면서 봄바람을 한껏 맞아서 그런가.
분분히 흩어지는 창 밖의 벚꽃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햇살같은 호석과 잘어울리는 향이었다.


" 다 한 것 같은데. 갈까? "


호석이 자연스럽게 여주의 손을 잡았다.
여주는 그 모습이 어딘가 위화감이 들었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함께 학교를 나섰다.




*




" 벌써 열시나 됐네, 아쉽게. "


호석이 아랫 입술을 쭉 내밀며 제게 말하듯 혼잣말을 했다.
예상치도 못하게 밤이었다. 분명히 집을 같이 가자고 했던 것 같은데 호석은 자연스럽게 차를 몰아 예약한 식당으로 갔다.
여주가 제대로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미리 시켜놨던 스테이크가 나왔고, 파스타가 나왔고, 호석을 따라 카페에 들르고, 다시 호석의 차를 타고, 정신차려보니 어느덧 동네 골목 앞이었다.
문득 밥 먹을 때 빼고는 단 한 번도 놓지 않고 있던 손이 뜨거웠다.
여주는 빨리 벗어나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호석의 눈은 아직 차가운 초봄의 밤에서도 따뜻하게 빛나고 있었지만, 어딘가 제 마음 한 켠이 서늘했다.


" 다 왔으니까, 내려줘도 돼. 여기서 5분이면 가. "


그래서 맞잡고 있는 손을 풀면서 여주가 호석을 향해 인사를 했다.


" 왜. 내가 문 앞까지 데려다줄게. "
" 아냐. 굳이 내리지마. 피곤하잖아. 너 여기서 집까지 멀다며. "
" 그렇긴 한데. "
" 여기까지 데려다 준 것도 고마워. 얼른 들어가. 내일 출근해야지. "


웬만해서는 그냥 집으로 돌아갈 것 같지 않은 호석의 태도에 여주는 타이르듯 말했다.
호석은 다정하고 친절하지만 어리광이 좀 있는 편인 것 같았다.


" 아쉬워서 그러지. "


호석이 쳐진 눈을 하고 여주를 품에 안았다.
안는 순간 흠칫 놀라는 여주를 느꼈지만 호석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저 어깨에 얼굴을 묻고 여주를 있는 힘껏 안았다.
맞닿은 가슴께에서 쿵쿵,하고 여주의 심장이 뛰는 게 느껴졌다. 물론 제 심장보단 많이 느렸지만.

호석은 잠시 그 심장고동을 느끼다가 고개를 들었다.
코 앞에 여주의 얼굴이 있었다. 둥근 이마, 동그란 코, 큰 눈, 빨간 입술. 이다지도 사랑스러운 여주가 지금은 자신의 품 안에 있었다.
견딜 수 없을 만큼 행복했다. 심장을 비집고 튀어나온 말들이 호석의 입술 언저리에서 맴돌다가 결국 여주에게 쏟아졌다.


" 사랑해. "


호석은 놀란 눈으로 저를 바라보는 여주에게 빙긋 웃고, 그대로 제 입술을 여주에게 갖다댔다.
여주의 뒷목이 쭈뼛 섰다. 마치 피하는 것처럼. 하지만 호석은 그 뒷목과 뺨을 감싸 제게 더 가까이 당겼다.
깊어지는 입맞춤에 여주는 굳은 채 눈을 감았다. 아까는 그리도 다정하고 따뜻했던 호석이 마치 낙인을 찍는 것처럼 거칠고 격하게 입맞춤을 해왔다.
여주는 기억하지 못하는 제 연인의 입맞춤이 너무나도 생경했다. 호석의 숨결이 봄냄새보다 더 지독하게 느껴져서, 차 안의 모든 공기가 사라진 기분이었다.

호석의 손이 여주의 어깨를 쓸어넘기며 자연스럽게 허리를 깊숙이 감쌌다.
여주는 격한 입맞춤에 정신이 나가서 이끌리는대로 움직이다가 급하게 호석의 어깨를 눌러 떼어냈다.
어느새 호석은 조수석을 뒤로 젖혀 여주를 품에 안고 있었다. 햇살같던 눈이 정염에 사로잡힌 눈으로 변해있었다.
숨막히는 적막 속에서 여주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 ...무서워. " 


여주의 입술께가 떨렸다. 제 품에 안긴 여주가 두려워 하고 있었다.
호석은 시선을 떨구며 가, 한 마디를 하곤 차 문을 열어줬다.






*



[방탄소년단/김남준] Mellow Dream, 03 | 인스티즈


여주가 골목을 벗어나는 모습을 호석은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 나는 아직까지도 너한테 안되는 게 있나봐. "


결코 닿지 않을 혼잣말이었다.
한동안 죄책감에 시달릴 것 같았다. 아주 오래전에 떨쳐냈다고 생각한 그 감정들이 호석의 가슴을 먹먹하게 감싸왔다.
호석은 지끈해진 머리를 뒤로 젖힌 채 눈을 감았다.



' 나 좀 어떻게 해줘, 호석아. 나 좀 도와줘. 제발. '



눈 감은 저 편에서, 그 목소리가 다시 들려오는 것 같았다.










[방탄소년단/김남준] Mellow Dream, 03 | 인스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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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X]

2. 와르르



여주는 평소보다 일찍 집을 나섰다. 엄마를 통해 남준이 내일부터는 더 일찍 학교로 나간다는 첩보를 들었기에.
다른 사람이 보면 모범생으로 착각할 것 같았다. 개학 첫날부터 새벽같이 등교를 하고 있으니.

'드륵'

여주가 무료하게 교실에서 피곤을 덜어내고 있는 사이, 남준이 문을 열고 교실로 들어왔다.
들어오자마자 마주한 여주의 얼굴에 남준은 미간을 좁혔다.
남준은 저에게 '싫다'고 대놓고 말한 날부터 제게는 표정을 숨기는 법이 없었다. 눈만 마주치면 노골적으로 싫어하고 질색하는 표정을 지었다.
여주는 그 표정에 기분이 상했지만 입술을 깨물었다. 어쨌튼, 어제 자기를 구해준 애였다.


" 안녕. "


평소엔 일찍 와서 단 둘이 교실에 있어도 단 한마디도 않던 여주가 제게 인사를 건네오자 남준은 의아했다.
그래서 제 앞에 선 여주를 바라보기만 했다.


" 야, 아무리 내가 싫어도 인사까지 씹냐. "
" ...안하던 짓은 왜 해. "
" 어? "
" 평소엔 피하더니. "


여주는 섬짓했다. 남준은 마치 여주가 학기 초부터 일부러 자신을 피한 걸 알고 있던 것처럼 말을 하고 있었다.
사실 여주는 오히려 남준보다 더 그를 피하고 있었다. 다른 애들보다 30분은 더 일찍 등교하는 남준의 생활패턴 덕에, 더 일찍 교실에 도착한 여주는 남준이 교실에 도착하면 30분간을 함께 있어야 했다. 극과 극의 자리에 앉아서, 한 마디도 않은 채.
가끔 남준이 고개를 들어서 눈이 마주칠 것 같으면 곧장 창문가로 고개를 돌리거나, 엎드려서 자는 척을 하는 등 연기를 하던 여주였다.


" 아니. 그건 어색하니까. "
" 그럼 지금은 안어색한가봐. "


망할 놈. 한 마디를 지는 법이 없었다.


" 처음부터 피하려고 한 거면 계속 그렇게 해. 갑자기 친한 척 하지 말고. "


정곡을 찌르는 남준의 말에 여주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따지고 보면, 자기가 먼저 피한 것이었다. 제 기준으로 남준을 평가하고 재단한 건 자신이었다.
공연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저를 지키겠다고 남을 배척했던 지난 행동들에 죄책감이 들었다.
여주는 잠깐 무슨 말을 꺼낼까 고민하다가 준비했던 딸기우유를 남준에게 건넸다.

' 우유 속에 풍덩 빠진 딸기공주 '
익숙한 이름에 남준이 눈썹을 꿈틀거렸다.


" 일부러 그런 건 아니야. 나 좀 지키려고 그랬어. "
" 뭐? "
" 학교생활 좀 편하게 하려고. 적당히 바보같이 굴면서 평범한 애로 졸업하는 게 목표였거든. 그런데 너같이 똑똑하고 영리한 애한테 눈에 띄면 좋을 게 하나 없어서 그랬어. "
" ... "
" 나 여기 오기 직전까지 왕따였거든? 그거 진짜 지긋지긋해서 도망치다보니까 너까지 피하려고 했나봐. "
" 굳이 그런 걸 나한테 말하는 이유가 뭐야. "
" 미안하니까. 내가 널 잘못 생각한 것 같아서. "
" 뭐. "
" 넌 착한 애잖아. 내가 생각한 그런 나쁜 애가 아니잖아. "


마뜩찮은 표정으로 여주를 올려보던 남준의 표정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 무슨 근거로. "
" 어제 나 도와준 것만 봐도. "
" 착각하지마. 너 때문이 아니라 그 새끼가 애비 없는, "


남준은 거기까지 말을 잇다가 참았다.
그 자식이 여주에게 한 말이 마치 제게 한 것 같아서 참을 수 없었다는 이야기는 도저히 할 수 없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애비없는 자식이라며 뺨을 때리는 그 모습이 마치, 그 집에 처음 들어가 사장에게 수모를 겪었던 저와 똑같아서 그랬다고,
다들 두려움에 질린 눈으로 바라보지만 정작 아무도 손 내밀어주지 않는 그 모습이 집 안에서의 제 모습같았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었다.


" ...내가 착해서가 아니고. 누구라도 도왔을 거야. "


그래서 남준은 마음에도 없는 말로 대꾸할 수 밖에 없었다. 아무도 돕지 않을 걸 알면서도.


" 거짓말. 아무도 안도와줄 거 알잖아. "
" ... "
" 나도 그래서 맞고도 가만히 있던 거야. 어차피 아무도 안도와줄 거 아니까. 근데 네가 도와준 거야. 솔직히 무서웠잖아 너. "


여주는 떨리던 남준의 손을 기억했다.
아무리 덩치가 크고 고등학생으로는 전혀 보이지 않는 외형이라곤 해도, 고작 열일곱이었다.
평온을 가장한 남준의 얼굴 속에 깃든 두려움과 조바심을 여주는 알고 있었다. 제게 차갑게 구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 그 순간에 싫어하는 날 도와준 건, 너는 어쩔 수 없는 착한 애란 거야. 아닌 척 굴어도. "
 

거기까지 말한 여주는 제 시선을 맞추지 않는 남준에게 딸기우유를 더 가까이 들이밀었다.


" 이거 어제 폐기가 하나 나와서 먹어봤는데 맛있더라. 굳이 굳이 이거 고르는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고. "
" ... "
" 고마워. 어제 도와줘서. "


여전히 남준은 시선을 피한 채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잔뜩 마음에 안든다는 얼굴을 하곤.
여주는 아, 그리고, 하며 주머니 속에 있던 삔을 꺼내들었다.


" 어차피 카운터에 오면서 가까이 있던 거 들고 온 거지? "


그 소리에 남준이 고개를 들었다.
여주의 손에 들려 있는 건 병아리 모양의 작은 삔이었다. 어제 카운터로 가면서 집히는 대로 가져온 게 삔인 모양이었다.


" 어차피 돌려줘도 버릴 거지? "
" 어. "
" 그럼 나한테 버리는 걸로 해. 내가 아껴쓸게. "


남준은 당당하게 다시 삔을 제 주머니에 집어넣는 여주를 보며 기가 찼다. 뻔뻔도 했다.


" 너한테 준단 말 안했는데. "
" 어차피 버릴 거라며~ 나 이런거 하나도 없어서 어차피 필요했단 말야. "


여주는 언제 그렇게 편해졌는지 어리광 부리듯이 주머니를 두 손으로 감싸고 빼앗기지 않으려는 포즈를 하고 있었다.
순식간에 벽이 허물어진 것 같았다. 내내 저를 피하더니 이렇게 느닷없이.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 잘 쓸게, 남준아. " 


한쪽 고개를 까딱,하며 눈까지 찡긋 거리는 게 미친 사람같았다. 그리고 또 저렇게 다정한 호칭까지. 괜스레 속이 울렁거렸다.
여주는 뒤돌아 제자리로 가다가 문득 생각난 듯 남준을 불렀다. 남준은 짜증을 숨기지 않은 채 쳐다봤다.


" 너 나 아직도 싫어하지? "


여주의 물음에 남준은 고개를 돌렸다. 당연한 걸 묻냐는 듯이.
여주는 그 반응에도 아랑곳않고 생각지도 못한 말을 남준에게 돌려줬다.


" 근데 어쩌냐. 난 이제 너 안싫은데. "


홀가분한 얼굴로 빙긋 웃곤 뒤돌아가는 여주의 뒷모습을 보던 남준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마음 속 무언가가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3. 격랑





" 김여주학생, 채혈할게요. "


주사바늘이 팔사이를 뚫고 들어왔다. 여주는 온 몸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주사바늘이 살을 뚫고 들어올 때는 사실 따끔만 하지만, 이 쇠로 된 작은 바늘이 제 몸에 들어오는 광경자체가 끔찍했다.
첫 학교를 입학하면 항상 있는 건강검진이었다. 하지만 이 학교는 무려 전용병원이 있어서 수업을 하루 쉬고 원하는 부분까지 정밀진단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게다가 무료! 등록금으로 지원되는 거라며. 전액 장학금을 받는 여주입장에서야 완전 땡큐였지만, 역시 채혈은 너무 싫었다.
소리도 못지르고 으윽, 낮은 신음만 내뱉고 있는 와중이었다. 그 때 저 멀리서


" 으아악! "


김태형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남자애들이 받는 곳은 한참을 걸어가야 하는 곳이었는데, 여기까지 들려오는 걸 보니 난리도 저런 난리가 없지 싶었다.
여주는 차라리 자기가 낫다며 위안을 했다. 나오려는 신음을 참고 저렇겐 되지 말아야겠다, 다짐했다. 


" 다 되셨어요. "


여주는 빠지는 주사바늘에 다시 소름이 돋았다.
저 멀리서 링겔을 꽂고 돌아다니는 환자들이 새삼 대단해보였다.

채혈을 끝낸 애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어딜 갈까, 뭘 하고 놀까 등등을 열심히 토론 중이었다.
여주를 제외한 모든 여자애들이 피검사만 신청한 것 같았다. 뭐, 좋은 집안에서 잘먹고 잘자란 애들이야 걱정이 없겠지 싶었다.
한 번 제대로 검사받으려면 최소 몇십은 깨지는 건강검진은 여주 인생에서 꿈 꿀 수 없는 특혜 중 하나였다.
그래서 이번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하루 수업 빠지는 날 못 노는 게 좀 아쉽긴 하지만.


" 심장 MRI 신청하셨죠. "


떠들썩한 여자애들 사이에서 우두커니 서있던 여주에게 간호사가 차트를 들고 다가왔다.


" 아. 넵. "
" 그럼 4층 가셔서 대기하실래요? 다른 분이 먼저 지금 얘기 중이셔서요. "


네, 여주의 답을 들을 틈도 없이 간호사는 빠른 걸음으로 사라졌다. 여주는 무안해서 잠깐 어깨를 으쓱했다가 4층으로 올라갔다.







*








대기인원은 꽤 됐지만 대기실이 지나치게 조용했다. 아까 애들 사이에서 있다와서 그런가, 무겁게 가라앉아있는 침묵이 불편했다.
접수대에서 간호사는 촬영 이후에 바로 보이는 건 의사선생님이 전달해줄 거고 정확한 진단결과는 한 번 더 와야한다는 말을 했다.
엄마 말마따나 MRI는 비싸니까 꼭 하라는 말에 따라 신청한 거라서 여주는 심드렁했지만, 진짜 문제가 있어서 온 사람들이라면 숙연할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주는 괜히 불편해서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다가, 대기인원의 이름이 적힌 모니터를 발견했다.
쭉 이름을 읽어내려가는데 '진료중' 칸에 낯익은 이름이 하나 있었다.


" 김남준...? "


여자애들 말로는 남자애들도 전부 피검사만 신청하고 놀러갔다는 것 같은데, 모니터에 떡하니 김남준이라는 이름이 적혀있었다.
김남준이라는 이름이 드문 건 아니었지만 어쩐지 불안했다. 다른 진료실은 금방 사람이 들어갔다 나오는데 김남준이 적혀있는 진료실만 20분이 넘게 요지부동이었다.
촬영실도 아니고 진료실인데. 대기실 TV에서 여주가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는 드라마가 한참이었지만, 여주는 모니터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띠링'

꽤 오랜 시간 끝에, 김남준이라는 이름이 떠있던 진료실에 다른 이름이 떴다.
여주는 제발 아니길 바랐다. 불안해지는 이 기분이 너무 싫었다.
하지만 여주의 바램과는 무색하게도 진료실에서 제가 알던 그 남준이 나왔다. 아주 어두워진 낯빛으로.
남준은 시선을 바닥에 둔 채 빠른 걸음으로 복도쪽을 향해 걸어나갔다.

따라가야했다. ...아니, 왜?
순간적으로 따라가야한다는 생각이 든 여주가 몸을 일으키다 멈칫했다.
분명히 알고 있었다. 주제 넘는 행동이라는 것. 따라가봤자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단 것.

그 때 간호사가 일어선 여주를 향해 말했다. 


" 김여주님, 3촬영실로 들어오세요. "


여주는 간호사를 잠깐 바라봤다가, 방향을 고쳐 틀었다.


" 죄송해요, 저 검사 안할게요! "


하지만 여주는 이 즉흥적인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빨리, 달려가고 싶었다. 저 밑도 끝도없이 쓸쓸해보이는 뒷모습에게로.



[방탄소년단/김남준] Mellow Dream, 03 | 인스티즈






*







남준은 어디로 사라진 건지 달려가도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분명히 이쪽 복도로 사라졌는데, 아무리 뒤져봐도 빠질만한 데가 없었다. 아예 병원 밖으로 나갔나? 하지만 직감적으로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어딘가 혼자 있을 만한 곳이지 않을까. 여주는 쭉 걸어서 도착한 복도 끝 비상계단쪽 문을 열었다.

살짝 열어본 비상계단 안쪽에서, 어두컴컴한 구석에서 하염없이 핸드폰을 바라보고 있는 남준의 뒷모습이 보였다.
핸드폰 화면이 유난히 밝았다. 지나치게 어두운 비상계단에서의 유일한 빛인 것 처럼.
자세히는 안보였지만 어딘가 전화를 거는 것 같았다. 똑같은 번호에 전화를 걸고, 또 걸고, 또 걸고 있었다.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아무도 없는 비상계단에서 남준의 핸드폰에서 나오는 소리가 메아리치듯이 울렸다.
하지만 남준은 아랑곳않고 계속해서 걸고 있었다. 긴 신호음이 이어졌다. 여주는 함께 듣고 있기가 고통스러워졌다.
그 순간 남준의 핸드폰 건너편에서 찰칵, 하고 받는 소리가 들려왔다.


" 갑자기 무슨 일이야. 바쁘니까 용건만 간단히 해. "


젊지 않지만, 고상한 목소리의 여자였다. 하지만 지나치게 냉랭한 목소리였다.
남준은 뜸을 들이는 것 같았다. 말하기 힘든 것처럼, 어깨가 몇 번이고 움찔해왔다.


" ...어머니. 저 좀, 데리러 와주시면 안될까요. "


잔뜩 움츠러든 목소리였다.
간신히 말하는 목소리에 망설임과 초조함이 묻어났다.


" 얘가 갑자기. 엄마 사장님 모시러 가야해. 오늘 갑자기 집에 오신다고, "
" 그래도, 그래도. 오늘 하루만 저 데리러 와주시면 안돼요. "


전화 건너편 상대가 잠시 말을 멈췄다.
여주는 속으로 바랐다. 제발 오기를. 제발, 데려와주기를.


" 김남준. 너 열일곱이야. 엄마한테 투정부릴 나이는 지났어. "
" ... "
" 안그래도 오늘 문자 보내려고 했는데, 잘됐네. 오늘 사장님 집에 오시니까 좀 늦게 들어오렴. 끊는다. "


남준이 말을 더 이을 새도 주지 않고 전화가 끊겼다.
끊긴 전화를 내려다보는 남준의 어깨가 순간 무너지는 것 같았다. 넓은 등이 한없이 왜소해보였다.
이윽고 핸드폰 화면이 꺼지면서 모든 게 암흑 속으로 사라졌다. 뒤돌아있는 남준의 표정은 어떨까, 울고있진 않을까, 상처받진 않았을까.
여주는 미친 듯이 남준이 걱정됐다. 가슴 한 켠이 누군가 죄여오는 것처럼 아팠다. 주제넘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주제에.
여주는 몸을 기울이다가 그만 문을 활짝 열고 말았다.

어두컴컴한 비상계단에 복도의 불빛이 들이쳤다. 그 빛이 오롯이 남준을 향해 비춰졌다.


" ...너. "


흐트러진 눈빛의 남준이 들이닥친 빛을 모조리 머금고 있었다. 이미 먹먹해진 여주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 네가 왜 여기, "


빛을 등지고 선 여주의 얼굴이 어두웠지만 남준은 알 수 있었다.
저 아이가 울고 있다.


" 남준아. "


자신때문에.


" 미안, 미안해. 진짜 미안해. "


멈추지 않는 눈물을 거칠게 닦아내는 여주에게로 남준이 다가갔다.
연이어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었다. 남준은 속깊이 끓어오르는 감정을 견딜 수가 없었다.
가장 숨기고 싶은 순간을 목도당했다. 이 아이에게, 그렇게도 싫은 아이에게, 어쩌면 가장 숨기고 싶었던 아이에게.
남준은 입술을 깨물었다. 어떻게 해야할 지 스스로도 자제가 안되는 감정들이 입가를 맴돌았다.
여주는 남준에게 격랑이었다. 휘말리고야 마는, 거친 파도.


" 제발, 내 인생에서 사라져주면 안될까. "


남준은 여주의 앞에서 제 자리에서 꿋꿋이 서있을 수가 없었다. 이 아이는 저를 가만두질 않았다.


" 부탁이야. 김여주. "


남준은 끊어내고 싶었다.
이 아이를, 제 인생에서.



















*브금을 멈춰주세요*




4 . 이다지도 어리석은,





" 여주는 좋겠네. 창가자리도 앉고. 부반장도 되고. 반장이랑 짝꿍도 되고. "


[방탄소년단/김남준] Mellow Dream, 03 | 인스티즈





점심시간, 맞은 편에 앉아서 급식을 먹고 있던 태형이 삐죽한 얼굴로 그런 말을 건네왔다.
자신이 탐내왔던 자리를 결국에는 빼앗겼다며 볼멘소리도 빼먹지 않고.


" 뒤질래? "
" 뭐가아. 너 원하던 대로 됐잖아. 아쒸, 나 거기 진짜 앉고 싶었는데. "


여주는 제 속도 모르고 마냥 부러워하는 태형의 머리통을 밀었다.
여주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원치 않는 방향으로 모든 게 이뤄지고 말았다.

건강검진이 있었던 날 이후, 그래도 제 장난이나 인사는 건성으로 받아주던 남준은 저를 투명인간 취급하기 시작했다.
전에는 싫으면 싫은 티를 내고 짜증나면 짜증난다고 말하던 그였는데, 이제는 완전히 없는 사람취급을 했다.
게다가 30분은 일찍 나오던 남준이 어느 순간부터 등교시간에 딱 맞춰 오기 시작했다. 저와 단 둘이 있는 그 교실조차 참을 수 없는 것 같았다.

여주는 속이 쓰리긴 했지만 당해도 싸다고 생각하긴 했다. 선을 넘은 건 자신이었으니까.
아마도 가장 숨기고 싶은 순간이었을 것이다. 남준이라면 더욱더.
그래서 여주도 일부러 더 멀리하려고 노력했다. 이따금씩 말 걸고 싶은 순간들이 찾아오긴 했지만, 꾹 참았다.
집에서 우연히 남준의 모습을 멀리서 보게 될 때도 눈에 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더이상 몰라도 될 부분까지 알아선 안됐다.


그렇게 남준의 말대로 멀어지는가 싶었다. 오늘 망할놈의 HR시간 전까지는.

오늘 아침, HR시간에 예정되어있던 반장선거에서 애들의 만장일치로 김남준이 뽑혔다. 예상했던 결과라 여주도 심드렁했다.
하지만 부반장의 경우엔 학기 초라서 서로 데면데면한데다가 남준 외에 눈에 띄는 아이가 없어서 추천을 받기로 했다.
누가 되든 관심이 없던 여주는 마냥 창 밖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 때 별안간 큰 소리가 들렸다.


" 김여주요! "


망할 놈의 김태형이었다.
안그래도 요즘 애들이 자꾸 김남준만 나오면 제 이름을 찾는 통에 곤란했는데 아주 쐐기를 박는 것 같았다.
여주가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지만 담임은 기어코 제 이름을 적고 투표에 부쳤다. 여주를 포함한 부반장 후보 두 명.
투표 결과는 11:8. 아주 투-명하게도 인기 많은 남준을 다른 여자애들에게서 떨구려는 의도로 남자애들은 전부 제게 표를 던졌고,
여자애들은 전부 다른 후보에게 투표를 던졌다. 그 사이 무효표 한 표는, 결과가 발표되자 짜증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는 김남준 것이었을 테다.


" 감사합니다. 앞으로 반을 잘 이끌어나가겠습니다. "


교탁에 서서 당선소감을 말하는 남준이 무슨 나라를 세운 것 마냥 건실해보여서 여주는 그 옆에 쪼그라들어있는 자신이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소감을 끝내고 제 옆에 서려고 고개를 돌린 남준의 표정이 당장 부서질 것 같이 차가웠다.
오랜만에 마주하는 탁한 눈빛에 온 몸이 얼어붙는 것만 같았다. 그 얼굴에 대고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심경이었다. 나도 하고 싶지 않았다고, 나도 진짜 노력하고 있다고!
하지만 제 소리가 남준에게 닿을리가 만무했다. 그의 표정은 가까워질수록 얼어붙었으니까.

담임의 지시로, 새로 뽑힌 반장과 부반장이라는 명목으로 자리 제비뽑기를 주도했다.
계속해서 무거운 기운을 내뿜는 남준의 곁에서 뽑기용 종이를 만드느라 온 기운이 다 빠질 지경이었다.
그래서 제비뽑기를 시작할 때 일부러 맨 먼저 한 장을 뽑아놨다. 남준과 제일 멀리 떨어진 자리가 되길 간절히 빌면서.


" 김여주, 너 몇번이냐? "


태형이 종이를 들고 여주에게 다가왔다. 원하던 자리가 아닌 듯 아랫 입이 나와있는 상태였다.


" 11번. "
" 엥. 또 창가자리네! 아잉, 뭐야. 나 10번인데~! "


우연찮게 뽑은 자리는 창가자리 그대로였다. 나쁘지 않았다. 남준은 앞자리를 뽑을 거라고 대충 예상했으니까.
하지만 앞자리에 태형이 앉은 건 좀 마음에 안들었다. 

아이들이 하나둘씩 제비를 뽑고 칠판위에 적어놓은 자리에도 이름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끝이 다가오는데 불안하게 여주의 옆자리인 12번이 불리지 않았다. 남준은 남은 제비를 가져가기로 했는데, 미칠 것 같았다.


" 아, 13번이잖아. "


마지막 제비를 뽑은 남자애가 망연자실한 얼굴로 종이를 찢어버렸다.
여주는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제비통에서 남은 종이를 보고 칠판을 확인한 남준의 표정이 다시 한 번 어두워졌으니까.


" 오올~반장 부반장 옆자리야? 운명이네~ "


깐족대는 태형의 목소리는 들릴리 만무했다.
마음먹고 좀 멀어져보겠다는데, 왜 이렇게 자기를 남준에게 몰아붙이는 것 같은지. 여주는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












" 반장이랑 부반장은 남아서 학급회의록 정리하고 교무실로 가져다 주세요. "


담임은 상큼하게 종례를 하고 교실을 나가고 반 아이들도 순식간에 교실을 빠져나갔다.
소름끼치는 정적이었다. 이렇게 공기가 무거워도 되나 싶고, 이러다 교실이 무너지는 건 아닌가 싶었다.


" 내가 정리할게. 넌 그냥 가. "


정적을 깨고 남준이 저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말했다.
그리곤 대답도 듣지 않고 혼자 회의록을 정리하러 자리에 앉았다.
혼자 덩그러니 서있던 여주는 양이 꽤나 많은데, 싶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 가라고. "


남준은 냉랭한 목소리로 여주의 허리를 쿡 찔렀다. 얼른 제 눈 앞에서 꺼지라는 듯 험악한 표정이었다.
전에는 저 얼굴을 보면 조금 상처였던 것 같은데, 여주는 이젠 별로 와닿지 않는 타격감에 기분이 이상했다.
알 것 같았다. 저 구겨진 표정 속에 숨겨둔 남준의 진짜 심정을.


" ...미안해. "


두서없이 사과가 먼저 튀어나왔다.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도저히 머릿 속에서 정리가 되지 않는 말들 뿐이었다.
느닷없는 여주의 사과에 회의록을 옮기고 있던 남준의 손이 멈췄다.


" 사과할 타이밍이 없어서 못했어. 미안해. 사실은, "
"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는 변명은, "
" 일부러 그런 거 맞아. "


여주의 말투가 단호해졌다.
여주는 궁색한 변명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게 남준에게 더 상처가 될 거란 걸 알았으니까.


" 대기하는 동안 내내 모니터에 떠있는 너 이름만 봤어. 그게 20분이었는지 30분이었는지는 모르겠어. 시간 볼 틈 없이 내내 그러고 있었거든. "
" ...왜. "
" 네가 아니길 바랐으니까. "


숨 쉴 틈도 없이 답하는 여주의 표정에 흔들림이 없었다.
교실 안의 모든 공기가 순식간에 붕 떠올랐다. 


" 난 병원 잘 모르지만, 그렇게 오랜 시간동안 진료실에 있는 게 무슨 의미인 지는 알아. 그래서 네가 아니길 바랐어. "
" ... "
" 네가 걱정됐으니까. "
" 네가 왜. "
" 몰라. 나도 진짜 모르겠어. 네가 거기서 나오니까 순간적으로 몸이 반응하고, 촬영도 마다하고 너가 간 쪽으로 뛰어간 거, 비상계단에서 너 보니까 눈물난 거, 그게 전부 뭐였는지는 설명 못해. "
" ... "
" 그냥 너 보니까 그러고 싶었어. 그 뿐이야. "



한층 짙어진 눈가로 저를 바라보고 있는 남준을, 여주는 똑바로 쳐다봤다.
닿기를 바랐다. 너를 걱정했다는 것, 너를 염려했다는 것, 혼자 두고 싶지 않았다는 것.
점점 차가워지는 남준의 표정에 여주는 떨리는 손을 뒤로 감췄다.

억겁같은 적막이 둘 사이에 흘렀다. 여주는 더이상 견디지 못하고 주제넘어서 미안해, 란 말을 마지막으로 교실을 나섰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빨리 학교를 벗어나야 했다. 넓은 학교의 복도가 유난히 길었다. 여주는 빠른 걸음으로 복도를 지나쳤다.
하지만 얼마 못 가 뒤에서 저를 쫓아온 남준에게 손목을 붙잡혔다.

강한 힘에 끌려 몸이 빙글 돈 여주는 남준의 얼굴과 지나치게 가까이 붙었다.
남준의 숨결이 느껴질 정도의 거리였다. 여주는 뒷걸음질쳤지만 남준이 손목을 더 당겨 붙었다.


" 네가 뭔데. "
" ...뭐? "
" 네가 왜 날 걱정해. 왜 날 보고 울어. "


따지듯 묻는 남준의 얼굴에 분노가 서려 있었다.
아까는 얼어 붙을 것처럼 차갑더니, 이제는 가까이 가면 데일 것처럼 뜨거워져 있었다.
여주는 저조차 결론내리지 못한 질문을 읊는 남준이 당혹스러웠다.


" ...날 좋아하기라도 해? "


둘 데없이 눈동자를 정처없이 움직이던 여주가, 남준의 말에 모든 행동을 멈췄다.
이번엔 남준이 먼저 여주의 눈을 바라보았다. 저를 피하는 여주의 눈빛이 그녀의 입보다 먼저 대답을 하고 있었다.

남준은 여주의 교복 자켓에 끼워져있는 병아리 모양 삔을 발견했다.
여주는 말없이 어딘가에 시선을 고정한 남준을 따라 고개를 내렸다. 가슴팍에 꽂아둔 병아리 삔이었다. 가져간 이후 아무 생각없이 항상 꽂아놨던.
여주는 급하게 삔을 숨겼다. 하지만 남준은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곤 코웃음을 흘렸다.


" ...왜 웃어. "


어울리지 않게 차가운 얼굴로 묻는 여주가 남준은 우스웠다.
남준은 여주의 얼굴에서 사랑에 목 메던 제 어머니의 모습을 발견했다.
미련하긴 해도 눈치 빠르고 똑똑한 아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다지도 어리석었다.


" 왜 웃냐고 묻잖아. "


금방이라도 코 끝이 닿을 거리였다. 하지만 여주는 저를 비웃는 남준에게 화가 났다. 물러설 수 없었다.
만연하게 드러난 제 감정이 부끄러웠지만, 그럼에도 비웃음 거리가 될 가벼운 감정은 아니었다.

남준은 그 어리석고 가여운 얼굴을 내려다 보았다.
알 것 같았다. 이 아이가 싫은 이유를.


" 그렇게 나를 좋아하면. "
" ...뭐? "
" 내가 뭐라도 해줄까. "


여주가 대답할 틈도 없이 남준이 거리를 좁혀 키스를 해왔다.
입술이 닿자마자 넘어오는 남준의 숨에 여주는 뒷걸음질쳤지만, 강렬하게 부딪혀오는 남준이 더 빨랐다.
숨을 거듭할 수록 남준이 온 몸으로 감겨왔다. 여주는 그를 거부할 수 없었다. 남준은 그걸 알고 있었다.

사랑에 빠져 모든 판단기능을 상실하는,
제 자식조차 버린 제 어머니를 닮은 아이.

남준은 그런 여주가 끔찍히도 싫었다.














***











오늘 쉬는 날이라서 12시간을 장장 이 글에 매달렸어요...실환가!!?ㅋㅋㅋㅋ
근데 필력이 한계가 있어, 쓰다가 이게 맞나, 이게 맞나 싶어서 계속 지우다 쓰다를 반복했네요ㅋㅋㅋ

어우...근데 쓰고 보니 한 화에 키스신이 두개나 있네요...????
의도한 건 아뉜데...증말 아닌데..,

오늘 글이 시작 되기 전에 쓰여진 저 시는,
아마도 주인공 세명에게 전부 해당되는 내용이 되지않을까 한 번 무책임하게 던져봅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 보이시나요,,,?
남주니가 곧 후회공이 될 거란 것,,,?

그 날 까지 열심히 달려봐요. 천천히 함께 가요 독자님들!






<암호닉> / 02화 기준



느낌표님, 라호님, 보라해님, 뀨링님, 연꽃님, 잠만보님, 블루님, 짱밍님, 지온님

방람둥이님, 싱글벙글님, 연탄이발톱님, 스메랄도님, 빙빙님, 솝소비님, 윤꼬꼬님, 솜사탕님, 너만볼래♥님, 가든님, 23층님, 슈르님

개굴쓰님, 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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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느낌표입니다! 정선생이 호석이일 거라고 예상 못했는데,,,ㄴ’ㅇ’ㄱ 아직까지는 과거와 현재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절 모르겠어서 지켜보고 있는데 재밌네염 희희 오늘도 잘 봤습니당💜💜
4년 전
독자2
뀨링입니다 ! 오늘은 참 많은 내용이 담겨져 있는거같네요.. 아주 그냥 내용 전개되면서 찌통 맴찢 여러 번 올거같네요 .. 아 그리고 개인적으로 궁금한 점이 있었는데 제가 시를 잘 찾아서 읽는 편이라 처음에 있는 시는 어떻게 찾아오시는 건가요 ? 시집을 주로 많이 읽으시는 건가 해서용
4년 전
독자3
연꽃입니다 아휴 호석이가 여주를 좋아해서 남자친구라고 거짓말을 쳤군요. 그래도 너무했어 호서가..
준아ㅠㅠㅠㅠㅠ너 왤케 찌통이야 진짜. 준이가 병으로 죽어서 여주의 꿈 속에만 나타날 수 있나보네요. 여주도 병 걸렸는데 준이가 너무 소중해서, 서로가 서로에게 너무나도 소중해서 꿈 속에 나타나고 기억하려고 하고 그러는 걸까요.. 한 편 한 편 읽을 때 마다 다음 편이 너무 기다려집니다. 그리고 선샘밈! 12시간이라뇨ㅠㅠㅠㅠㅠ! 너무 수고 많으셨어요❕ 덕분에 좋은 글 읽는 힐링의 시간을 가졌네요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감사해요💜

4년 전
독자4
블루입니다! 저 문창과 졸업생인데 저보다 필력 좋으세요ㅠㅠㅠㅠ
4년 전
독자5
설마 서브 남주가 호석일 거라고 생각 못 했는데, 진짜 오늘 보는 호석이의 다른 면이 상당히 매력적이네요❤️❤️
진심으로 호석이가 여주를 좋아하기에 남자친구라고 말을 한 것 같군요. 얼마나 좋아하면 이렇게 가슴 아픈 상황에 스스로 걸어들어 온 것인지.. 근데 너무 갑작스러운 키스들...
아 저 이런 거 참 좋아하는데 핫핫핫💜💜
호석이 스킨십에 박력적이고 남준이는 하... 이거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남준이도 박력 있는 것 같아서 미쳐버리겠네요... 꿈속의 남자인 남준이의 미래가 도대체 어떨지 자꾸만 슬픈 상상하게 되는 제가 밉네요..
제발 그렇게 되지 않기를 ㅠㅠ 우리 남주들과 여주 모두 행복하게.. 해주시면.. 안될까요?
크흡 오늘도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작가님 오늘 쉬는 날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이 글을 써주셔서 감사드려요😋
또 기대하고 갑니다💜💜 #스메랄도

4년 전
독자6
지온입니다!!! 작가님이 고심 끝에 써내린 글이라는게 문체에서 너무 잘 느껴지는 것 같아요 ㅠㅠ👍🏻 호석이도 좋고 남준이도 좋고 어떡하죠 ㅎㅎㅎ.. 그리고 저는 첫 부분에 실린 시가 너무너무 좋아서 3번은 읽은 것 같아요 좋은 시 감사해요💓💓 후회남주 너무 좋아하는데 앞으로 기대되네요 🥰 내일도 좋은 하루 되셔요 !!
4년 전
독자7
라호예요!
점점더 관계성이 풀리는 날이네요 먹먹함이 스미는 글이에요. 찰떡같은 BGM까지!
오늘도 잘읽었어요!!

4년 전
독자8
봄이예요! 학창시절 아이들의 이야기를 보다보면 언제쯤 달달해지려나 하는 기대를 하다가도
결국 끝에는 현재 여주의 상황이 떠올라서 훅 우울해져오네요... 결말은 부디 세 사람 모두 행복하길 바래봅니다. 즐겁게 읽었습니당❤️

4년 전
독자9
흑흑 필체실화인가여 ㅠㅠㅠ오늘도 잘읽고 갑니다
4년 전
독자10
랄라입니다.
오늘도 잘 읽었습니다.
/ 서브남주가 호비호비라니 ㅠㅠ 호비는 다른 의미로 찌통이네요 ㅠㅠ
여주도 찌통, 남주니도 찌통, 호비도 찌통 ㅠ 찌통 파티네여 ㅠㅠㅠ

4년 전
독자11
보라해입니다!
뿌앵 오늘 글 진짜 문장 하나하나 너무 힘주신 거 아닙니까ㅠㅠㅠㅠ
모든 등장인물들이 다 사연이 깊네요ㅠㅠㅠ 하지만 그 중에 최고는 김여주,, 김여주 아프지마,,,

4년 전
독자12
와우 진짜 대박이에요ㅠㅠ 분량도 꽉 차고 스토리도 재미있고 작가님 필력도 대박 짱!
4년 전
독자13
23층이예요!! 아침에 발견하고 게속못읽다가 읽었는데 역시 대박이예여ㅠㅠㅠㅠ
4년 전
독자14
작가님 어쩌죠 ㅠㅠ 후회공은 별로 안 좋아하는데 남준이가 절 유혹해요!!!!!! 어쩌죠!!!!!! 글로 유혹 당하는 기분은 처음이라 매우 매우 당황스러운데 설레요!!!!!!!!! 여주 이 바보! 라고 외치면서 그 마음 200퍼 공감한다고요 ㅠㅠ 어쩌죠ㅠㅠㅠㅠ 결말까지 눈물 잘 참을 수 있을까요 작가님 ㅠㅠㅠㅠㅠ
결론 : 작가님 최고

4년 전
독자15
저 진챠... 후회공 찌통 다 안 좋아하고...
글잡 안 온 지 2-3년?? 은 됐던 것 같은데...
지금 누워서 작가님 글 열심히 정주행 해씁니다...
이게 다 작가님이 글을 잘 쓰셔서 그런 것 같아요 ㅠㅜㅜ
뭔가 전개가 예상이 될 법 하면서도 어긋나는 게 또 너무 좋아요!! 필력 짱짱이십니다💜

4년 전
독자16
윤꼬꼬입니다!! 와,, 냄준아 그러면 안된다귱!!
4년 전
독자17
싱글벙글입ㄴ다!!필력 진짜 좋으세요ㅠㅠ정선생이 호석이라니...오늘도 잘 읽었어요!!
4년 전
독자18
가든님입니다..아악!!!!!! 진짜 처음에 정선생님나오고 오열하다가 배경음악 켜고 쭉 읽는데 준아ㅠㅠㅠㅜ진짜 감정의 소용돌이에 있다가 겨우 댓글 쓰네요ㅠㅠ 진짜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몰입감도 최고고 심장이 막 두근거리네요💜💜
4년 전
비회원72.238
다음편.... 다음편... 아 현기증나요작가님 다음편 ㅠㅠㅠㅜㅠㅠㅠㅠ. 현생일을하나도못할정도로빠져들엇어요 나아떡하면좋아 ㅠㅠ
4년 전
독자19
암호닉 도예로 신청 합니다! 이번편도 잘 읽었어요. 남준이 통화장면에서는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4년 전
독자20
너무 잘 읽었습니다!! 여주를 좋아해서 챙겨주는 호석이랑 남준이와 가까워지나 싶었는데 멀어지다 키스!!해버린 여주는 어떻게 될지 남준이가 안좋은 일을 당한건지..어떤 결말이 나올지 궁금해지네요!
4년 전
독자21
암호닉 사삼공 신청합니다 ㅠㅠ 아아 감탄을 자아내는 전개 ㅠㅠㅠ 몰입해서 보다보니 가슴이 아리네요 ㅠ 작가님 최고💜
4년 전
독자22
솜사탕입니다! 작가님,, 진쨔,,, 너무 재밌어요,,ㅠㅠㅠㅠㅠㅠㅠ
4년 전
독자23
착한 멤버들이 주인공으로 나와서 그런지 먼가 미워할수가없고 다 애정이가네요...ㅋㅋㅋ큐ㅠㅠㅠㅠ사연이 궁금해지는 전개..흑흑...작가뉨 넘 재밌어요 엉엉 암호닉 햅삐로 신청할게요♡ 요즘 너무추운데 컨디션조심하시구 햅삐크리스마스 이브되세요💜💜
4년 전
독자24
[파트라슈가]암호닉 신청합니다!
여주가 안쓰럽지만 저는 여주가 상처받는게 왜 좋은걸까요,, 여주가 상처받을 수록 남준이의 후회가 커지겠ㅈ,,아무래도 제가 변태인가봐요 큼큼 어서 빨리 남준이가 후회공이되길 바래봅니다,,,😎 자까님 행복한 크리스마스 이브되세요〰️💜

4년 전
독자25
암호닉 [엘라] 신청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보다가 완전 정주행해버렸어요 ㅜㅜ 찌통 별로 안 좋아하는데 작가님 글은 진짜 찌통이면서도 무너가 먹먹하네요 ㅜㅜ 다음 글도 기다리겠습니다!

4년 전
독자26
암호닉 [슙슙] 신청합니다!!! 좋은 글 감사드려요ㅜㅠㅠㅠㅜㅠ
4년 전
독자27
진짜 짱 재밌어요... 어째서 10일전 따흐흑... 천천히라도 연재해주실거라고 믿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작가님 ㅠㅠ
4년 전
독자28
작가니 너무 잘보고있어요ㅜㅜㅜ 김남준 후회공 얼른 보고싶네여... 김남준 절대 후회해...
4년 전
독자29
암호닉 [단팥빵] 신청합니다!!
4년 전
독자30
암호닉 [912호] 신청합니다! 글잡에서 글 안 읽은 지 1년 하고도 더 지났는데 다시 읽게 된 글이 작가님 들이라 행복해요 생각했던 것보다 탄탄하게 잡혀 있는 느낌의 글이라 보는 내내 너무 좋았어요 남준이가 갖고 있는 이미지 잘 살리시는 것 같아서 보는 내내 행복했어요 또로록 작가님 최고예요💜
4년 전
독자31
작가님.너무 재밌게 잘 보고 있어요 12시간 동안 이 글을써주셨다니 너무 감사해요
[윈터베어]로 암호닉 신청하고 싶어요

4년 전
비회원12.220
ㅠㅠ 다음편 너무너무 궁금한데 어디쯤인가여 작가님 ㅠㅠ
4년 전
독자32
작가님 ..ㅜㅠㅠㅠㅠㅠㅠㅠㅠ하 제사랑 찌통글 정선생이 호석이일거같았는데 맞았네요(≧∀≦)
암호닉 신청 받으시면 [느아연]으로 신청 하겟습니다❤️❤️

4년 전
독자33
아 ㅠㅠㅠㅠ 다음편 너무 기대돼요ㅠㅠㅠㅠㅠㅠㅠ
4년 전
독자34
몽몽입니다.... ㅅㅔ상에 작가님 이게 뭡니까?
저 이제 이런 로맨스 안보려했는데
글을 이렇게 쓰셔버리면... 제가 심장이너무 아파요
지금 무슨 소리 안들리세요?
죽어있던 제 심쿵세포들 발광하는 소리...
이런 분위기를 자아내는 작가님을 보고서 사람들이
이건 재능이다 하나봐요
글 정말 잘쓰시네요... 작가님이 다했다

3년 전
독자35
이렇게 쌀달달한 글을 투척하고
11개월동안 안돌아오신걸보니
방금 다 읽은 저도 당떨어져서 어지러워요
얼른 돌아와요... 나 방석폈어요 지금부터
시위할거야!!!!! 작가님 돌아와요 제발...

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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