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알바하는 카페에 맨날 오는 존잘남이 있는데
W.9ㅅ9
02.
ㅇㅇ의 눈이 답안지와 찬열이 휘갈겨 놓은 글씨들에 번갈아 머물렀다.
오. 오, 오, 박찬여얼 ㅡ
흐흫. 찬열이 억지로 미소를 감춰 물며 입술을 안쪽으로 말아넣었다.
마지막 문제까지 정답인 것을 확인한 ㅇㅇ의 고개가 절로 옆으로 돌아갔다. 헐 대박, 다 맞았다! 이거 사실 기출 고난도인데 ㅡ
어쩐지 자기가 더 신난듯한 ㅇㅇ의 얼굴에 찬열은 입술을 더 안 쪽으로 물었다. 귀여워.
"이번에 모고 성적 잘 나오면 더 이상 안 봐줘도 될 것 같은데? 야, 쌤 진짜 뿌듯하다."
!
그건 안 돼는데.
***
"쟤 백프로 너한테 관심있다."
고개까지 끄덕거리며 확신하는 민석에게 ㅇㅇ는 글쎄요, 하고 입술을 말아넣었다. 아니야, 확실해. 딱 봐도 알겠구만. 원래 내 나이쯤 되면 촉이란게 있는데 ㅡ 라며 말을 늘어놓기 시작하는 민석이었다.
ㅇㅇ는 의미없이 카운터 모서리를 매만지며 말했다.
사실 고백 받은 적 있었단 말이에요...
"진짜?"
네, 아니 그게 그러니까... 아, 몰라. 빨리 문 닫아요 11신데.
야 무슨 말을 하려다 말어 ㅡ
아 몰라요 안알랴줌.
너 그러다가 얼마 후에 손붙잡고 나타나기만 해봐.
아니거든요! 사장님 오늘 처음 봤으면서 궁예가 심하시네 정말,
뭐? 궁예? 구우웅예에에?
정리도 안 하고 한동안 민석과 ㅇㅇ는 카운터 안에서 티격대고 있었다. 그리고 가게 유리창 밖으로 저기 구석쯤에, 한 손엔 먹지도 않을 샌드위치를 가득 든 종이봉투와 다른 손엔 아메리카노를 든 남자가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
민석의 말에 궁예라고까지 핀잔을 줬지만, 어쩌다보니 그것이 반쯤은 맞게 되었다. '손 붙잡고'에서 손은 아니고 손목이 잡히는 일이 생겼던 것이다.
그러니까 그 샌드위치 다섯개 이후 한 며칠 후 였다. 그 동안 박찬열의 걸음이 뜸했었다. 그 이후로 안 나타나는데 뭔가 편하기도 하고 뭔 일 있나 싶기도 하고. 아는 척을 할 걸 그랬나.
오전 수업만 하고 한가한 날 이어서 희연과 점심 약속을 잡은 참이었다. 학교 근처에 새로 생긴 곱창집이 있다면서, 대낮부터 소주랑 같이 마늘 곱창을 조지자는 제안에 바로 콜했다. 원래 맛있는 건 시간대를 가리지 않고 항상 잘 먹었다. 낮에 먹던 밤에 먹던 맛있는 건 늘 맛있어.
수업이 끝나자마자 버스를 타고 희연의 학교 ㅡ A대 정문 앞에서 내렸다. 봄이라고 온통 남녀가 쌍쌍이었다. 얘도 이런 게 눈꼴시려서 날 부른걸까.
어디냐고 카톡을 했더니, 아직 10분 정도 남았다고 조금만 기다리라고 답이 왔다. 나무 밑에 줄 지어있는 벤치 중 사람이 없는 구석자리에 앉아 생각없이 핸드폰을 들었다. 밀린 웹툰이나 좀 볼까.
그러다가 또 심심해져서, 고개를 젖혀 푸릇한 잎사귀들을 올려다 보았다. 날씨가 따뜻한 게 진짜 봄이긴 봄이네. 커플들 다 망했으면..ㅎ
"찬열 오빠!"
그런데 갑자기 익숙한 이름이 들리는 것은 왜 일까나. 익숙한 이름에 저절로 시선이 향했다.
헐, 박찬열이네. 그리고 옆에는 여자? ...가 아니고 여자'들'이었다.
역시 현대고 존잘 박 어디 안 가나 보다. 박찬열 하나를 둘러싸고 원피스에 긴 머리를 한 기집애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키가 고만고만한 여자애들 가운데에 끼어있는 박찬열만 혼자 우뚝 솟아있는 모양새가 볼 만 했다.
그들은 정문을 나와 벤치가 줄 지어 있는 바로 앞으로 주욱 걸어오고 있었는데, 여자애들이 찬열 오빠, 오빠, 찬열아를 번갈아 가며 불러댄다.
?
그런데, 박찬열이 A대라고? 방금 A대 건물에서 나온 거 맞지.
세상에... 재수라도 한 것일까. 분명 박찬열은 공부를 그 정도로 잘하지 않았었다. 과외를 했을 때도, 성적이 그리 잘 나왔던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중반 즈음에 갑자기 훅 잘하던 적이 있었는데, 그 다음 모의고사를 시원하게 말아먹었었지. 근데 A대라니. 뭔가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랄까, 신기하기도 하고. 그렇게 박찬열과 여자애들을 보면서 점점 느낀건데, 박찬열이 꽤 철벽을 치고 있었다. 이쁘고 풋풋하니 생기넘치는 신입생으로 보이는 애가 계속 말을 거는데도 무심하게 앞만 보면서 적당히 대답만 해주며 걷는거다.
열시 반 마다 마주 했던 그 무표정보다 더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는 말이다.
"...어?"
방금 눈 마주친 것 같은데. 아니겠..지...?
는 아닌 게 아니었나보다. 야 쟤 왜 내 쪽으로 오는데? 박찬열이 내가 있는 구석 자리 벤치로 다가온다. 주위에 달라 붙어있던 여자애들은 갑작스러운 노선 변경에 당황하며 그 자리에 서서 보고 있다.
긴 다리로 성큼 성큼, 몇 걸음만에 멍하니 앉아있던 내 코 앞까지 온다.
나는 이 갑작스러운 전개에 당황하듯 문득 고개를 쳐 들며 시선을 올렸다.
"쌤."
씩 웃으며 얼굴을 살짝 앞으로 기울여 말한다.
"밥 사주세요."
...예?
***
ㅇㅇ는 다짜고짜 팔을 붙잡고 몇 분 째 끌고 가고 있는 찬열의 등판을 멍하니 보았다. 얘 지금 뭐하는 거지. 고개를 내려 제 팔을 잡은 커다란 손을 보았다. 큰 손에 어울리지 않게 가느다란 샤프를 쥐고 숫자와 씨름하던 남고딩의 손이 겹쳐졌다. ㅇㅇ는 잡힌 팔과 뒷통수를 번갈아보다가 여전히 당황스러운 기색으로 찬열을 불렀다.
"박찬열."
갑자기 걸음이 멈췄다. 그대로 정지, 하는 찬열 때문에 ㅇㅇ도 부딪힐 뻔 했지만 살짝 뒷걸음질을 쳐 부딪히지 않고 멈춰섰다. 찬열의 고개가 왠지 삐그덕 소리를 낼 것 같이 어색하게 움직여 ㅇㅇ와 마주했다.
뭔가 웃을랑말랑 하는 표정이라고 해야하나. 근래 보던 얼굴이랑 묘하게 달랐다. 아까 여자애들에게 둘러싸여서 짓고있던 무표정이랑도.
계속 말하라는 듯이 ㅇㅇ를 똑바로 본다.
"이제 아는 척 하기로 한거야?"
뱉고 보니 말이 되게 병신 같다. 아는 척 하기로 한거야? 무슨 모른 척 해서 섭섭했냐? ㅇㅇ는 자신을 매우 치고 싶었다. 존나 병신..
한 마디 했는데 방금 패기롭게 팔을 확 붙잡고 벤치에서 저를 일으켜 끌고가던 박찬열은 어디로 간 건지, 아주 눈동자에 지진이 났다.
"..어,"
말을 고르는 듯 어어 거리며 입을 열었다 닫았다. 또 왜 이래.
답답했던 ㅇㅇ가 한마디 더 던졌다.
"너 카페, 왜 맨날 와 가지고 쳐다보기만 하다가 가?"
아 속시원. 솔직히 좀 쫄리긴 했는데 걍 뱉었다. 그래 임마. 왜 쌩 까면서 쳐다보기만 계속 하다가 가니.
우물우물하다가 겨우 말을 한다.
"..쌤이, 저 못 알아보는 것 같아서요."
?개소리가 정성스럽다. 못 알아보긴 뭘 못 알아봐. 그럼 못 알아보는 것 같은데 지금 무턱대고 밥 사달라며 끌고 가는 건 뭔데 ㅋㅋㅋ
읭 하는 표정을 보더니 또 말하는 거다.
"쌤이 대학가면 밥 사준다고 했잖아요."
술 이었나. 마지막에 지나가듯이 덧 붙이는데, 아주 당당하게 그런다.
그게 벌써 몇 년 전인데, 예전에 한 말을 핑계로 이러고 있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게 좀 어이없고도 웃겼다.
너 A대 맞아? 네.
근데 너, 라고 의아한 듯이 말을 꺼냈다가 공부 못했잖아, 라는 말을 이어 할 수가 없어서 하던 말이 댕강 잘렸다. 박찬열은 잠시 물음표를 그리는가 싶더니 픽 웃으며 아아, 한다.
"저 원래 공부 잘해요."
"그거 다, 개수작인데."
쌤 얼굴 한 번 더 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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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박는다)죄송합니다ㅠㅠㅠㅠㅠㅠ
28일날 온다해놓고....자꾸 미뤄서......반쯤 쓰긴했는데 잘 안써져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ㅠㅠㅠㅠㅠㅠㅠ이번주안에 꼭 번외갖고올게요 죄송합니다ㅠㅠ
차녈ㄹ이 왜 모르는척하냐길래 바로 이번편에 아는척시킴 ㅎㅎ 고구마 싫다ㅏ구여
그리고 이거 0편이랑 1편이랑 둘다 초록글 가서 진짜 놀랬어요ㅠㅠ댓글달아주신 분들 모두 감ㅅ사합니다ㅠㅠㅠㅠ
지금 아까 다섯시쯤 깨서 급하게 올리는 거라..암호닉 분들 이따가 낮에 수정해서 올릴게요!ㅠㅠㅠㅠ감사함니다 ☆☆☆☆☆암호닉☆☆☆☆☆ 예쁜이 눈 후니 호두 삼지창 오미자 떡볶이 스폰지밥 피씨와이 소녀 세병 화신 구금 나니꺼 얼룩말 변동 옥수수수염차 0618 루아 이 빽 요거트 망고 훈훈 슬기 바닐라라떼 우럭 포뇨 감사합니다 ^0^ 빠진분있으면 말해주세요 ㅎㅎ