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알바하는 카페에 맨날 오는 존잘남이 있는데
W. 9ㅅ9
(※앞에 0편이 있으니 먼저 읽는 걸 추천dream)
1.
"사장님."
"왜."
있잖아요, 그, 제 친한 친구도 카페 알바를 하는데요.
응.
걔네 카페에 어떤 손님이 맨날 오는데, 그 손님이랑 제 친구랑 원래 아는 사이 였거든요. 꽤 친했었는데, 그 손님이 처음 왔을 때 몇 년만에 본 거 였거든요?
응, 그런데.
근데 그 손님이 제 친구한테 아는 척을 안 한대요.
"아는 척을 안 한다고?"
"네. 근데 매일 같은 시간에 와서 커피 사간대요."
"뭐야, 무서운데. 남자야?"
넹. 남자요. 막 무서운 그런 건 아닌데, 그냥 아는 척 할 법도 한데 왜 말도 안 하면서 맨날 올까요. 아 그리고... 헐.
"열시 반 이다."
ㅇㅇ는 시계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민석은 의아한 얼굴을 했다. 왜? 김ㅇㅇ 언제는 30분 남았다고 좋아하더니. 아니에요. 있어봐봐...
어쭈. 반말 트냐? 뭘 있어봐.
딸랑 ㅡ
"..."
"어서오세요ㅡ"
민석이 인사를 했다. ㅇㅇ는 인사를 하려다 말았다. 민석이 예의 친절한 사장 미소를 띄우다가 ㅇㅇ쪽으로 눈을 흘겼다. 인사 안 해?
그 사이에 찬열이 카운터 앞 까지 다가왔다. 고개를 들어 메뉴판에 잠깐 시선을 고정시켰다가, 아주 잠깐 ㅡ 민석과 ㅇㅇ를 번갈아 보았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하나요."
찬열이 미간을 살짝 좁히는 찰나, ㅇㅇ와 눈이 마주쳤다. ㅇㅇ는 움찔했다. 뭐야 인상 왜 쓰는데...
민석이 그런 ㅇㅇ의 옆구리를 툭 치고 주문 안 받냐고 소근거렸다.
"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주문 받았습니다."
벌써 거의 일주일 째 였다. 일주일 쯤 전에 카페에 처음 와서는 ㅇㅇ를 보고도 모른 척 하고, 집요하게 쳐다보기만 하다가 가버리더니 그 날 부터 매일 같이 오는 것 이었다. 그것도 마감 30분 전에. 딱 10시 반에.
원래 그냥 동네에 있을 법한 작은 카페인데다 마감 직전이기 때문에, 항상 계산을 하고는 커피를 만들어 내느라 바빴어서 딱히 주문 받는 것 이외에 찬열과 마주할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박찬열은 커피를 받자마자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가버렸다. 그래... 뭐 첫 날 처럼 뚫어져라 안 쳐다봐서 그나마 다행이긴 했다.그런데 오늘은,
"..."
몇 주만에 여행인지 뭔지를 다녀 온 사장이 오랜만에 카페에 신경 좀 쓴답시고, 오픈 시간부터 마감 때 까지 카페에 있는 것이었다. 민석은 찬열이 주문을 하자마자 바로 커피 머신 앞으로 가버렸다. 그래서 ㅇㅇ는 계산을 하고 포스기 앞에 가만히 서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박찬열 앞에!
아니 솔직히, 무슨 말을 하고 싶긴 했다. 근데 쟤가 처음부터 저렇게 인상 굳히고, 어? 말이야. 무표정하게, 어? 게다가 과외 한 게 벌써 3년 전인데... 아니 그래도 쟤가 날 못 알아볼 리는 없거든.
아 근데 왜 아는 척 안 하냐고!!!!!!!!
"..."
이미 늦은 것 이었다. 타이밍은 한참 전에 놓쳤어...
큼, 하고 ㅇㅇ는 어색하게 헛기침을 했다. 박찬열은 아직도 무표정이고. 정말 속으로는 답답해 죽을 것 같았다. 쟤가 저렇게 생겨서 그래. 존나 주눅들잖아 시벌탱. ㅇㅇ는 그저 시선을 내리고 의미없이 에이프런 끝단을 매만졌다. 사장님은 샷을 하루종일 내리나. 언제 끝나 이 시간...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나왔습니다 ㅡ"
드디어...! ㅇㅇ는 민석이 어서 저 손님에게 아메리카노를 내줄 수 있도록 옆으로 힘껏 물러섰다. 찬열이 아메리카노를 받아들었다. 이제 나갈 차례야.
그렇게 "안녕히 가세요"를 하나 싶었는데.
"..."
왜 시발 쳐다보냐 이거다. 존나 이제는 화를 내고 싶었다. 너 이 새끼!
는 내일도 또 와서 또 이러면 그 땐 진짜 화낼거야. 나 왜 이렇게 쫄리지. 쟤 왜 저럴까.
"안녕히 가세요 ~"
결국 인사도 못 했다. 찬열이 가게 문을 나서자마자 민석의 잔소리가 시작되었다. 김ㅇㅇ, 너 평소에도 이래? 손님한테 인사 안 해?
아니 사장님 그게 아니라요, 아 진짜...
***
"쌤."
"왜."
그냥 이렇게 쓰지말고 옆에서 쓰면 안돼요?
뭐가, 거꾸로 쓰지 말라고?
네. 그냥 옆에서 써주시면 안돼요?
왜?
"어... 글씨 잘 못 알아보겠어서요."
ㅇㅇ는 풀이를 써주던 종이를 들어 자신에게 바로 보이도록 돌렸다.
"이걸 못 알아보겠다고?"
글씨는 아주 깔끔했다. 정말 가끔 가다 '9'라던지 함수 기호 f(x)의 f자가 꼬부라지는 게 있어도. 근데 뭘 못 알아보겠다는거야.
"어어, 그러니까 사실... 그 뭐냐, 쌤 글씨 거꾸로 글씨 쓰는게,"
...신기해서요. 계속 풀이 안 보고 글씨 쓰는 것만 보는 것 같아서요... 안돼요?
ㅇㅇ는 잠시 생각했다. 좀 그렇긴 하다. 너 맨날 내 손 엄청 열심히 보잖아. 그러자 찬열이 왠지 기쁜 듯한 말투로 말을 쏟아냈다.
그쵸? 아무래도 이렇게 쓰면... 집중이 좀 덜 된달까, 좀 그렇다니까요 ㅡ
"그래? 진작 말하지. 어려운 것도 아닌데. 난 이게 손으로 가리지도 않고 편한 줄 알았지."
ㅇㅇ는 찬열과 마주하고 있던 제 의자를 옮겨다가 찬열의 바로 옆 오른쪽에 놓고 앉았다. 널따란 찬열의 어깨와 바로 옆에 있으니 더 작아보이는 ㅇㅇ의 어깨가 나란했다. 다시 펜을 들었더니 옆 얼굴로 시선이 느껴졌다. 톡톡. ㅇㅇ가 풀이를 하던 종이 위를 두들겼다.
"이제 집중도 잘 될텐데 앞에 보지?"
"넵."
찬열이 바로 고개를 돌려 종이 위로 시선을 고정시키자, ㅇㅇ는 다시 펜을 움직여 풀이를 써 내려갔다. 오, 진짜 집중 더 잘하는 것 같은데.
"...ㅎㅎ"
이따금씩 고개가 돌아가긴 했지만.
***
이제 카페일에 신경을 쓰겠다더니, 그게 진심이었던 건지 민석이 이틀 연속 출근을 했다. 사실 오늘은 ㅇㅇ의 교대시간이 되서야 느릿하게 나오긴 했다만. 사장님 진짜 웬 일 이세요. 뭐 임마.
어김없이 열시 쯤 되니 손님이 현저하게 줄더니, 열시 이십분쯤 되니 하나 남아있던 커플 마저도 손을 붙잡고 나갔다. 그리고 또 다시 열시 반 이었다. 또 어김없이 카페 문이 열렸다. 길쭉한 인영이 들어왔다. ㅇㅇ는 민석과 방금까지 자신들이 있건 말건 커퀴짓을 하다가 나간 커플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한탄조로 바뀐 참이었다. 찬열이 들어오자 ㅇㅇ가 민석과 동시에 인사를 했다. 어제 그러고나서 멘탈을 잘 다스려 놓았던 덕일까. 사실 민석의 고나리 때문이었다. 몰라 시벌, 아는 척 하던지 말던지. 쳐다보든지 말던지...!찬열은 또 민석과 ㅇㅇ를 번갈아보았다. 마음 같아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맞으시죠? 하고 쐐기를 박고 싶었는데.
왜 또 인상을 쓰니...8ㅅ8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이요?"
오. 말했다.
"한 잔이랑, 샌드위치 다섯 개 주세요."
"...예?"
박찬열은 계속 말했다. 카운터 앞에 붙어있는 샌드위치 견본 사진들을 가리키면서, 이거랑, 이거랑, 이거 이거 이거. 하나씩요.
...시발 너 나랑 장난하니?
ㅇㅇ는 저도 모르게 찬열을 째려봤다. 찬열은 고개를 돌리고 딴 청을 피운다. 이 새끼 봐라. 왜, 존나 뚫어져라 쳐다볼 땐 언제고? 뒤에서 민석이 눈으로 레이저를 쏘는 것 만 같은 느낌이 들어서 일단 닥치고 계산을 했다.후... 종류도 다 다른거 시키면 언제 만드는데...씨발ㅠ
민석이 만드는데 시간이 좀 걸리니 앉아서 기다리라고 친절하게 말을 건넸다. 그러면서 ㅇㅇ에게 재료 꺼내라고 눈치를 준다. 니예니예.
사장이 있어서 다행인건지 뭔지, 최대한 빨리 식빵을 올려놓고 둘이 나란히 서서 샌드위치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민석이 아까 끊긴 말을 했다.
"그래서 김ㅇㅇ는 남자 만날 생각은 없고?"
왜 하필 이딴 얘기야. ㅇㅇ가 민석의 옆구리를 찔렀다.
이따 얘기해요 이따,
왜 ㅋㅋㅋㅋ 내가 괜찮은 남자 소개시켜줄지 어떻게 알고?
왜 갑자기 지랄이람. 어쩐지 등 뒤가 쎄했다.
ㅇㅇ가 사장님 아는 사람이면 아저씨 아니고여? 하고 맞을 만한 소리를 하는데도 민석은 그저 빙글거리며 웃으며 얘기를 했다.
그러면서 또 손은 빨라갖고. 어느새 샌드위치 다섯개가 예쁘게 포장되서 종이 봉투에 들어갔다. 그리고 아이스 아메리카노 하나. ㅇㅇ가 저가 하겠다고 종이 봉투에 손을 뻗었는데도 친히 민석이 봉투를 들어 찬열에게 건넸다. 친절한 미소도 잊지 않으며.또 오세요, 손님 ㅡ 찬열은 봉투를 건네 받자마자, 휙 뒤를 돌아 나가버렸다. 인삿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성큼성큼 문을 열고 나갔다.
ㅇㅇ는 멍해졌다. 뭐야.
그리고 민석이 그러는거다.
"쟤 맞지? 니 친구 얘기라는 그거."
"예?"
"ㅋㅋㅋ나 등 뚫어지는 줄 알았어. 쟤 백프로,"
너한테 관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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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결국엔 제목 뒤에 숫자붙였어요...제목도 내용에 충실하게 바꿈여
봄이라서 그런ㄴ가 로맨스물 쓰고싶어서 이러고 있네여 노잼인글자꾸가져와서 죄송.... 저 28일에 꼭 번외들고올게요 ..!
☆☆☆☆암호닉☆☆☆☆ [예쁜이] [눈] [후니] [호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