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 안 둘 거야... 박찬열..."
나는 식당 테이블에 앉아 호밀빵을 씹으면서 한 손에 포크를 그러쥐었어.
포크를 붙잡은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지.
맞은 편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종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말했어.
"너 오늘 그 말 한지 벌써 아흔 아홉번째야."
"가만 안둘거야... 박창열..."
"박창열은 또 누구야. 이걸로 백번 채웠네."
못말린다는 듯 어깨를 으쓱해보인 종대는 먹던 감자칩을 마저 먹었어.
나는 복수심으로 불타오르는 눈을 한채 손에 들린 포크로 접시 위에 건포도를 팍 찍었어.
일순 그 힘에 접시에서 튕겨져 나간 건포도가 종대의 이마를 딱 때렸지.
"아씨! 죽을래?"
나는 종대가 화를 내거나 말거나 혼자 웅얼거리면서, 두 볼 빵빵하게 호밀빵을 넣고 씹었지.
나는 맨처음에 잡종이라는, 그런 모욕적인 소리를 들은 것에 대해 의기소침해 했어.
누구에게나 사랑받아 왔던 나는 이 상황이 너무 분하고 답답했어.
이제껏 내가 내민 손을 쳐낸 사람도 없었을 뿐더러, 첫만남부터 면전에 대고 그런 욕을 퍼부운 사람은 박찬열이 처음이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우울해 하는 대신 금세 복수의 칼날을 갈았어.
그래서 찬열이와 친해지겠다는 처음의 계획을 변경했지. 나는 박찬열에게 자신을 욕한 대가를 꼭 치르게 해주겠다고 다짐을 했어.
벌써부터 박찬열을 골탕먹일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 나는 헤실헤실 웃기 시작해.
그 모습을 지켜보던 종대는 드디어 저새끼가 실성했구나... 하면서 측은한 시선을 보냈지.
때는 마법의 역사라는 수업을 들을 때였어.
호그와트에서 가장 지루한 수업으로 악명이 높지만 필수과목이라 학생들이 하나 같이 입을 모아 애증의 과목이라고 불러왔지.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어. 대부분의 학생들이 병든 닭마냥 꾸벅꾸벅 고개를 숙인 채 졸고 있었어.
이론에는 영 소질이 없는 나는 마법의 역사 시간만 되면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책상에 엎드리기 일쑤였는데,
오늘은 똘망똘망한 얼굴로 수업을 듣고 있었지.
그 이유는 바로 제 옆옆 자리에 앉은 찬열이 때문이었어.
나는 얼굴이 뚫어져라 박찬열을 노려보았어. 하지만 찬열는 무신경한 낯으로 그저 수업만 묵묵히 듣고 있었지.
이토록 쳐다보는데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박찬열가 괘씸해 나는 양피지의 한 구석을 쭉 찢어다가 깃펜으로 글씨를 적기 시작했어.
'박창열 바보 멍청이 호랑말코'
까만 잉크가 양피지 위로 새겨지자 나는 자기가 글씨를 잘못 썼다는 것도 모른 채 의기양양한 얼굴로 종이비행기를 접었어.
그리곤 교수님이 칠판에 무언갈 열심히 적는 동안, 눈치를 쓱 살피곤 박찬열의 책상을 향해 종이비행기를 던졌지.
종이비행기는 교실 천정에 닿도록 높이 날았다가 박찬열의 책상 위로 톡 떨어졌어.
열심히 필기를 하고 있던 박찬열은 갑자기 책 위로 떨어지는 양피지에 눈썹을 꿈틀거렸지.
나는 기대만발한 얼굴로 박찬열의 반응을 살폈어.
찬열이는 종이비행기를 펴서 그 안에 쓰여진 낙서를 한번 보더니 비릿한 웃음을 지었어.
그리곤 고개를 돌려 나와 한번 눈을 마주했지.
나는 찬열이를 보면서 베-하고 혀를 내밀었어. 찬열이는 유치하다는 듯 코웃음을 치곤 양피지를 손안에서 구겨버린 다음에
입김을 한번 후- 하고 불었어. 그러자 놀랍게도 양피지에 불이 화악 붙은거야.
그리고는 내 책상 위로 불 붙은 종이뭉텅이를 휙하고 던져버렸지.
불은 순식간에 내 교과서를 태워먹었어.
"옴마야!"
나는 패닉에 빠져서는 허둥지둥댔어.
그리고 그 소리를 들은 교수가 수업을 하다말고 나를 쳐다보았지.
그리고는 화들짝 놀란 얼굴로 재빠르게 지팡이를 휘둘렀어.
그러자 지팡이 끝에서 물이 뿜어져 나와 내 책상 위를 적셨어.
옆에서 졸고 있던 종대는 뜻밖의 물벼락에 흐럴허, 하면서 괴상망측한 소리와 함께 뒤로 자빠졌지.
졸지에 물벼락을 맞은 종대와 나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어.
그리고 우리 앞으로 잔뜩 화가 난 얼굴의 교수님이 다가섰지.
"신성한 수업시간에 불장난이라니. 그리핀도르에 10점 감점입니다."
교수는 아직도 바닥에 엎어져있는 종대를 째려보며 홱 돌아섰어.
나는 박찬열한테 제대로 역관광을 당했지.
부들부들 떨면서 박찬열을 노려보자 박찬열은 뻔뻔한 낯으로 나를 보며 비웃음을 날려주었지.
한바탕 고역을 치르고 기숙사로 돌아온 나는 침대 위에 누워 베개를 팡팡 때리고 있었어.
"박찬열...!! 으아아 개얄미워!!!"
분노에 받쳐서 베개를 때리다가 성이 안 차 나는 두툼한 이불속으로 꼼질꼼질 들어가서는 이불을 팡팡 발로 차댔어.
그리곤 격하게 몸부림을 쳤지. 벽난로 앞에 앉아서 젖은 교과서를 말리던 종대는 진심 빡치는 표정을 지었어.
그리곤 내 침대로 다가가서 이불위로 솟은 내 엉덩이를 쫙 소리가 나게 때렸지.
"아 왜때려!!!"
나는 이불 밖으로 파드득 고개를 내밀었어.
"그만 지랄하고 와서 책이나 말려! 나까지 이게 뭔 봉변이야.."
종대는 궁시렁거리면서 물이 뚝뚝 흐르는 교과서를 들고 벽난로 앞에 다시 쭈그려앉았어.
나는 잔뜩 헝크러진 머리를 쥐뜯으면서 침대 헤드에 머리를 박았어.
"으아 열받아! 어떻게 하면 그새낄 잘 엿먹였다고 소문이 날까!"
나는 아까 교실에서 자신을 향해 비웃음을 날리던 박찬열의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리는 것만 같아.
나는 한참을 더 그렇게 씩씩거리다가 이를 꽉 깨물지.
"오늘부로 전쟁을 선포한다."
책을 한장한장 넘겨가면서 정성스레 말리고 있던 종대가 고개를 돌렸어.
"뭐?"
"박찬열은 공공의 적이다!"
종대는 쟤가 또 뭔 헛소리를 하나 싶어 한숨을 팩 내쉬곤 대답해.
"라임 죽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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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많이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_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