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와서 떡 돌리는데 옆집에 엑소가 산다? 02
w. 마리
저녁으로 먹을 것이 없어 가까운 편의점에 나가려는데 여학생들 3명이 나를 흘낏 쳐다보더니 지들끼리 귓속말을 하기 시작한다. 보나마나 저년은 왜 저기서 나와? 이런 말이겠지? 벌써부터 여학생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빨리 이 곳을 벗어나야겠다는 마음으로 빠르게 스텝을 밟기 시작했다.
" 저년은 뭔데 저기서 나와? "
저렇게 대놓고 말할 줄은 몰랐다.. 무쪄웡.. 요샌 어린 것들이 더 무섭다는 말이 진짜 맞는 말이다. 그 전에 살던 동네에서도 지나갈 때마다 화장품 냄새 쩔게 풍기며 껌을 짝짝 씹어대는 여학생들에게 쫄았었는데, 어째 여기는 더 무서운 것 같다. 하지만 나이도 먹을만큼 먹었고, 한 번 쫄면 계속 쫄 것 같아서 제대로 말하고 넘어가야겠다.
" 그니깐. 이제 하다 못해 오빠들 숙소에도 들어가냐? 진짜 대단한 사생년이다.. "
" 그러게. 학교도 빠지고 여기서 이러고 있는 너희도 대단하다.. "
" 야 너 방금 뭐라는거야 및... "
태연하게 여학생들 뒤에서 대화에 끼어들자 뒤를 돌아 나를 보더니 화들짝 놀라는 아이들이다. 미안, 언니가 많이 늙었지? 딱 봐도 17~18살쯤 되보이는 풋풋한 여학생들이었다. 화장 안한 게 더 예쁜데. 저 나이땐 수수한 게 제일 예쁘다는 걸 왜 이 나이 먹고서야 아는 걸까. 나도 저러던 때가 있었는데.. 뜬금포로 과거회상을 하다 배에서 들리는 꼬르륵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아. 나 편의점 갈려고 나왔지? (긁적)
마저 가던 길을 가려고 하자 여학생들이 씩씩거리며 날 노려본다. 너네 그거 다 흑역사다. 나중에 이불팡팡해도 언니는 몰라? 하고 말해주고 싶은 마음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더 말했다가 뺨 맞을 기세여서 그냥 짜지기로 했다.
도착한 편의점에서 즉석밥과 즉석카레, 즉석미역국, 즉석미트볼까지 샀다. 누가 보면 나 인스턴트 중독자인 줄 알겠어... 21살이나 먹어서는 할 수 있는 요리라곤 미역국, 카레.. 물론 3분 요리다. 계란 후라이는 뒤집다가 던지질 않나, 내 손이 닿은 음식들은 독극물이라며 가족들도 손을 안대는 탓에, 중2때 결심했다. 음식에는 손 대는 거 아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